II. 관형사형 어미 지식 습득 연구를 위한 이론적 배경
1. 한국어 관형사형 어미 습득에 대한 이론적 고찰
1.3. 한국어의 상과 관형사형 어미
상이란 ‘상황의 내부 구조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정의될 수 있다 (Comrie, 1976). 콤리(Comrie, 1976:2-3)에 따르면 상과 시제는 모두 시
간과 관련된 범주이지만, 시제가 현재를 중심으로 하여 사건이 일어난 시점을 가리키는 것과 달리 상은 사건의 내부 구조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대표적으로는 러시아어를 비롯한 슬라브어에서 완결상과 비완결상의 대립을 볼 수 있다. 시제와 마찬가지로 상 역시 문법 범주를 통해 실현된다. 즉, 시간을 현재를 기준으로 하여 분류한 시제와 달리, 상의 측면에서는 사건이 <그림 3>과 같이 보다 복잡한 모습을 보인다.
<그림 3> 상 측면에서의 시간(Comrie, 1985)
0을 현재로 두고 보았을 때, 사건 A, B, C, D, E는 과거시제, F, H, I는 모두 미래시제이다. 그러나 A, B, C와 비교하였을 때 D와 E는 동일하게 과거일지라도 동일한 시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G의 시작점은 F에 선행하여 있음에도, 동일 구간을 점유하고 있으며 그 사건의 끝점은 F보다 후행한다는 점에서, 시제로 표현하지 못하는 시간 범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담당하는 것이 상적 표현이 된다.
콤리(Comrie, 1976)에 따르면 대표적인 상 범주로는 완결상(perfective) 과 비완결상(imperfective)의 대립을 들 수 있다. 완결상이란 사건의 내 부 국면을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는 것이며, 비완결상이란 사건의 내부 국면을 명시적으로 지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완결상과 달리, 비완결상은 몇몇 언어에서는 하위 범주를 가진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림 4> 상적 대립의 분류(Comrie, 1976: 10)
비완결상의 하위범주로는 습관상과 지속상을 들 수 있으며, 지속상의 하위범주로는 다시 비진행상과 진행상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언어에서 완결상과 비완결상이 대비되는 것은 아니다. 문 숙영(2014)에 따르면, 모든 언어에서 완결상과 비완결상이 명확히 대립되 는 것은 아니며, 완결상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경우에도 동사 파생으로 이것이 표시되는 슬라브어계열과 굴절로 표시되는 로맨스어 간에 차이가 있다고 하였다. 한국어에서는 ‘-았-’이 과거를 지시하지 않는 용법이 있 어 완결상으로 논의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았-’을 완결상의 표 지로 설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물론 한국어교육 분야에서는 여러 논의들이 완결상, 혹은 완료상과 비 완결상, 혹은 비완료상의 대립을 설정하고 있다. 고영근(2006)에서는 기 존에 완결상(perfective)과 완료(perfect)를 분류한 것은 단순히 끝남과 결과 지속을 함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끝남에 중점을 둔다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아 이를 하나로 묶어 완료상(perfect)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완료상을 나타내는 형태로는 ‘-어 있다, -고 있다2, -어 버리다, -고서, -어서’ 등을 들었다. 여기서는 미완료상의 하 위 범주로는 진행상과 예정상을 들었다. 남신혜(2018)에서도 상의 범주 를 완료상과 미완상으로 나누고, 완료상의 하위 범주를 결과상과 종결상, 미완상의 하위 범주를 진행상과 연속상, 방향성 진행상으로 설정한바 있 다.
국어학적으로도 한국어교육학적으로도 한국어의 상 체계를 설정하는 데 에는 논란이 있으나, 이는 하나의 형태소가 반드시 하나의 의미만을 고 정적으로 가진다기보다는 상을 표현하는 문법 형태의 원형적 의미를 파 악하기 위한 것이다. 월리스(Wallace, 1982)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 시제 형태소가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시제가 아닌 양태나 상 등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국어에서도 ‘-았-’의 의미를 보조 동사 에 준하는 상 의미로 파악하는가 하면(목정수, 2000), 기본 의미를 과거 시제로 설정하면서 과거 시제보다는 상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용례를 제 시하는 경우(김천학, 2017)도 있다. 관형사형 어미의 상적 의미는 박진호 (2011)에서 언급한 대로, 과거형 어미에서만 완결상 ‘-(으)ㄴ’과 비완결상
‘-던’의 대립이 있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