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관형사형 어미 지식 습득 연구를 위한 이론적 배경
1. 한국어 관형사형 어미 습득에 대한 이론적 고찰
1.5. 한국어의 어휘상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의 어휘상을 논의에 포함시켰다. 발도비 할리그와 레이놀드(Bardovi-Harlig & Reynolds, 1995)에 따르면 영어 L2 학습자 들은 어휘상에 따라 단순 과거 시제 사용 양상이 달라진다고 하였으며, 박선희(2011)에 따르면 한국어 학습자들 역시 시상 습득에서 어휘상의 영향을 받는다. 어휘상이란 동사에 의해 표현되는 사건성의 자질과 관련 된 의미적 부류로, 끝점이나 한계점 혹은 경계의 여부와 관련된다(Filip, 2012). 문법상과 다르게, 어휘상은 어휘 자체의 동작상적 특징이며 동사 를 의미적 특수성에 따라 분류한다는 점에서 수직적 동사 분류이기도 하
다(고영근·구본관, 2018: 430-431). 벤들러(Vendler, 1967: 97-121)에서는 동사가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것 이외에도 더 세부적인 시간 개념 을 표시한다고 하였다. 우선 동사가 나타내는 행위가 시간적으로 지속되 는 경우에, 이는 끝점이 정해져 있느냐에 따라 그 행위가 동질하냐 그렇 지 않느냐로 구분된다. 예컨대 누군가 30분 동안 ‘달리’거나 ‘걸’었다고 하면, 이는 30분간 쉬지 않고 이 행위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행위는 30분 동안 동질하다. 그런데 누군가 ‘1마일을 걸었다’ 혹은 ‘편지 한 통을 썼다’라고 한다면, 이 행위는 해당 시간동안 지속된다고 할지라 도 매 순간 동질하지 않으며 논리적으로 필연적인 끝점을 향해 가는 것 이다. 한편, ‘알다(knowing)’와 같은 동사는 해당 시간 동안 그 과정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는 해당 시간 동안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 냐에 따라 구분된다. 또한 끝점이 정해져 있는 동사의 경우에도, 해당 시 간 동안 계속 지속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예를 들어 세 시간 동안 ‘(편 지를) 쓰’는 행위는 세 시간동안 계속되는 것이지만, 세 시간만에 ‘도착 하’는 행위는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이 세 시간이라는 것이지, 도착하는 행위가 그 기간 동안 지속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첫 째, [종결성(telic)]에 따라 동사를 분류할 수 있다. 동사가 나타내는 끝점 이 정해져 있느냐에 따라 그 상적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둘째, [지 속성(continuous)] 혹은 [순간성(punctual)]에 따라서 동사를 분류할 수 있다. ‘(편지를) 쓰다’와 ‘도착하다’는 모두 끝점이 정해져 있지만 동작이 지속되느냐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셋째, [상태성(state)]에 따라서도 동사를 분류할 수 있다. 언급된 시간 동안 해당 동사의 과정이 이뤄지는 지 혹은 해당 동사의 상태가 유지되는지에 따라서 ‘알다’와 ‘달리다’와 같 은 동사 간에 상적 차이가 생기게 된다. 위의 세 자질에 따라 동사를 동 작동사(activity verb)와 달성동사(achievement verb), 완성동사 (accomplish verb)와 상태동사(state verb)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를 표 로 나타내면 다음 <표 4>와 같다.
다만 위와 같은 분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벤들러(1967: 97-121) 스 스로도 언급했듯, ‘Are you smoking?(담배 피우고 있니?’과 ‘Do you smoke?(담배 피우니?)’에서 사용된 ‘smoke’는 전자는 동작, 후자는 상태 를 나타낸다는 점에서로 서로 다르다. 또한 ‘to know(알다), to think(생 각하다), to understand(이해하다)’와 같은 동사들 역시 과정을 나타낼 때 도 있고 상태를 나타낼 때도 있기 때문이다. ‘think’와 같은 동사도 대개 는 상태를 나타내지만, 간혹 완성동사로 쓰이기도 한다.
도티(Dowty, 1979)에서는 기본적으로 벤들러(Vendler, 1967: 97-121)의 어휘상 분류를 지지하며 동사의 종류를 동작동사, 완성동사, 상태동사, 상태동사로 나누고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서는 각 동사를 구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표 5>와 같다.
2) ‘존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멈추었다.’라는 문장에서, 그림이 모두 그려졌다고 볼 수는
어휘상 자질 예시
(activity verb)동작동사 [-순간성, -상태성,
-종결성] walk, write (achievement달성동사
verb)
[+순간성, -상태성,
+종결성] reach, win 완성동사
(accomplishment verb)
[-순간성, -상태성,
+종결성] run a mile, write a letter 상태동사(state
verb) [-순간성, +상태성,
-종결성] know, think
<표 4> 벤들러(Vendler, 1967: 97-121)의 어휘상 분류
어휘상
구분 특징
[상태성]에 따른 차이
진행상에서는 비상태성 동사만이 사용된다.
‘강요하다(force)’나 ‘설득하다(persuade)’와 같은 술어에는 비상태성 동사만이 사용된다.
‘의도적으로(deliberately)’나 ‘조심스럽게(carefully)’와 같은 부사와는 비상태성 동사만이 사용된다.
의사분열문에서는 비상태성 동사만이 사용된다.
동작동사나 달성동사가 단순현재시제로 사용될 때는 습관적 의미를 갖는다.
동작동사와 완성동사의
차이
완성동사는 ‘동안(for)’보다는 ‘만에(in)’이 결합한 부사구와, 동작동사는 ‘동안(for)’이 결합한 부사구와
공기한다.
‘한 시간 동안(for an hour)’과 ‘한 시간 만에(in an hour)’이 사용된 문장은 ‘한 시간이 걸렸다(It took ~ an hour to V, 혹은 S spent an hour ~)’는 문장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동작동사에서 ‘한 시간’은 행위가 일어나기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동작동사에서의 ‘for’은 해당 시간동안 그 행위가 일어났음을 의미하지만, 완성동사에서는 그렇지 않다.
진행상에 사용되었을 때 완성동사는 그 행위가 끝나지 않았음을 포함한다.
‘멈추다’와 사용되었을 때, 동작동사는 그 행위가 일어났음을 포함하지만, 완성동사는 그렇지 않다.2)
대개 완성동사만이 ‘멈추다(finish)’와 같은 술어와 공기할 수 있다.
<표 5> 도티(Dowty, 1979: 55-60)의 동사의 특징
그러나 도티(Dowty, 1979: 181-187)에서는 위의 기준에 대하여 문제점 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첫째로, 상태의 변화에 걸리는 시간이 긴가 짧
없다. 그러나 ‘존이 걷는 것을 멈추었다.’라는 문장에서는 존이 실제로 걷는 행위가 일 어났다(Dowty, 1979: 57).
‘거의(almost)’는 완성동사에 사용되었을 때는 행위가 일어날 뻔 했지만 일어나지 않았음, 행위가 일어났으나 종료되지 않았음 두 가지 의미를 가지지만 동작동사에서는 전자의 의미만 가진다.
‘동안(for)’부사구는 동작동사에서는 행위가 반복된 기간만을 의미하지만, 완성동사에서는 행위가 연속된
기간과 반복된 기간이라는 모호성을 가진다.
달성동사
완성동사는 ‘동안(for)’과 ‘만에(in)’모두와 공기하는 경우가 있으나, 달성동사는 대개 ‘동안(for)’과
공기하면 어색하다.
달성동사는‘시간이 걸리다(take)’와 주로 공기하고,
‘시간을 쓰다(spend)’와 쓰이면 어색하다.
‘만에(in)’과 사용되었을 때, 완성동사는 제시된 시간 동안 그 행위가 일어났음을 수반하지만, 달성동사는
그렇지 않다.
완성동사와 달리, 달성동사는
‘끝나다/끝내다(finish)’와 공기하면 어색하다.
동작동사와 완성동사와 달리, 달성동사는
‘멈추다(stop)’와 공기하면 어색하다.
완성동사와 달리, 달성동사에서는 ‘거의(almost)’가 모호성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의미적으로 달성동사와 사용되기 어려운 부사들이 있다. 주의하여, 신중하게, 조심성 있게, 양심적으로,
공손하게 등.
은가에 대해서 구분하기가 어렵다. ‘문을 닫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라고 하면, 실제로 문을 닫는 행위가 한 시간 동안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잠에 드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라고 한다면, 이는 한 시간의 마 지막 순간에 일어난 것인지, 한 시간에 걸쳐 일어난 것인지 구분하기 어 렵다. 둘째로, 상태의 변화가 둘 이상의 연속적 단계를 가지지 않을 수 도 있다. 쿠키를 몇 입에 걸쳐 베어 먹을 경우 이는 둘 이상의 연속적 사건을 포함하지만, 한입에 꿀꺽 삼킬 경우에는 하나의 사건만을 포함하 게 된다. 셋째로, 완성동사와 달성동사의 구분에서, 벤들러는 대개 비행 위주 동작만을 예로 들었으나, 행위주 동사들은 ‘의도적으로’와 같은 부 사와 결합하여도 어색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부차적인 사건을 수반하느 냐에 따라 완성동사와 달성동사가 구분될 수 있다. 결과 사건을 수반할 때는 변화의 여러 단계나 행위주에 무관하게, 부차적 사건을 수반하는
“한정적 간격(definite interval)” 술어를 완성동사, 그렇지 않은 술어를 달성동사로 부를 수 있다.
한국어를 대상으로 한 분류는 구본관 외(2016: 320-32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상태성], [순간성], [완성성] 자질에 따라 동사를 네 가 지로 분류하고, 다시 과정동사에서 의미적으로 형용사에 더 가까운 심리 동사를 분리하여 총 다섯 가지 분류 체계를 제시하였으며, 이는 고영근·
구본관(2018: 440)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다음 <표 6>와 같다.
어휘상 자질 예시
상태동사 [+상태성, -순간성, -완성성 높다, 낮다, 작다 과정동사 [-상태성, -순간성, -완성성] 걷다, 읽다,
울다
<표 6> 구본관 외(2016: 321)의 어휘상 분류
본 연구에서는 과정동사와 심리동사 간에 상적 자질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둘을 반드시 구분하지 않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다만 심리 동사의 활용이 다른 동사와는 다르다는 점에서(구본관 외, 2016: 321) 실 제 문항 설계시에는 심리동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한 제2언어 시상 가설에서 상황의 끝점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순간동사, 과정동사보다는 달성동사와 동작동사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