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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형사제도를 고려한 조건부 석방제도 적용 제안

가. 도입의 필요성

243) 이준보, 사법개혁제도추진위원회 제7차 실무위원회 제출자료 - 법안 검토의견서,

“사개추위형사소송법 등 개정백서”, 대검찰청(2006. 6.), pp.714.

244) 이준보, 사법개혁제도추진위원회 제7차 실무위원회 제출자료 - 법안 검토의견서,

“사개추위형사소송법 등 개정백서”, 대검찰청(2006. 6.), pp.714-716. (당시 검찰 에서는 석방조건 중 위 ‘피해회복을 위한 금원의 공탁’ 부분을 삭제하자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245) Tejaswi Pandit. “Directions to deposit Rs2 lakh compensation for victims as a bail condition for grant of bail: SC says not permissible”. SCC Blog, Jul. 14, 2021. https://www.scconline.com/blog/post/2021/07/14/victim-compensation-2/

한국 형사소송법 제 98조는 이미 보석의 조건을 다양화하여 각종 금 전적 그리고 비금전적 석방 조건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 99조는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의 성질 및 죄상, 증거의 증명력, 피고인의 전과와 성격, 환경 및 자산, 피해자에 대한 정황 등을 고려하여 보증금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어서, 미국의 보석제도처럼 case-by-case 상황을 고 려한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다만 이러한 제도는 구속 후 단계인 구속적부심에서 활용이 가능하 므로, 영장심사단계에 조건부 석방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인 다. 피의자의 헌법적 권리가 영장심사단계에서만 갑자기 줄어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피의자의 헌법적 권리는 공판 전 모든 단계에 걸쳐 일 관되고 동일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한국의 영장심사단계는 구속영장의 발부 또는 기각, 이 둘 중 의 하나밖에는 선택권이 없다. 이는 일찌기 광복 후 한국에서 논의되었던 법률보다도 뒤떨어진 감각의 제도적 구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군정 제 176호를 보면 이보다 훨씬 앞서나간 제도가 이미 들어왔었던 정황이 드 러나기 때문이다. 1948년 당시 미국식 조건부 석방제도를 독일식 대륙법 체계와 비교하며 잘 번역하고 활용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눈에 띈다. 한국 역사에 이미 존재했던 시스템을 다시금 되살려 재정비하고, 시민의 권리 를 보장하는 좋은 취지를 이어나가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미국의 조건부 석방제도는 피고인 단계 보다는 피의자를 위한 시스 템이며 그 기원과 역사가 영국 식민지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 도로 유구하다. 한국이 영장심사단계에 조건부 석방제도를 도입한다면 이 러한 민주주의적 무죄추정원칙과 불구속 수사원칙 등에 잘 부합할 것으 로 보인다. 또한 현대적 감각을 살려 실질주의와 법 절차의 기능성 증진 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 보증금의 책정

앞서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두 가지 방법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 매릴랜드 주(state)나 다른 대부분의 미국 법원처럼 판사의 재량을 넓혀 자율적으로 보증금을 책정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는 캘리포니아 주(state)처럼 bail schedule 제도를 도입하여 일률적인 보증 금 액수를 한국 전역에 걸쳐 책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두 시스템 모두 장단점이 있겠으나, 현재 한국이 운용하는 보석신청 단계에서 판사가 별도의 규제나 제한 없이 보증금을 결정하고 있다면, 영 장심사단계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따르는 것이 실용적일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캘리포니아 주(state)처럼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려면 한국에서는 복잡한 입법 논의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회의가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 인다.

분명히 각 계층에서 의견이 충돌할 것이며, 만일 bail schedule이 결 국에 완성된다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물이 아닐 것이다. 차라 리 원래 취지를 받들어, 판사의 결정 재량을 넓히고 결정의 범위와 선택 의 유연성을 살려 case-by-case로, 판사-by-판사 결정을 하도록 제도를 구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미국에서도 후자 캘리포니아 주(state)의 방 식은 소수에 속한다. 대부분의 다른 미국 주(state)들은 자율적인 사법부 의 판단을 따르고 존중하고 있다.

다.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각종 기술의 활용

오늘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 공공기관은 거의 없다. 한국과 미국의 법무부도 각종 서류의 입력과 기록 관리, 전과 검색 등 여러 분야 에서 업무를 전자화하였다. 이제는 무거운 서류뭉치를 굳이 카트에 실어 이 부서에서 저 부서로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된다. 어떤 기록이나 쉽게 전 자화 할 수 있어서, 만일 행정 관리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사이버 공간에 서 실시간 저장, 공유, 수정, 서명 등이 가능해 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246) 등을 통해 형사사 법절차의 전자화를 촉진하여 신속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형사사법절차의

실현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직도 주요 사건의 경우 서면 기록을 통해 사건내용의 정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향후 형사사건의 전자화가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

보증금을 책정할 때 계산에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 하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다수 의 미국 주(state)법원이 이런 소프트웨어와 앱을 치안판사 업무에 활용 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보증금 결정을 할 때 사실 고려할 요소가 많고 복잡하다. 사건마다 피의자의 상황이 다르고 이를 잘 반영하여야 하기 때 문이다. 선택지가 다양한 만큼 결정도 간단하지 않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통계적인 업무에 각종 디테일을 보완하고 수학적 오류를 방지하는데 사 용하면 될 일이다. 다만 이러한 체계에서는 캘리포니아 주(state)의 체크 리스트 양식이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판사가 자율적으로 보석관련 결정을 하도록 재량을 두되,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각종 기술을 활용할 옵션을 주어 현대 시대에 앞장 서는 법 원 제도를 구상해 보는 것도 유익할 것 같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한국이 IT강국이라는 현실을 잘 활용하면 판사 의 업무를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 실용성이 중요시되는 오늘날, 인공지능은 물론 빅데이터, 전자발찌와 추적시스템 등 각종 현대 기술의 사용은 필수적이 다. 글로벌시대인 만큼, 한국의 좋은 기술과 제도는 외국에 수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처럼 전반적으로 기록을 전산화하여 검찰, 법원 등 각종 부서 간의 협조와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

라. 감독기관의 설치

조건부 석방을 아무리 잘 결정해 놓아도, 피의자가 그 조건을 제대 로 이행하는지 감독하지 않는다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한국은 아마도 피고인 위주의 감독 시스템을 주로 운영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를 위한 영장심사단계에 조건부 석방제도를 도입한다면, 여기에 알 맞은 피의자 감독제도와 기관 역시 준비해야 한다.

미국 실무에서는 예산의 부족으로 인해 보호관찰소의 제도와 장치를 공유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공판 전 피의자를 위한 감독 시스템은 따로 구상하는 것이 적절하다.

마. 신청권과 참여권

미국 매릴랜드 주(state)에서는 검사와 변호사가 initial appearance 단계에서 조건부 석방 절차에 대한 신청권과 참여권이 있는지 여부에 대 해 일찍이 열띤 논의가 벌어진 적이 있다. 결과를 간단히 요약한다면, 신 청권은 없으나 참여권은 있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고 알려져 있다.

어차피 매릴랜드 주(state)에서는 피의자의 신청이 없이도 initial appearance 단계에서 조건부 석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의자의 신청권은 불필요하다. 굳이 신청권을 별도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지은 것이 다. 또한 검사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권리가 있으므로 신청을 굳이 할 필 요가 없다. 다만 변호사와 검사 둘 다 initial appearance 절차에 참여할 권리는 있어서, 석방조건 책정 등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 다고 하였다.

그리고 헌법적인 시각을 감안할 때, initial appearance 절차에 대한 변호사의 참여권은 필수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2013년에 매릴랜드 주 (state) 대법원은 이러한 논리를 판례에서 확정하였다. DeWolfe v.

Richmond 사건에서 대법원은 미란다 원칙이 초기출두 단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옳으며, 피의자가 만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 변호 인을 선임할 수 없다면 국선변호인이 꼭 참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판례는 미국이 형사절차의 첫 번째 단계인 initial appearance에 존재하는 피의자의 헌법적 권리를 명확하게 부각시켰다는 점에 있어서 의미가 있다. 구속영장심사 단계의 피의자의 헌법적 권리를 피고인과 똑 같이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DeWolfe 판례의 이론은 한국의 구속영장심사 단계에 조건부 석방제 도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잘 시사해 준다. 구속적부심 단계에만 피의자 보석조건이 가능한 것은 헌법적으로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구속영장심사 단계의 피의자에게도 동일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제 6 장 결론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심사 단계에서 조건부 석방의 내용에 관해서 는 미국 등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를 도입하였고, 한국도 미군정 법령 176호를 통해 일찍이 관련 제도를 도입한 사실이 있는 사실도 확인 해 보았다. 피의자 단계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조건부 석방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global standard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각국의 제도와 한국의 역사 및 현실적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제 한국에도 공판 전 단계에 조 건부 석방제도를 도입하여 피의자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하 게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공판 전 석방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여러 국가들의 트렌드와 한국적 상황의 특수성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고, 그 과정에서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형사사법제도 운영의 특수성 까지 더불어 고려하여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해 나간다면 공판 전 단계 석방을 통한 피의자의 헌법적 인권을 보장하는데 훌륭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영장실질심사 단계에 조건부 석방을 도입한다면 판사의 선택권이 넓어져 실용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조건을 활용하여 금전적 그리고 비금전적 조건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로 인하여 피의자가 도주하지 않고 법정에 출두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증거가 인멸되는 것을 방지하며, 지역사회와 피해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등 각종 실질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