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Korea Nuclear Reality and Nuclear Arms Control
I. 문제의식
1. 핵공유의 개념과 유형
가. 핵의 국제정치와 핵공유의 개념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등장한 핵무기는 무기 차원 이상의 국제정치적 함의 를 내포하였다. 핵무기는 강대국의 특권을 상징했고, 강대국은 국제정치에서 핵 의 정치화를 추구했다. 즉, 지난 냉전체제에서 국제정치의 핵심은 미국과 소련의 강대국 정치로 압축되었고 그 본질은 다른 국가들이 넘볼 수 없었던 핵무기의 종류 와 수량,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운반수단을 개발하고 보유한 것이었다. 미국과 소 련은 핵의 정치화를 기반으로 우방국과 동맹국을 관리‧통제하면서 핵의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였다.
지난 냉전 시대 공식적 핵보유국들은 또한 거부권을 보유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 사국이었다. 공식적 핵보유국들은 1960년대 후반에 들어와 핵무기의 확산금지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게 되었다. 핵보유국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구 축하여 비핵국가의 수평적 핵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3그러므로 핵보유국
이 비핵국가와 핵을 공유하는 일은 일반적 현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와 핵을 공유했을 경우 전략적으로 핵 억제도 실패할 수 있고, 핵공유로 인해 동맹국에 대한 핵보유국의 영향력 축소에 대한 두려움이나 핵공유에 따른 수평적 핵확산이 발생할 가능성 등이 있기 때문이었다.4
그러나 지난 냉전의 국제정치에서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핵보유국과 비핵국 가 간의 핵공유는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그렇다면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와 핵을 공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핵보유국의 핵무기를 비핵국가의 영토에 배치한 다는 것인가? 아니면 핵무기 배치와는 별개로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에 핵과 관련 된 안보 자원 등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핵능력을 언급할 때, 우리는 단순히 핵탄두만을 말하지 않는다. 즉, 한 나라의 핵무기는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기술, 핵연료와 핵시 설,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과 폭격기, 그리고 잠수함과 같은 운반수단들 이 필요하다. 또한 핵무기 운용과 관련하여 핵군사교리와 관련된 핵전략과 독트 린, 그리고 지휘‧통제체제 등이 요구된다. 따라서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와 핵을 공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핵무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핵분열물질과 핵탄두는 물론 미사일을 포함한 운반수단, 그리고 핵기술과 핵과 관련된 정보 공유와 정책 협조 등과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핵보유국과 비핵국가 간에 일어나는 핵공유는 인적‧물적 교류와 핵연료와 융합 장치의 직접적 이전, 그리고 핵무기 지휘‧통제 체제와 운반수단 등을 구성한다.5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고는 핵공유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핵공유는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의 핵능력 신장에 도움이 되는 유무형의 다양한 안보 자원을 지원‧제공‧협의하면서 이와 관련된 정치적, 안보적 책임과 의무를 공유하는 전 략적 행위이다.또한 핵공유체제는 이러한 핵 공유를 유지‧관리하는 제도적 메커 니즘이다. 핵공유체제는 핵공유의 유형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보이지만 보통 핵정
3 Peter R. Lavoy, “Learning and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in U.S. and Soviet Nuclear Nonproliferation Activities,” in George W. Breslauer and Philip E. Tetlock(eds.), Learning in U.S. and Soviet Foreign Policy (Boulder: Westview Press, 1991), pp.
735~783.
4 Julian Schofield,Strategic Nuclear Sharing (England: Palgrave Macmillan, 2014), pp.
7~14.
5 Chrisstopher Chyba, Chaim Braun, and George Bunn, “New Challenges to the Nonproliferation Regime,” in George Bunn and Chrisstopher Chyba(eds.), US Nuclear Weapons Policy(Washington, DC: Brookings, 2006), p. 142.
보 공유, 핵정책 협의, 핵전력의 공동 기획, 그리고 공동 실행과 연계되어 있다.
참고로 핵공유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인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핵공유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즉, 나토에서 핵공유란 미국의 핵무기 자체를 회원국과 공유하는 것 이 아니라 핵억제에 따른 혜택과 책임, 그리고 위험부담 등 동맹의 핵임무와 관련 된 제반 의무를 공유하는 것이다.6
나. 핵공유의 유형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의 핵능력 신장에 도움이 되는 전략적 행위라 할 수 있는 핵공유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7첫 번째 유형은 비핵국가의 영토 에 핵보유국의 핵무기를 직접 배치하는 기지(basing) 유형이다. 기지형 핵공유는 핵보유국이 적성국의 핵위협에 직면한 비핵동맹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정책의 일환이다. 비핵국가의 영토에 배치된 핵무기 운용과 관련된 모든 관할권은 전적으 로 핵보유국이 담당한다. 기지형 핵공유 유형은 나토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57년 10월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나토에서는 핵공유 문 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했고,8그 과정에서 미국은 자신의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유럽 동맹국의 영토에 배치해 나갔다. 이러한 기지형 핵공유는 냉전 초기 1950년 대 나토 핵공유의 전형이었다.
기지형 핵공유의 실효성으로 흔히 적성국의 핵위협에 대해 핵 대 핵이라는 공포 의 핵균형이 거론된다. 그러나 나토의 역사적 경험은 기지형 핵공유가 서유럽에 확장억제의 실효적 대안이 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소련의 핵능력의 변화 와 나토의 핵전략 변화에 따라 동맹 딜레마를 유발하는 단서가 되었다.9따라서 기지형 핵공유의 단점으로는 핵확산금지조약의 주요 항목을 위배했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적성국의 대항 조치로 전통적인 안보 딜레마의 악순환을 유발할 가능성 이 크다. 요컨대, 기지형 핵공유는 확장억제의 실효성 확대보다는 상대방과의 군
6 NATO, “NATO’s Nuclear Sharing Arrangements,” <http://www.nato.int/factsheets>, F ebruary 2022.
7 Julian Schofield,Strategic Nuclear Sharing, pp. 16~20.
8 G. Gerzhoy, “Alliance Coercion and Nuclear Restraint: How the United States Thwarte d West Germany’s Nuclear Ambition,” International Security, vol. 39, no. 4 (2015), pp.
91~129.
9 Helga Haftendorn, NATO and The Nuclear Revolution: A Crisis of Credibility, 1966-1967 (Oxford: Calrendon Press, 1996), pp. 111~199.
비경쟁과 추가적 핵능력 고도화를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핵공유 유형은 핵보유국이 핵무기 최종 결정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비핵 국가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대여(loaning)형이다. 대여형 핵공유는 핵보유국이 핵 탄두를 제공하고 비핵보유국은 이를 장착하고 운반할 수 있는 운반수단을 제공하 는 분업적 핵공유이다. 하지만 대여형 핵공유에서도 핵 발사의 최종적 지휘‧통제 는 핵보유국이 결정권을 갖는다. 대여형 핵공유는 국내에서 논의되는 나토 (NATO)식 핵공유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논의되는 나토식 핵공유는 지난 냉전 시대 나토 핵공유의 일반적인 양상이었다. 지난 냉전 시대 나토의 핵공유 유형은 1950년대 초반 기지형 핵공유에서 시작하여 1960년에 들어와서는 대여형으로 전환되었다. 즉, 1957년 북대서양이사회가 공식적으로 나토 핵공유 문제를 제기 한 이후 1960년대에 들어와 나토의 핵공유 유형은 핵탄두와 운반수단의 분업체제 에 기초한 대여형이 주를 이루었다.10나토에서 핵공유 유형이 기지형에서 대여형 으로 전환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은 소련의 핵능력 고도화와 미국 본토가 공격받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나토의 핵전략이 대량보복전략에서 유연반응전략으로 바 뀌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핵공유 유형은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의 핵능력 증강에 초점을 두고 이루 어지는 기부(giving)형이다. 기부형 핵공유는 기지형이나 대여형과 달리 핵보유 국이 비핵보유국의 확장억제력 강화를 위해 핵탄두를 제공하지 않는다. 즉, 기부 형은 적성국의 핵위협에 대해 직접적이고 물리적 대응 방안보다는 비핵국가의 잠 재적 핵능력 신장에 초점을 두고 핵탄두가 아닌 다른 핵 구성 요소를 제공한다.
이런 점에서 핵탄두를 제공하는 기지형과 대여형이 경성(hard) 핵공유 유형이라 면 기부형은 적성국의 핵위협에 간접적으로 대응하면서 비핵국가의 핵능력 증강 을 도모하는 연성(soft) 핵공유 유형이다. 연성 핵공유 유형은 주로 핵보유국이 비 핵국가에 핵기술이나 핵물질을 제공하거나 핵운반수단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을 통해 비핵국가의 핵능력 신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기부형과 같은 연성핵 공유는 적성국의 핵위협에 대해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핵 억제력을 확보하지 못해 일견 확장억제의 실효적 대안으로 신뢰성이 낮다고 평가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부형 핵공유는 경성 핵공유와는 달리 적성국의 직접적 도발 을 유발하지 않고 또한 핵확산의 국제적 의무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비핵국가의
10 Marc Trachtenberg, A Constructed Peace: The Making of the European Settlement, 1945-1963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9), pp. 193~195.
잠재적 핵능력을 신장시켜 나갈 수 있다. 과거 이란에 대한 러시아의 핵에너지 지 원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규제를 준수하면서 핵 농축기술 공유를 통해 점진적으로 이란의 핵능력을 강화해 나가는 연성 핵공유의 사례이다.11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지원‧제공한 것이다.
2. 핵공유의 동기와 필요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