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개정 누리과정」 안착을 위한 정책세미나 토론문
정 미 연 서울명일유치원 교사
2020년부터 시작된 2019 개정 누리과정 적용과 더불어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현장 교육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기존에 운영되던 교육과정은 교사의 계획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반면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유아의 의견과 놀이의 흐름이 중심이 되면서 교실에서의 주도권이 교사에서 유아로 넘어가게 되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교실에 디지털 교육이 급하게 접목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까지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되었다. 2020년부터 적용은 되었지만, 사회적 상황과 교사들의 인식 정도에 따라 아직도 교육과정 운영에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진행하는 3년차 연구는 유아교육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성을 제안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반갑게 느껴졌다. 연구에서 제안한 중・단기 방안을 중심으로 교사의 입장 에서 토론해보고자 한다.
첫째, 교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법의 지원이 필요하다.
개정 누리과정 운영에 있어 교사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어왔고, 현장에 있는 교사들 또한 매우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교사의 격차가 교육의 격차를 불러올 수 밖에 없는 교육과정이기에 교사가 연구하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의 요구에 맞는 연수 개설, 평소 연구 시간 확보, 교사들간의 지역네트워크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미 교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많은 연수들이 진행되어왔고 교사들의 참여율 또한 높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초 연수를 실시할 때부터 지금까지 ‘놀이’를 강조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유아’가 뒤로 밀려나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있다. 유아가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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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놀이’가 중심이 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다보니 유아 개인의 성향이 반영되기보다는 주도성을 가진 유아를 중심으로 놀이가 전개되거나, 놀이 확장을 위해 안전이 무시되는 상황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놀이 사례’ 중심의 연수가 아닌 유아 발달을 이해하고, 개개인의 놀이가 존중받을 수 있는 ‘학급 운영 사례’ 중심의 연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교실마다의 특성이 다른 만큼 공동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 교원학습공동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시간 부족, 교원학습공동체 구성의 어려움 등으로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기에 교원들을 위한 플랫폼 구축을 통해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보다 많은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예산지원에 따른 보고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 연구에는 언제나 성공적인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닌데 이를 문서화해서 보고해야만 하는 것 또한 불필요한 행정업무의 가중으로 느껴진다. 순수하게 연구할 수 있는 연구 문화 조성이 중요한 시기이다.
또한 교사의 전문성 제고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연구 시간 확보에 있을 것이다.
하루에 5시간 이상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에 학부모 상담 행정 업무처리 등 교사의 업무 과중으로 인해 우리 반 아이들의 관찰 기록을 분석하고, 놀이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한 학급당 교사가 담당하는 인원이 많아 유아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지원방안을 계획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이를 위해서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는 것이 선행되어야겠지만, 행정전담 업무 인력 지원을 통해 교사의 행정 업무시간을 줄이고 교과 전담 교사 또는 보조교사 등의 인력 등의 지원 으로 공동 교수체제를 수립하여 각 기관 내에서도 공동연구의 기반이 마련되면 좋을 것이다.
둘째, 유아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개선 및 연구가 필요하다.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교육과정의 국제적 동향에 맞추어 유아를 배움의 주체로 인정하며 즐겁게 놀이하며 배우는 과정을 통해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를 경험하며 형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2015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도 연계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초・중등과의 연계성이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유아교육이 초・중등학습의 선행기관처럼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연구결과에서도 나와 있듯이 부모들이 놀이 중심 교육과정에 동의하고 자녀의 긍정적인 변화를 보고하면서도 초등학고 적응을 위한 학습에 대한 요구를
81 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단순히 교육과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분위기와
부모님들의 인식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유아교육은 학습이 중심이 되는 초・중고와는 다른 교육이다. 유아교육은 초・중등처럼 교과과정 중심이 아닌 기본생활습관, 자기조절력 등 기본적인 태도 및 가치 형성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태도 및 가치를 형성하였을 때 지식과 기능을 적절하게 융합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아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부모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효과적인 부모교육을 위해서는 부모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 기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통의 방법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시대의 부모들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선호 하며 쌍방향 소통을 원하고 있다. 가정통신문, 홈페이지 등의 한방향 소통은 부모와의 정보교류에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소통의 방법은 온라인 플랫폼이다. 그렇기에 모든 유아교육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앱이 필요하다.
유아 사진 및 부모교육자료 및 유아 관련 정보들을 안전한 보호망안에서 서로 교류하며, 유아, 교사, 학부모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온전한 안착과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래교육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유아가 줄어듦에 따라 교육예산을 축소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오히려 이 시기에 더욱 과감히 미래교육을 위한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의 방향성이 바뀌면서 좁은 공간 에서 많은 유아들이 모여 앉아 전달되는 지식을 받기만 하는 시대는 끝이 났다. 창의성이 강조되고, 유아 개개인의 능력 개발을 해야하는 시점에서 변화되지 않는 물리적 환경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유아들의 놀이가 마음껏 펼쳐질 수 있는 안전한 공간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물론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 기관들도 있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공간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매우 협소하고 최소한의 바깥놀이 시설도 확보가 안 된 곳이 많다. 따라서 유아들을 위한 물리적 환경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물리적 환경 개선과 더불어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각 지역마다 일정 수준의 환경을 갖추고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유아교육기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유아교육기관은 지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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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른 차이가 매우 크며 교육을 받고 싶어도 원하는 교육기관을 찾기가 어려워 유치원 원아모집 시기부터 유아들은 불합격의 아픔을 경험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를 위해서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전환하여 교육기관으로의 위상을 갖추고, 각 지역에 고루 설치되어 교육철학에 따라 유아가 안전하게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나라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교육과 보육의 적절한 통합과 이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부모의 육아 고충을 함께 나누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부모의 돌봄과 관심이 반드시 필요한 유아기의 아이들에게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모든 아이들을 기관으로 모으는 정책에 대한 고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아 발달 시기에서 부모와의 애착은 삶의 질을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가 자신의 역할을 기관에서 담당해주기를 기대하는 모습이 보여 안타깝다. 그러나 기관에서는 부모가 자식과 함께하며 쌓아가는 신뢰와 사랑은 절대로 대신 해 줄 없음을 인정하고 부모에게 알려야 한다. 한 기관에서 보육과 교육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유아들의 발달 특성을 살펴보았을 때 매우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교육기관에서 보육을 실시하다보니 부모님께서는 교육기관에 머무는 시간 내내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유아들은 과도한 학습 자극에 노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반드시 보육이 필요한 유아가 아닌 경우에도 초등저학년보다도 더 긴 시간 기관에 머물며 유아들은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이마저도 시간이 짧다며 더 많은 방과후 활동의 개설을 요구하며 유아들이 반드시 누려야 할 쉼과 놀이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유아시기에 많은 체험이 필요하다는 미명하에 실상 유아들은 과도한 학습에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 기관 에서 교육과 보육을 함께 진행하되, 교육시간과 보육시간의 분리를 통한 유아들의 권리 보장과 부모교육을 통해 기관에서 모든 역할을 대체할 수 없음 또한 알려야 할 것이다.
다만, 맞벌이 등으로 보육이 꼭 필요한 유아들을 위해서는 유아들이 교육과정을 마친 후에는 보다 편안하고 아늑한 환경에서 충분한 쉼과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인력지원을 통해 유아시기에 성인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