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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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9일 금요일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요구되는 융복합,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려면 대학의 교양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특성화된 교양교육 모델로 평가받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시민교육’
수업 장면.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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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 면
전 인사혁신처장
최근 수년 동안 기업과 학교, 사회에서 교양 교육과 인성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서 기업의 채용방식과 면접방식까지 바뀌고 있 다.이유가 무엇일까.‘교양’이 앞으로 살아갈 인 재의 필수적 역량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일 것 이다.그렇다면 과연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지 금과 같은 형태로 충분할까.
인공지능이 회사를 운영하고 공장을 움직이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몰려오고 있다.최근 세
계경제포럼에서 ‘앞으로5년간710만 개의 일자 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듯이 일자리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국가와 사회,그리고 기 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변화해 왔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혁명을 가지고 올 것 이다.특정 인종이나 국가에 귀속되지 않고 세 계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시대가 개막될 것이 다.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특정 영역의 비 중보다는 기본적 역량을 넓히는 것이 유리하며 이것이 바로 인성교육과 교양교육이다.
현재 대학에서의 전공제도가 미래에도 유효 할까. ‘코딩’을 예로 들자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맞춤교육’을 도입하여 코딩 전문가를 육 성하는 것인지,필요한 인재가 단지 특정 영역 의 전문가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특정 분 야의 전공 교육보다는 폭넓은 소양과 논리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생각하는 영역’이 미래 의 경쟁력이 될 것이고,이것은 결국 교양교육 의 영역이다.
먼저 대학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보다는 학생이 배운 것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예를 들어 단순히 학문적으로 협동의 필요성을 가르 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에 필요한 기본 적 능력인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도덕적 능 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양교육은 창의적이고 전문성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더불어 살아가 는 능력이 중요한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그러 므로 이제 교양교육은 더 이상 전공자의 영역이 아니며,전공과 비전공의 영역을 떠나 모든 대 학 학습자 전원에게 꼭 가르쳐야 하는,전공과 동등한 비중이 있는 영역의 교육이다.
이 같은 교양교육은 ‘인성’과 ‘인문학적 소양’으 로 구분할 수 있다.인성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커 뮤니케이션 능력과 소통,더불어 사는 삶 등 전통 적으로 가정의 영역이었던 부분이 이제 학교가 담당해야 할 영역으로 떠올랐다.한편으로 기존 인문학적 소양의 영역을 확대하여,소프트웨어나 과학기술의 이해까지 보편적 영역의 교양교육의 범주에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전달’이 아닌 ‘활용’을 목표로 한 방식으로 교육의 목표와 학습방식이 바뀌어야 한다.‘어디에 쓸 것인가’가 한층 중요해진 것이 다.지식의 전달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교양교육의 문제는 각 대학의 문제 를 넘어 교육 당국의 전반적인 국가의 미래교육 정책으로 수렴되어야 하며,학생들이 사회에 진 출하고 중요한 활동에 이르는 생애주기를 감안
하여30년 이상의 계획을 갖고 장기적으로 추진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70년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찾 아내 오늘을 만들어 왔다.새로운 대한민국의 미 래 100년을 만들어가자면 그 인재양성의 키는 미 래 사회를 살아낼 세대가 제대로 생존하고 성장 할 수 있도록 그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그 첫걸 음은 교양교육의 재정립과 끊임
없는 추진에 있다.
“교양교육, 대한민국 미래 이끌 인재양성의 첫걸음”
2010년 1월 아이패드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날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정체성을 설명할 때 배경에 특이한 교통 안내판이 보였다.서로 엇 갈린 두 개의 표지판에는 인문학(Liberal Arts) 과 기술(Technology)이라고 쓰여 있었다.잡스 는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 지점에 존재 해왔다. 우리가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애플이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해왔기 때문이다.그동안 사람들은 기술을 따라잡으려 고 애썼지만 사실은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 와야 한다.”
이 말은 기술이 모든 세상을 지배할 것 같은 현실에서 그동안 등한시하거나 퇴조하는 학문 쯤으로 대접받고 있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상징 적으로 웅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인문학이 고 사(枯死)위기에 처했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 지만 인공지능(AI)의 등장을 계기로 제4차 산업 혁명이 닥쳐오는 시대에는 융합의 학문이 필요 하고,이를 위해서는 대학 교양교육의 패러다임 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2010년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
(ACE)을 시작하면서 인문소양 함양을 위한 교 양교육과정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현재85%의 대학에 학부대학,기초교양교육원,교양대학 등 의 이름으로 교양교육 기관이 설립됐다.
경희대는 2011년 대학생 교양교육을 전담하
기 위한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설립해 운영하
고 있는데 대학들의 교양교육과정이 천편일률 적인 데 비해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졸업학점 120학점 중35학점 은 중핵교과,배분이수교과, 기초교과,자유이 수교과에서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양 과정을 들어야 한다.개설 과목만 1000개가 넘는다.‘글
쓰기’와 ‘시민교육’은 이 대학이 강조하는 과목 인데 ‘나를 찾는 글쓰기’와 박경리의 소설 ‘토 지’ 같은 소설을 한 학기 동안 읽는 인문고전교 육도 인기가 높다.
이영준 교양교육연구소장은 “학생들이 자신 의 존재와 살아온 과정에 대해 성찰하며 자존감 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 하는 날이면 수업시간이 눈물바다가 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제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가르 칠 게 아니라 학생이 관심 분야를 찾아 개척하 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며 “공학과 음악이 결 합되는 등 다양한 융합의 시대에 맞게 교육과정 도 변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말했다.
또 ‘독립연구’는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 를 찾아서 과정을 짜고 원하는 교수에게 지도를 부탁하는 방식이다.학생2∼10명이 팀을 이루 고,교수 1명이4개 팀까지 지도할 수 있다.‘에 머슨의 초절주의 연구’ ‘한국비교철학사 연구’
‘시민교육 현장활동의 지속’ 같은 강좌도 있다.
신민지 씨(언론정보학과3학년)는 “다른 수업에 서는 시간과 인원 제한 등으로 한계가 있어 관
심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며 “교수님의 멘토링 을 받으면서 활동 영역도 훨씬 다양해져 만족한 다”고 말했다.
연세대 신입생들은 2011년부터 송도의 레지 던스 칼리지(RC)에서 전원 1년간 교양수업을 받는다. 9개 영역 중8개 영역에서 1과목 이상 씩 기초학문 과목을 골고루 이수해야 한다.문 과는 문과,이과는 이과 관련 과목만 수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 수강을 통해 학문의 폭 을 넓혀주자는 취지다.‘인문사회 학생을 위한 수학’이나 ‘생명과학이란 무엇인가’ 과목을 교 차해서 듣는다.강의실 밖의 체험교육도 중시해
‘사회봉사’ ‘문화예술’ ‘체육’은 필수교양이고 명사초청 특강이나 교내 콘서트 등 학생들의 교 양 함양을 위한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기숙사 생활로 학생끼리 소통할 기회가 많고,학사 지 도교수와 학생 지도교수20명이 학생들을 지도 하고 있다.
연세대 이보경 학부대학 교수는 “대규모 연 구중심대학은 상호 소통이 어려운 단점이 있어 소규모 커뮤니티로 만들고 인문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RC의 설립 목적”이라고 설 명했다.이 교수는 “교양교육을 제대로 하는가 는 다양한 전공의 전담 교수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며 “교양교육은 시간강사에게 시키는 것쯤으로 생각하서는 안
되며 대학 당국이 의지를 갖고 밀어줘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교양교육 개선에 있어 전공중심 의 ‘학과 이기주의’가 큰 걸림돌이라고 강조한 다.교육과정을 전공 위주로 짜려는 경향 때문 에 유연성이 떨어지고 교양교육 담당 단과대나 조직은 힘이 약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학과에 밀리기 일쑤다.
손동현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획일적인 전공 학과 구분의 경계를 낮춰 넘나들 수 있게 교육과 정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기초학문이 발전할 수 있다”며 “학생을 전공학과에 전속시키지 않고 기 초학문 분야에서 여러 학문을 다양하게 교육받게 하는 미국식 학부대학(University College)이나 자유학예대학(Liberal Arts College)이 필요하 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11년 산하에 ‘한국 교양기초교육원’을 두고 대학의 교양교육을 전 문적으로 연구 지원하고 있다.그러나 지원 예 산이 줄어 정부의 교양교육 정책 의지가 후퇴하 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우섭 원장은 “올해 예산이 11억5000만 원
이었는데2017년에는 그나마 6억 원으로 깎였
다”며 “교양교육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윤종 전문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