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 일 3국의 공동 역사책 편찬 문제는 2002년 3월 중국 남경(南京)에서 열 린 “제1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국제학술회의에서 처음으로 제기되었 다. 그 주요한 배경은 2002년 출간된 일본의 일부 고교 역사 교과서가 동아시아 의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적 인식 속에서7) 한 중 일 3국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편찬해서 일본 우익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8), 동아시아의 독자들로 하여금 최 대한 역사 사실을 공유해 상대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공동으로 건설하려는 데9) 있었다.
이 3국의 공동 역사책은 한국에서 “공동 역사 서적의 출간에 첫걸음을 내딛은 것”, “동아시아 3국이 공동의 미래를 위하여 反戰과 평화, 화해를 동아시아 3국 의 후손들에게 들려줄 공동의 역사서”10), “동아시아의 평화를 앞당기는 소중한 첫걸음”, “동아시아 정체성 형성의 계기를 역사에서 찾는 작업의 모범을 제시한 것”11)이라고 평가받았다.
한국 언론에서는 집필 과정에서 3국의 집필자들이 예민한 역사 해석을 놓고
7) 梁美康, 韩中日近現代共同敎科書 《東亞三国的近現代史》 , 博覽群書 2007年 第2期, pp.75~76.
8) 延 琳, 《東亞三国的近現代史》:中、日、韓首次聯手 , 出版參考 2005年 6月下旬刊, p. 12. 구 체적인 출간 배경은 蘇智良, 追求共同的歷史認知 (同舟共進 2005年 第7期); 王希亮, 撥開迷霧 覓珍珠--參加中日韓三国合編&東亞三国的近現代史’略感 (世界知識 2005年 第13期); “歷史不容 扭曲 訪東亞三国的近現代史主要編者(2005.7.5)” (http://news.jschina.com.cn/gb/jschina/
news/node7774/node7775/userobject1ai838771.html); “東亞三國近現代史編者:合編史書不只回擊右 翼”, 新京報 2005.6.3(http://news.sohu.com/20050603/ n225804177.shtml) 참조 바람.
9) “東亞三国的近現代史修訂 糾正日右翼歪曲歷史(2006.5.16)” (http://www.chinanews.com/news/
2006/2006 -05-16/8/729993.shtml); 倪自放, “東亞三国的近現代史:一本書及倡導的歷史觀 (2005.7.24)”(http:// yantai.dzwww.com/xinwen/ytyl/ysyy/t20050724_1134627.htm).
10) 남궁원,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저, “미래를 위한 역사” 서평 , 역사교육 제95집 (2005.9), 309~310쪽.
11) 백영서, 동아시아 평화를 앞당기는 소중한 첫걸음 , 창작과 비평 2005년 가을호, 통권 129호 (2005.9).
첨예하게 맞섰지만12), 자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상대의 의견을 존중해 세 나라 가 공유하는 역사인식을 분명히 했다면서, 이런 열린 자세는 동북아시아의 미래 에 희망을 품게 하는 씨앗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이러한 경험을 발판으로 한 중 일의 학자들과 양심 세력들이 연대한다면, 3국 공동의 역사 교과 서 출간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내었다. 이와 함께 이 책 의 출판을 계기로 일본은 침략 전쟁 과정에서의 ‘加害’ 사실을 인정하고 한국과 중국은 침략 전쟁으로부터의 피해 의식을 떨어냄으로써, 역사 왜곡으로 인한 국 가 간의 소모적 갈등이 종식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리고 3 국의 미래 세대들이 일치된 역사를 배움으로써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 어나 함께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 도 아끼지 않았다.13) 또한 이 책이 비록 부교재이기는 해도 교육 현장에서 활용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종래의 네거티브적 접근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보탬 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14)
한국에서는 이 책이 일본의 한국 지배가 갖는 불법적 강제적 성격을 부각시키 고 그것을 ‘강점’으로 규정한 점, 일본이 도발한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한 점, 한 중(타이완 포함) 양국 민중의 항일 무장 투쟁뿐만 아니라, 皇民化 정책과 創氏改名, 일본군 위안부와 노동자의 강제 동원 등 강압적인 정책을 적시하고, 남경대학살, 무차별 폭격, 세균전, 독가스전, 인체 실험, 성폭력 등 일본군의 잔학 한 행위, 천황의 전쟁 책임 문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청산 과제와 교훈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점15) 등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일부 학자는 이 책이 ① 일본 민중을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묘사함으로써, 19세기 중엽 이후 침략과 전쟁으로 얼룩진 과거의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전쟁에 대한 반성과 평화의 의지를 표현한 점, ② 終章에서 전쟁 보상 문제, 종군 위안 부 문제와 여성 인권, 역사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 신사 문제 등을 제시하고, 학 생들에게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모색하고 청소년 교류와 평화 운동, 시민운동의 연대를 강조함으로써,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동아시아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 12) 한 중 일 3국의 의견 차이에 관해서는 王希亮, 撥開迷霧覓珍珠--參加中日韓三国合編&東亞三 国的近現代史’略感 (世界知識 2005年 第13期), pp. 47~48; 笠原 十九司, 基調報告 未来をひら く 歴 史 の 成 果 と 課 題 と 展 望 ( h t t p : / / 藤 野.jp/~ryuuichi/h010/mirai-wo-hiraku-rekishi/kasahara.PDF), pp. 5~10; 高文研 日本・中国・ 韓国共同研究-未来をひらく歴史(2) (http://critic.exblog.jp/2943042/) 참조 바람.
13) “일본 가해 인정하고 한 중 피해의식 털고”, 중앙일보 2005.5.27; “한 중 일이 공동 집필한 역 사 부교재”, 중앙일보 2005.5.26; 5.28.
14) “한 중 일이 공동 집필한 역사 부교재”, 중앙일보 2005.5.26; 5.28.
15) “한 중 일 공동 역사교재 나왔다”, 국민일보 2005.5.26; “한 중 일 학자 ‘日 역사왜곡’ 바로잡 았다”, 경향신문 2005.5.26; “중일 공동역사부교재 발간, 한국병합 식민정책 등 객관적 사실기 술”, 세계일보 2005.5.27; “한 중 일이 공동 집필한 역사 부교재”, 중앙일보 2005.5.26; 5.28;
“왜곡 교과서 vs ‘미래를 여는 역사’ 비교”, 세계일보 2005.5.26; 동아일보 2007.5.27; 김인호, 미래를 여는 역사, 민중의 삶을 통해서 그린 새로운 동아시아 역사교과서 , 역사와담론 제41
동아시아에서의 역사인식 공유 노력과 한계 (윤휘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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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편적인 가치로 규정하고, 한 중 일 3국 국민 모두가 공통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로서 제시한 점16), ③ 민중적 차원에서 동아시아 3국의 연대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는 점, ④ 책의 집필 과정에 전문 연구자들만이 아니라 중등학교 현장 에서 역사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도 참여함으로써 서술 내용을 학생들의 눈높 이에 맞추었다는 점, ⑤ 풍부한 사진과 그림, 지도 자료를 제시하고 다양한 인물 들을 다룸으로써 역사 사실의 이해도를 높이고 재미를 더하였다는 점, ⑥ 節마다
“역사 들여다보기” 코너를 마련하여 본문에 대한 보충적 지식 전달을 시도했다 는 점, ⑦ 여성에 대한 紙面 할애에 신경을 썼다는 점, ⑧ 각 章의 끝마다 “생각 해 봅시다”라는 항목을 설정하고, 마지막 장에서 역사 교과서와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따로 다룸으로써 아픈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역사를 만 들자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17) 등을 장점으로 제시했다.
한편 중국에서도 공동 역사책에 대한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이것은 2005년 6 월 공동 역사책의 중국어판 출판 기념식 때 중국의 언론 출판 매체를 관장하는 중앙선전부, 中共中央外宣辦, 新聞出版總署 등의 대표들이 참석해 연설을 했을 뿐만 아니라18) 수많은 방송국 신문사의 기자들이 취재에 열을 올렸다는 점에서 도 엿볼 수 있다. 중국의 대표적 언론인 中國網에서는 “중 일 한 삼국의 학자들 은 공동으로 역사책을 편찬했고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발전이라는 각도에서 삼국 의 근대사를 직시했다. 삼국의 학자들은 세계화 추세가 날로 심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로운 발전에 초점을 두고 더 넓은 시야로 역사 문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데 인식의 일치를 보았다. 따라서 그들은 동 아시아 미래의 장기적이고 평화로운 발전이라는 각도에서 삼국의 근대사 및 상 호간의 관계를 주시해야 하며 이러한 정신으로 역사 문제를 반성해야 한다는 공 통된 결론에 이르렀다.”19)라고 공동 역사책의 출간 의미를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인 검색 사이트 百度(Baidu)는 이 책에 대한 중국 내의 반응을 이렇게 정리하였다. “중국의 청소년들은 남경대학살, 731세균부대, 삼광작전(三光 作戰) 등 일본군이 저지른 가혹한 가해 행위에 대해 깊은 인상을 갖고 있고, 한 국의 청소년들은 조국을 상실하고 심지어 조상과의 연계마저 단절된 고통스러운 기억을 갖고 있으며, 일본의 청소년들은 동경 대공습,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자 탄 투하 등을 기억하고 있다. 이처럼 전쟁에 대한 기억을 달리하고 있는 동아시 아 3국의 교육 환경을 고려해볼 때, 이 역사책은 한 중 일 3국의 청소년들이 역
16) 앞의 글,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저, “미래를 위한 역사” 서평 , 312~313쪽.
17) 앞의 글, 미래를 여는 역사, 민중의 삶을 통해서 그린 새로운 동아시아 역사교과서 , 343쪽;
http://news.hankooki.com/1page/life/200505/h2005052519203423340.htm; 위의 글, 한중일3국공동 역사편찬위원회 저, “미래를 위한 역사” 서평 , 309~310쪽.
18) 社會科學文獻出版社, 中、韩、日三國歷史共同讀本<東亞三国的近現代史> 中文版首發式在京擧 行 , 當代韓國 2005年 夏季號, p. 5.
19) “東亞三国近現代史中文版首發(2005.6.9)”(http://www.china.com.cn/zhuanti2005/txt/2005-06/
09/content _5885056.htm).
사를 정확하게 인식해서 공동으로 미래의 동아시아 평화를 건설해나가도록 하려 는 데 편찬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 역사책은 ‘미래를 개척하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20)
중국 귀양(貴陽)의 중학교사 루루즈(盧履智)는 이 책이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 하고 자국 역사의 한계를 뛰어넘어 동아시아 역사의 전반적인 각도에서 공동 편 찬을 통해 정의로운 세력이 역사인식 문제를 공유해 일본 우익세력의 역사왜곡 의 기본 관점을 비판하고 3국 인민의 역사인식의 공통 기반을 조성했다. 이 역사 책은 역사문제를 둘러싸고 일본과 주변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인식상의 차이를 해결하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실험이며, 향후에 기타 국가와 함께 공동으로 보조적인 교재를 편찬하는 데 첫 물길을 열었다. 이 책은 3국 민중의 소통과 교류의 다리를 놓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의 창문을 열어놓았 다.”고 평가했다.21) 또 어느 학자는 이 책을 “3국학자들의 공동 노력의 결과물이 자 동아시아를 하나의 역사가 상호 연계된 정합체로 인식해 실험적으로 서술한 역사책인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노력의 결과물”22)이라고 평 가했다.
중국사회과학원 副秘書長 허빙멍(何秉孟)은 “한 중 일 삼국의 정의감을 지닌 학자들이 공동으로 삼국의 근현대사를 편찬한 것은 삼국의 교류를 강화시켰고 삼국이 공동의 역사관을 지니도록 촉진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과 주변국 사이에 역사문제 이해를 둘러싸고 존재하는 큰 차이를 해결했다 는 데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실험”23)이라고 평가했다. 中國新聞出版總署圖書 管理司 司長 우상쯔(吳尙之) 역시 이 책이 “한 중 일 삼국의 청소년들이 정확한 역사 지식을 획득하고 후대의 사람들이 상대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아시아 미래의 발전과 번영을 공동으로 추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 아시아 각국 간의 교류와 합작을 촉진하는 데 이로울 것이다.”24)라고 평가했다.
이 공동 역사책 편찬 작업에 참여한 上海사범대학 역사학과 주임교수 쑤쯔량 (蘇智良)은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향후에는 북한, 타이완, 동남아 국가들과도 연합해 국경을 넘어 공동으로 역사책을 편찬해 동아시아 일체화를 위한 작업을 할 수도 있다.”25)는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또한 그는 이 책의 의미를 “심오한 역 사적 경험에 바탕을 둔 책”, “미래를 여는 역사책”, “우리들로 하여금 동아시아 20) 東亞三國的近現代史, 百度百科(http://baike.baidu.com/view/1155473.htm); “中日韓共同編纂
東亞近現代史承認南京大屠殺(2005.6.9)”, 新華網(http://news.xinhuanet.com/newscenter/
2005-06/09/content_3065156.htm)..
21) 盧履智, 以史爲監面向未來-淺談<東亞三国的近現代史>出版的意義 , 中國貴州省委黨校學報 2005年 第4期, p. 72.
22) 張志强, 21世紀好書榜 , 書城 2005年 第7期, p. 77.
23) 앞의 사이트, “中日韓共同編纂東亞近現代史承認南京大屠殺(2005.6.9)”; “中日韓合編東亞歷史敎科 書中文版首發式實錄(2005.6.9)”, 中國網(http://www.sina.com.cn 2005年06月09日12:14).
24) 위의 사이트, “中日韓合編東亞歷史敎科書中文版首發式實錄(200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