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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역사책의 문제점과 역사인식 공유의 한계

한 중 일의 공동 역사책은 상술한 호평과 더불어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들 도 지적받았다. 첫 번째 지적은 공동 역사책의 편찬 과정에 참여한 국가나 민족 들이 한 중 일 3국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이 책에서는 일본 한국 중국 이 동아시아를 대표 대행하고 있을 뿐, 편찬 과정에는 북한 타이완 몽골 러시아 베트남이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동아시아의 역사적 국경을 허무는 작업의 의미가 한정될 수밖에 없으며, 집필 분담에서도 현재의 국민 국가를 단위로 삼고 있어서 국가를 형성하고 있지 않은 민족은 서술 내용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이다.42) 물론 동아시아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가 혹은 동아시아에 베트남이나 러시 아까지도 집어넣을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많은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43), 동아 시아의 역사인식 공유를 위한 첫걸음 속에 북한 타이완 몽골 등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41) 앞의 감상기.

42) 앞의 글,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저, “미래를 위한 역사” 서평 , 317쪽.

43) 상세한 내용은 권소연, 동아시아사 인식과 교육에 관한 고찰--동아시아 근대사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교육학과 박사학위논문, 2013), 30~34쪽, 122~123쪽 참조 바람.

다음으로 자주 지적받는 부분은 전체적인 서술 구도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수탈과 한 중 양국의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로 짜여 있어서 한 중 일 3 국의 국민 국가적 틈바귀 내지 이들 국가 상호간의 유기적인 관계와 다양성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즉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적 주체와 관련하여, 침략 행위 를 한 일본이 주체가 되고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행위 때문에 피해를 입고 저항 했다는 식으로 되어 있어, 한국과 중국은 일본 제국의 종속 변수로 서술될 뿐 독 자적인 역할과 의미를 지닌 역사의 주체로서는 묘사되지 못한 것 같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내부 각국 간의 상호 모순과 그 중첩이 일원적 일방적으로 일본의 모 순만으로 파악되어 단순화되고 말았다. 이 책의 부제가 ‘동아시아 근현대사’인 점 과 관련시켜 동아시아의 근현대사를 고찰할 때, 일본의 침략 전쟁이 중심축이 되 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과연 동아시아의 역사상을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만 수 렴해도 좋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책에 서는 ‘동아시아’라는 공간이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환원되고 있어서, 19세기 후 반부터 20세기까지를 다룬 ‘通史’가 아니라 ‘주제별’ 내용, 즉 ‘일본의 침략 전쟁 을 둘러싼 역사 사실을 3국이 공유’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 은 내셔널 히스토리(국사)를 넘어서지 못했으며 오히려 내셔널 히스토리를 강화 시키는 결과를 낳았다44)는 역설적 평가까지 받고 있다.

공동 역사책의 구성 체계가 그렇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배경을 지적하지 않 을 수 없다. 즉 공동 역사책이 출간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공동 편찬에 참 여한 한 중 일 3국학자들의 관점이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즉 한 중 양국 학자들은 침략 행위를 부인하는 일본 우익 세력들의 행태와 일본의 우 경화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반성을 촉구해야 한다는 데 공감 했던 것이다. 여기에 일본 제국의 군국주의적 행위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戰後 역사학’의 입장에 선 일본 측 인사들도 그러한 입장에 공감하고 공동 편찬에 참 여했기 때문이다.45) 게다가 처음에는 한 중 일 3국학자들의 역사인식 공유 차원 에서 공동 역사책의 편찬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던 중국 정부가 편찬 작업이 가시 적인 성과를 드러내면서 성공 가능성이 농후해지자, 편찬 작업에 적극적인 관심 을 기울이고 협조를 함으로써 중국 측 참여자들의 동기를 자극하고 적극성을 불 러일으켜 공동 편찬의 속도를 가속화시킨 배경도 작용했다. 이처럼 3국의 이해관 계와 국내적 배경이 작용하면서, 이 책은 일본 제국의 침략 행위와 그에 대한 저 항에 편찬의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지닌 역사 서술상의 한계가 세 나라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수 44) 앞의 글, ‘동아시아사’의 가능성: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저,미래를 여는 역사에 대하

여 , 413쪽.

45) 이것은 일본 측 집필진의 대표격인 오비나타 스미오(大日方純夫) 교수가 “이 책의 출간은 일본 의 우익 정객과 우익 학자들의 은밀한 역사왜곡 행위에 타격을 줘서 그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유효한 방법”이라는 언급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中日韓學者共撰東亞近現代史 ,亞洲週刊

동아시아에서의 역사인식 공유 노력과 한계 (윤휘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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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될지 좀 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분명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저지른 ‘加害’와 그로 인해 한국인과 중국인이 입은 ‘피해’를 좀 더 많이 그리고 강력하게 전달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침략-저항’이라는 이분 법적인 서술 방식은 한국과 중국의 기존 역사 교과서에서 상당히 강조되어 있어 이미 익숙한 것이므로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동아시아적 정체성을 갖게 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이 같 은 수탈과 저항의 시각을 너무 단순한 것으로 여기고 일본 근대사에 대한 자학 (自虐)과 自讚을 넘어선 새로운 역사인식의 틀을 원하는 일본 독자들에게는 이 책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46) 그래서인지 일본 민중도 침략 전쟁으로 피해를 크게 보았으며, 일본 역사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함 께 서술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47)

더 나아가 이 책의 주요 구성 틀이 일본의 침략-중국과 한국의 저항이라는 이 분법적 구도에 치우쳐 있다 보니, 중국과 조선 사이의 역사상의 쟁론에 대해서는 인식을 공유하지 못하고 회피하고 말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면 조선 이나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제국주의적 간섭이나 압력 행위, 주권 유린적인 만 행48), 조선의 근대적 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작용 등에 관한 서술이 배제되어 있 다는 점이다. 가령 청조의 위안스카이(袁世凱)가 1882년 임오군란 이후부터 1894 년 청일전쟁까지 조선에 파견되어 자행한 오만방자한 행태나 주권 유린 행위, 조 선의 발전을 저해하고 재해를 초래한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당시 조선의 입장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청조나 일본 모두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 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적 침략 행위를 서슴지 않은 국가들이었던 것이다.49)

또한 중국의

南方周末

에서도 보도된 것처럼,중국학자와 한국학자 사이의 또 다른 논쟁점은 청일전쟁(중국에서는 ‘中日甲午戰爭’이라 칭함) 때 청군이 조선 에 출병한 사실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점이었다. 한국의 교재에서는 청 군의 조선 출병을 ‘침략’으로 간주한데 비해, 중국학자들은 당시의 청조와 조선은 藩屬관계를 맺고 있었고 조선은 청에 조공을 하고 있었으므로 ‘근대의 침략’과 같은 성질의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50) 그렇지만 청군의 조선 출병 목 적이 외세의 침략에 반대하는 동시에 부패하고 무능한 조선정부를 타도하기 위 46) 앞의 글, 동아시아 평화를 앞당기는 소중한 첫걸음 .

47) 앞의 글, 東アジア歷史認識共有の第一步 , p. 230.

48) “東亞三國的近現代史的評論”(http://book.douban.com/review/1001553/).

49) 이 문제와 관련해 편찬에 참여한 중국학자들은 청조가 조선에 출병한 목적은 옛날부터 유지되 던 조공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절대로 조선을 중국의 식민지로 만들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설득하려고 했다. 이와 아울러 당시 일본이 이 기회를 틈타 조선에서 중국 세력을 축출하 고 조선을 통제해서 그들의 대륙 확장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보루로 삼았다는 점을 대조적으로 제시했다.(王希亮, 撥開迷霧覓珍珠--參加中日韓三国合編&東亞三国的近現代史’略感 ,世界知識2005年 第13期, p. 47)

50) “中国人民的感情被傷害了(2006.6.4)”(http://club.qingdaonews.com/showAnnounce_41_3800676 _1_0.htm).

해 봉기한 동학농민을 무력으로 제압하려는 데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것 은 제국주의적 침략행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 다른 각도에서 이 책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1945년 이후 동아시아 현대사에 관한 서술상의 문제이다. 우선 戰後에 형성된 동아시아의 새로운 모순, 즉 냉전에 관한 서술이 거의 없고51), 현대사의 흐름을 동아시아 무대로 축소시켜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세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선 미국 중심의 체제 개편과 그에 따른 동아시아 3국의 역사적 변천에 대해서는 소홀히 취급되었다는 점이 다.52) 그것은 이 책이 1945년 이후의 현대사보다는 1945년 이전의 역사적 유산이 왜 정리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었는가에 초점을 두다보니, 미국 중심 으로 진행된 일본의 戰後處理의 한계와 그것을 야기한 미국-소련 간의 대립 구도 를 서술의 중심에 놓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53) 그러한 의미에서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과제는 일본의 침략 전쟁이 남긴 傷痕에 20세기 후반 냉전 체제의 모순이 겹쳐지면서 야기된, ‘일본의 침략 전쟁이 초래한 대항 과 모순’54)인지도 모른다.

또 다른 지적으로, 이 책은 중국혁명, 남북한의 대립과 한국전쟁, 한국군의 베 트남전 파병과 韓日 修交의 상관성, 일본을 선두로 한 동아시아 각국의 비약적 경제 성장의 배경과 원인, 외교적 대립 속에서도 급속하게 진전되는 경제적 문화 적 상호 교류 현상 등의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충분히 제시 해주지 못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란다.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은 제국주의의 희생자였던 한국 국민도 언제든지 침략 전쟁에서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이것은 침략과 전쟁이 단지 일본이라는 이웃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한국 의 청소년이 단지 일본에 대해 피해 의식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 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외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55)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책은 명실상부한 동아시아 역사를 구현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은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인식 형성과 관련하여, “한 중 일 3국 의 역사적 交集合은 무엇이고 각국의 역사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餘集合은 무엇 인가?”에 대해 충분한 답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침략과 저항의 맥락을 제외하 고, 이 책을 통해서 지식과 문화, 사회관계의 맥락에서 3국의 공통분모와 다양성, 독자성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 주제를 놓고 3국을 비교 51) 앞의 글, ‘동아시아사’의 가능성: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저,미래를 여는 역사에 대하

여 , 415쪽.

52) 앞의 글,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저, “미래를 위한 역사” 서평 , 316쪽.

53) 앞의 글, 東アジア歷史認識共有の第一步 , p. 233.

54) 앞의 글, ‘동아시아사’의 가능성: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저,미래를 여는 역사에 대하 여 , 4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