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서술한 내용을 통해서 V씨는 본인이 처한 여러 시,공간적 제약의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다고 말했던 여러 응답자들과는 달리, 그는 집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고 말하였다. 이는 그가 현재 막 출산한 아이 때문
에 전혀 집 밖 외출을 할 수 없음에도, 스마트폰이라는 모빌리티스 재화 를 활용한 가상 이동을 통해 친구들과의 연결을 지속하고 있었기 때문이 다. SNS커뮤니티에 강하게 소속되어 있으면, 오프라인 모임에 나갈 수 없어도 관계 지속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삶의 모습은 그가 생각 하는 이상적인 삶인 '기능'과도 맞아떨어진다. V의 삶에서 기능은 다문 화 주부 모임의 회장으로서 사람들을 '묶어놔주는' 것, 그리하여 다 같이 잘사는 것이다.
네네네 하하하.. 뭐 옛날 그런거 없지만은 한 2년, 3년 됐을거에요. 이런 카톡방 도 하고 왜냐면 제가 회장에 올랐을 때부터 제가 그런거 만들어 놨으니까. 묶어 놔주고, 그래서 같이 친하고, 힘든 사람 있으면 도와주고. 하여튼 마음에서부터 도 도와주려고 그래요.
네 지금은 저는 (출산 때문에 잠시) 안 나가지만은 혹시 모임 하면은 다른(새로 운) 사람 올 수 있어요. 작년에 그랬지만은 지금은 못 나가니까 큰소리(큰 활 동) 못하고. 그래도 작년… 올해에도 지난달에. 읍장님에서 전화 또 줬어요. 밥 같이 먹으러 나가라고.
여기는 애기가 계속 있으니까 집에도 있고 여유도 괜찮고. 그게 좀 되야 되니 까. 그 정도 할 만한 능력은 또 돼. (새마을회 관계자 Y)
V씨에게 있어 가사 노동과 어머니역할로 인한 시간 제약의 특성, 즉 늘 집에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작은 마을 단위에서 오히려 항상 집에 있고 늘 방문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이점으로 작용하였다. 항상 집에 있고 수시로 응답할 수 있는 회장은 공장의 주야간 일을 하거나 하우스 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여성들보다 방문하기 편한 존재이다. 남편의 차로 읍내 안에서만은 이동이 용이하다는 점도 여차하면 다른 사람을 만나러 외출하기 편하다는 이점으로 작용하였다. 이처럼 V씨를 통하여 일반적 인 의미의 제약이 오히려 개인의 맥락과 만나서 다른 사회적 활동의 가 능성으로 뻗어나가는 양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V씨는 처음 모임을 만들고 밴드를 만들면서 모두가 같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결혼이민여성들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같은 결혼이민여성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같은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급한 일이 있으면 서로 도울 수 있고 짧은 시 간 동안 얼른 모임을 가질 수도 있다. 가족끼리 안면이 있는 경우도 많 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시간과 공간의 중첩된 제약으로 인해 외출이 어 려운 여성들에게 실제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웃이나 가족보다 도 더 큰 존재로 다가오고 있었다.
제 6 장 결 론
제 1 절 연구 요약 및 함의
본 연구에서는 공주시 결혼이민여성들이 겪는 모빌리티스 제약의 매커 니즘을 제 1층위 사회 환경적 맥락과 제 2층위 개인적 맥락에서 확인하 였다. 토대역량으로서의 모빌리티스 분석틀을 통해 결혼이민여성들은 공 간 환경과 젠더화된 사회 관계라는 사회 환경적 맥락을 공간 접근성과 시간 주권성의 개인적 맥락으로 받아들이며, 이에 보편적인 결과로 나타 나는 행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간 접근성을 제약당한 결과 이들의 이동 행태는 읍내로 제한되거나, 외부 자원과 네트워크로부터 고립되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이동 자체가 제한되기도 하였다. 또 한 시간 주권성 제약의 결과 결혼이민여성들은 시간 자원 및 주체성이 대체로 결여되어 있어 배우자의 시간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막연하고 불확정적인 미래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특성을 보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모빌리티스를 토대역량으로 설정하여, 이를 활 용하는 여성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위해 어떠한 능동적인 전략 과 협상을 거치는지를 동시에 확인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전지구적으로 이동의 속도와 스케일을 확대시키고 보편화시킨 모빌리티스는 결혼이민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이는 연구 내에서 결혼이민여성들이 사물 이동 및 가상 이동을 통하여 제한된 육체 적 이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탐구할 수 있었다. 이는 읍면부 단위까지도 스마트폰 사용과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이 보편화된 한국의 농촌이라는 맥락이었기에 관찰 가능했던 현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의의는 첫째 거시적 차원에서 주로 이용되었던 모빌리티스 이론의 요소들을 토대역량 접근과 접목하여 미시적 차원의 연구가 가능 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모빌리티스 이론은 국제 이주나 집단 이주 등 의 거대 현상, 혹은 모빌리티스 시스템의 진화라는 거대 인프라의 성장
을 주로 다루어 미시적이고 개별적인 현상을 분석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 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에 모빌리티스 이론의 요소들을 세분화시켜 양적 연구에서 활용할 수 있게 만든 Urry의 ‘네트워크 자본’, Kaufman의
‘자본으로서의 모틸리티(motility)’등의 연구만이 존재하였으나, 이들은 이 동의 잠재력을 평가할 뿐 실제 이동이 갖는 의의에 대해서는 평가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진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동을 토대역량으로 설정함으 로서, 이동이 곧 개인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성취할 수 있게 하는 자유 라고 정의하였다. 따라서 이동의 확대는 자유의 확대를 의미하며, 이는 Sen의 이론이 갖는 의의와 동일하게 지역 발전 및 이동성에 관련된 인 프라를 평가하는 대안적인 시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두 번째 의의는 젠더 관점이 도시 지역 계획을 평가하는 데 에 있어서 유용하며,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는 것이다. 그간 이동성에 관련된 인프라 개선에 있어서, 그간의 도시 지 역 계획 정책은 부족한 물리적 하부구조의 저량을 보충해야 한다는 관점 하에 전개되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성차에 따라 지역 내 인프라의 수요 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공주시 결혼이민여성들 의 경우에는 이륜차 도로의 수요, 읍면 외부로 빠져나갈 교통 수단에 대 한 수요, 버스 계절의 영향에서 안전한 버스정류장의 수요, 스마트폰 온 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수요 등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자는 이 에 따라 도시 지역 계획에 있어 단순히 물리적 하부구조에 대한 개선 이 상의 세심한 고려가 요구됨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그 동안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한 많은 국가 적 조사 및 연구들이 그 목소리를 대변하여 왔으나, 이동성이라는 관점 에서는 연구가 전무하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결혼이민여성을 대상 으로 한 가장 대규모 조사인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조차도 사회 적 네트워크나 삶의 질을 측정하는 문항은 존재하지만, 이동성을 측정하 는 문항은 없다는 것이 이러한 관점 누락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토대역량으로서의 모빌리티스 관점을 통해 이동이 자유이자 보장 되어야 하는 권리임을 확인하였다.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받은 결혼이민
여성들은 그렇지 못한 여성들에 비해 더 많은 자원에 접근하고,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있었으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이렇게 결혼 이민여성들이 이동의 권리를 보장받아 좋은 삶을 누리는가의 여부는 이 들을 일원으로 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다른 일원들과 그 자녀에게도 영 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국가적 단위의 실태조사에 이동성이 포함되어,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 2 절 연구의 한계
본 연구의 첫 번째 한계로는 연구 대상자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가 있 다. 연구자는 공주시 다문화건강가족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연구 대상자를 모집하였으며, 이후 현지 관계자들의 소개와 여성들의 소개를 통해 최대 한 다양한 연구 대상자, 특히 읍면부 거주자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 다. 그러나 현지 관계자들조차 접근이 어렵고, 모든 움직임이 가족들의 감시 하에 놓여 있는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의 대상자들은 센터로의 외출이 자유로운 상태이거나, 혹은 가족 들이 연구에 호의적인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는 가정 방문, 가족들의 허락 구하기, 센터 로 오기 전의 이야기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기, 추가 면담 등의 노력을 하였다.
두 번째 한계로는 분석틀 상의 변수들이 갖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자 는 모빌리티스 제약을 제 1층위와 제 2층위로 나누었고, 사회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로 젠더화된 사회 관계와 공간 환경을 들었다. 그러나 실상 젠더화된 사회 관계와 공간 환경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것이며, 특히 도시 및 지역의 건조(built-in) 환경의 경우 여성의 수요가 과소 반영되 었으므로 그러하다. 그러나 분석의 용이함을 위해 이 두 가지 요소를 나 누어 정의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보다 명료하게 모빌리 티스에 관한 문제 의식을 설정하기 위해 결혼이민여성들이 처한 여타 사 회적 맥락, 특히 인종과 경제 상태를 누락시켰다. 이로 인해 본 연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