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역할과 가사 노동에 대한 전반적인 응답에서 남편들이 주중 및 휴일에 이러한 돌봄, 가사 및 가정관리 활동에 참여한다는 응답은 매우 적었다. 특히 휴일에는 육체 노동 및 건설업에 종사하는 남편들이 술을 마시거나 피곤하다고 하며 외출을 거부한다는 응답도 들을 수 있었다.
시부모가 함께 사는 집이 많이 있었으나 시어머니는 대개 나이가 많아 큰 도움을 줄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친구 및 가족 네트워크 가 한정된 결혼이민여성들의 경우에는 대신 아이를 맡길 사람도 여의치 않았다. 외부 물정에 어두운 대상자들은 키즈카페나 아이들을 맡길 만한 유료 서비스 등의 대안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24시간 지속되는 어머니역할과 가사는 이들의 일상 속 시간뿐 만 아니라 미래 계획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항상 육아 및 가사에 동원되어 있다는 사실은 결혼이민여성들 개인 안에
서 스스로 시간을 통제한다는 감각을 빼앗고 있었다. 동시에 결혼이민여 성이 실천할 것으로 기대되는 어머니역할은 자녀를 둔 여성이 어머니로 서 양육 및 돌봄의 역할을 다하는 데에 자신의 모든 시간을 투입하게 되 는 기제가 되었다. 따라서 어머니역할과 가사는 결혼이민여성들로 하여 금 시간 주권을 빼앗고, 동시에 미래 계획에 대한 상상력을 제약하는 요 인이 되고 있었다. 취업 계획이 있느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나온 다음의 응답들로부터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마 나중에요... 왜냐하면 우리 남편... 너무 나이 들었어요. 한국... 아이들 대학 가는 것 정말 비싸요. 정말 비싸요.14) (C, 동부 거주)
응. 나중에 조금 더. 애기 조금 더 놓고. 아이 크면. (M, 동부 거주)
네. 애기 학교 가면./네. 그래도 일은 하루 동안은(전일제) 안 될 것 같아요. 그 냥 아르바이트 하고 싶어요. [...] 애기도 (셔틀 버스) 타고 집에 오잖아요. 그러 니까 일하면 시간이 안 맞잖아요. 애기 오기 전엔 집에 있어야 돼. (K, 읍면부 거주)
나도 일 하고 싶은데. 시간이 안 맞아서 계속 아무것도 안 해. 응응. 시간이 안 맞아서. 네. 하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회사 그럴 시간이.. 아홉시나 아니면 어 떨 때는 여덟시잖아 여덟시 반 시작하고. 그리고 여섯시까지. 우리 애기 다섯시 에 오는데. 여섯시까지 하면 우리 어머님 봐줘야 되는데 못 봐주고. 그래서 일 하고 싶어도 일 못해요. 애기. (P, 읍면부 거주)
K씨와 P씨의 '애기 오기 전에는 집에 있어야 한다'는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어머니역할과 가사는 결혼이민여성들로 하여금 시간 자원을 빼
14) 연구자 번역. 원문은 “maybe later. because I want to have my husband... he's so old. I want to... him because Korean.. it's so expensive like children going to university. it's so expensive.”
앗아 취업 및 교육 등을 모두 미래로 미루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시 간 조정이 아이 위주로 돌아가면서, 자신 위주의 계획을 하지 못하게 만 들었다. 따라서 결혼이민여성들의 머릿속에서 미래에 대한 계획들은 확 정되지 않은 채로 모호한 바람으로써 남아 있었다. 연구자가 미래 계획 을 물었을 때 현재 유급노동에 종사하고 있지 않은 다수 여성이 취업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말에서 취업은 모두 아이가 어느 정도 큰 이 후, 미지의 시점에 실행될 것으로 묘사되었다.
[그림 9] 토대역량으로서의 모빌리티스 접근으로 본 대상자 R의 사례
제 5 장
모빌리티스 제약의 극복 전략 사례제 1 절 사물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