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저는 그냥 그냥 하는데, 그래도 ㄷ읍만큼 나갈 수 있는데 공주만큼 나가면은 저는 아직 자신 없어요. 왜냐면은 저는 가면은 누가 옆에서 같이 가면은 제가 가는데 혼자 갈 만큼의. 아무래도 좀 힘들어요. 사고 날까봐. 도로에 차가 많아 서 제가 아직 그런거 감이 못 잡혀서 좀 무서워 가지구요. 그래서 어디 가면 저 도 몇 번은 신랑 같이 해서 공주 나갔는데, 신랑이 옆에 가면 신랑이 말해 주니 까 어떻게든 했는데 신랑이 없으면, 혼자 운전하면은 어떻게 하지 하고…
축제 있으면은 가까우면 가는데 너무 멀으면 포기하게 돼요. 멀으면은 신랑이 (시간) 안 맞으면은 못 가요. 네 저는 그런거(읍 밖으로의 운전) 부담이고, 신랑 은 또 시간이 되야 가고, 저 아버님이 트럭 끄니까 그건 못가고. 문제 많이 있 어요 (V, 읍면부 거주)
V씨는 남편의 차를 이용해 읍내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모임을 갖기도 하지만, 읍 외로 차를 가지고 나가는 일은 ‘자신 없어요’ ‘좀 힘들어요.
사고 날까봐.’ ‘도로에 차가 많아서 제가 아직 그런 거 감이 못 잡혀서 좀 무서워 가지구요’ 등으로 응답하였다. 이처럼 일상 필요를 넘어서는 외출에 대해 배우자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V씨나 다른 여성들이 차이가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신랑은 매번 이들의 외출에 협조적이지는 않았으 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이동은 읍내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 장에서 논의하였듯이 결혼이민여성들의 몸은 가족의 공공재처럼 다루어지며, 외출은 허락이 필요한 문제이다. 결혼이민여성들은 한국 정 착 초기부터 '도망' 담론을 의식하고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야 하는 문제에 부딪힌다. 여성은 '도망' 담론에 맞서, 또 결혼이민이라 는 불안정한 계약 위에서 진정한 가족 되기에 힘써야 하고, 그 첫 번째 증명은 빠른 임신이다. 그러나 임신으로 인해 불안정한 건강 상태와, 임 신한 몸의 관리에 무엇보다 힘써야 한다는 가정 내 분위기는 여성들로 하여금 외출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떨어지게 만든다. 이는 여성들로 하 여금 정착 초기에 제도적 지원 및 외부 네트워크로부터 고립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각 가정의 분위기에 따라 출산 이후에도 가족들의 감 시나 동반의 실천이 느슨해지지 않는다면, 이는 곧 결혼이민여성이 외부 의 정보, 친구 네트워크 등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태를 지속시켜 고립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구속과 감금의 유경험자인 대상자 F와 O의 인터뷰 응답은 이 과정을 명시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연구자: 버스는 왜 안 타 보셨어요?] 타고 싶었는데! 몇 번 타는 것 몰라요. 어 디까지 가는 것도 모르고. [연구자: 써 있는 것 있잖아요.] 써 있는데래두 어디 어딨는지 몰라요. 왜냐면 안 나가니까. (웃음) [연구자: 한국어를 이렇게 잘 하 시는데 봐도 헷갈려요?] 예. 그런데 우리 집 주변이 있잖아요. 이거 어딨고 이 쪽은 어딘데요. 지금은 몰라요. 안 가니까. 그래서 집에만 있구 애기를 돌보구 학교 가잖아 학교 가구 오구 데리구 집에 바로 오구. 그래서 나가는 것 전혀 없 어요. [연구자: 그러면 답답하거나 하진 않으세요.] 그거 있어요. 답답하면은 심 심하면은 그냥 숨을 (크게 두 번 들이쉬고 내쉰다). 그러면 그냥 지나가구 괜찮 아요. 그러면 뭐 어떡해 만날 사람 없잖아요. 갈 데도 없구. 그래서 집에만 밖에 없잖아요. (F, 읍면부→동부 거주)
[그림7, 8] 대상자 F의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 초혼과 재혼 당시
연구자가 대상자 F에게 공주시에서 외출하는 곳과 알고 있는 곳을 전 부 그려 보라고 요청하였을 때, 감금 상태에 있던 초혼 때와 현재의 그 림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초혼 당시 F씨의 외출을 허락하지 않는 남편과 살 때에, 그의 주변에 대한 지식은 걸어갈 수 있 는 마을 내의 범위로 한정되었다. 그리고 단 한 노선을 알고 있는 버스 를 통해 센터를 오갔다. 재혼 이후 F씨는 매일 어디든 데려다 주는 남편 을 만났고, 이는 그가 버스 노선을 익혀볼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결과적 으로 그의 외출은 다시 한 번 도보로 걸어다닐 수 있는 집 주변과 남편 의 배달 차량으로 돌아다니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F씨는 정착 초기 한 차례 고립을 겪었고, 감시와 폭력을 가했던 전 남 편과 이혼을 통해 결별했다. 오랜 한국 생활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언 어와 낯선 환경이라는 제약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났다. 남편은 F씨가 가 고 싶다면 대체로 이동에 협조적이다. 하지만 남편에게 이동을 의존하면 서 그는 다른 이동 수단에 대한 접근의 기회가 없었고, 자연히 이동의 목적지가 될 공주시의 편의 시설들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졌다.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 생활 속에서 친구를 사귈 일도 없었다. '만날 사람 없잖
아요. 갈 데도 없구.'라는 F씨의 말처럼, 만날 사람과 목적지가 없다는 사실은 F씨에게 여전히 추가적인 이동을 방지하는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대상자 O의 경우 필리핀 출신으로, 센터에서 필리핀 사람들은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른 필리핀 출신인 P씨의 말처럼 센터를 통하지 않고서도 자주 연락을 주고 받고, 친구들끼 리도 모임을 한다. 카카오톡 채팅방과 페이스북에서 자주 이야기를 하며 정보를 나누고, 계를 만들어서 함께 돈을 모으고 놀러가기도 한다. P씨 는 센터에 다니는 필리핀 사람은 거의 다 모임에 참여한다고 하였지만, O씨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집에서 보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P씨가 참여하는 필리핀 모임에서는 새로 생긴 식당 등 외출에 관한 정 보와 센터에서 무료로 나눠 주는 물품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었다. O씨는 이러한 정보에서 유리되어 있었으며, 어차피 모임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응답하였다.
보통 (필리핀 사람들) 여기 다문화센터에서 만나는데 요즘은 다 알고 있으니까 연락해 가지고. 어디 모임 있어. 필리핀 모임도 있어요. 필리핀 친구들 모임 있 어. 페이스북그룹도 있어요. 서로 소개시켜 줘요. 카카오톡 채팅방에 이십명? 삼 십명인가? 있어요. 이거 필리핀 사람들 많아요 공주시에. 많아요.그냥 모임 이런 거 우리는 이만원 [...] 한달에 이만원? 만들었어요. 돈 모으려고.네. 모아요. 모 아서 나중에 필리핀 가고 싶으면 돈 가져가도 되면 필요하면 달라고 하면 줘요.
담당하는 언니. 여기. 좀 오래 됐어요. 언니. XX언니. 여기 온 지 오래 됐어요.
십오년인가? (P, 읍면부 거주)
여긴 필리핀인들 있어 근데 전 안가요. (가족들이) 안 보내고. 근데 나도 말 안 하고. 어떻게 싫어하는 걸 아니까. 어떻게. 그거 잔소리가 싫으니까. 그렇게 하 는 거에요. 어떻게 뭐냐 이야기하면은 어떻게 그 사람은 어떻게 살어 하는거 다 른 사람 부러워 할라고 그렇게 안 보내나 봐요. 그렇게 내가 그렇게 살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에요.만나지 말라고. 음.. 답답하기도 하고. 근데 뭐냐 그냥 집에 서 자거나 해요.(웃음) 그냥 자요. 아니면은 드라마 봐요. (O, 읍면부 거주)
대상자 O처럼 이동에 늘 허락과 가족의 동반이 필요하고, 이동에 대 한 접근성이 하락하는 제약 상황에서 대표적인 모빌리티스 재화인 차량 과 면허는 이동으로 치환되지 못한다. F씨와 O씨는 둘 다 면허 보유자 이지만, 아예 운전을 하지 않거나 혼자 운전을 하지 못한다. F씨의 경우 에는 남편의 차량 외에도 차량이 있지만 상술하였듯 목적지에 대한 정보 가 부족하고 또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고, O씨의 경우에는 자유로운 외출 자체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면허 딴 이유는) 아들을 데리고 밖에 좀 놀으려구. 어디 재미있잖아요. 어디 축 제 있나 그러면 축제 가서 구경하고 싶어요. 그래서 면허증 땄어요. 근데 면허 증 땄는데 문제는 밖에 나가는 길이 자신감 없어요. 왜냐하면 차가 너무 많아 서. 그렇지요. 신랑 옆에 자주 이렇게 가르쳐 주면 괜찮은데 신랑도 시간이 없 구 이것도 안하구 낚시하구. 그냥. 면허증 따구 안 따구 똑같어. 면허 딸 때는 우리 아들 밖에 구경하고 싶어서. 그거만. 신랑 기대지 않구 내가 아들 데리구 밖에서 이런 것 구경하구 저런 것 구경하구. 그래서 땄었는데 근데 쉽지 않아요 (한숨) (F, 읍면부→동부 거주)
(면허 딴 이유는) 음.. 운전을 배우라고 해서. 편하니까. 어디 가기 쉽게 갈 수 있잖아요. 어떻게 우리 집에는 저기 다 머니까요. 마트도 멀어요, 시장도 멀어 요, 은행도 멀어요. 모든 게. 근데 농사도 다들 필요하잖아요. 어떻게 저기 농사 도 저~기 걸어 가면은 힘들잖아요. 짐도 저기도 놓구 그러면. [연구자: 그러면 별로 생각 없었는데 아버지가 따라고 해서 따신 거에요?] 네. 뭐냐. 어디가면은 운전하라고. 아버지는 (농사) 갖다 놓은 거에 내가 언제든 저기 뭐냐 이렇게..
(O, 읍면부 거주)
이미 일차적으로 자유로운 이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빌리티스 재화는 쓸모가 없었고, 추가적인 이동으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F씨는 집
에 남는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응 답하였다. O씨의 경우에는 자동차를 이용하여 실제 운전은 하고 있었지 만, 늘 가족의 동반 하에 지정된 목적지를 오가는 이동을 하고 있었으며 운전에 대해 자유롭다거나 재미있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O씨 의 이동은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의 기능들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강제된 이동이었으며, 이는 자신의 행복을 실현시키기 위한 토대역량으 로서의 이동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이처럼 대상자 F와 O의 경우를 통하 여 공간 접근성 제약이 곧 외부 자원 및 네트워크로의 단절을 낳고, 추 가적 이동을 방지하여 고립을 심화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 2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