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권력 집중은 중앙집중과 동일시되고 있다. 그러나 권력집 중의 구조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할 수 있다. 여기서는 수평적 권력집 중과 수직적 권력집중의 두 가지 양식을 구별한다.179 수직적 권력집중 은 중앙, 지방, 기층의 관계에 있어서 기층, 지방으로부터 수직 위계에서 최상층인 중앙에의 권력집중을 의미한다. 수평적 집권은 중앙, 지방, 기 층의 각 행정단계의 어느 한 단계의 동급 수평 레벨에 여러 기관이 존재 할 때, 그 중 하나의 기관에 권력이 집중되는 형태이다.
1978/79년 개혁․개방이 시작되어 전통적 체제가 변화하기 이전 중
국의 경우에는 각급 당위원회를 중심으로 권력이 수직적 그리고 수평적 으로 집중되어 있다. 수직계선에서 중앙으로부터 기층까지 각급 당위원 회가 존재하며, 이들 간의 관계는 명령-복종의 수직적 지배관계이다. 그 런데 각급 당위원회는 수평 방향의 여타 국가기관, 사회단체에 대하여
179趙宏偉, 中國の重層集權體制と經濟發展 (東京: 東京大學出版會, 1998),
pp. 14-18.
명령-복종의 수평적 지배관계를 형성한다. 다시 말해, 각급 당위원회는 각 분야, 결국 수평 권력을 집중할 뿐 아니라, 수직 권력, 결국 아래에 대해서도 절대적 지도를 행하도록 되어 있다.180 어느 해당 단위의 비당 기관은 동급 당위원회에 명령-복종관계로 복속되어 있지만, 해당 비당 기관의 행정상 상급기관과는 업무상 협조관계만을 맺고 있다.
소련의 경우에는 권력이 각 부문계선별로 나뉘어져 수직적으로 중앙 집중되어 있다. 다시 말해, 당, 행정기관, 경제기관, 사회단체 등이 각각 독자의 명령-복종의 수직적 위계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개별 계선의 권 력은 해당 기관의 최상층에 집중되어 있다. 최상층에서 당기관은 여타 비당기관에 대해 수평적 지배권을 행사한다. 이점에서는 중국과 동일하 다. 중국과의 차이는 당의 상하 계선의 명령-복종관계가 존재함과 아울 러, 각급 행정기관 사이에 별개의 명령-복종관계가 병렬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상층 이하의 수직 위계의 어느 행정 레벨에서 해당 당 위원회는 동급 레벨의 비당기관에 대해 제한된 지배권만을 행사한다.
즉, 최상층에서만, 당이 여타 기관을 수평적으로 지배하는 관계가 나타 난다.
중국형 권력 체계는 각급 레벨에서 수평권력을 집중한 당위원회의 수 직위계 구조를 가진다는 뜻에서 다층집권체제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당기구 중심의 권력체계 역시 다층집권체제로서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당기구 중심의 권력체계는 ‘수령’-당 중앙위원회-도당위원회-시․군당 위원회-공장당위원회 또는 리․동초급당위원회의 다층위계로 되어 있 다. 이와 같은 체제의 핵심은 각급 당위원회를 중심으로 권력이 수직적 그리고 수평적으로 집중해 있다는 것이다. 수직계선에서 중앙으로부터
180毛里和子, “毛澤東時期の中國政治,” 毛里和子, 毛澤東時代の中國 (東
京: 日本國際問題硏究所, 1990), p. 3.
기층까지 각급 당위원회가 존재하며, 이들 간의 관계는 명령-복종의 수 직적 지배관계이다. 그런데 각급 당위원회는 수평 방향의 여타 국가기 관, 사회단체에 대하여 명령-복종의 수평적 지배관계를 형성한다. 나아 가 당위원회 내부에서도 당비서를 중심으로 수평 권력이 집중해 있다. 당 중앙위원회의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비서국, 이차적으로 비서국 내의 조직지도부, 그리고 다음으로 총비서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그 이 하의 각급 당위원회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다. 매개 당위원회에서 당비서와 그 산하의 조직비서에게 권력이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 다. 이와 같은 각급 당위원회 및 당 책임비서에의 수평적 권력 집중 때 문에, 당정일체화, 당군일체화, 당사회일체화의 현상이 나타난다.
북한에서 이와 같은 다층집권체제는 제도적으로 1950년대 말~1960 년대 초에 탄생했다.181 1960년 1월 15일에는 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 회 결정 「국가기관 및 경제문화기관들에 대한 당의 령도와 통제를 강화 하기 위하여」가 채택되었다. 여기서 제기되었던 ‘당위원회의 통일적 지 도체계’는 “각급 당위원회들이 해당 단위의 모든 사업을 통일적으로 틀 어쥐고 지도하며 국가, 경제기관, 교육문화기관, 협동단체, 근로단체 등 모든 기관, 단체들과 그 일군들은 예외없이 해당 당위원회의 지도 밑에 움직이며 해당 부문과 단위 앞에 나서는 모든 중요한 문제들은 당위원 회에서 집체적으로 토의결정하고 그에 기초하여 집행하는 혁명적인 당 사업체계”라고 정의되었다.182
181박형중, “60년대 전반기 북한에서 지방당 중심의 공업관리체계 수립 과정과 내 용,” 현대북한연구, 6권 2호 (2003), pp. 89-132; 다음의 글도 여기의 취지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근식․함택영, “지방 당사업체계의 형성과 발전과정,” 최완규 엮음, 북한 도시의 형성과 발전 (서울: 한울, 2004), pp. 64-114.
182이러한 제도의 시원은 ‘1958년 조선인민군 연합부대들에 당위원회를 내오고 집 체적 지도를 실현한 경험’이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불멸의 혁명업적 7: 주체형의 혁명적 당건설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8), p. 352; 이러한
이 맥락에서 1961년 「대안의 사업 체계」가 건설되었다. ‘대안의 사업 체계’는 보통 공장관리체계의 변화 차원에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안의 사업체계’가 성립하는 전후 맥락을 보면, 북한에서 소련식 당-
국가 체계가 중국식 ‘당의 일원적 지배’체제와 유사한 형태로 전반적으 로 전환하는 가운데, 공장관리에 관해서는 소련식 ‘지배인유일제’를 중 국의 ‘당위원회 지도하 지배인 책임제’와 유사한 ‘대안의 사업체계’로 바 꾼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는 1960년대 후반의 정치변동을
거치면서, ‘수령’에의 권력 집중이 급격히 심화되며, 1972년 헌법 제정에
의해, 주석을 국가최고 직책으로 하며, 그 아래 중앙인민위원회라는 당 과 정의 혼합체를 설정하고, 그 하부 조직으로 지방에 각급 인민위원회 를 조직함으로써, 일단 완성․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183
북한식 당 중심의 다층집권체제에서 핵심 기관은 각급 단위의 최상기 관인 당위원회이다. 황장엽에 따르면, ‘대안의 사업체계’란 ‘수령의 유일 적 영도를 보장하기 위한 사업체계’로서 수령이 당조직을 통하여 모든 단위, 모든 기관을 영도하는 사업체계이다. 그런데 원래 ‘대안의 사업체 계’는 원칙상 각급 당위원회에 의한 집체적 지도체계이기 때문에, 당비 서, 행정책임자, 사회단체 책임자, 안전기관 책임자들이 집단적으로 토 의하여 당위원회의 결정과 분공에 따라 사업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군대의 당위원회 제도는 늦어도 1960년 9월까지는 유일관리제를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강화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김일성, “인민군대내에서 정치사업을 강화할 데 대하여(조선로동당 인민군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한 연설, 1960년 9 월 8일),” 김일성저작집 24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8), p. 351.
183김근식은 이를 ‘시스템으로서의 수령제’라고 하며, 이것이 1998년 헌법개정 이 후 ‘직할지배’로 변화했다고 한다. 김근식, “김정일 시대 북한의 당․정․군관 계 변화,” 한국정치학회보 , 제36집 2호 (2002 여름), p. 362; 그런데 이미 이른바 ‘시스템으로써의 수령제’ 내부에, 김정일의 입장에서 볼 때, 직할통치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고착화된 제도와 규범은 개인독재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견상 ‘시스템’의 성격을 갖추었더라도 그 ‘시스템’이 얼마나 명실상부하게 기능했느냐는 다른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는 당위원회가 당비서에 의해서 관리운영된다. 당위원회를 직접 운영하 는 것은 당비서이고 해당단위의 사회단체 조직들과 안전기관․사법검 찰기관․적위대 같은 것은 행정책임자에게는 전혀 속하지 않고 당비서 와만 연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184
따라서 수평적으로 당비서는 정치, 행정, 사법, 사회단체, 민간무력 등 관할 구역 전반에 대한 모든 권한과 권력을 집중한다. 즉, 당비서는 첫 째, 해당 단위의 간부 임명권을 가지며, 둘째, 문제가 발생할 때 경찰 및 비밀경찰은 해당 단위의 행정책임자가 아니라 당비서에게 보고하고 결 론을 받으며, 셋째, 직업동맹조직, 청년조직 등 모든 사회단체 뿐만 아니 라, 민간무력인 적위대도 당비서의 관할 하에 있다. 넷째, 행정사업은 행 정책임자가 책임지지만, 그 지도권은 당비서가 가지며, 사실상 당일군과 행정기관 일군들 사이의 관계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가 된다.185 이 러한 권한과 위상의 차이 때문에, 당 기구의 행정대행은 구조적으로 근절 할 수 없게 된다. 구조적으로 행정경제일군의 위상이 당일군 보다 낮기 때문에, 행정경제일군이 일을 주관하게 되면 통솔력이 떨어지며, 해당 기 업 또는 기관의 업무 성과에 대한 추궁은 초급당비서에게 돌아가는것이 주된 이유이다.186
각급 당비서는 수직 위계상으로 볼 때 당 중앙위원회의 조직지도부의 유일적 지도선을 통해 지도통제되며, 각급 당위원회의 당비서들은 수령 의 유일적 영도선의 대표자로 된다. 중앙당에서는 당비서국, 나아가 조 직지도부와 조직비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당 중앙위원회 책임비서에게 권한과 권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단위들에서 당책임자
184황장엽, 북한의 진실과 허위 (서울: 통일정책연구소, 1998), p. 88.
185황장엽, “북한의 인권문제(1999.5.15),” p. 22.
186김진호, “조선노동당 ‘초급당’의 실상,” Keys , 38호 (2003년 9월호), p.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