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주요 내용
북한은 1998년 1월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전국 자력갱생모범일군 대회」에서 ‘고난의 행군’을 공식 마감하고 ‘주체의 강성대국’이 혁명과 건설에서 당면한 목표임을 천명하였다.29그리고 북한은 1998년을 ‘사회 주의 강행군’의 해로 규정하였다. 고난의 행군이 위기극복을 위한 행군 이라면 강행군은 혁명과 건설을 위한 재도약을 위한 행군이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의미를 지닌다. 북한지도부는 고난의 행군으 로 지친 인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줌으로써 새로운 방 식으로 인민들을 동원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우리의 후대들이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 대한 천박한 부러움이 없이 이 땅우에서 태여난 조선
28이찬행, 김정일 (서울: 백산서당, 2001), p. 781.
29 로동신문 사설,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강행군 앞으로,” 1998년 2월 3일.
민족된 행운을 영원히 가슴뿌듯이 느낄수 있도록 우리 세대도 그 어떤 천신만고도 달게 여기며 기어이 주체의 대강국을 웅장하게 일떠세울것 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30동시에 명실상부한 김정일 정권의 출범에 대비하여 김정일 정권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요구되었던 것이다.
한편, 1998년 당시 고난의 행군은 끝났지만 실제로 북한에서 경제난 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명적 군인정신은 여전히 위기관리 담론으로서 효과적이었다. “죽음도 두려워 않는 결사관철의 정신, 자력갱생의 정신, 혁명적 낙관주의정신”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는 강계정신을 “혁명적 군인정신이 사회에 구현되어 창조된 정신”으로 규 정31한데서 혁명적 군인정신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따 라서 강성대국론의 등장은 인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의 제시와 위기 의 관리라는 시대적 요구를 담을 수밖에 없었다.
북한지도부가 굳이 강성대국이라는 담론을 사용한 이유를 두 가지 측 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라는 표현은 이미 북한 인민들에게 식상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세상으로 치부되어 버렸다는 것 이다. 그러므로 강성대국이라는 새롭고 신선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 를 보완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둘째, 강성대국은 열심히 일하고 참고 견 디면 가까운 장래에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우리가 지금 일시적으로 난관을 겪고 있지만 멀지 않아 사회주 의강성대국을 건설할수 있습니다”라는 김정일의 말이나 “강성대국은 우 리의 눈앞에 바라보인다. 우리의 포부는 몇세대후에 빛을 볼 료원한 꿈
30 로동신문 정론, “강성대국,” 1998년 8월 22일.
31 로동신문․근로자 공동 논설, “강계정신으로 억세게 싸워나가자,” 2000년 4월 22일.
이 아니며 단순한 리상만이 아니다”라는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다.32 강성대국론이 공식화된 것은 1998년 8월 22일 정론 「강성대국」을 통 해서였다. 정론에 실린 강성대국론의 내용 중 중요한 것을 발췌․해석 하면 다음과 같다.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성격은 주체성과 사회주의성이 결합된 것이다. 주체적 성격은 자주, 자립, 자위의 실현과 인민들의 자주적이며 창조적 인 삶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사회주의적 성격은 인민의 자주적 요구와 영원한 리상국이라는 표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강성대국은 주체의 사회주의나라이다. 근로인민대중 이 력사의 당당한 자주적주체가 되고 자주, 자립, 자위가 실현되여 그 어떤 지배와 예속도 허용하지 않는 강대한 국가, 정치와 군사, 경제와 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봉우리에 우뚝 솟은 나라, 인민들의 자주적이며 창조적 삶이 활짝 꽃피는 행복의 락원 … 실 로 주체의 사회주의강성대국은 착취와 억압, 가난과 무지, 침략과 략탈, 지배와 예속으로 얼룩진 지난 시대의 반동적, 반인륜적 국가 건설사에 종지부를 찍고 인민의 자주적 요구, 인류의 념원을 전면적 으로 꽃피워주는 영원한 리상국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주의란 높은 단계의 사회주의를 의미하는 것으 로 해석할 수 있다. 왜냐하면 동 정론에서 “우리 인민은 일찍이 주체사 상을 구현하여 두 단계의 사회혁명을 우리식으로 빛나게 수행하고”라 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력사적 단계란 두 단 계의 사회혁명, 즉 반제반봉건인민민주주의혁명과 사회주의혁명의 다 음 단계인 높은 단계의 사회주의혁명, 즉 공산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2 로동신문 정론, “강성대국,” 1998년 8월 22일.
강성대국건설은 주체의 기치밑에 전진해온 우리 혁명의 새로운 력 사적단계의 필연적요구이며 한없이 거창하고 영광스러운 민족사적 성업이다.
강성대국론에서는 사상강국과 군사강국의 일차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성대국건설 방식도 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의 순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언제나 그렇게 하시였던것처럼 사상과 군대를 틀어쥐면 주체의 강성대국건설에서 근본을 틀어쥔 것으로 된다. 올 바른 지도사상, 자주적인 정치철학, 풍만한 사상정신적재부가 없고 강력한 군력에 의해 수호되지 못하는 나라는 아무리 강대국행세를 해도 허장성세에 지나지 않는다. 사상의 강국을 만드는것부터 시작 하여 군대를 혁명의 기둥으로 튼튼히 세우고 그 위력으로 경제건설 의 눈부신 비약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 장군님의 주체적인 강성대국 건설 방식이다.
그리고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서는 일심단결, 자력갱생, 그리고 결사투 쟁의 정신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8월 22일 정론이 발표된 이후 강성대국론은 북한의 공식매체들에 의
해 빈번하게 보도되었다. 사회과학출판사가 2000년에 출간한 「사회주의 강성대국건설사상」에 나타난 강성대국론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33
강성대국이란 국력이 강하고 모든 것이 흥하며 인민들이 세상에 부 럼없이 사는 나라이다. 강성대국건설론이란 김정일이 김일성에 대 한 절대적 충효심이 발현되고 인민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발현되며 김정일의 비범한 예지와 선견지명이 구현된 것이다.
33사회과학출판사, 사회주의강성대국건설사상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2000).
사상강국이란 주체사상으로 일색화되고 수령결사옹위정신의 결정 체이며 반동적 사상과 브르조아생활양식을 철저히 배격하는 나라이 다. 정치강국이란 자주적인 정치를 실시하고 전체 인민의 일심단결 이 가장 높은 수준에서 실현되며 국제정치무대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모든 문제를 자기의 의사와 요구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가진 나라이다. 군사강국이란 주체적인 군중시의 정치가 빛나게 구현되고 정치사상적으로나 군사기술적으로 튼튼히 준비된 참다운 혁명군대를 가지며 전국이 요새화되고 전민이 무장하고 군 대와 인민이 하나로 일심단결된 나라이다. 경제강국이란 자립성과 주체성이 철저히 보장된 민족경제를 가지며 경제의 모든부문이 현 대화되고 모든 생산과 경영활동이 과학화되어 있고 인민들에게 유 족하고 풍부한 물질문화생활조건을 충분히 보장하여 주는 경제를 가진 나라이다.
이와 같은 강성대국을 실현하기 위한 방침으로서 첫째, 당의 영도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당의 영도적 권위를 백방으로 강화하고 전체 인민을 강성대국건설 전투에로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직정치사 업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사상중시노선을 견지하기 위해서는 김정 일의 혁명사상을 철저히 구현하고 계급적 입장을 튼튼히 지키며 제 국주의와의 마지막까지 견결히 싸우는 정신으로 무장하고 자력갱생 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양해야 한다. 셋째, 선군정치를 철저히 구현 하기 위해서는 인민군대를 적극 내세우고 정치사상적으로나 군사기 술적으로 더욱 튼튼히 준비하고 군민일치를 철저히 실현하며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총대중시의 사상과 관점으로 확고히 무장하고 군사사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넷째, 과학기술중시기풍을 확립 하기 위해서는 전반적 과학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세워 과학 기술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투쟁을 힘차게 전개하고 전국적인 기술 혁신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 강성대국건설에서 걸린 문제들을 해결하며 모든 일군들과 근로자들이 과학기술발전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가지고 이 사업에 선차적인 관심을 돌려야 한다.
8월 22일 「노동신문」 정론이 사상과 군사를 중시한다면 「사회주의강
성대국건설사상」에서는 여기에 과학기술을 중시할 것을 추가했다.34이
341998년 8월 말에 있었던 광명성 1호의 발사로 인해 세계여론의 주목을 끌게 되자
는 2000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사상, 총대, 과학기술이라는 3대 기둥을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실천과제로 제시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35 따라서 3대 기둥 중에서 사상의 중시는 북한에서 별도의 강조가 필요없는 항시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므로 사실상 강성대국건설의 핵심 실천과제는 총대중시와 과학기술중시로 집약될 수 있다. 이는 총대중시를 통해 당면 한 위기를 관리하고 과학기술중시를 통해 경제강국이라는 희망을 추구하 겠다는 강성대국론이 등장하게 된 시대적 요구와 일치하는 것이다.
총대중시는 선군정치를 통해 발현되었다. 북한은 1995년 1월 1일 김 정일이 이른바 ‘다박솔 초소’로 불리우는 124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선군 정치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선군후로’, ‘선군혁명령 도’, ‘군중시사상’과 같은 용어들이 등장하였지만 선군정치라는 용어는
1998년 5월 26일 “군민일치로 승리하자” 제하의 「로동신문」 정론에서
처음으로 나타났다.36그리고 선군정치가 김정일의 정치방식으로 공표 된 것은 1999년 6월 16일자「로동신문」․「근로자」 공동논설을 통해서다. 공동논설은 선군정치를 “군사선행의 원칙에서 혁명과 건설에 나서는 모 든 문제를 해결하고 군대를 혁명의 기둥으로 내세워 사회주의위업 전반 을 밀고나가는 영도방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마디로 군대를 통해서 혁명도 하고 건설도 하자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의 위상 및 역할과 관련 하여 한국의 학계에서 군사국가화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으나 북한이 자신의 정치체제를 ‘군중시의 당․국가체제’, 즉 당의 지도하에 군사선행 원칙이 실현되는 정치체제라고 규정함에 따라 일단락되었다.37
이를 추가한 것으로 보임.
35 로동신문 신년공동사설, “당창건 55돌을 맞는 올해를 천리마 대고조의 불길속 에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 2000년 1월 1일.
36“군대와 인민의 사상의 일치, 투쟁기풍의 일치, 생사고락의 일치는 오늘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펼치시는 위대한 선군정치의 심원한 본질.”
37김철우, 김정일장군의 선군정치 (평양: 평양출판사, 2000), p. 5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