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에 대해는 남북한 정부의 기본인식과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이루고자하는 정치적 목표가 서로 상이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일 되자, 남한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과 흡수통일을 논의하고, 북한은 생존을 위해 핵무기 개발 등에 몰두하면서 미국과 갈등이 격화되고,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체제유지와 사회 안정에 전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 황을 고려하면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은 애초부터 남과 북에게 부차적인 것이었다 고 볼 수 있다.
셋째, 정치 군사적으로 냉전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남북한의 현실에서 남북기본합 의서와 같은 급진적인 화해와 협력을 위한 합의는 이행될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남북한의 통일방안은 각각 자기 체제로의 통일이 목표이기 때문에 남북한의 평화공존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넷째, 남북기본합의서의 내용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201) 특히 남북기 본합의서가 구체적인 실천적 사항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 선언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으며, 실천적인 합의 또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논란과 갈등의 소지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 합의사항을 위반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규제의 내용과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202)는 것이다. 또한 남북기본합의서가 많은 이행사항을 담겨 있어, 이상주의적인 측면이 내포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남 북기본합의서를 살펴본 봐 개선해야 할 점은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어 내는 것 못지 않게 남북 간에 진행되어 오던 유의미한 관계성과 동력을 계속 살려 나가는 것, 특 히 정상회담의 성과를 실질적이고 내실 있게 활용하는 지혜가 바로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이다. 즉,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차별화와 단절보다는 보완, 발전시키는 데서 더 큰 효과를 얻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유로 우리정부와 관광공사 소유의 부동산을 몰수하고, 민간 부동산을 동결시켜 남북 교류협력관계를 단절시켰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2008 년 3월 29일 이후 남북 당국간의 대화를 중단하고, 같은 해 12월 1일 군사분계선 안의 육로의 통행 제한, 남북경협 관련 사무소의 폐쇄, 개성공단 내의 체류 인원의 감축, 개성관광 중단 등을 포함한 ‘12‧1 조치’를 단행하였다.203) 이에 따라 개성공단 사업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경색된 남북한 관계 속에서도 민간・사회 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은 체육, 교육, 종교, 학술 등 각 분야별로 추진되어 왔다.
그런 가운데 2010년 3월 천안함이 서해안 백령도 해역에서 북한 잠수정 어뢰공격으 로 침몰되었으며, 같은 해 11월 북한군의 연평도 기습 포격 이후 남북관계는 완전 히 단절되고 말았다.204) 이상과 같이 경색된 남북교류협력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남북 간의 교류협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남북한 간의 갈등 과 미국의 대북 정책,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이다. 남북한 간 교류협력은 한반도의 안보문제 여부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남북 간의 안보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교 류협력에도 제약들이 따를 수밖에 없다. 동서독의 경우 교류협력이 순탄하게 추진 될 수 있었던 것도 양독간에 첨예하게 대립할 만한 안보 현안들이 없었기 때문이었 다. 따라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제도화하고 진행시키기 위해서 한반도의 안보문 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한반도 안보문제는 남북한 간 해결되어야 할 문 제와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와의 협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에 주한미군이 주둔하여 전쟁 억제에 기여하고 있는 이상 한반도 문제들은 미국과의 정책조율이 불가피하다. 또한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남한 내에 정 당별, 세대별 그리고 지역별 불협화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고와 이론들이 자유롭게 토론되고 공론화가 되어 정상적인 가치들로 모아 질 수 있도록 내부의 협력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판 고르바쵸프가 북 한 내부에서도 등장하여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할 개혁세력의 여건을 조성하는데 남 한과 국제사회는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서 해소되었다고 판단할 경우 문호를 개방할 것이다.
그럼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안보보장 대책이 강구되도록, 한국 정부는 미국과 사 203) 김동명, 앞의 논문, pp.21-23.
204) 류상영, “남북경협과 한반도 평화체제: 이상과 현실”, 『한국과 국제정치』, 제22권1호(2006), pp.137-166.
전 조율하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둘째, 남북교류협력의 여건이 남북 간의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 교류협력이 확대 되고,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도 제도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연결되지 않은 철도 및 도로(경의선/경원선/금강선)를 연결하고, 이것이 남북 교류협력 사업으로 발전되도 록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 등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을 폐기하고 남북 사이에 군사적 갈등과 긴장이 완화되어 평화가 조성되면 서해 북 방한계선(NLL) 안에서 공동어로구역의 설정, 경의선 동해선 통행, 북한 민간 선박의 해주항 직항 문제, 한강하구 골재 채취, 임진강 수해방지 등 남북공동경제협력 프로 젝트가 빨리 가동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 내 철도, 도로포장 및 개‧보수 등 사회간접자본과 구축 경수로 및 에너지의 지원과 남포항 등 항만의 개보수 등의 사 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남북 교류와 협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6‧15남북공동선언 및 10‧4 남북정상선언과 함께 남북기본합의서(1992)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남북 화해와 불가침 및 협력 분야로 구성된 남북 기본합의서는 포괄적으로 남북 간의 평화와 협력의 문제들을 다루고, 기본합의서의 분야별 부속합의서는 화해 와 불가침 선언, 교류협력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정상이 만나 합의한 6‧15남북공동선언 및 10‧4남북정상선언은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북한 경제를 지원하는 정책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문제와 당면 안보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북 한과의 일방적인 경제협력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인도주 의적인 차원에서 북한지원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정부에서 주도하는 남북 간 교류협 력은 북한의 핵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북한정부도 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교류협력에도 제한이 따 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을 제도화 하고 이를 크게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와 남북한 간 합의사항을 철저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은 북한경 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북한체제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할 필 요가 있다. 그리할 때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가 완전하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