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이들이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을 더욱 쉽다고 여기도록 디자인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사용 의도가 증가할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본 연구는 비대면(non-face to face) 서비스가 사람 간에(interpersonal) 이루어지던 면대면(face to face)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기계와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좌우하는 인터랙션 디자인 요소의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즉, 비대면 서비스 시스템의 인터랙션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의도를 증가시키는지 검증하였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과 사용 의도 간에 인지된 용이성이 매개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인터랙션 디자인 요소의 개선이 인지된 용이성을 실제로 증가시키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40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시스템 사용 조건을 설정하여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 조건은 기존 시스템 사용과 인터랙션 디자인 요소가 개선된 프로토타입 사용 두 가지였으며, 각 조건에 배정된 참여자는 택시 호출하기와 패스트푸드 주문하기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 후 설문을 통해 인지된 용이성, 인지된 유용성, 사용 의도에 관해 측정하였으며 인터뷰를 통해 정성적 자료를 확보하였다. 본 연구는 기술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층의 사용 의도 변화를 보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미 모바일 O2O와 키오스크 사용 경험이 많은 시니어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인터랙션 디자인 개선의 효과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프로토타입 제작 시 심미성을 강조한 인터페이스 디자인 작업은 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설문 집단
51명의 응답을 시스템 사용 의도에 대한 베이스라인으로 활용하였다.
실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택시 호출 실험과 패스트푸드 주문 실험 모두에서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사용 의도를 증가시킨다는 점이 검증되었다.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은 인지된 용이성 또한 증가시켰다. 이를 통해 예비조사와 선행연구를 통해 도출한 시스템 디자인 개선 전략이 시니어가 겪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시스템이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되느냐에 따라 이들도 충분히 실 사용자 층으로 편입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두 실험에서 모두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 인지된 용이성을 증가시키는 점은 확인되었지만, 인지된 용이성이 사용 의도에는 직접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사용 의도에 직접적으로 유의미한 정(+)의 영향을 미친 것은 인지된 용이성이 아닌 인지된 유용성이었다. 기존 기술수용모델의 가정에는 부합하는 결과이지만 시니어의 경우 인지된 용이성이 유용성보다 사용의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 내용(조주은, 2010)과는 차이를 보였다. 특히 키오스크 실험과 달리 택시 호출 실험에서는 인지된 용이성이 인지된 유용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 이는 택시 호출 앱의 경우 참여자들에게 인지된 용이성과 유용성이 별개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기존 시스템 사용 집단이든 개선된 프로토타입 사용 집단이든 관계없이 대다수의 참여자가 택시 호출 실험에서 유용성 항목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는 택시 호출 앱에 대해 자신이 필요한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해 줄 것이라 믿음이 워낙 크고, 사용하기
얼마나 쉬운지 여부에는 사용 의도가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키오스크의 경우에는 택시 호출 앱에 비해 인지된 유용성 평균이 다소 낮고, 응답자 간의 편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키오스크에 대해서는 본인이 평소 기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의 차이가 유용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시니어는 이들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있어 사회적 압력(social influence)을 크게 느낀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실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오류를 범해 결국 중도에 포기한 참여자의 경우에도 설문 과정에서 유용성과 사용 의도 문항에 매우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을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벤카테쉬와 데이비스(Venkatesh & Davis, 2000)는 사회적 영향을 내면화(internalization) 과정으로 해석하면서, 어떤 개인이 주위 사람들이 특정 시스템에 대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인지하면 그 자신도 시스템이 유용하다고 느끼게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본 연구에서 추가로 확인한 내용은 시니어의 경우 본인이 기술을 가치 있다고 느끼지 않고 개인적 호감이 낮더라도 불가피하게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변화에 내몰린다는 느낌을 받고 이것이 높은 사용의도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정리하자면, 기술이 얼마나 사용하기 쉬운지 보다 유용하다고 느끼는 지가 시니어의 초기 사용 의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며, 사회적 압력, 불가피성, 감정 등도 중요한 요인임을 파악하였다.
아울러 택시 호출 실험과 패스트푸드 주문 실험 간에 나타난 검증 결과의 차이를 통해 추가적인 시사점을 발견하였다. 먼저, 택시 호출 앱 디자인 개선이 인지된 유용성을 증가시킨 반면, 키오스크 시스템 디자인 개선은 인지된 유용성에 유의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업 완수율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택시 호출 앱 실험에서는 기존 시스템을 사용한 참여자들의 중도 포기율이 프로토타입을 사용한 참여자들에 비해 높았기 때문에 이것이 인지된 유용성에 대한 낮은 평가로 이어지고 시스템 디자인 개선이 인지된 유용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을 이용해 원하는 과업을 완수한 경험이 있는지 여부는 시스템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불러온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실험을 진행하지 않고 설문에만 참여한 집단이 실험 참여자에 비해 시스템 사용 의도가 낮게 나타난 것 과도 관련 지어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에 대한 보편적 수준의 숙련도를 가진 이용자가 과업을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용이성이 담보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 결과가 갖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기술수용모델의 경험적 대상이 아니었던 시니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비대면 서비스 영역의 초기 기술 수용에 대해 실증적으로 검증하였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시니어의 기술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회적, 감정적 요인들의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실천적 함의로는 심각한 기술 소외 문제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니어를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적합한 인터랙션 디자인을 고민하였다는 점이다. 모바일 O2O와 키오스크 시스템의 인터랙션 디자인 개선이 시니어의 인지된 용이성과 사용 의도의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비 사용자 층으로 여겨졌던 시니어 세대도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포용적 디자인 전략의 채택을 통해 실 사용자 층으로 편입시킬 수 있음을 추측케 한다.
마지막으로 시니어를 배려한 기술, 진정한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를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시니어는 기술 사용에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 자기효능감, 다른 영역에 대한 자신감 또한 함께 낮아진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젊은 세대는 기술에 친숙하기 때문에 오류에 대한 두려움이 적고 기술 사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도 그 원인을 시스템에서 찾지만, 시니어는 본인의 능력이 부족해서 기술을 잘 다루지 못한다고 자책하면서 ‘서글프다’,
‘두렵다’, ‘무섭다’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이러한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된 것은 숙고해볼 만한 지점으로 시니어를 위한 시스템 디자인 연구가 단순 기술 연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