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예비조사
3.3. 조사 결과
친숙하지 않은 인터페이스
참여자들은 시니어로서 오랜 기간 축적된 심상 모형이 매우 강해 이와 다른 인터페이스 특성에 적응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발지부터 입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택시 호출 앱에서 도착지부터 입력하도록 되어있는 인터페이스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출·도착이라 할 때 당연히 출발지, 도착지 순서로 생각하지
도착지부터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있나? 도착지부터 입력하는 방식이 어색하다." (P4)
또한 출발지에 자동으로 설정되어 있는 현재 위치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고, 현재 위치 텍스트를 어떻게 삭제하고 새로 쓸 수 있는지 알지 못 했다. 이외에도 텍스트 입력 후 오른쪽에 확인 버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계속해서 화면의 오른쪽을 누르려는 양상을 관찰할 수 있었고, 이는 인터뷰에서도 동일하게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생소한 용어와 아이콘
참여자들은 용어에 대한 생소함을 호소하였다. 특히, 가이드가 제공되면 더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설명서가 있어도 어려운 용어가 많아 이해하지 못 해서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우리의 언어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안 쓰는 처음 만나는
단어, 전문적인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설명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 약관 동의에 써 있는 것도 이해를 못 하겠다.
모르겠으니까 두렵고, 실수하면 잘못될까 봐 무섭다."(P2)
추가적으로 참여자들은 '도착지 설정'과 같은 명사형 지시어보다
'어디로 가시겠어요?'처럼 일상에서 쓰는 구어체 표현이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보 입력 시 아이콘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참여관찰 단계에서 문자 입력 란에 있는 돋보기 아이콘을 ‘검색’이라고 인식하지 못 하고 입력란 오른쪽에서
‘검색’ 버튼을 찾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걸 누르면 되겠구나 하는 게 머리 속에 자리가 안 잡혀서 자꾸 헛손질을 하게 된다. 우리는 교육이 안되어 있으니까 뭘 눌러야 하는지 자신이 없을 때가 많다. 기호가 아니라 '확인', '다음'처럼 써줬으면 좋겠다." (P6)
기존 연구를 통해서도 노년 세대는 젊은 세대에 비해 모바일 기기의 아이콘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Ghayas, Sulaiman, Jaafar, & Khan, 2013). 연령이 높은 사용자는 아이콘이 가리키는 사물을 구분해내고 아이콘의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이 젊은 세대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아이콘의 구체성을 높이고(Moyes &
Jordan, 1993), 의미적 거리는 가깝게 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정보 과잉
인터뷰 결과, 한 화면에 너무 많은 정보가 있어 혼란스럽다는 답변이 많았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지도 핀 설정, 출발지 및 도착지 입력란, 옵션, 광고 등 여러가지 정보가 한꺼번에 표현되어 있어 도착지를 입력할 곳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화면에 출발지·도착지 자동 완성 정보가 떠 있는 부분을 어려워했는데, 능숙한 사용자에게는 쉽고 편리한 기능이지만 많은 정보를 한번에 다루는 데 인지 부담이 있는 시니어들에게는 오히려 굉장한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타다'의 경우, 첫 화면 하단에 공항 이동 시에 사용할 차량을
예약하거나 시간 당 대절을 할 수 있는 '타다 예약하기' 서비스 배너가 떠 있자 이를 즉시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로 착각해 1명을 제외한 참여자 모두가 '타다 예약하기' 서비스로 접속하는 오류를 범했다.
시니어에게는 한 화면에 본인이 수행해야 할 과제 외에 광고 등의 정보가 한꺼번에 제시되면 인지적 부담을 느낄 뿐 아니라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류 회복의 어려움
참여자들은 앱 이용 시 궁금한 점이 생겨도 물어볼 수 없고 수정이 바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오류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과정을 본인이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다는 점으로도 연결됐다. 참여자는 오류가 발생할까봐 ‘두렵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는 젊은 세대의 경우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스스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점과 대비된다.
"내가 전체 메커니즘을 알아야 하는데, 어플리케이션 다운 받는
것도, 카드 등록하는 것도 자녀들이 해주니까 메커니즘을 모른다.
다른 카드로 결제하거나 현금 결제해야 할 때 방법을 몰라서 당황스럽다. 이해를 해야 쓸 수 있는데 당장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 (P1)
참여관찰 단계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참여자들은 삭제를 누르거나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바로 이전 단계에서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오류가 발생했을 때 어느 단계에서 잘못된 것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도착지 설정 단계에서 집, 회사 선택 옵션, 자동완성 목록, 지도가 한꺼번에 표시되자 하나씩 읽고 눌러보다가 오류를 범하는 와중에 본인이 어느 경로에 있는지
잊어버렸다. 이 경우 앱을 끄고 처음부터 다시 실행하였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지각된 위험
인터뷰 결과, 약관 동의, 카드 결제 등과 관련해 프라이버시 위험을 크게 느낀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는 비단 모빌리티 앱 뿐만 아니라 모든 어플리케이션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회원 가입 단계나 결제 카드 등록 시에 정보 이용 동의를 받는 단계가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고 답했다.
"아날로그 세대는 글자 하나, 토씨 하나 다 읽는다. 우리 때는
도장 잘못 찍어서 망한 사람 많다. 클릭하는 게 도장 찍는 것 아니냐? 젊은 사람들은 정보 주고받는 데 거부감이 없으니 약관 안 읽어보고도 전체 동의 누르지만, 우리는 안 읽어보면 동의 안 한다. 내 정보를 왜 이렇게 많이 가져가는지 모르겠다." (P1)
"약관 동의 단계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될까 봐 무섭다. 이
단계에서 포기하는 또래들이 많다. 무슨 내용인지 금방 이해가 될 수 있도록 짧게 큰 글씨로 설명해주면 좋겠다." (P2)
하지만 금융 서비스 토스(Toss) 앱 이용 경험이 있는 참여자의 경우에는 카드 등록을 해서 사용해보니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아서 이제는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을 제일 먼저
사용하여 익숙해졌느냐, 그 경험이 어떠했느냐’가 이후 사용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외에도 시니어에게는 최대한 '단순하게', '빨리', '요금을 정확하게' 안내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실제로 참여자들 모두 택시 호출 직전 단계에서 선택한 택시 종류, 이동 경로와 요금을 소리 내어 읽어보며 꼼꼼히 확인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서 택시 호출 어플리케이션 예비 조사에서 발견한 문제점은 선행연구와 영상자료를 통해 살펴본 결과, 키오스크 사용자에게도 유사하게 확인되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15명(10~20대: 5명,
30~40대: 5명, 50~60대: 5명)이 참여한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사용자
경험 연구(황성원·김현석, 2019)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수행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10~20대 평균=72.93초,
SD=4.63; 30~40대 평균=106.22초, SD=40.19; 50~60대
평균=254.05초, SD=74.56) 특히 50대와 60대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첫째, 50~60대 사용자의 경우 키오스크 초기 화면에서 어느 곳을 터치해야 시작하는지 몰라 당황스러워했고, 원하는 제품을 찾는 것도 어려워했다. 한 화면에서 많은 정보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단계별로 진행이 되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택시 호출 앱 예비조사에서 발견한 정보과잉 문제와 상응한다.
둘째, 주문 시작부터 결제 단계까지 경로가 복잡하고 화면을 보아도 본인이 어떤 단계를 진행 중인지, 메뉴 추가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예비조사에서 발견한 오류회복의 어려움 중에서 본인이 진행 중이었던 경로를 잊어버리고, 전체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와 유사하다.
셋째, 키오스크 화면에서 취소, 변경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찾지 못 해 한참을 고민하거나 주문 전체를 취소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실수가 있었다. 이 또한 예비조사에서 발견한 ‘오류 회복의 어려움’과 일치한다.
넷째, 주문 시작 버튼, 세트 주문을 위한 버튼, 취소 및 변경
버튼 등의 위치와 사용법을 예상하기 힘들고 직관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버튼이 잘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카드 결제를 완료하기 위한 버튼이 위치한 지점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고 답했다.
이는 예비조사에서 발견한 ‘친숙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와 연결된다. 이외에도 시니어의 키오스크 주문 경험을 담은 영상 자료를 확인한 결과 예비조사와 마찬가지로 생소한 용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예: ‘테이크아웃’을 ‘포장 주문’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확인되었다.
이처럼 키오스크 사용자 경험 연구를 통해 전반적으로 본 논문에서 실시한 택시 호출 앱 예비조사와 유사한 문제점이 도출되었으나 예비조사에서 발견되었던‘프라이버시에 대한 지각된 위험’은 키오스크 연구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는 키오스크 주문의 경우 약관에 동의해야 하는 과정이나 카드 결제를 위해 카드 정보를 등록해야 하는 과정 등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키오스크 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