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많은 말을 쏟아낸다. 목소리가 크고 목이 잘 쉬지 않는 체질을 타고 난 교사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목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 이라는 이유로 각종 기관지 관련 질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교사의 목소 리는 조용한 교실 공간에서 정적을 깨지만, 학생은 교사의 말을 집중하 여 듣고 있는지 의문이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공상에 빠 져 교사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내기도 한다.
『장자』의 가르침은 교사의 내용 전달적 발언이 수업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덕 교육의 정당성을 제공한다. 즉 도덕 교과는 내성 적인 경험과 통찰, 정의적인 차원의 학습을 자체 목적으로 삼는 교과목 이라는 점에서 교과의 정당성을 얻는다.335) 학교 현장에서 실행하고 있 는 다수의 교육이 이론과 지식의 재생산에 경도되어 있지는 않은가 고민 해야 함을 『장자』는 보여준다. 장자는 외부적 지식을 감각 기관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도를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깨우침 은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지식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들과 의미 있 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군더더기 설명을 덧붙이지 않을 때가 있다. 한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침묵, 미소, 손길과 격려가 학생의 심금을 더욱 울 릴 수 있다. 다수의 학생들은 학교에 오면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할 것들 이 있고 학교에서의 일과가 끝나도 마찬가지인데, 도덕 교육에 적용된 불언지교(不言之敎)는 학생들이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자연스 럽게 스스로를 돌이켜보며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진정한 가르침은 학생과 마음과 마음의 자유로운 소통에서 기반하는 것이지, 교사라는 지 위를 이용하여 혼자 내용 전달을 하며 그들을 지적 능력으로 장악하는
335) 정창우, 『도덕과 교육의 이론과 쟁점』, 「도덕과의 정당성 및 정체성」, 서울: 울력, 2013, 20쪽.
것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장자의 가르침은 도구적 교과의 역할 을 넘어선 도덕 교육의 실제적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도덕 교사일수록 교사가 주가 아닌 학생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수업을 희망한다. 이는 무위(無爲)에 의해 만물의 자발성을 길러주 도록 하는 『장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도덕과에서는 교사 의 언어 전달이 주가 아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의 주인공이 되게 하는 수업의 기법에 관한 성과물이 계속 연구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자발성을 북돋기 위한 방법으로 학생의 일상과 수업을 긴밀히 연관할 수 있는 수업 주제는 이미 도덕과에서 수업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학급 친구, 학급 및 학교의 규칙, 학교의 여러 구성원, 학교 급식 및 매점의 메뉴, 운동장 등과 같이 학생의 삶 주변의 모든 것이 도덕 교육에서 이 미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도덕과의 노력은 결국 학 생의 자발성을 길러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고, 이는 『장자』가 중시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도덕 교과는 언어의 사용을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려 고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도덕 교육에서 도덕적 딜레마 토론, 논쟁, 내러티브 기법과 같은 언어적 방법을 활용한 수업은 학생의 참여도를 높 이 끌어올릴 수 있다. 장자 또한 우언, 중언, 치언의 기법을 활용하여 말 로 전달하고 있으며, 혜시와의 대화에서처럼 필요한 경우에는 논쟁의 형 식이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다만 논쟁이나 토론의 목적이 나와 다른 생 각을 들으며 자신의 사고가 편협하게 치우쳐 있다는 반성을 위한 논쟁으 로써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본인의 말솜씨가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한, 타인을 꺾고 승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 을 유의해야 한다는 것을 장자는 알려주고 있다.
또한 도덕 교사가 무언의 가르침을 펴는 것은 곧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수업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도덕 교사는 어떤 말이든 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도덕 수업 시간에 제공하여 학생에 게 발언의 기회를 줌으로써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 다. 학생은 교사의 지시적이고 세련된 말보다, 두서없고 정제되지 않은
다른 친구의 말을 듣는 것을 때로는 흥미롭게 여긴다. 학생의 경험담이 소재가 되어 도덕 수업의 주제와 연관하여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도덕 교 과의 특별한 장점이다. 학생의 숨통을 조이는 내용 전달식 수업의 문제 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받고 있는 현실에서 불언지교를 함께 강조하는 도 덕 교육의 역할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학생들이 언제 끝날까 시계 만 쳐다보는 수업이 아니라, 수업 시작을 기대하고 수업의 끝을 아쉬워 할 수 있는 수업은 곧 학생의 자발성을 살려주는 데에서 시작된다.
도덕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학생을 어떻게 하면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감화하며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가 하는 압박 감을 끊임없이 받는다. 도덕 수업은 곧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다른 교과의 수업 방식과 달라야 하지만, 이와 같은 당위는 곧 도덕 수업은 다른 주지 교과와 달라야 한다는 도덕 교사의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도덕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도덕적 가르침이 특정 가 치관을 강요하는 것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내면적 검열을 생산하기도 한다. 너무나도 입시에 치중되어 있는 사회이다 보니 현장에 서 만난 성적이 우수한 몇 학생은 주체적이고 활동적인 수업을 때때로 환영하지 않기도 한다. 입시라는 큰 산 앞에서 스스로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중등학교 도덕 교사는 때로는 언어 전달이 가장 간편 하면서도 체계적인 가르침이라는 유혹, 판서식, 교과서 내용 전달식, 프 린트에 빈 칸을 채워가는 형식, 문제풀이식 수업의 유혹을 받는다.
이럴수록 도덕 교사는 지시적 언사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다는 장자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장자』는 깨달음을 얻은 자라 할지라도 속세와 단절하여 혼자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 는다. 세상의 잣대를 초월한 정신 경지로 끌어올린 후에도 현실 세상 속 에서 계속하여 머무르며 타인을 감화한다. 개물마다 각자의 위치가 있듯 이 깨달은 자 또한 현실에서 발휘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도덕 교 사의 위치에서 무언의 가르침의 힘을 믿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자세에 대해 장자는 도덕교사로서 취해야 하는 마음가짐을 계속하여 격려해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