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탈분별(脫分別)의 가르침

해 자신의 세계관을 일정부분 구축한 상태이기도 하다. 외모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 등은 비윤리적이라는 결론을 도덕 수업에서 애초에 드러내 고 시작하는 것은 도리어 학생에게 본의 아닌 강요로 다가갈 수 있다.

그렇다면 도덕 교과는 ‘뻔한 것을 배우는’ 교과, ‘선함을 주입하는’ 교과,

‘착해 보이는 답안지를 선택하면 지필형 형가에서 다 맞을 수 있는’ 교과 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도덕과 학습목표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학생에게 성급하게 면박을 주게 되면 역설적으로 학생은 스스로의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장자』는 매번의 도덕 수업 초반부마다 도덕 교사가 학생들에게 옳 고 그름의 기준을 뚜렷이 구분하고 제시하는 것을 지양해야 함을 알려준 다. 학생들은 너무나도 많은 것에 강요되고 있으며, 또 그 강요된 기준을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게 적용하여 또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는 점을 스스 로 알게 하기 위해서는 장자의 탈분별(脫分別)적 가르침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도덕 교사의 편견 없는 마음에서 출발하여 학생은 모든 주 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일단 접해보도록 해야 한다. 어떠한 도덕적 주 제에 대해 왜 선악이라고 나누며 시비라고 분별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본인의 사고가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든 아니면 제 삼의 생각을 가지고 있든 모든 발언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충분하게 거친 후에야 비로소 학생 들은 문득 자신의 말에서 모순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고 다른 친구 의 의견을 들어보며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 단 한 번의 도덕수업으로 학생의 성견을 모두 전환시킨다는 것은 과다한 요구이지만, 도덕 수업이 끝난 이후 학생은 일상을 살아가면서 수업 당시에 했던 본인의 발언과 생각에 대해 문득 돌이켜볼 수도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가 표출된 후부터 도덕 교사는 장자로 변신하여 장자가 들었던 우언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특정 정 답을 제공하려는 인위적인 노력보다는 학생을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장자 특유의 화술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장자』는 덕이란 어떠 한 외형적 형태를 지녔든지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며, 유용의

용에만 치우치지 않은 무용의 용이 쓸모없어 보여도 천수를 누릴 수 있 음을 말하고 있고, 명예, 지식, 부와 같은 사회적 가치보다 덕을 기르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둠으로써 성견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을 마음의 고통 에서 해방시키고 있다. 겉모습을 필히 중시해야 하는 연예인 지망 학생 에게도, 외모 콤플렉스에 허덕이는 학생에게도, 또한 다음 번 시험 점수 에 전전긍긍하는 최상위권 학생에게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심적으 로 큰 괴로움을 안고 있는 학생 모두에게 장자의 무차별적 가르침은 결 국 분별적 가치란 자신의 성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지금껏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잣대에 휘둘리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 진정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돕는다. 많은 학생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에 고통스 러워하지만, 이러한 감정의 발생 원인은 곧 자연스럽지 않았던 나의 마 음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존재 자체 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장자』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도덕 교사의 역 할이 보다 중요한 것이다.

한편 탈분별적 가르침에 의거한 『장자』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정면 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물론 도덕과는 이미 교 육과정에서 ‘죽음’을 언급하고 있다. 중학교 도덕-자연·초월과의 관계 영 역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도덕적으로 성찰하고, 평정심을 추구하며 자 신의 삶의 의미를 구성할 수 있다’라는 성취기준이 제시되어 있다.336) 또 한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생명과 윤리 영역의 성취 기준으로는 ‘삶과 죽 음에 대한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여러 윤리적 입장 을 비교·분석하여, 인공임신중절·자살·안락사·뇌사의 문제를 자신이 채택 한 윤리적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라고 제시되어 있다.337) 위와 같은 성취기준은 『장자』의 죽음에 대한 관점이 보이는 장을 인용하여 달성 할 수 있다. 『장자』에는 내·외·잡편 골고루 죽음과 삶을 어떻게 바라보 는지에 대한 입장이 설명되어 있다. 『장자』를 통해 어떤 존재든지 누

336) 교육부, 『2015 도덕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 2015-74호 [별책 6], 서울: 교육부, 2015, 23-24쪽.

337) 교육부, 위의 책, 40쪽.

구나 죽기 때문에 역으로 현재의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으며, 지인의 경지에서 죽음과 삶을 대처하는 자세를 맛볼 수 있다. 장자의 죽음관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면서 장자가 죽음을 유도하고 삶을 부질없는 것으로 보았다고 곡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쉬 쉬하거나 죽음을 주제로 다루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는 현재 학교 현장의 실정에서 도덕 교육을 통한 『장자』는 죽음을 주제로 다루는 것이 도리 어 죽음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는 우려를 씻어준다. 『장자』의 생사관 은 모두가 죽음을 직면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정으로 본인의 삶 자체에 대해 직면하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