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장자는 마음이 외재 대상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즉 마음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기관에 해당한다.
마음에 의해 알 수 있다.145)
또한 마음은 대상의 인식에 따라 그 대상에 대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 할 수 있으므로, 마음은 여러 감정이 생겨나는 곳이자 발출의 기관이기 도 하다. 그런데 마음은 외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지각하지 못 하여 이에 따라 제대로 된 감정을 표출하지 못할 수 있다. 마음은 외부 사물에 이끌려 그 원래의 위치를 떠나고 마침내 외부 사물을 좇아 질주 하여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오히려 그것의 본성을 함몰시키게 되는데, 이 때의 인간의 심(心)이야말로 두려워할 만한 것이다.146)
장자가 마음이 기능하는 것에 대한 한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알 기 위해 장자의 철학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당대 시대적 상황과 연관되 어 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해보자. 장자가 궁극적으로 밝히고자 하는 해
145) 有知知者矣.「인간세」 여기에서 知者는 인식기관인 마음을 가리킨다.
146) 徐復觀, 앞의 책, 132쪽.
법에 관심을 가진다면 역으로 당시 사람들이 무엇에 의해 고통을 받았는 지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장자』에는 천하를 어떻게 다스 려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하는 통치자, 높은 직위에 있거나 관 직에 올라 천하를 평정하려 하는 지식인이 왕왕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 들은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걱정, 높은 관직에 있다 가 자신의 몸이 상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끊임없이 마음이 위태롭다.
「인간세」에서 섭공자고는 제나라의 사신으로 갈 때 두려운 나머지 속 에 불이 나는 듯하여 평소 찾지 않던 얼음을 먹으면서까지 몸에서 생기 는 열을 식히고자 하지 않은가.147)
또한 『장자』 곳곳에는 신체의 일부분을 잃는 것, 죽는 것이 주제로 등장한다. 당시 대규모 전투로 인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운 좋 게 살아남았다고 할지라도 신체적 장애를 입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했을 것이다. 이것은 신체적인 고통에 그치지 않는다. 타인의 죽음을 목도하거나 자신이 신체적 장애를 입게 되면 정신적인 괴로움이 가중될 수 있다. 본인 또한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며, 언제 팔다리를 잃을지 모르고, 어느 세월에 사회가 안정될 것인지 예상 할 수 없으므로 매사를 노심초사하며 보내게 된다.
이렇듯 장자는 직위와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고통에 주목한다. 장자가 보기에 위와 같이 생겨난 괴로운 마음은 모두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선입견에 의해서이다. 장자는 그들이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것들이 모두 억지로 만들어낸 마음임을 깨닫게끔 유도한다.
장자는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성심(成心)’이라고 칭한다. 성 심은 언뜻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 사람 들은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리고 노력의 결과로 성취의 열매를 맺게 되면 기뻐한다. 장자가 활동하 던 시기의 사람들에게 있어 목표 달성의 종류란 현재의 모습과 크게 다 르지 않다. 겉모습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 부귀를 얻는 것, 높은 지위에
147) 吾食也,執粗而不臧,爨無欲清之人. 今吾朝受命而夕飲冰,我其內熱與!
「인간세」
오르는 것, 이로 인해 난세를 평정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그러나 장자가 보기에 이렇게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신의 삶을 고달프 게 만드는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장자는 이룸, 성취함을 긍정적으로 만 보는 견해에 대해 반문한다.
도(道)란 작은 이룸[小成]에 의해 숨어버린다.148)
과연 이룸[成]과 이루지 못함[虧]이 있는가? 이룸과 이루지 못함이 없는가?
이룸과 이루지 못함이 있으므로 소씨[昭文]가 가야금을 친 셈이고, 이룸과 이루지 못함이 없으므로 소씨가 가야금을 치지 않은 셈이다. …… 소씨의 아들도 아버지의 가야금 연주를 이어 받아 마치게 되어 결국 이룬 것이 없 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데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비록 나라고 할지라고 이루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룸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면 사물과 나 또한 이룸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149)
작은 이룸이란 성심(成心)에 의한 것이며, 결국 도는 이루려고 하는 마 음에 의해 숨게 된다. 또한 장자는 이루려는 행위로 인해 결국 성취하였 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가야금 연주가로 유명한 소 문이 가야금을 아름답게 연주하면 그는 성취했다고 할 수 있는가? 하지 만 소문은 가야금으로 특정 음계를 소리로 표현했기 때문에 다른 음계를 소리 내지 못했으므로 이루지 못했다고 간주할 수 있지 않은가. 소문의 아들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기법을 평생 이어받아 연주했으나 이룸이 없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성(成)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 나 장자는 이에 대한 반례를 제시하며 성심의 왜곡된 의미를 지적한다.
성심(成心)을 스승삼아 본받으려 하고 성심에 따라 행동하려고 하면 모든 사람에게 스승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어불성설에 불과하
148) 道隱於小成. 「제물론」
149) 果且有成與虧乎哉?果且無成與虧乎哉?有成與虧,故昭氏之鼓琴也. 無成與 虧,故昭氏之不鼓琴也. …… 而其子又以文之綸終,終身無成. 若是而可謂成 乎? 雖我亦成也. 若是而不可謂成乎,物與我無成也. 「제물론」
다.150) 많은 사람들이 성심이라는 스승이 있는 데에도 삶의 길에서 끊임 없이 방황하고 있지 않은가! 성심에 의하지 않고 시비를 분별하지 않는 다는 말은 오늘 월나라로 갔는데 어제 이르렀다는 궤변이다.151) 이를 통 해 성심은 만물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려는 잣대를 만들어내는 기관임을 알 수 있다.
성심(成心)은 무언가를 인위(人爲)적으로 분별하려는 마음이다. 「소요 유」의 송영자와 열자의 마음을 살펴보자. 송영자는 세상 사람들이 그를 칭찬한다고 해서 우쭐대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그를 헐뜯는다고 해서 의 기소침하지 않았으나, 송영자에 대해 아직 미진하다고 칭한 까닭은 그에 게 마음의 내외 및 영욕(榮辱)의 경계를 분별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 이다. 마찬가지로 열자가 아직 미진한 까닭은 행복을 추구하는 일에 조 급하지는 않았으나 바람으로 비유된 행복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남아있었 기 있었기 때문이다.152)
정리하자면 장자의 관점에서 성심(成心)은 자신의 마음에 특정한 틀을 구축하려고 든다는 점에서 부자유스러운 마음이다. 달리 말하면 성심은 억지로 분별을 만들어내어 견고하게 만들어진 마음이요, 따라서 그 틀에 따라 기대려고 하고 얽매이는 마음이기 때문에 한쪽에 고정되어 있는 마 음이다. 고정된 마음은 성견(成見)과 선입견을 낳는다. 장자는 이를 쑥 같은 마음으로 칭하기도 했다.153) 쑥은 짧고 구불구불하게 자라므로 마 음이 좁고 곧지 못함에 비유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의미로 여 겨지는 성심의 의미를 살펴보았고, 다음에는 성심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 제를 자세히 파악하도록 한다.
150) 夫隨其成心而師之,誰獨且無師乎?「제물론」
151) 未成乎心而有是非,是今日適越而昔至也.「제물론」
152) 而宋榮子猶然笑之.且舉世而譽之而不加勸,舉世而非之而不加沮,定乎內外 之分,辯乎榮辱之竟,斯已矣. 彼其於世,未數數然也.雖然,猶有未樹也.夫列子 御風而行,泠然善也,旬有五日而後反.彼於致福者,未數數然也. 此雖免乎行,
猶有所待者也.「소요유」
153) 則夫子猶有蓬之心也夫!「소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