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절에서는 2012년 이후 박사학위 취득 현황을 연도별, 직군별, 소속대학별로 나누어 살펴보고, 그 특징을 파악한다. 또한, 대학원 강화정책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의 하나인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현황을 분석한다.
가. 대학원 교육 강화 정책과 박사학위 취득 현황
박사원 교육을 강화하고 학부 졸업 후 바로 박사원에 진학하는 학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김정은 시대 고등교육 정책 변화의 두드 러진 특징 중 하나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대학 졸업 후 상당한 기간 현장 경험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박사원 교육을 실시했다.
2000년대 전후로 20대, 30대 박사를 양성할 것을 강조하면서 학부 졸업 후 바로 박사원에 진학하는 ‘연속교육체계’를 확대해나갔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이러한 기조는 더욱 강화되었다. 2014년 전국교육일군대회에서 고등교육 개혁 방향의 하나로 학부와 대학원 을 바로 연결하는 ‘연속교육체계’ 수립과 석박사학위제도 정비, 박 사학위자 비율 증대 등이 제시되었고, 특히 교원의 기본자격으로 학 위 소지가 강조되었다.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는 북한의 주 요 대학들을 교육과 과학연구, 국제학술교류의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고, 그 방안으로 국제학술회의 유치, 외국 대 학, 연구기관들과의 공동연구 강화 등이 제시되었다.151)
이 연구에서는 대학원교육 강화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뺷로동신문뺸, 뺷교육신 문뺸에 언급된 박사학위자 수와 특성을 분석하였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박사학위자는 모두 888명이다.152) 2012년 이후 연간 박사학위자 변화 추이는 다음 <그림 Ⅲ-10>과 같다. 이하 박사학위자 관련 그림은 연구결과를 반영하여 저자가 작성하였음을 밝혀둔다.
151)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 결정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 대하여,” 뺷로동신문뺸, 2016.5.9.
152) 1971년 북한에서 박사학위자가 나온 이후 2019년까지 소속과 실명이 공개된 박사학위자 는 모두 3,044명으로, 연간 평균 54명의 박사학위자가 배출되었다.
<그림 Ⅲ-10> 연도별 박사학위자 증가 추이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180 160 140 120 100 80 60 40 20 0
35 35
62 62
113 113 105105
126 126
153
153 142142 152152
<그림 Ⅲ-10>을 보면, 2014년을 기점으로 박사학위자수가 크게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5월 23일자 뺷로동신문뺸에는 “최 근년간 한해동안에 배출되는 학위소유자가 10배나 뛰여올랐다”고 보도하였다. 10배까지는 아니지만,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와 비 교했을 때 2010년대 중반 이후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그림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학위자 연령층은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2000년대 이전에는 주로 국가적으로 큰 과학기술적 공헌을 한 학자들에게 학위가 수여되면서 박사학위 취 득자의 평균 연령이 높았지만,153) 최근에는 20대, 30대 박사학위자 들이 증가하고 대학교원들도 2, 30대의 ‘새 세대 교원’으로 많이 교 체되었다.154)
<그림 Ⅲ-11>은 2012년~2019년까지 박사학위자의 직군별 분포 이다. 박사학위자의 직군을 교원, 관리자, 연구자, 전업학생, 기타 로 분류하여 직군별 박사학위자수를 추출하였다. 교원은 주로 대학 교원이며, 관리자에는 대학총장, 학장, 원구원장 등이, 연구자에는
153)엄현숙, “김정은 시대 고등교육 정책 연구: 박사학위 제도를 중심으로,” pp. 91~92.
154)뺷로동신문뺸, 2007.7.7.
대학 부설 연구실의 연구사와 연구실장 등이, 전업학생은 별도의 직 업을 갖고 있지 않은 대학원 졸업생, 기타 직군에는 대학의 행정직 원과 의사 등이 포함되었다. 미상인 경우가 있어 합계는 연도별 학 위자수의 합계와 다르다. 전체 박사학위자의 63%가 교원, 28%가 대학 연구자이며, 전업학생 학위자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박사 학위자가 대학교원으로 임용되는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대학교 원으로 재직하거나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수행하면서 그 성과를 바 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많고 전업학생이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는 박사원의 학 위 취득 과정이 산업현장의 문제와 밀접히 연관된 과학기술 연구활 동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과도 관련된다.
<그림 Ⅲ-11> 박사학위자 직군 분포
교원 관리자 연구전담 전업 기타
600 500 400 300 200 100 0
555 555
46 46
245 245
11
11 3030
<그림 Ⅲ-12>는 2012년~2019년까지 소속 대학별 박사학위자 배출 현황이다. 기타 대학 및 미상인 경우는 그림에 포함되지 않았 다. 김일성종합대학은 284명으로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그
다음 김책공업종합대학은 전체의 약 18%에 해당하는 161명이다. 리 과대학, 김형직사범대학, 평양건축대학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 외에도 인민경제대학, 함흥화학공업대학, 평양외국어대학, 평양 교통운수대학, 함흥수리동력대학, 평양기계대학, 한덕수평양경공 업대학, 평성석탄공업대학 등도 포함되었다. 이 대학들은 모두 북 한에서 ‘연구중심대학’, ‘학술중심대학’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학들 이다.
<그림 Ⅲ-12> 소속대학별 박사학위자 배출 현황
10 10 12 12 12 12 13 13 14 14 15 15 16 16 17 17
38 38 39 39
55 55
161 161
284 284 188
188
0 50 100 150 200 250 300
평성석탄공업대학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평양기계대학 함흥수리동력대학 평양교통운수대학 평양외국어대학 함흥화학공업대학 인민경제대학 평양건축대학 김형직사범대학 리과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기타
박사원 교육을 강화하는 교육정책 기조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인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박사원 교육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대학 졸업생 중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 하여 졸업과 동시에 박사원에 진학하도록 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 다. 최근에 박사원에 진학하였던 한 탈북민은 대학 졸업자 중 우수
한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하고 있다고 증 언한다.
최우등하면 대학원 갈 수 있어요. (중략) 성적이 높으니까 대학원에 는 대학원에 막 강짜로 들여보낸 거 같아요. 우리를 막 안 들어가겠다 는데 강짜로. 그때 막 김정은 뭐 세계적인…. 우리가 지원하지 않아도 막 넣죠. “방침이다 뭐, 김정은 뭐, 당에서 가라면 가서 공부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서.
대학생들은 이와 같은 방침을 인지하고 있지만, 박사원 졸업 후 진로 문제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박사원 진학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학원 진학 후 공부를 계속하면 박사학위를 받아서 대학교원이 될 수 있는데, 대학교원은 다른 생활방편이 없는 이상
“학생들이 주는 것 가지고 살아야”하는 “죽음의 직업”으로 인식된 다. 이는 강력한 국가정책을 통해 박사학위자가 증가하는 성과를 보 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박사급 인력에 대한 처우나 사회적 인식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나.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대학원 교육 강화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의 하나는 국 제학술지 논문 게재이다. 북한은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학 술교류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을 세계일류급대학건설을 위한 중요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155) 2014년 전국교육일군대회에서는 우수한 학술논문을 집필하여 국제학술잡지와 국제학술회의에 학술논문을 게재할 것과 뺷김일성종합대학학보뺸를 세계적인 학술잡지로 발전시
155)뺷로동신문뺸, 2019.1.7.
킬 것을 고등교육 부문의 교육개혁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학자들의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가 증가하였고, 특히 2015년에는 전년도의 2.5배 이상으 로 증가하였다. 북한 과학자들의 SCI 게재 논문을 분석한 최현규
‧노경란의 연구(2017)에 의하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북한과 학자들이 SCI에 게재한 논문은 260편이며, 주로 물리학, 수학, 화 학, 재료과학, 공학 분야에서 연구가 이루어졌다. 연구자 소속은 주 로 김일성종합대학, 국가과학원 김책공업종합대학, 리과대학인 것 으로 나타났다.156)
김책공업종합대학은 2016년에 150여 건의 SCI급 잡지 투고 소론 문을 작성하여 그중 100여 건을 투고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대학을 세계일류급대학으로 만들기 위하여 2017년에 40여 명의 박 사를 양성하고, 백 수십 건의 과학 소논문을 SCI급 학술지에 투고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157) 북한에서 박사학위자가 증가함에 따라 학술지 투고가 이에 비례하여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최현규‧노경란(2017)은 또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스코퍼스 (Scopus)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북한 논문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 행하였다. 스코퍼스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북한 논문의 연도별 논 문 수와 피인용 횟수는 다음 <표 Ⅲ-19>와 같다. 이 연구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북한의 과학자들의 논문 중 스코 퍼스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논문은 549편이다. 연평균 증가율은 15%이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증가폭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2012년과 2015년에 전년대비 크게 증가하였다. 저자가 북한 연구 자들로만 구성된 비율은 11.3%에 그치고 있지만, 2014년 이후에는
156) 최현규‧노경란, 뺷북한 과학자의 국제학술논문(SCOPUS) 분석 연구: 2007~2016뺸(대 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2017), pp. 1~2.
157) 뺷교육신문뺸, 2017.1.5.
대폭 증가하고 있다. 연구분야는 제어 및 시스템공학, 전기전자공 학 등의 공학 분야와 물리, 수학, 화학 등 기초과학이 주를 차지하 고 있다. SCI 논문과 마찬가지로 저자 중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 업종합대학, 국가과학원, 리과대학 소속 연구자 비중이 약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58)
<표 Ⅲ-19> 북한 과학자 국제학술논문 연도별 현황
구분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합계 (2012-
2016) 논문수 26 24 31 33 39 102 41 55 92 106 396 피인용
횟수 470 223 171 365 187 335 149 143 213 62 902 평균
피인용 횟수
18.1 9.3 5.5 11.1 4.8 3.3 3.6 2.6 2.3 0.6 2.3
자료: 최현규‧노경란, 뺷북한 과학자의 국제학술논문(SCOPUS) 분석 연구: 2007~2016)뺸(대 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2017), p. 6 표에서 2012~2016 합계만 재계산. 위의 표에 서 피인용횟수는 2017.8.31. 기준.
이상 선행연구를 토대로 북한 학자들의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현 황에 대해 살펴본 바에 의하면, 최근 들어 북한에서 박사학위자가 증가하고 국제적 학술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이 수행됨에 따라 국제 학술지 게재도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학술지 투고 는 주로 공학과 자연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평양시 소재의 몇 개 대학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평양의 주요 대학들이 ‘연구중심대학’, ‘일류급대학’으로 정책적으로 육성되고 있 고, 특히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리과대학이 그 중심
158) 최현규‧노경란, 뺷북한 과학자의 국제학술논문(SCOPUS) 분석 연구: 2007~2016뺸, pp.
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