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절에서는 최근 북한 고등교육 개혁 기조를 살펴보고, 주요 고 등교육 정책 변화를 지식경제 추진과 대학교육발전전략 수립, 연구 중심대학과 ‘일류급대학’ 육성, 대학원 확대와 대학의 연구기능 강 화, 종합대학 육성 및 조정, 전문대학의 승격과 개편, 학과 통폐합 및 증설, 교육과정 개편 및 교육방법 개선, 원격교육 확대 등으로 나누어 고찰한다.
32) 리광삼, 뺷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 밝히신 전민과학기술인재화에 관한 주체 의 리론뺸, pp. 140~171.
가. 고등교육 개혁 기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 이루어진 고등교육 개혁은 ‘세계적 추 세’, 즉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고, 지식경제시대, 정보화시대로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은 2014 년 전국교육일군대회에서 밝힌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내다보는” 방식으로 세계적 교육발전의 경험을 수용하고 발전 추세 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에서, 2019년 전국교원대회에서 선언한 “세 계에 도전하고 경쟁하며 세계를 앞서나가는” 방식으로 교육발전국들 의 교육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33)
‘세계적 추세’의 추구라는 방향성 설정은 정책지도자의 선언적 차 원에 그치지 않고 학자들의 연구활동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전 환되고 있다. 2010년대 중반에 지식경제시대, 국제적 고등교육 동 향, 교육정보화 등에 관한 학술서적들이 많이 발간되었고, 일반 주 민들이 교육의 국제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대중서가 발간되기 도 했다.34) 그중 시리즈물 대중서인 뺷교육과 인재뺸는 2017년까지 총 7권이 출간되었다. 2016년에 발간된 6권에 실린 글에서는 최근 교육발전의 국제적 동향을 소개하고 있는데, 평생교육, 선택과목 제, 학점제, 연구형대학, 학부-대학원 연계과정, 교육정보화, 원격 교육 확대 등을 다루고 있다.35) 이 글에서 국제적 동향이라고 소개 한 교육정책들은 대부분 최근 북한의 고등교육 정책으로 적극 도입
33) 조정아, “전국교원대회를 통해 본 북한의 교육 정책과 전망,” (통일연구원 Online Series CO 19-20, 2019.9.11.), p. 7. (검색일: 2020.10.1.).
34) 대표적인 책은 장금란‧박광철, 『교육발전의 세계적 추세 교육의 정보화』; 채명학‧박영철,
『지식경제시대 고등교육 발전동향』 (평양: 고등교육도서출판사, 2017); 박정심 외 엮음,
『교육과 인재(4)』 (평양: 교육신문사, 2012); 박정심 외 엮음, 『교육과 인재(5)』 (평양: 교 육신문사, 2014); 박정심 외 엮음, 『교육과 인재(6)』 (평양: 교육신문사, 2016); 박정심 외 엮음, 『교육과 인재(7)』 (평양: 교육신문사, 2017) 등이다.
35) 박정심 외 엮음, 『교육과 인재(6)』, pp. 15~24.
되고 있는 것들이다.
사회주의 체제전환국과 중국은 1990년대부터 대대적인 교육개혁 을 추진하였는데, 북한은 김정일 시대부터 이러한 동향들을 체계적 으로 학습하고 나름대로의 개혁을 추진하였다. 그 흐름은 김정은 위 원장 집권 이후에 더욱 확대되고 있다. 2017년에 고등교육도서출판 사에서 출간한 뺷지식경제시대 고등교육 발전동향뺸이라는 책에는 총 278권의 참고문헌이 기재되어 있다. 이 중 북한 문헌은 3권에 불과 하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어와 영어, 스페인어로 해외에서 출간된 문헌이다. 참고문헌 목록에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출간된 중국 문헌 248권이 포함되어 있다.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로 우호적 관계 를 유지하고 가장 많은 인력교류를 하고 있는 중국의 교육개혁 경험 을 많이 참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참고문헌 목록에 는 이 외에도 2000년대에 출간된 영어판 문헌 25권, 스페인어판 문헌 2권이 포함되어 있다. 영어판 문헌에는 교육 관현 단행본뿐만 아니라 국제기구 UNESCO에서 발간한 문헌과 ‘Higher Education Quarterly’ 등 교육관련 국제학술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도 북 한의 교육개혁 관련 문헌들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교육개 혁 동향을 상당히 세부적으로 파악해 정리하고 있다. 한 것을 알 수 있다. 지식기반사회의 특성과 교육의 역할에는 국제사회와 북한 사 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고, 외국의 경험을 통해 지식과 경제 와 과학기술이 일체화된 지식경제시대에 적합한 교육개혁을 모색하 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추세’를 읽고 따라가는 것이 고등교육 개혁의 한 축이라 면, 다른 한 축은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북한에 적합한 ‘우리식’
교육개혁을 모색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개혁개방 이후 구 교 육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한 교육제도
와 기법들을 광범위하게 도입하여 이를 중국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 왔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외국의 제도나 정책을 무조건 도입하기보 다는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북한 교육현실에 적합한 제도와 정책을 찾아 정착시키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종합대학 확대와 조정이 그 러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이후 장에서 보다 자세히 다룬다.
나. 지식경제 추진과 대학교육발전전략 수립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각국의 국가발전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특 히, 정보통신산업이 급속히 발전하고 선진국들이 첨단기술 이전을 기피하면서, 개발도상국들도 더이상 외국기술의 도입과 모방만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에 선진국과의 격 차를 줄이고 이를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자주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지식경제를 선도할 인력 양성 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북한도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하여 국가교육발전전략을 수립하고, 각 지역과 학교 단위에서 이에 입각하여 교육정책을 실현하도록 하 고 있다. 북한 교육당국은 국가교육발전전략을 수립한 이후 이를 도, 시, 군 등 지역 및 학교 단위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별 로 교육발전전략을 작성하고, 이에 기초해서 교육의 방향성을 설정 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있다. 교육발전전략 수립은 이를 통해 교 육을 목적지향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이에 기초하여 현실과 세계 적 교육발전추세에 맞게 교육체계와 교육과정을 개선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36) 2020년 상반기에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김형직사범대학, 평양의학대학, 리과대학 등 주 요 중앙대학과 각 부문별 대표 대학이 교육위원회와 연계하여 교육
36) 뺷로동신문뺸, 2020.7.29.
발전전략을 작성하였다. 기술대학 부문에서는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기계대학, 교원양성대학 부문에서는 김형직사범대학, 김철주사 범대학, 평양교원대학, 도급대학 부문에서는 함북공업대학, 청진농 업대학이, 공장대학 부문에서는 평양공업대학, 직업기술대학 부문 에서는 평양식료일용기술대학이 교육발전전략작성사업을 선도하였 다.37) 이를 바탕으로 향후 각 도급대학과 공장대학 및 직업기술대 학으로 교육발전전략 작성 및 이에 입각한 학과 신설 및 교육과정 개편 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가교육발전전략에 관해서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였기에, 이하 에서는 평양철도종합대학(현 평양교통운수대학)에서는 2016년에 발간한 문헌에 나타난 철도 부문 대학교육발전략의 주요 방향성을 살펴본다. 첫째, 평양철도종합대학의 발전전략에서 가장 먼저 양성 해야 할 인재유형과 인재유형별 학과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철도 운수 및 도시교육운수 부문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학과체계를 분 석‧개편하고, 학과별 양성규모를 결정한다. 필요에 따라 교통운수 부문 종합대학의 특성에 맞는 학부와 학과를 신설한다. 예를 들어 기초과학부에 응용수학과, 응용물리학과, 응용화학과, 정보학과, 응용역학과와 같은 이공계 학과, 기계재료공학과, 기계전자공학과 등 공학 분야의 경계학과, 국제금융학과, 국제련운학과, 운수봉사 학과와 같은 국제관계 및 인문과학 분야의 학과 및 교육학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철도운수 부문의 종합관리를 수행할 인력 양성을 위 한 운수체계관리학과, 교통운수 부문 생산공정의 컴퓨터화와 통합 자동화시스템 등의 개발 및 관리 인력을 양성할 체계조종공학과 설 치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학부 조정과 원격교육대학 발전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37) 뺷로동신문뺸, 2020.7.29.
둘째, 대학교육발전전략에는 입학생 모집 및 양성 계획이 포함된 다. 제1중학교 졸업생을 비롯한 우수 학생 모집 및 특성에 맞는 선 발 방법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평양철도종합대학을 일류 급 대학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본보기로 하여 교통운수 부문 대학의 발전을 견인하도록 하고 있다. 넷째, “교육과 과학연구, 생산의 일 체화” 실현을 위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연구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술개발처 설립과 첨단기술 제품연구소 및 생산공장 운영을 통한 교육, 과학연구, 생산, 판매의 연계와 수익창출과 같은 것들이다. 또한, 원격교육 확대를 향후 발 전 방향으로 강조하고 있다. 철도전용 통신선의 증설과 이를 활용한 교통운수 부문 원격교육의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데, 원격교육을 통 한 대학교육뿐 아니라 석사, 박사 양성과 현직 기술자 재교육까지 고려하고 있다.38) 요약하면, 대학교육발전전략에서는 해당 교육기 관의 교육목적을 정하고, 이에 입각하여 학생 모집 및 교육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며, 연구 및 생산과의 연관성이나 원격교육 등 을 포함하여 중장기적인 발전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 연구중심대학과 ‘일류급대학’ 육성
21세기 지식경제시대를 맞아, 대학의 지식 창출 역할과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 흡수, 개량하는 기술추격 시 대에는 기초연구에 대한 국가적 수요가 적어 대학연구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원천, 핵심기술 국내개발의 필요성 이 부각되면서 대학이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는 상당히 많 은 연구비와 고급인력, 전공을 넘어선 다분야 협력을 필요로 하므
38) 김춘남, 『새 세기 교통운수부문 인재양성에 대한 리론연구뺸(평양: 철도교재출판사, 2016), pp. 118~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