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1년여 만에 전국과학기술자대회를 개최하 고, ‘지식경제’를 국정 핵심지표로 삼을 것을 천명하였다. 북한의 지
4) 김광남, “새 세기 교육사업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 뺷교원선전수첩뺸, 2012년 2호 (평양:
교육신문사, 2012), pp. 130~132.
식경제는 서구에서 통용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 ‘정보화 시대’
등과 유사한 개념이다. 지식경제는 이를 추진하는 인력들의 높은 전 문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에 지식경제라는 시대적 특 성에 대한 규정은 북한의 고등교육 정책 전반에 반영된다. 유럽 유 학을 경험한 김정은 위원장이 서구 선진국들의 기술발전 추세를 이 해하고, 이를 북한의 국정에 반영한 것이다. 한편 ‘전민과학기술인 재화’는 2013년 제9차 전국과학기술자대회에서 등장하였고, 이후 북한 교육의 목표로 제시되었다.
가. 지식경제와 과학기술
(1) 북한의 지식경제 개념의 의미와 유래
북한의 지식경제 개념은 서구세계에서 통용되는 ‘21세기 지식기 반사회’와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대부분의 북한 자료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혹자는 북한의 지식경제를 최근에 대두되는 ‘제4차 산업 혁명’과 연계한다. 그러나 경제시대 구분에 대한 다음과 같은 북한 의 개념정의를 보면, 지식경제 개념은 ‘제4차 산업혁명’보다는 정보 화사회라는 보다 포괄적 개념과 연계하여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인류는 수공업시대(또는 농업경제시대), 기계제산업시대(또는 공업 경제시대)를 거쳐 오늘의 지식경제시대(또는 정보산업시대)에 이르기 까지 자연을 개조변혁하며 그 주인으로 살려는 자주적 지향과 요구를 실현하여 왔다.”5)
위 인용문에서 보듯이, 북한에서 말하는 지식경제는 우리의 21세 기 지식기반사회, 정보화사회 개념과 맥을 같이 한다. 북한에서는
5) 리기성, 『지식경제시대와 새 세기 산업혁명』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2019), p. 11.
‘지식경제’를 “새로운 지식의 발견(정보)과 기술보급(지식)이 사회경 제발전의 위력한 수단으로 되는 시대, 지식산업이 사회경제발전을 주도하는 시대”로 규정한다.6) 지식경제시대에는 지식과 정보가 주 요한 생산자원이 되며, 지식노동이 생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다고 보는 것이다. 지식경제시대에는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초 해서 경제가 발전하고 지식산업이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핵심산업이 된다고 하면서 첨단과학기술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7) 기계제 산 업시대 공업경제의 기둥은 기계제작공업을 핵심으로 하는 중공업인 데 비해, 지식경제에서는 산업구조가 지식형사업 위주로 개편되면 서 첨단기술산업이 “지식경제의 기둥”이 된다고 보고 있다.8) 기계 제 산업시대의 경제의 인프라가 토지, 물, 전기 등과 함께 철도망, 도로망과 같은 교통운수시설이었다면, 지식경제의 인프라는 컴퓨터 등 정보통신설비와 정보통신망, 데이터베이스 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9) 또한, 지식경제 담론에서 강조하는 지식은 책을 통해 보급 되는 지식이 아니라 부단히 창조되고 갱신되는 과학기술지식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지식은 지식 그 자체로서 머무르는 것 이 아니라 생산력으로 변환되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지식이 다.10)
북한에서 ‘지식경제’라는 개념을 언급한 시기는 21세기 초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정보기술 발전을 적 극 추진하면서 지식경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통치에 도입하였
6) 장금란‧박광철, 『교육발전의 세계적 추세 교육의 정보화』 (평양: 김형직사범대학출판사, 2012), p. 7.
7) 손영석, 『지식경제시대와에 제기되는 몇가지 경제리론문제』 (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14), pp. 122~124.
8) 리기성, 『지식경제시대와 새 세기 산업혁명』, p. 21.
9) 위의 책, p. 57.
10) 신안선 외, 『지식경제시대 인재양성의 발전동향』 (평양: 중앙과학기술통보사, 2016), p. 4.
다.11) 김정일 시기에 크게 발전한 컴퓨터수치제어(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CNC) 기술이 그 시초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2010년 1월 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에서
“CNC기술을 포함한 첨단기술분야들이 개척되면서 인류는 인간의 지식에 토대하여 발전하는 지식경제시대에 들어섰다”고 하면서 강 성국가 건설에서 “첨단돌파”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12)
김정일 위원장이 지식경제시대 진입의 핵심 기술로 CNC를 거론 한 것은 사회주의 북한의 IT 기술 발전 흐름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소비자 가전이 IT 기술 발전을 견인하면서 빠 르게 발전한다. 그러나 생산재 생산을 중시하는 사회주의국가들에 서는 기존 기계산업의 자동화를 중심으로 IT 기술이 발전한다. 많 은 사회주의 체제전환국들이 기계산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CNC 를 적극 추진하고, 이를 통해 전자산업 기반을 확충하는 것도 이 때 문이다.
북한도 1980년대 중후반부터 여타 사회주의 국가들과 유사하게 자동화기술과 산업 발전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이어진 자연재해와
‘고난의 행군’, 사회주의권 붕괴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투자와 개발 이 추진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많은 투자가 필요한 하드웨어 발전 이 지연되고, 인력에 의존하는 소프트웨어가 상대적으로 더 발전하 게 되었다.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이 일단락되자 김정일 위원 장은 강성대국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IT 기술 발전에 매진하였 다. 이와 함께 광케이블에 의한 정보통신망을 구축하고, 정보 확산 과 컴퓨터 활용을 병행하면서 이들을 CNC 개발정책과 연동하였다.
북한에서 기계 자동화를 넘어 은행관리 전산화 등의 컴퓨터 활용과
11) “장군님과 CNC," 뺷로동신문뺸, 2011.3.3.
12) 김정일, “우리 식 CNC기술에 개척한 성과와 경험에 토대하여 모든 분야에서 첨단을 돌파 하자,” 『김정일선집(24) 증보판』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2014), p. 453.
정보화 정책까지 “CNC화”라 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은 위 원장은 이러한 선대의 정책을 계승하면서 이를 국정의 핵심 지표로 내세운 것이다.
(2) 지식경제와 과학기술의 역할
21세기 지식경제가 IT 등의 첨단 과학기술지식을 매개로 발전하 는 만큼, 북한에서 과학기술과 첨단기술산업을 국정의 전면에 내세 우는 것도 서구사회와 유사하다. 지식경제시대에는 과학기술이 급 속히 발전하며 국가경제 곳곳에 스며들어, 산업을 혁명적으로 변화 시킨다. 따라서 북한도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산업화하는 정 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주력 분야가 정보통신(IT)과 생 명공학(BT), 나노기술(NT), 에너지 등이라는 점도 다른 국가들과 차이가 없다.
북한에서는 21세기는 ‘지식경제시대, 정보산업의 시대’이며, 이에 지식경제시대의 요구에 맞는 산업혁명이 수행된다고 보고 있다. 또 한, ‘새 세기 산업혁명’은 본질에 있어서 ‘과학기술혁명’이며, 과학기 술혁명을 통해 경제강국을 건설해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13) 북 한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식경제 및 새 세기 산업혁명이 국제사회 의 산업혁명과 ‘경제기술적 내용’에서 공통성을 가진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는 ① 지능노동에 의거하는 생산기술 혁명이라는 것, ② IT, CNC 등의 첨단기술을 사회적 생산의 기술 기초로 삼는다는 것,
③ 지식과 경제, 과학기술과 생산이 밀접히 결합, 일체화되는 변혁 이라는 것, ④ 결과적으로 자원집약형 경제를 지식집약형, 기술집 약형 경제로 전환시킨다는 것 등이다.14)
13) 리기성, 『지식경제시대와 새 세기 산업혁명』, pp. 90~91.
14) 위의 책, p. 99.
지식경제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들도 여타 국가들과의 공통 성을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중국과는 관련 용어 면에서도 유사성 이 많이 나타난다. 일례로 현재 북한이 주력하는 과학기술과 교육개 혁은 중국의 덩샤오핑이 강조하던 ‘과교흥국(科敎興國)’ 정책과 유 사하며, 김정일 위원장의 ‘과학기술중시정치’도 “과학기술은 제1생 산력”이라고 하는 중국의 정책흐름과 일맥상통한다. 서구사회에서 는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TFP)’이라 칭하는
‘과학기술기여율’ 개념은 중국과 유사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15) 중국은 21세기 초입에 중장기 경제계획을 수립하면서 TFP를 ‘과학 기술기여율’이라 지칭하고, 이를 핵심 발전 목표로 내세웠다. 북한 도 ‘과학기술발전5개년계획’을 연이어 수립하면서 2022년까지 과학 기술기여율을 5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운바 있다.16) 이는 지 식경제 육성의 핵심 목표와 수단으로 생산성 증가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북한과 중국에서 국가 정책으로 사용하는 “과학기술”이 상 당히 포괄적인 개념임을 알 수 있다.
(3) 북한의 특성을 반영한 “새 세기 산업혁명”
북한의 지식경제 개념은 서구사회의 개념과 유사하지만, 한편으 로는 사회주의 북한의 특수성을 반영해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인다 고 주장한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주체”를 강조해 왔으므로, 지식경 제 추진에서도 주체적 입장을 강조한다. 핵무기 등의 국방력 강화와 국제 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자력갱생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자본
15) 이 개념은 경제성장에서 자본 증가에 의한 생산 증가분과 노동투입에 의한 생산증가분을 제외한 생산량 증가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자원재배치와 규모의 경제, 근로자들 의 업무 능력, 과학기술, 경영혁신 등이 포함된다. 이는 전통적으로 사회주의국가들이 서 구 국가들보다 취약한 부분이다.
16) 이춘근 외, 뺷남북 간 과학기술교류협력계획(초안)뺸(과천: 미래창조과학부, 2015), p.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