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남북협력 추진을 위해서는 북한의 변화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임. 탈냉전 이 후 남북관계 및 북한 내부 환경에 있어 많은 변화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 내부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존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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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신남북협력 추진환경과 역량
○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면서, 북한 의 체제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음.
- 여기서는 북한의 대내외적 환경에 있어 주요한 변화 요인들을 현 북한 지도 부의 입장에서 검토해보고자 함.
가. 내부 환경
(1) 정치적 측면 : 정권의 안정성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증거들이 증가하면서 향후 한 동안 북한 정치의 핵심변수는 post-김정일과 관련된 쟁점이 될 것임.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고자 하겠지만, 권력승계와 관련된 문제는 내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제가 될 수밖에 없음.
○ 권력승계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관심을 갖는 문제는 3대세습이 가능한지 여 부와 가능하다면 누구인가? 그리고 집단지도체제의 등장 가능성 및 군부의 주도권 행사 여부 등이라고 할 수 있음.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권력승계 과정 에서 입장이 다른 파벌들 간의 세력관계, 최종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세 력의 성격, 혼란기 민중의 움직임 등이라고 할 수 있음.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지거나, 권력에 공백이 발 생하는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첫 번째 가능성은 후계구도를 둘러싼 내부 권력 투쟁 발생이라고 할 수 있음.
○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장기간의 후계 자 수업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직까지 북한 체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 장 이후에 떠오르는 강력한 후계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임.
○ 후계구도가 집단지도체제이든 3대세습이든 개혁파가 확실하게 정권을 장악하 고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해 나간다면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사회주의권의 노선을 택하게 될 것임.
- 현재와 같은 노선으로는 북한 체제의 한계가 명백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발전 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의 중심 세력이
상생ㆍ공영을 위한 신남북협력 추진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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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가 된다면 중국이나 베트남식 개혁·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임.
○ 권력승계 과정에서 생각할 수 있는 두 번째 가능성은 개혁파와 보수파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임. 군부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 정치세력과 개혁파 간의 노선 갈등이 발생하여,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 한동안 지속된다면 북한 정치는 한동안 혼란 상태를 겪게 될 것임.
- 이 과정에서 정치적 민주화 부문의 개혁에 손을 댄다면, 북한 체제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음. 소련의 경우 개혁에 대한 보수파의 반대 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 개혁에 착수하는 순간, 변화는 고르바초프가 의도 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이루어졌음.
-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북한 내부의 혼란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탈 북자들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거나 한국행을 인정해주고, 한반도 상황에 대 해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한다면 북한 내부의 변화에 큰 충격이 될 것임.
동독의 경우에 인근 국가인 헝가리의 국경개방이 대량 탈주의 기폭제가 되었 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량 탈북사태 발생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함.
○ 권력승계 과정에서 민중의 봉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권위주의 정부의 등 장 가능성이 있음. 정책결정집단의 비교적 균일한 성격, 체제 저항세력의 낮은 조 직화, 반체제 세력의 구심 부재 등 북한 체제의 특징을 고려할 때 권력승계 과정 에서 혼란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궁정 쿠데타’에 그칠 가능성도 있음.
- 루마니아의 경우 차우세스쿠의 몰락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고, 그 과 정에서 민중들의 열기가 높았지만, 결국에는 또 다른 권위주의 정부의 수립 으로 이어졌음. 북한의 경우에도 반체제 세력의 구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인 물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정책결정집단 내에서의 권력교체에 그 칠 가능성이 있음.
-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 과정을 고려하면, 어떤 국가도 아래로부터의 변화 압력만으로 체제전환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변화는 위에 서부터 이루어졌음.
○ 북한 체제의 경우에도 그 특성상 아래로부터의 변화의 압력으로 인해 붕괴하기 보다는 위로부터의 변화가 체제 변화의 주요 요인이 될 것임.
○ 향후 한동안 북한 정치는 권력승계를 둘러싸고 내부적인 체제 안정성 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임. 권력승계를 둘러싼 내부적 문제가 본격화되는 경우 대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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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신남북협력 추진환경과 역량
관계는 기존의 관성을 유지하거나 외부 위기 조성을 통한 내부 안정을 꾀할 가 능성이 높음.
(2) 경제 : 경제난 극복
○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을 고려했을 때, 북한 스스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음. 1999년 이후 플러스로 돌아선 북한의 경제성장률 을 2006년 이후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식량 부족으로 인해 각지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음.
○ 북한은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분조관리제 개선 등 나름의 개혁을 시도 하였으나,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자생적 경제성장의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증거 는 없음. 특히 개방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존재하는 한 근본적인 개혁·개방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임.
○ 후계구도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내부정치적 불안정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개혁·개방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임.
- 오히려 정치적 혼란기에는 외부의 위협요인을 과장함으로써 내부적 결속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핵문제나 대남관계에 있어 비타협적으로 나설 가능 성이 높음.
○ 하지만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는 외부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임. 문제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 핵문제 해결을 통한 대미관계 개선에 중점을 둘 것인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난 극복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 하는 것임.
- 비교적 확실한 것은 북한이 대미·대남관계의 상관성을 이용하여 양자관계 를 이간시키면서, 최대한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임.
- 미국의 차기 대선에서 동아시아에 대한 적극적 관여(engagement) 정책을 표방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고,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 하여 핵문제를 진전시켜 나아간다면, 남북관계의 경색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음.
-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양자협상의 진전과 남북관계의 개선이 서로 역방향 으로 움직일 경우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사이에서 남한 정부의 정책적 딜레 마가 발생할 수 있음.
상생ㆍ공영을 위한 신남북협력 추진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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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문제에 진전이 있을 경우 북한 개발 지원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본격 화될 수 있음. 북한 개발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거나 국제 금융기구 등 국제기 구에 가입 등의 방안이 고려될 수 있음.
- 국제기구의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지원에 부가되는 국제적 기준이 요구될 것이고, 결국 북한은 내부 사회의 개혁·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 에 속도 조절을 시도할 것임.
-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은 북한 체재에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 으로서는 적극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제한적 개혁·선별적 개방이 가능한 수준에서 문제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함.
(3) 사회 : 내부 안정성 유지 여부
○ 경제난·식량난의 확대는 국민들의 국가의존도를 낮추고, 식량 구입을 위한 이 동성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임. 식량배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한 주민들의 이동을 막을 명분이나 방법이 없음.
- 이러한 북한 내부의 상황으로 인해 불가피한 정보 유통의 확대와 이에 따른 주민의식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음.
- 북한은 북·중 국경을 중심으로 비사회주의 조직(그루빠)에 대해 대대적인 단 속을 하고 있으며, 내부 검열 강화 등을 통해 사회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 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
○ 경제난으로 인해 주민들이 국가에 의존하지 못하고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 에 부심하게 되면서 국가 통제 영역 밖에서 이루어지는 주민생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북한 체제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 은 높지 않음.
-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경제의 실패가 아래로부터의 혁명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못하였음. 서구의 경우 산업화 과정에서 성장한 계층이 국가에 대항하는 시민사회를 구성할 수 있었지만, 북한을 포함한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산업화가 아닌 경제와 산업의 붕괴 과정에서 새로운 계층이 발생하기 때문임.
- 즉, 경제의 해체 과정에서 국가 통제 영역 밖에 존재하는 주민들은 집단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기보다는 사적인 생존의 확보에 일차적인 관심이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