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의 국가 간 관계성을 분석하기 위해 본 장에서는
‘동맹 관계’와 ‘동반자 관계’가 말하는 주요 논거들을 살펴보았다 (<표 II-4> 참조). 우선 동맹 관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는 무정부 상태인 국제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자국의 안보라는 국가 이익을 최우선시하며, 이를 위해 주변국과의 동맹 결성을 통 해 ‘세력균형’을 이루고자 노력한다. 따라서 동맹 형성에서 가장 중 요한 요인 중 하나는 동맹을 결성하는 국가 간 자국의 안보를 위협 하는 적대국, 즉 공동의 위협 요인의 존재 여부라 할 수 있다.
둘째, 동맹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가 간 군사‧안보적 협력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맹을 맺는 국가들은 자국의 안보를 목적으로 특정 상황에서 잠재적 적국에 대 항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공식적 협정’을 맺고 타국에 대한 군 사적 개입 또는 전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관계를 맺는다.
셋째, 동맹은 타국과 군사‧안보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자국의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국가 간 관계가 ‘제도적
틀’ 안에 묶이기 때문에 ‘연루’와 ‘방기’의 위험을 상시 내포하고 있
다. 동맹이라는 제도는 동맹 공약의 이행에서 동맹국들 사이에 버려 지기와 끌려들어 가기라는 위험성이 작동하여 동맹의 와해 가능성 과 같은 긴장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동반자 관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반자 관계는 특정
가치관이나 정치적 이념보다는 ‘이익’을 공유하는 개념으로 주로 경 제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동맹이 군사‧안보적 이익 을 우선시한다면, 동반자 관계는 경제적 이익과 협력을 중요시한다 고 할 수 있다.
둘째, 동반자 관계는 잠재적 적 또는 위협을 상정하는 동맹과는 달리 제3의 적을 가정하지 않으며, 동맹보다는 느슨한 형태의 협력 을 추구한다. 원칙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문화 분야 등 국가 간 포 괄적인 협력을 지향하는 동반자 관계는 잠재적 적 또는 위협의 상정 으로 인한 특정 국가 배제 원칙에서 벗어나 동맹보다는 자유롭게 국 가 간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셋째, 국가 간 맺는 공식적인 협정과 같은 제도화로 인한 행동의 구속력이 있는 동맹과는 달리 동반자 관계는 국가 간 관계성이 경직 되어 있지 않고 유연성이 높다. 즉, 동반자 관계는 높은 수준의 제도 화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타국과의 관계를 맺거나 중단할 때 발생 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국가의 행동반경이 동맹보다 상대 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표 II-4> 동맹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특징 비교
구분 동맹 동반자 관계
협력 목적 안보위협에 대한 대응 공동의 이익
협력 영역 군사 중심 경제 중심
협력 양식 방위조약 선언/제안
위협 대응 여부 제3의 적을 가정함 제3의 적을 가정하지 않음
국가 주권 동맹 형식에 따라 자주성 제한 주권 침해 없음
구속력 강 약
제도화 강 약
출처: 왕원, “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외교와 한중관계의 위상,”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8, p. 24를 바탕으로 저자 재구성
그렇다면 현재 중‧러 관계는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우선 중‧러 관계는 동맹 관계의 특성과 동반자 관계의 특성을 모두 포함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라는 위협 을 공유하고 있다. 냉전 시기부터 중‧러 양국은 ‘미국’이라는 현실적 또는 잠재적 위협을 상대하기 위해 상호 협력 관계를 맺어오고 있으 며, 미국과의 양자적 관계가 악화하는 시기마다 중국과 러시아의 우 호 관계는 격상되고 있는 형태를 보인다.
둘째,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와 경제 등 전 분야에 걸친 협력 관계 를 강화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양국의 협력 분야는 미국을 견제하 기 위한 군사‧안보적 협력과 더불어 양자 간 경제 협력 또한 지속해 서 확대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동맹’에서 강조하는 안보적 이익 과 ‘동반자 관계’에서 강조하는 경제적 이익 모두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는 ‘동반자 관계’의 수준을 시대별로 지속해 서 격상시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탈냉전 이후 현재까지 총 6차 례의 동반자 관계 수준을 격상시키고 있는데 현재는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이는 공식적으로는 ‘동반자 관계’의 최 상위 수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실질적인 동맹 관계’ 수준이라고 평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1950년대 중소동맹의 와해 경험으로 인해 공식적인 동맹 관계 설정 시 상호 연루와 방기를 경계 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동반자 관계’라는 틀을 통해 양국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발전되어 온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기반으로 향후 양 국의 국가 관계성을 이론적으로 평가해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군사 요인과 양국의 경제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요인 등 상황에 따라 중‧러 양국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수도, 공식적인 군
사 안보 협력 수준인 동맹으로 변화될 수도, 때에 따라서는 현재 수 준의 동반자 관계가 격하(down-grade)도 될 수 있는 유동적인 상 황이라 판단된다. 따라서 중‧러 관계의 분야별 분석을 통해 향후 중‧러 관계가 어떤 수준의 국가 관계를 맺을지에 관한 판단과 양국 관계의 발전 수준에 따라 우리의 대응 전략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승수 통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