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는 제2차 대전 이후 사회주의권의 강국으로서 냉 전이 종식될 때까지 전략적 협력과 국가적 갈등을 반복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러 에너지 협력은 냉전 시대에는 사회주의 국가 간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냉전 이후 시대에 이르러 시장경 제 방식으로 변경되어 추진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냉전이 종식된 이후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의 잠재력이 막대한데도 불구하고 30여 년간 대대적 내지는 본격적 상호 결합한 형태의 에너지 협력을 추 진하지 않았다. 이러한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은 2019년 말에 시베리 아의 힘이라는 파이프라인을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에너지 협력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즉, 양국은 본격적 상호결합형 에너지 협력관 계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의 과거 및 현재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양국 간
협력관계의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양국 간 에 너지 협력과 관련한 정책 환경을 살펴보고, 협력의 발전 방향을 예 상하기 위한 관련 요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중‧러 에너지 협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 환경을 살 펴보면 아래와 같다. 우선하여 국제질서 변화와 관련, 러시아는 유 라시아 대륙의 강국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강대국이기 때문에 양국 간 관계의 발전은 세계질서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하 는 동시에 세계질서의 변화가 양국 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 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의 세계질서 유지 및 운영 전략의 변화는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 환경 변수이 다. 또한, 미‧중 패권 경쟁의 전개 양상은 중‧러 관계의 변화에 영 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즉,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견제적 내지는 비우호적으로 대응하면 할수록 중국 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며,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 국이 불리해지는 추세가 지속하면 중국은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 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미국의 정책 변화는 중‧러 에너지 협력의 발전 방향 을 가늠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넓은 의미에서의 정책 환경 변화가 실질적으로 중‧러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준 변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가 에너지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협력을 시작하 게 된 2014년의 국제환경이 중요하다. 냉전 이후 시대 진행된 유럽 지역에서의 러시아와 유럽국가 및 미국과의 누적된 군사‧안보 분야 에서의 문제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실질적 분쟁의 형태로 나타나 게 되었다. 2014년에 시작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이에 대한 서방세계의 대러시아 경제제재는 러시아가 중국과 오랫동안 진행하
였지만, 성사를 미루고 있었던 동부 시베리아 지역의 대중국 파이프 라인 건설사업에 합의하도록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즉, 미국 을 포함한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는 러시아가 중국과의 대규모 에너지 협력 사업에 합의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에너지 산업계에서 진행된 기술혁신에 의한 경제성 있는 셰일 오일(Shale Oil) 및 가스 대량생산은 미국을 세계적인 에 너지 수출국으로 만들게 되었다. 세계 각국은 기존의 중동과 러시아 중심 에너지 수요처 확보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에너지 수요 확보에 나서게 되었으며, 에너지 시장 자체가 더 경쟁적으로 변화하게 되었 다. 세계적 주요 수요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 각국은 대서양을 횡단 하는 미국과의 에너지 교역 증대를 모색하기 시작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던 세계적 에너지 공급자 위상을 약화하 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러시아는 2000년부터 지속한 중국과의 가스관 건설 및 천연가스 공급 사업 협상에서 여러 가지 양보를 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으로서는 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된 가스 를 더욱 저렴한 가격에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공급받는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가 대규모 파이프라인을 연결하였다는 것은 양국이 향후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 에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의 성격상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업의 안정성이 담보되기 이전에는 사업이 진전되기 어렵다는 것이 에너지 업계의 상식이다. 즉, 중국 과 러시아는 양국 간 합의서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향후 30년간 러시 아가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한다는 약속을 한 것이며, 중국도 이에 부응한 것이다.160) 또한, 중국은 이 파이프라인을 동북지방을 거쳐
160) “中国石油与俄气公司签署项目合作谅解备忘录,” 中国石油天然气集团有限公司,
서 궁극적으로는 베이징과 상하이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파이프라인 연결사업의 성공은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의 가장 중요한 지속요인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 해상을 통한 에너지 수송 의존을 감소시키기 위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와 같은 육상으로 접해 있는 에너지 수출국과 파이프라인을 통한 에너지 수입을 증대시키려고 한다.
넷째, 중국은 냉전 이후 지속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다방면에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사업을 펼치고 있으므로 기존의 석탄 의존 난방 및 취사 형태를 탈피하고자 하고 있다. 한편 공업화 과정에서 파생 된 공해물질의 대량배출로 인해 중국은 대도시 지역 공기의 질 저하 로 대표되는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선진국형 경제생활 추구는 필연적으로 천연가스에 대한 수 요 증대를 요구하게 되어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수입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협력은 앞으로도 가일층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에 중국은 수송부문과 석유화학부문에서 석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하자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석유 수입을 증대시 키려 하였으며, 러시아 석유 자원 개발 및 양국 간 파이프라인 건설 을 위해 러시아에 대규모 자금을 제공한 바 있다. 2010년대 들어서 는 대도시 지역의 대기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석탄에서 가스로 의 연료 전환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였다. 앞으로도 중국의 가스 수요는 빠른 속도로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 키는데 러시아 가스가 가장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위와 같은 요인들은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간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2016.6.27., <http://www.cnpc.com.cn/cnpc/jtxw/201606/47378291577148ed995 f2701ab236edc.shtml> (검색일: 2020.10.30.).
인한 국가 간 교역 축소 현상은 에너지 분야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속성상 이동을 제한하는 격리를 기본으로 하는 방역 시스템을 가동해야 하 므로 이미 에너지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을 보여주었으며, 과거와 같 은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다. 따라서 중‧러 에너지 협력은 2019년 말 파이프라인 개통과 가스 공급 개시라는 역사적 사업 성공으로 상호의존의 큰 걸음을 내디뎠 다고 할 수 있으나,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확대 성장의 속도가 더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중‧러 에너지 협력을 축소시킬 수 있는 변수를 식별해 보면 첫째가 코로나 팬데믹의 해결과 관련이 있다 하겠다. 즉, COVID-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국의 경 제성장도 더디게 되면서 에너지 수요의 확대 추세가 변화된다면, 러 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의 속도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저유가 글로벌 시장이 지속되면 중국 으로서는 더욱 저렴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수입국을 다변화할 것은 명약관화하므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거나 조 건의 변경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즉, 중동 지역의 원유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미국의 셰일 원유 및 가스 가격이 동반 하락할 경우, 중국으로서는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생 긴다는 것이다.
셋째,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에너지 수 요의 급격한 증대 현상을 보여주었으나, 2000년대 들어서도 러시아 와의 에너지 협력을 전격적으로 가속하지 않았다는 점은 중‧러 에 너지 협력의 미래 예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중국은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 으나, 러시아와 같은 강국에 대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중국의 대러 견제 심리는 향후 에너지 협력의 수준과 폭을 조절하는 지정학적 요인으 로 계속 작용할 것이다.
넷째, 러시아는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로부터의 경제제재 에 직면해 있으므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이다. 이러한 결과 러시아가 유라시아 국가로서의 이중성을 노정하 면서 서쪽의 유럽과의 협력을 잠시 조정하면서 동쪽 중국과의 협력 을 강화하는 정책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유럽국가 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회귀하면 중국과의 에너지 협력 강화를 보류 내지는 중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위와 같은 중‧러 에너지 협력을 둘러싼 정책 환경과 확대요인 및 축소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음과 같이 예측할 수 있다고 판 단된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 간 에너지 협력은 단기적으로는 협력 이 지속되면서 확대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분석된다. 둘째, 중국과 러시아 각각의 강력한 주변국 견제라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서 중기적으로는 협력의 강화 추세가 둔화하면서 상업적 계산 에 의한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보다 앞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장기적으로 보면 중‧러 에너지 협력은 미국 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그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 로 보인다. 즉, 미국이 패권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면 중‧러 에너지 협력이 좀 더 긴밀해질 가능성이 크며, 중국의 우세가 크게 보일 때 소원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