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셰익스피어와 동성애 문화 콘텐츠
1. 소네트와 동성애 영화
Jarman)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후기구조주의로부터 힘을입은 동성애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인간의 성적 모호성, 사회적 산물로서의 성, 그리고 ‘이성’과 ‘동성’
의 이항대립론의 위험성을 다루고 있다”고 주장한다(전준택, 「Getting」, 291).
그리고 <쉐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 2017)에서 남성 등장인물 자 일즈(Giles)가 퇴락한 광고업자이면서 외로운 동성연애자 역할을 잘 소화해 냈는 데, 이 영화가 2018년 제90회 아카데미 최고작품상을 받는데 크게 기여했다.
나아가 <헨리 4세>(Henry IV)를 토대로 각색한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 1991)에서 스콧이 카멜라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수면증 환자인 마이크 가 홀로 남는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데서 보듯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무 엇보다 사랑의 삼각관계를 강력한 모티프로 하는 많은 영화들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소네트를 구성하고 있는 화자와 미남 청년 그리고 난잡한 검은 여인 사이 에서의 애매한 삼각관계는 양성애자인 남성을 중심으로 삼거나, 또 다른 남성과 여성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이야기의 전형을 이룬다. 이러한 주제를 담은 영화 들은 크리스티바(Kristeva)가 말한 바와 같이 “인용들의 모자이크”이자 “다른 텍 스트를 흡수하고 변형한” 작품이자, “상호텍스트성이 상호주관성을 대체한 것”으 로 볼 수 있다(Moi 37). 그런데 흥미롭게도 화자인 시인은 미남 청년에게 우정 이상의 사랑을 표현하며 검은 여인과의 육체관계를 경계하지만, 그들이 관계를 가진 후에는 동성의 남자에 대해서 관대한 마음을 회복한 반면 이성적 존재를 악마로 비난하는 이중적이면서도 여성혐오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소네트에 서는 정신적 개념으로서 동성애가 육체적 쾌락에 기초한 이성애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연구자들은 셰익스피어의 성적 경향에 많은 관심을 가지 고 자연스럽게 그의 전기적 사실과의 관련성을 추론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러한 시도는 이 시에 내포된 작가 내면의 심리적 욕망이 그의 실제 삶에서 출발하였 으리라는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논리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동성애적 성향은 물 론이고, 다른 여성들과 교제했던 구체적인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부 스(Stephen Booth)는 “소네트 어느 곳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Booth 548). 21세기 현재 국내 연구자들에서도 셰익
스피어의 전기적 근거를 토대로 작가의 섹슈얼리티를 추측하기보다 작품 자체에 드러난 현상만을 분석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네트가 만들어 낸 풍부한 상호텍스트성 효과 때문에 작 가의 성적 경향은 학문적 호기심을 여전히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알려진 전기적 사실만으로도 새로운 의문점과 단서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우선 소네트의 화 자는 선천적인 원인에 따른 동성애자라기보다 후천적 습성에 따른 양성애자로서 동성애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작가가 런던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던 때는 물론이고 극작가와 사업가로서 성공했을 때에도 아내와 자식들을 도시로 이주시 켜 함께 살지 않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눈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 서 작가가 외도를 했다는 구체적인 기록은 없지만, 던컨-존스(Katherine Duncan-Jones)와 그리어(Germaine Greer)가 추측하듯이 작가가 행복하지 않거 나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혼인생활이 여성을 혐오하는 현상을 포함하여 양성애적 성향에 영향을 주었는가 하는 점은 국내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 이다.
이외에도 154편의 소네트들이 한 개의 작품으로서 그 연속성을 보장한다면, 작가가 미남 청년에게 고백한 사랑이 육체관계의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 에서 과연 동성애가 될 수 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또한 자신은 검은 여인과 성 관계를 맺었으면서 미남 청년에게 그것을 권유하지 않음은 이율배반이라는 주장 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하여 미남 청년에게 출산을 강조한 것은 혼인을 통한 건 전한 성행위를 의미함인데 작가가 동성애자라면 굳이 이것을 강요해서 자신과의 관계를 종료시키려고 했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논제에 대해서 작가 가 허구적 인물인 미남 청년을 사실상 과거의 자신과 동일시하고, 지난 날 정신 적 애정이 없는 상태에서 행한 문란한 성관계를 후회했다거나 앞으로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도 해석가능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영화 작품들은 마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 는듯한 내용으로 각색되었는데 이것은 그 장르에 언어 이외에 문화적 상호텍스 트성이 접목되어 있음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