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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예술에 대한 지각 경험의 신경 기반

아트를 지각할 수 없게 된다고 해서 키네틱 아트에 의해 생겨나는 미적 효과가 V5 영역의 활동에만 의존한다는 의 미는 아니다. 우리는 이 같은 현상을 통해 움직임을 지각 하는 데 V5 영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따 름이다.83)

또한 초상화에 관한 논의에서도 이러한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방추회랑에 손상을 입은] 얼굴인식불능증 환자가 초상 화를 보고 미적 쾌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상상하기 어렵 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초상화가 유발하는 미 적 효과가 단지 방추이랑의 활성화에만 의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이 피질 부위는 초상화를 즐기기 위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능이 제대로 발 휘되지 못한다면 친숙한 얼굴이나 다른 일반적인 얼굴들의 재인(recognition)에 관련된 초상화의 미적 의미를 전혀 파 악하지 못할 것이다.84)

요컨대 제키가 초기의 연구들을 통해 밝혀내고자 한 것은 시각 예술 작품을 볼 때 모든 사람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신경 활동과 그 신경학적 원리였다. “우리는 지난 25년 간 얻은 지식을 통해서, 시각 뇌 의 기능에 관해 상당한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시각 예 술작품을 볼 때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적어도 기초적인 지각의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는 새롭고 흥미로운 방법들도 가지고 있 다. 그리고 뇌의 기능과 미술의 기능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몇 가지

83) Ibid., p.174 84) Ibid., p.208

신경학적인 사실들을 논의해볼 수 있다. 특정한 그림을 볼 때 뇌에서 일 어나는 일은, 적어도 기초적인 수준에서는, 모든 사람에게서 극히 유사하 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비록 미적 경험을 일으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앞에서 설명한 시각 뇌의 정상적인 도움 없 이는 어떤 미적 경험도 불가능하다는 점만은 명백하다. 따라서 나는 이 책 『이너비전』 속에서 시각 뇌의 기능과 그 생리적인 특성에 관해서 중심적으로 다뤘다.”85) 제키는 시각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표현한 시 각적 효과에 대해 신경과학적으로 접근해보면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알지 못했던 시각 뇌의 원리를 새롭게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86)

정리하자면 제키의 신경미학은 예술을 창작하거나 미적으로 감상하 는 예술 경험87)을 비롯한 인간의 모든 행위가 근본적으로 뇌의 신경 활 동에서 비롯된 ‘뇌의 산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였다. 제키에 따르면 예술의 창작이나 감상에 연루된 행위들에는 뇌의 특정한 신경 활동이 집 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들은 특정한 신경 활동이 따르는 신경생리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제키는 예술에 대한 경험을 다루는 미학 이론들은 반드시 뇌의 신경 활동과 그 법칙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에 근거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제키는 뇌의 활동과 그 산물 가운데 하나인 예술 경험 사이의 공통된 연 결 고리를 해명하기 위해 신경미학이라는 융합학문 분야를 새로이 공식 화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제키의 초기 저술들은 신경미학의 학문적 정당 성, 즉 예술작품과 연관된 경험들을 신경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환 기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되고 있다.88)

85) Ibid., p.218 86) Ibid., p.202

87) 본 논문에서는 ‘예술에 대한 지각 경험’과 ‘예술에 대한 미적 경험’을 모두 포괄하여

‘예술 경험(experience of art)’이라고 지칭하겠다.

88) Douchová and Nešetřil, op. cit., p.31; 김채연, op. cit., p.343

Ⅲ. 제키의 후기 신경미학: 예술에 대한 미적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