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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미적 경험에 대한 유기적 이해: 맥락에 대한 강조

였다. 즉 인간 존재를 동물과 같은 자연적인 생명체로부터 분리시키고, 인간의 경험을 감각이나 직관, 관조, 쾌와 같은 단일한 심리학적 요소로 환원시킨 이론들은 인간과 인간 경험이 근본적으로 자연에 연속된 것이 라는 진화생물학적 사실을 깨닫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듀이에게 있어 모든 경험은 주체와 객체, 자아와 그 자아가 속한 세 계의 부분들 사이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경 험은 그 자체로 오직 물리적인 것이거나 정신적인 것일 수 없다. 비록 두 요인 중 하나가 경험 전체를 지배하고 있을 경우에도 말이다. 듀이의 관점에 따르면 경험에서 밀접하게 연결된 요소들을 분리된 것으로 보게 되면, 경험의 어느 한 가지 측면에만 편중된 편협한 이론을 형성하게 된 다. 이러한 맥락에서 듀이는 기존 철학의 비유기적 사유체계를 비판하고, 경험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간의 연속성을 고려한 유기적 사유체계 를 확립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듀이의 자연주의 이론은 프리바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서양 전통 철학의 비유기적 사유체계에 토대를 둔 제키의 이론과 달리 ‘비환원적 자연주의’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 다.158)

일상의 관심이나 정신작용으로부터 거리를 둔 순수하게 관조적 혹은 무 관심적인 행위로서 규정되지 않았다. 듀이가 보기에 이러한 전통적인 규 정들은 생명체로서 인간이 가진 자연적 속성에 대한 이해가 결핍된 관념 적인 착오일 뿐이었다. 따라서 듀이는 예술과 미적 경험을 (인간과 경험 이 그러하듯이) 자연에 연속된 것으로서, 즉 일상의 삶과 정신작용에 연 속된 것으로서 다시금 복귀시켰다.

간단히 말해 듀이에게 있어 예술이란 미적 경험이다. 듀이는 경험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물리적 생산품으로서 “예술품(art product)”과 직접 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산출되는 ‘하나의’ 경험으로서 “예술작품 (artwork)”을 구분하였다. ‘하나의’ 경험이란 일상 경험의 부분들이 각각 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통일성(unity)을 유지한 채 어떤 극치(consummation)에 도달한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경험 으로서 미적 경험은 일상적 경험의 밀도가 최상의 응집성(intensity)을 이루어 충만한 완성(fulfillment)에 이른 상태를 뜻한다.160)

부연하자면 듀이는 경험을 크게 ‘완성되지 않은 경험’과 ‘완성된 경 험’으로 구분하였다. 그 중에서 ‘완성된 경험’이 곧 ‘하나의’ 경험이다. 완 성되지 않은 경험은 경험의 부분들이 통일성 없이 산만하고 느슨한 상태 로 흩어져 버리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되거나 특징적으로 의미화 되는 데 실패한다. 반면에 완성된 경험은 경험의 시작 지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과 그 부분이 어떤 목적이나 지향점을 향해 전개되고 발전해가는 중 간 과정, 그리고 그것의 최종적인 마침 지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고유성을 간직한 채 서로 원만하게 연결된 전체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박물관에 전시된 미술품 앞을 지나가는 한 관람객이 있다 고 가정해보자. 그 관람객이 작품을 흘깃 보고 별다른 감흥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경우, 또는 타의에 이해 그 작품에 관한 설명을 성의 없이 흘 려듣고 지나가는 경우, 그 경험은 듀이가 말하는 ‘하나의’ 경험이 될 수

160) 김진엽, 「미적 체험(aesthetic experience)에 대한 미학적 이해」, 『미술교육논 총』, 제11권, 2001, p.5

없다. 반대로 관람객이 스스로 작품 앞에 멈춰 서서 작품의 외관뿐만 아 니라 작품의 제목과 해설문을 눈여겨보며 나름의 의미를 도출하고 만족 스러운 느낌을 품은 채 비로소 발걸음을 옮겼다고 생각해보자. 이 경우 작품을 시각적으로 음미한 경험, 작품의 제목과 해설서를 읽고 이해한 경험, 그리고 이로부터 자기만의 의미를 생산해 경험 등 경험의 다양한 부분들이 각각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 나의’ 경험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듀이는 바로 이러한 경험이 미적 경험이라고 생각했으며, 이것이야말로 박물관에 박제되어 죽어 있는 ‘예 술품’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있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위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미적 경험은 지적, 언어적, 의지적인 정신작용 뿐만 아니라 시지각적, 감각적 성질에 관련된 정신작용 그리 고 박물관이라는 시공간적 환경에 관련된 물리적 작용이라는 다양한 요 소들이 상호작용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듀이의 표현을 빌려 말하 자면 미적 경험에는 물리적/정신적 환경과 맥락에 연루된 다양한 성질들 이 “구분 없이 녹아 있다.” 따라서 듀이의 관점에서 어떤 경험이 철학적 탐구이든, 도덕적 실천이든, 예술적 활동이든지 간에 모든 ‘하나의’ 경험 속에는 미적인 성질이 잠재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두를 닦는 일이 나 운동 경기에 참가하는 일, 요리, 종교적 수행, 심지어 연인 사이의 다 툼까지도 미적 경험이 될 수 있으며, 예술이 될 여지가 있다. 즉 듀이에 게서 미적 경험은 일상 행위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듀이는 이처럼 예술과 미적 경험의 의미를 유기적, 맥락적 관점 아래에 서 재구성함으로써 예술과 미적 경험을 일상의 영역으로 되돌려 놓았다.

요약하자면 듀이에게서 미적 경험은 “그 자체 내에 어떤 특정한 요 소를 독특하게 지니고 있거나, 어떤 특별한 차원에 독특하게 초점을 두 기 때문에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경험의 모든 요소들을 흡수하 고 발전시키는 하나의 전체 속으로 더욱 강렬하게 통합시키기 때문에 구 별된다.”161) 예컨대 듀이에게 있어 미적 경험은 칸트가 규정한 것처럼

161) 슈스터만 지음, 허정선, 김진엽 옮김, 『삶의 미학: 예술의 종언 이후 미학적 대

일상적인 욕구와 충동이 배제된 순수한 정신 작용으로서 무관심적인 관 조(contemplation)로서 환원될 수 없으며, 버크가 정의한 것처럼 대상의 감각적 성질이 불러일으키는 쾌로서 단순화될 수 없다. 듀이의 관점에서 예술과 미적 경험의 다양한 맥락과 상호작용성을 간과한 버크와 칸트 같 은 전통철학자들의 환원적 생각은 경험의 구성요소 사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긴밀한 연결고리들을 강제로 단절시켰다는 점에서 오류가 있 다. 다시 말해 예술의 특정한 성격을 강조하거나 미적 경험의 특정한 성 질에만 집중된 기존 미학이론들은 그러한 성질이나 성격을 특별하게 여 겼던 특정한 시대에만 적합한 이론에 지나지 않는다. 즉 기존 미학이론 들은 모든 시대의 예술 활동에 일반화하려고 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 다. 이에 반해 유기적인 경험관에 입각한 듀이의 미학이론은 예술과 미 적 경험의 맥락 의존성을 중심에 둠으로써 예술의 다양성을 추구하였으 며, 예술의 범주를 시대와 장소를 넘어선 것으로서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2. 레더의 맥락적 접근 사례: 듀이의 미학을 수용한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