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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 내용과 성과: 2007-2017년 연구를 중심으로

생명체의 경험은 언제나 특정한 시공간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경험은 특정한 시공간적 맥락뿐 아니라 특정한 사회 문화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인간의 경험 가운데 예 술을 대상으로 한 미적 경험 또한 마찬가지로 인간과 예술을 둘러싼 특 정한 물리적, 의미적 맥락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앞서 레더의 모델을 통해 살펴보았다. 여기서 ‘물리적 맥락’이란 좁은 의미에서 예술작품과 인간을 둘러싼 조명, 온도, 소리, 시간과 같은 시공간적 환경을 말하며, 넓은 의미에서는 미술관, 갤러리, 사적 공간, 혹은 실험실과 같은 장소적 환경을 말한다. 반면에 ‘의미적 맥락’이란 예술작품에 있어서 작품의 의 미 산출에 영향을 미치는 작품의 제목, 출처, 가격, 미술사적 정보, 원본 과 복제본의 여부 등을 가리키며, 경험자에 있어서는 경험자의 성별, 연 령, 지적 수준, 전문성, 취향, 관심 등을 가리킨다.177)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관점에 따르면 예술에 대한 미적 경험은 이처럼 수많은 맥락적 요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물론 신경학적으 로도 이러한 미적 경험의 다양성만큼 그 근저를 이루는 신경 기반도 다 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작품과 경험자를 둘러싼 맥락적 요 소들은 예술에 대한 미적 경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레더에 따르면 2004년에 이러한 질문을 하나의 중요한 화두로 제시한 미적 경험 모델이

177) Leder et al., op. cit.; Leder, “Next Steps in Neuroaesthetics: Which Processes and Processing Stages to Study?”, Psychology of Aesthetics, Creativity, and the Arts, 2013, Vol.7(1), pp.27-37; Leder and Nadal, op. cit.

그림 15. Kirk et al. (2009)

그림 16. Kirk et al. (2009)

처음 발표된 이후, 최근까지 약 십여 년 동안 신경미학 분야에서는 예술 에 대한 미적 경험과 그 신경 기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맥락적 요소들을 다룬 실험 연구가 꾸준히 시행되어 왔다.178) 레더는 이러한 실 험 연구들을 그것이 초점을 두고 있는 맥락의 성격에 따라, 크게 ‘예술에 대한 미적 경험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적 맥락’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와 ‘예술에 대한 미적 경험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맥락’의 상 관관계를 다룬 연구들로 구분하였다.179) 이러한 레더의 구분에 따라 맥 락적 접근을 취한 신경미학의 대표적인 실험 연구 사례들을 검토해 보겠 다.

(1) ‘의미적 맥락’에 따른 미적 경험과 그 신경 기반의 차이

먼저 fMRI 기술을 이용한 신경영상 실험을 통해 예술작품을 둘러싼

178) Leder and Nadal, op. cit., p.453 179) Ibid., pp.453-454

여러 의미적 맥락들이 예술에 대한 미적 경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낸 대표적인 연구 사례에는 Kirk et al. (2009), Huang et al.

(2011)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커크 연구팀의 실험은 그림의 원본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라벨(label)이 이끌어내는 기대치 (expectations)가 그림이 제공하는 시각적 자극에 대한 선호도와 미적 경 험의 근저를 이루는 뇌 영역의 활성 작용을 조절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 다.180) 커크의 연구팀은 피험자들로 하여금 fMRI 스캐너 속에서 여러 가 지 추상회화 예술작품의 복제본들을 바라보게 하였다. 연구팀은 피험자 들에게 제시된 추상회화 복제본 중 일부의 원본은 미술관에 소장된 예술 작품이며, 나머지의 원본은 연구팀이 컴퓨터를 이용해 임의로 제작한 비 (非)예술작품이라는 정보가 담긴 라벨들을 함께 보여주었다(<그림 15>

참고). 그리고 피험자들이 각각의 그림에 대하여 미적 선호도를 매기는 동안에 그들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제 시된 모든 그림들의 원본이 사실상 미술관에 소장된 예술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험자들은 미술관에 속한 예술작품이라는 기대치를 이끌어내 는 라벨이 함께 제시된 그림들에만 높은 미적 선호를 나타내는 반응을 보였다. 이 때 피험자들의 뇌 속에서는 내측안와전두엽(mOFC) 부위 신 경세포들의 활성 반응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그림 16> 참고). mOFC 부위는 Ⅰ장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주어진 자극의 보상적 가치를 인지하 는데 관여하는 뇌의 핵심적인 보상체계이다. 이 부위에는 높은 보상을 기대할 때 느껴지는 쾌감을 산출하는 신경세포들이 모여 있다.

커크 연구팀의 실험 결과는 ‘미술관’과 ‘컴퓨터’라는 맥락에 따라 그 림에 대한 미적 선호도와 미적 쾌감도가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는 상이한 미적 경험을 유발하며, 이에 관련된 뇌신경 기제에서도 활성 반응의 차 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mOFC 영역은 주어진 자극의 보상적 가치뿐 아니라 이에 영향을 미치는 맥락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라는 사실도 새롭게 규명되었다.181)

180) Ibid., p.453

그림 17. Huang et al. (2011)

다음으로 커크 연구팀과 동일한 취지에서 fMRI 기법을 이용하여 예 술에 대한 미적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맥락적 요소를 탐구한 후앙 연구 팀의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행동학적, 신경학적 결과가 도출되었다. 앞 서 커크 연구팀이 미적 경험의 맥락적 조절 요인으로서 주어진 대상이

‘예술작품(art)’인지 아니면 ‘비예술작품(non-art)’인지의 여부를 다르게 설정하였다면, 후앙 연구팀은 렘브란트의 여러 초상회화 작품들을 자극 으로 삼아 제시된 작품이 ‘원작(authentic)’인지 아니면 ‘복제품(copy)’인 지를 가르는 ‘진품성(authenticity)’을 미적 경험의 맥락적 변수로 설정하 였다. 이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각각의 작품을 보기 직전에 “이것은 원작 이다” 혹은 “이것은 복제품이다”라고 안내하는 음성 자료를 통해 작품에 대한 선행정보를 취하도록 통제되었다. (<그림 17> 참고). 이는 자극의

시각적 조건을 최대한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182) 피험자들은

181) Kirk et al., “Modulation of Aesthetic Value by Semantic Context: An fMRI Study”, NeuroImage, 2009, Vol.44(3), pp.1125-11322009, p.1130

182) Huang et al. “Human Cortical Activity Evoked by the Assignment of

그림 18. Huang et al. (2011)

제시된 작품의 진품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작품을 바라본 다음 각각에 대하여 미적 선호도를 매기도록 지시받았다. 그리고 과제를 수행하는 동 안에 이들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 변화가 기록되었다. 그 결과 피험 자들은 원작이라고 안내받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으 며, 이 때 유의미하게 활성화되는 뇌 영역으로는 mOFC 부위가 관측되 었다. 반면에 복제품으로 분류된 작품 군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선 호도를 매기는 동안에 피험자들의 전두극피질(frontopolar cortex, 이하 FPC) 부위에서 높은 활성 반응이 관측되었다(<그림 18> 참고).

후앙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결과를 통해 해당 예술작품이 정말로 원작인지 복제본인지에 상관없이, 예술작품의 진품성에 대하여 주어진 맥락적 정보에 따라 미적 경험의 성격과 이에 관련된 뇌신경 활

Authenticity When Vieweing Works of Art”,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2011, Vol.5/134, p.3

동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183) 그런데 이 실험에서 특히 주목된 것은 FPC 영역의 활동량 변화인데, 선행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영역은 단기 기억을 바탕으로 복수의 가설들을 검증하는 의사 결정을 수 행하는 인지작용에 중심적으로 관여하는 두뇌 피질 부위이다.184)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후앙 연구팀의 실험에서 FPC 부위가 극명한 활성 변화를 보인 것은 피험자들이 제시된 예술작품의 진품성을 판별하는 데 필요한 복수의 정보들을 기억해내고 이러한 기억들을 조합함을 통해 판 단을 결정하는 인지작용을 수행한 데에서 비롯된 뇌신경 반응이라는 해 석이 도출될 수 있다.185) 요컨대 후앙 연구팀의 실험은 예술작품의 진품 성에 관계된 맥락에 따라 미적 반응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에 상관관계를 갖는 뇌신경 부위는 (mOFC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FPC를 포함한 뇌 전체 다수 영역에 걸쳐있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fMRI를 활용한 실험 외에도 뇌파기록(Electroencephalogram, EE G)186)이나 근전도검사(Electromyography, EMG)187), 안구운동추적(Eye motion tracking)과 같은 다양한 기술들이 미적 경험과 맥락의 상관관계 를 탐색하기 위한 실험 방법으로 채택되고 있다. 그 중 Gartus & Leder (2015)의 연구는 안구운동추적 기술을 활용한 실험을 통해 예술작품이 전시된 환경의 맥락에 따라 미적 경험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보여 주었다. 이 실험에서 자극으로 사용된 예술 대상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프란츠 클라인, 앤디 워홀, 호안 미로의 추상미술과 구상미술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20세기 현대미술이며, 다른 하나는 스프 레이나 스텐실 혹은 포스터를 재료로 삼은 다양한 그래피티(graffiti) 아 트이다. 가르투스와 레더 연구팀은 <그림 19>와 같이 스크린 화면을 통

183) Ibid., p.1 184) Ibid., p.6 185) Ibid.

186) 뇌전도 검사. 근육의 동작전위를 기록하는 장치. 근육이 수축했을 때 흐르는 미약한 전류를 증폭하여 근전도를 기록하는 장치로 근육의 이상을 발견하는 데 이용함. (산 업통상자원부, 지식경제용어사전, 2010)

187) 근전도 검사. 대뇌 피질의 활동에 의한 전위 변화와 뇌파에 의해 일어나는 뇌전류 (brain current)를 기록한 전기 기록도.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2011)

그림 19. Gartus & Leder (2015)

그림 20. Gartus & Leder (2015)

해 이 두 종류의 작품들을 미술관이나 거리(street)로 구분된 상이한 맥 락에 각각 위치시켰다. 그리고 피험자들이 상이한 맥락 속에 제시된 작 품들을 보고 그것이 유발하는 아름다움의 정도, 관심(interest)의 정도 및 감정가(emotional valence, 쾌 혹은 불쾌의 유발 정도)에 대해 평가를 내 리는 동안 이들의 눈동자 움직임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현대미술의 경우, 거리의 맥락 보다는 미술관의 맥락에서 아름다움과 관심의 평가치가 높게 기록되었다(<그림 20> 참고). 반면 그 래피티 아트의 경우, 작품이 놓인 맥락 자체는 아름다움이나 관심의 평 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피티 아트라는 예술 장 르에 대한 피험자의 개인적인 관심이 작품이 놓인 맥락과 상호작용함으 로써 미적 평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밝혀졌다. 가령 그래 피티 아트에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던 피험자들은 현대미술작품이 미술관이라는 맥락에 놓여 있을 때보다 거리의 맥락에 놓여 있을 때 더 긍정적인 감정 반응을 보였다. 다음으로 피험자들의 눈동자 움직임을 분 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작품이 거리의 맥락에 놓여 있을 때보다는 미술 관의 맥락에 있을 때, 작품에 대한 응시 시간이 훨씬 더 길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