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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호명

가. 여성의 헌신과 노고에 대한 사회적 인정: “혁명의 한쪽수 레바퀴를 떠밀고 나가는 시대의 꽃”

김정은 시대가 출범한 후에 개최된 국제부녀절 행사는 국가가 여 성을 어떻게 호명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2년 국제부녀

47) 황의정·최대석, “북한의 여성관련 법제정을 통해 본 여성의 법적 지위의 변화 전망,ˮ pp. 25~27 참조.

절에 북한은 “녀성들은 강성국가건설의 한쪽 수레바퀴를 힘차게 밀

고나가자

ˮ를 표어로 내걸고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적극 권장했다.

‘혁명의 한쪽수레바퀴’는 1970년대 김일성의 담화에서 처음 등장했

다. 김정은은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발표한 ‘노작’

에서 ‘한쪽수레바퀴

’를 통해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였다.

우리 녀성들은 혁명의 한쪽수레바퀴를 떠밀고나가는 힘있는 력 량입니다. 당조직들은 녀맹조직들에 대한 당적지도를 잘하여 녀성 들이 조국의 부강번영과 사회와 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위하여 자기 의 본분을 다하며 시대의 꽃으로서의 영예를 계속 떨쳐나가도록 하 여야 합니다.48)

김정은은 정권 출범 초기에 김정일의 유훈통치를 강조하며,49) 국 가의 청사진으로 강성국가건설을 밝힌 바 있다.50) 이때 여성은 이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혁명의 한쪽수레바퀴’를 담당하는 역량을 가진 존재로 규정되는 동시에 ‘시대의 꽃’으로 새로이 호명되었다. 김정 은은 여맹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강조하며 여성들이 국가, 사회, 가정 의 각 영역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여성을 꽃으로 호명하는 것은 동서양 모두에게 공통된 문화적 상 징이다. 꽃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북한에서는

48) “위대한 김정일동지를 우리 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높이 모시고 주체혁명위업을 빛나 게 완성해나가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 (2012년 4월 6일),ˮ

󰡔로동신문󰡕, 2012.4.19.

49) “위대한 김정일동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속에 영생하실것이다,ˮ 󰡔로동신문󰡕, 2011.12.22.

50) 강성국가건설에 필요한 동력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경제적 변혁을 일으키는 ‘새 세기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 열병식의 공개 연설에서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하면 그것은 곧 사회주의강성국가ˮ라고 천명했다.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강한 국가를 건설 하기 위해 여성의 역량도 결집할 필요가 있었고, 이는 여맹에 대한 당적 지도의 강조 로 나타났다.

1991년에 나온 대중가요 <녀성은 꽃이라네>가 대중의 인기를 얻은 이후 공공연하게 여성을 꽃으로 호명하기 시작했다. 이 노래에서는 가정을 돌보고 자식을 키우며 사회를 받드는 의무를 수행하는 여성 을 ‘생활의 꽃

’, ‘행복의 꽃 ’, ‘나라의 꽃 ’으로 호명하고 있다.

51) 또한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직후 처음 맞이하는 국제부녀절 경축공연의 제명으로 이 노래를 사용한 점에서 김정은 체제의 여성에 대한 인식 을 단적으로 볼 수 있다.52) 이와 함께 꽃은 국제부녀절에 행해지는 문화적 행사와 관련되어 있다. 고난의 행군의 종식이 선언된 후에 북한 사회에서는 국제부녀절 아침에 남편이 아내에게 아침밥을 해 주고 남성이 여성에게 꽃을 선물하는 풍습이 생겨났다. 국제부녀절 의 미담으로 전해지는 꽃 선물은53) 고난의 행군기 때 해체되었던

“가정과 일상의 회복ˮ을

54) 함의한다. 국제부녀절의 꽃 선물은 그동

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고생해온 여성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51) 1991년에 나온 대중가요 <녀성은 꽃이라네>는 김송남이 작사하고, <휘파람>과 <반갑 습니다>를 작곡한 리종오가 곡을 붙였다. 3절로 구성된 이 노래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1절) 녀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 한가정 알뜰살뜰 돌보는 꽃이라네 정다운 안해여 누나여 그대들 없다면 생활의 한자리가 비여있으리 녀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 (2절) 녀성은 꽃이라네 행복의 꽃이라네 아들딸 영웅으로 키우는 꽃이라네 정다운 안해여 누나여 그대들 없다면 행복의 한자리가 비여있으리 녀성은 꽃이라네 행복의 꽃이라네 (3절) 녀성은 꽃이라네 나라의 꽃이라네 걸어온 위훈의 길에 수놓을 꽃이라네 정다운 안해여 누나여 그대들 없다면 나라의 한자리가 비여있으리 녀성은 꽃이라네 나라의 꽃이라네

52) 2012년 3월 8일 국제부녀절 경축공연은 은하수관현악단이 맡았는데, 이 공연의 제목 이 <녀성은 꽃이라네>였다.

53)“흥성이는 꽃매대앞에서,ˮ 󰡔로동신문󰡕, 2006.3.9.

54) 이지순, “기념일의 경험과 문학적 표상,ˮ 󰡔아시아문화연구󰡕, 제47집 (2018), p. 252.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꽃은 여성의 헌신을 인정하는 매개 역 할을 한다.

국제부녀절 외에 여성이 꽃을 선물로 받는 중요한 행사는 어머니 날이다. 김정은은 2012년에, 김일성이 1961년 제1차 전국어머니대 회에서 했던 “자녀교양에서 나타나는 어머니들의 임무ˮ 연설을 기념 하여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하고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를 개최했다. 어머니대회에서 여성은 “뜨거운 애국충정과 참된 모성애 로 강성조선을 떠받드는 억센 기둥감들, 선군혁명계승자들의 대부 대를 키워가는 우리 어머니들이야말로 사회주의대가정의 자랑

ˮ이라

고 칭송되었다.55) 여기서 여성은 사회주의대가정에서 혁명의 계승자 를 기르는 양육자로 호명된다. 후대들의 양육자로서 여성의 애국적 헌신과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어머니날이다.

<그림 Ⅱ-1> 어머니날에 꽃다발과 선물을 받는 여성

자료: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2014년 11월).

55) “선군시대 어머니들의 책임과 본분을 다하여 강성조선의 미래를 꽃피워나가자: 제4 차 전국어머니대회 진행,ˮ 󰡔로동신문󰡕, 2012.11.16.

국제부녀절을 비롯해 어머니날과 어머니대회는 “당과 인민의 뜨 거운 감사와 숭고한 경의

ˮ를

56) 여성에게 보내는 의례의 성격을 가지 고 있다. 경제적 곤란 속에서도 생계를 유지하고 가정을 지켜온 여 성의 헌신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기념일과 행사인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앞장서서 여성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며 그동안의 노 고를 치하하는 제스처를 취하지만, 이와 함께 여성들에게는 다자녀 출산과 양육, 사회적 돌봄을 권장하는 각종 사명이 부과된다.

나. 가두여성 동원과 전문직 여성의 활약 강조 (1) 가두여성의 사회활동 독려

김정은 시대에도 별도의 직업 없이 가정살림만 맡는 전업주부를 일컫는 ‘가두여성

’에 대한 노력 동원은 여전히 강조되었다. 김정은

시대 들어 가두여성의 사회참여가 국가적으로 강조된 시기는 2016 년, 36년 만에 개최되는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각종 속도전이 벌어 졌을 때이다.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근로여성뿐 아니라 가두여성 에게도 ‘70일전투’, ‘200일전투’ 등의 증산경쟁이 요구되었다. 여맹 조직에게는 “충정의 70일전투

ˮ에서 “로력혁신자, 시대의 공로자ˮ가

되도록 여성들을

“참다운 김일성-김정일주의자ˮ로 교양할 책무가

주어졌다.57)

김정은은 제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당조직들은 근로단체 사업에 대한 당적지도를 강화ˮ할 것을 주문하면서, 여맹도 당 정책 관철에 전력을 다할 것을 강조하였다. 여맹에 대한 당적 지도의 강 조는 보고자의 교체로 나타났다. 국제부녀절 기념보고는 전통적으

56) 위의 글.

57) “최후승리를 위한 총공격전에서 조선녀성들의 혁명적기상을 힘있게 떨치자,ˮ 󰡔로동 신문󰡕, 2016.3.8.

로 여맹위원장이 해왔다. 이러한 관례를 깨고 2015년부터 당중앙위 원회 소속 간부가 보고자로 연단에 올랐다.58) 이는 “당의 위상 강화 와 김정은의 당권 강화ˮ라는59) 정치적 해석도 가능하지만, 성별 계 층화가 통치구도에서 드러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60)

여맹대회를 통해 가두여성에 대해 전국가적으로 책임이 부과되었 다. 제7차 당대회가 열렸던 2016년에 조선민주여성동맹 제6차대회 가 33년 만에 개최되었고, ‘조선민주녀성동맹’의 명칭을 ‘조선사회 주의녀성동맹

’으로 변경하는 결정서가 발표되었다. 김정은은 11월

17일 여맹 대회 참가자들에게 서한을 보내면서 여맹과 여맹원들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가두여성의 사회활동 참여 독 려가 재차 강조되었다.

녀맹조직들은 가두녀성들을 사회에 진출시키기 위한 사업을 짜 고들어야 합니다. 가두녀성들을 사회에 진출시키는것은 긴장한 로 력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비약하며 전진하는 오늘의 만 리마시대에 모든 녀성들이 조국과 인민을 위한 보람찬 투쟁에서 값 높은 삶을 누리도록 하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녀맹조직들은 가 두녀성들과의 사업을 잘하여 일할 나이의 녀성들이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전투장들에 적극 진출하여 한몫 하도록 하여야 합니다.61)

전업주부인 가두여성들이 건설현장에 나가 ‘한몫’하라는 김정은의

58) 2014년까지 국제부녀절 기념보고를 여맹위원장이 했다면, 2015~2017년에는 당중앙 위원회 정치국위원이자 당중앙위원회 비서인 최룡해가, 2018년에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최휘가 이를 담당했다. 2019년에는 당중앙위원회 부장 리일환이 보고자의 역할을 했다.

59) 이지순, “기념일의 경험과 문학적 표상,ˮ p. 259.

60)“위대한 당의 령도따라 주체의 조선녀성운동의 영광스러운 력사와 전통을 빛내이며 혁명의 새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투쟁해나가자,ˮ 󰡔로동신문󰡕, 2018.3.9.

61)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의 기치따라 녀성동맹사업을 더욱 강화하자: 조선민 주녀성동맹 제6차대회 참자가들에게 보낸 서한,ˮ 󰡔조선녀성󰡕, 2016년 제12호, p.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