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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정치와 동북아 문화공동체 구축의 필요성

서 론

3. 정체성 정치와 동북아 문화공동체 구축의 필요성

가 . 각국 정체성 정치들 사이의 현재적 관계: 냉소적 무관심 속 에서의 긴장된 공존

앞의 논의를 기반으로 동북아시아 초점국가들의 정체성 정치를 국가와 국가의 관계 및 각 국가와 내부 사회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정체성 의 식에 관한 각국 사이의 현안 문제와 연관시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상황 도를 얻을 수 있다.

<표 Ⅱ-2>

동북아시아 초점국가들의 정체성 정치 상관도(2004년 현재) <동북공정> 한국 시민사회 [포활] ★민족분단 중국민간사회[포섭] ↗↙韓國國家(국가주의/민주주의 방향교착) [국가통합★] 中國國家(중화민족주의) <과거사 문제>

국가주의적 민족주의 극대화) ↑↓ 일본 시민사회[포위]

<중일전쟁청산> ↖↘ 日本國家(대국주의 절대우세) ★정치군사대국

(↖↘: 정체성 충돌관계)

위에서 종합적으로 파악한 정체성 정치의 상황도에 따르면, 한․중․

일 삼국 모두 자국 안에서 국가주의 세력이 사회적으로도 우세를 지니며, 한국을 제외한 중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는 국가주의 기조가 절대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아예 시민사회 영역 자체를 민간사회로 대치 할 정도로 국가가 사회를 전반적으로 포섭(包攝)하고, 일본에서는 시민사 회의 움직임이 소수자 영역 안에 포위(包圍)당하고 있다

.

오직 한국에서 만 시민사회가 경우에 따라 국가 영역을 포활(包活)하기도 하면서 그것과 병립하는 형세를 보이고 있다

.

문제는 이 세 나라가 경제적으로 상호의존관계가 심화되어 그 안에서

Ⅱ. 동북아 공동의 문화유산에 대한 공동 연구와 관리의 필요성 41 서로 커다란 이익을 향유하고 있으면서도 그 이익 향유의 양상이 결코 이 익 공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익 분점의 지속에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 해서 경제적 의존관계의 심화가 경제적 공동체의 조건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경제관계의 내부 성격에 정확하게 상응하 는 것이 이 세 나라의 정체성 정치에서 다른 나라들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자기 나라의 내적 필요에 따라서만 정체성 형성 작업을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대국주의(일본), 국가주의(한국), 중화민족주의(중국

)는

모두 ‘폐쇄적이고 자국중심적인 정체성 구조’를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정 신태도를 양성한다

.

이런 자기폐쇄적 성격의 정체성은 그 안에 타자배제 적이거나 타자경시적인 성향을 내장한다.

그런데 아주 다행스럽게도 현재 이런 자폐적 정체성은 타자공격성으로 표출될 만큼 이웃 국가와 바로 충돌할 여지가 있는 ‘현실적이고도 당면한 성격의 이익 분쟁점’, 예를 들어 당면하게 표출된 영토나 자원 분쟁 등과 같은 직접 충돌을 야기할 소지가 있는 문제점을 아직은 갖고 있지 않다.

즉 한

․중․

일 세 나라의 국가정치를 주도하는 세력들 사이에는 적대성 을 표출할 만큼 대립적인 이해관계가 없다. 따라서 각 국가의 정체성 정 치가 다른 나라의 정체성에 대한 고려를 거의 배제하고 있더라도 이것이 국가간 전면 대결로 비화하여 타자공격성으로 발전할 정도로 즉각적인 가연성(可燃性)을 지닌 소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점국가들 사 이에 위의 표에 적어놓은 쟁점들(즉, 역사교과서 문제, 동북공정, 남경 학 살과 같은 중일전쟁 중의 전쟁범죄 등

)로 정체성 정치의 충돌이 야기될

경우

,

특히 각 사안에서 피해자 입장에 선 나라들로부터 대중적 차원에서 격한 국민감정이 분출된다. 현재 직접적으로 경제적 이해 관계를 갖지 않 는 역사 문제에 대한 이 같은 감정적 대응의 반복은 세 나라 국민들 사이 에 심층적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 며

,

현안이 불거지지 않는 평상적인 상태에서는 문화적 교류보다는

‘상호

냉담한 무관심 속에서 긴장된 공존 관계’가 유지된다.

42 동북아 공동의 문화유산에 대한 공동 연구와 관리

나 . 동북아 문화유산의 공동 연구와 관리의 필요성: 문화적 풍 요의 교류를 통한 학습가능성과 평화로운 공존 방식의 의 식적 추구를 통한 평화문화의 정착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한, 중, 일 삼국이 현재로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 는 문명국, 그것도 문화적으로 고도의 발전을 달성한 역사가 있는 문명국 이라는 점이다. 세 나라는 과거 상당기간 같은 한자 문화권에 속해 있었 으며

,

그러면서도 각기 고도의 기능을 가진 독자적인 언어 체계를 완성해 냈고

,

서로의 장점을 학습함으로써 자기 나라 인민의 삶에 있어서 더 많 은 문화적 가능성을 창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와 초기 적 응 과정에서의 과오와 그것에 대한 근본적 청산에 대한 공동의 노력이 이 루어지지 않음으로써 현재 동북아시아

3개국은 서로의 문화로부터 배울

수 있는 인간적 삶의 풍요로운 가능성을 교류하고 체득할 기회를 계속 놓 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아무런 피해의식이나 선입견 없이 그리스․로마 신화 를 비롯한 구미의 문화적 산물을 수용하였을 때 누릴 수 있었던 더 많은 문화적 풍요의 체감과 이런 냉담한 상황 속에서의 상호 무관심으로 인해 동북아시아 삼국 국민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놓치고 있을 아시아 역사 와 문화 속에서 축적된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비교해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상실하고 있는지 분명히 지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은 현재에도 관광을 통해 삼국간의 문화 교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지적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광을 통해 우 리는 현대라는 시점에서 볼 때 동북아 삼국의 생활양식이 외관상으로 너 무나 유사하다는 점에 놀란다

.

연구자들도 신주쿠 역에서 도쿄의 지하철을 처음 탔을 때 서울 지하철 의 차량이나 역사와 너무나 흡사해 마치 서울역이나 시청역에서 지하철 을 탄 기분이 들었다

.

간간이 드러나는 운영상의 기법 차이나 언어만 제 외하면 통로에 놓인 공중전화 부스나 지하철 안내도 작성 수법은 서울과

Ⅱ. 동북아 공동의 문화유산에 대한 공동 연구와 관리의 필요성 43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신주쿠 지역이나 도쿄 기차역권에 새로운 짓는 건 물의 규모가 괴이할 정도로 웅장하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건물이 올라가 는 모양이나 배치는 서울과 거의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

상하이나 베이징 을 다녀온 사람들도 거의 마찬가지 경험을 한다.

일본 텔레비전을 켜놓고 음악을 들으면 서울에서도 들을 수 있는 서양 경음악이나 고전음악 또는 팝송이 주류를 이루며, 방송 광고의 제작 기법 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

다시 말해서 동북아시아 삼국은 현대적 생활양식 에 있어서 경이로울 정도로 유사한 외양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미 생활공동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유사한 세 나라 사람들이 만나서 자신들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나 경제 외적인 것을 화제로 삼으면 우리는 참으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을 바로 지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서로의 역사와 당장의 현안 사태를 보는 시각 및 거기에 대한 접근법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 할 수밖에 없다

.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

일본 사람이 슬퍼할 수도 있다는 점을 납득하지 못하는 한국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다

.

대부분의

40대 이상의 한국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본인의 전형적인 상은 식민지 시대 제복으로 정장 을 하고 허리에 칼을 차고 험한 욕을 퍼부으며 흰 옷 입은 조선 사람을 땅에 처박아놓고 마구 두들겨 패는 모습이거나 아니면 과거 박정희 시대 마산 수출자유지역에 들어와 저임금으로 한국 노동자, 특히 여공들을 착 취하고 순결을 짓밟거나 아니면 엔화로 현지처를 두고 있다가 돈을 벌면 그냥 챙겨 일본으로 훌쩍 가버리는 경제적 동물의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 사정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한국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일본인이나 아니 면 평화와 진보를 얘기하며 헌신하는 일본 사람이 나타나면 오히려 당황 하고 거북스러워한다

.

중국인에 대해서 한국 사람은 아주 극단적인 이중상을 가지고 있다. 하 나는 우리가 지난 1, 500년간 너무나 많이 배운 대로 중국을 아주 관대한 문화 선진국으로 보아 중국 사람을 대인(大人)으로 미리 단정하는 경우가

44 동북아 공동의 문화유산에 대한 공동 연구와 관리

많다

.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을 다녀온 다수의 대중들은 중국의 현 재적 빈곤과 낙후함, 그리고 시장경제 도입 초기에 나타나기 마련인 금전 적 탐욕에 대해 거의 오리엔탈리즘적인 경멸감을 보인다. 다시 말해서 중 국과 일본에 대해 추상적인 국가로서 그 나라들에 대한 선입견이 그대로 그 구성원들에게 투사되는 이른바 ‘구성의 오류

’가 너무나 만연해 있는 것

이다

.

당연히 이런 오류적인 선입견은 서로의 행태와 삶의 의미를 이해하 는 데 방해가 되며, 방해되는 만큼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일을 함에 있어서

‘오해와 불신의 비용’을 엄청나게 지불해야 한다.

동북아 문화공동체는 동

북아 각 나라의 국민이 처한 이런 생활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보다 유 익한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기왕에 차고 넘치는 경제 교류와 나날이 증가하는 상호 관광의 기회 등 의 차원을 넘어 일본, 중국

,

한국이 우선은 서로를 배울만한 상대로 인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북아 문화공동체에 대한 첫 번째 필요성은 바 로 이 서로의 삶의 양식과 그 역사적 삶의 과정이 지니는 문화적 학습 가치에서 찾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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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로의 역사와 영토 안에서 국민국가가 수립되기 이전에 서로 의 삶이 엉켜 독특한 문화물이 창출되었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삼국 이 과거 한 번도 서로에게 폐쇄적으로 고립되어 지낸 적이 없다는 점을 서로의 대중에게 좀더 체계적으로 인식시키고 교육시킴으로써 삼국의 국민이 서로의 발전의 긍정적 조건이 될 수 있음을 납득시켜야 한다.

이렇게 교류의 역사적 지속과 각 문화발전에의 긍정적 기여의 확인 필 요성이 동북아 문화공동체를 조성할 두 번째 필요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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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삼국의 시민사회가 각기 겪고 있는 당대의 현안적 고통과 환희 를 서로 나눔으로써 각 국가 구성원 개인의 삶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서 자기 삶을 보다 풍부하게 실현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찾아내어 자기 것으로 전유할 수 있으면 우 리는 그 나라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적대적인 감정을 가질 수 없다.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