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관련 메시지 >
지역주민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업을 추진할 때 주민의 의견수렴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를 독려하고 또는 유 도하고 그래서 대화의 틀을 만들어나간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 제57회 국무회의(2003.12.30)
참여정부는 권위에 의한 통치의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민주와 참여의 시대를 연 정부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공갈등의 분출시대’라는 부담스러운 평가가 붙어 다닌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새만금, 부안 방폐장,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등 굵직한 공공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노사관계에서도 화물연대 파업 등 사회 적 분규가 끊이질 않았다.
정부나 NGO, 지역주민, 언론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갈등을 관리하는 역량이 미 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갈등을 홍수를 겪게 된 셈이다. 이러한 갈등의 홍수에 대응하기 위해 참여정부도 나름대로 갈등해결을 위해 많을 노력을 기울여왔 다.
우선, 공공갈등의 발생과 대응에 대한 흐름을 간단히 살펴보자. 1960년대 이후 경 제개발과 함께 시행된 대규모 국책사업들은 국가기간망과 경제발전기반을 형성하 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지난 1980년대 초반까지 정부가 주도하는 대형 국책사업들 이 적극 추진되었고, 국민들도 그 필요성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를 해주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일반국민의 환경의식이 높아지고, 지방자 치체가 실시되면서 대형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국책사업을 둘러싼 공공갈등이 확산되면서 국책사업의 표류상황도 심각
개 국책사업의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몇 년 사이에만 4조 1,79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한바 있다.
참여형 국정운영의 수문을 참여정부에 들어서도 많은 갈등이 발생하였다. 새만금 간척사업, 천성산 터널공사, 한탄강 댐건설처럼 이전 정부에서 발생하여 참여정부 까지 이어져온 갈등도 있고, 신행정수도 이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선정 갈등 과 같이 새롭게 발생한 갈등도 있다.
이전 정부들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했지만, 갈등 예방과 해결을 국가적인 과제로 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노력한 것은 참여정부가 처음이다.
참여정부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국무조정실에 갈등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임 무를 부여하였고, 그 결과 공공기관의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 갈등 관리에 필요한 제도, 정책, 인프라 구축 방안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되었고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글에 수록된 8개의 갈등 사례 중에는 참여정부에서 갈등이 시작된 것도 있고, 그 이전에 갈등이 발생한 것도 있다. 또 이 사례 가운데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 선정사례와 같이 잘 진행되고 갈등이 원만히 해결된 사례도 있고, 한탄강 사례처럼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례들은 하나같이 참여정부가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애쓰고 노력했던 사례들이라는 공통 점을 갖고 있다.
갈등마다 갈등의 원인과 특성이 다르듯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역시 제각 각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 외곽순환도로 건설갈등에서는 민관으로 노선조정위원회 을 구성하여 사실관계 조사를 명확히 하기 위해 노력했는가 하면, 한탄강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는 처음으로 대통령 자문기구에 조정기능을 부여하 여 갈등조정회의를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선정에 뒤따를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전문가로 구성 된 네크워크 모형을 개발하여 시행하였고, 시화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화지 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구성․운영하였다. 울산-포항 간 복선전철화 건설사업과 관련된 갈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갈등영향분석’기법을 활용하여 갈등 내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갈등조정 프로세스를 운영하여 갈등을 해결하였다. 방폐장과 관련한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역 신청에 의한 주민투표제를 도입 실시하였다.
갈등의 원인과 내용이 다양하듯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역시 다양하였지만, 참여정 부에서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에는 중요한 원칙과 기준이 있었다. 갈등을 부정적으 로 바라보고 국가가 갈등에 개입하여 갈등을 일방적으로 해결하던 이전 시대의 갈등 해법과는 달리, 갈등의 양면성에 주목하고 갈등을 이해당사자간 합의의 문제로 보았 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갈등 해결에 있어서 강조된 것은 참여와 합의정신이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8가지 사례 가운데는 성공사례도 있고, 실패 사례도 있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참여정부가 사회통합을 위해 그리고 참여민주주의의 정착과 확산 을 위해 기울인 노력의 소산들을 발견할 수 있다.
1. 개발과 환경의 상생을 위한 대안 찾기
-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갈등과 노선조정위원회 구성 사례
1) 사례의 의의
서울외곽순환도로 건설 과정에서 북한산 국립공원 통과로 인하여 환경, 불교단체 와 정부, 사업시행자 사이의 법적, 물리적인 분쟁과 충돌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상 호 대립을 끝내기 위하여 참여정부는 2003년 4월 불교계, 건설교통부 등과 노선재 검토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합의하여, 교통, 도로, 경제, 환경․생태, 역사․문화
분야의 5인씩의 위원을 구성 운영하였다.
비록 노선재검토위원회 활동을 통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였지만, 이를 계기로 대규모의 국가재원과 장기간이 소요되는 중앙정부의 SOC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과 갈등예방을 위한 관련법, 제도의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의 전환을 점진적으로 가져 오는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즉, 건설 사업에 대한 사전용역과정을 개선하는 건설 기술용역 세부시행지침이 제정되었고, 환경을 우선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시행과 도로사업의 경우 참여적 의사결정제도의 도입이 추진되게 되었다.
2) 사업 개요와 경과
① 사업 개요
서울외곽순환도로는 수도권의 교통난을 완화하고 지역 간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 하여 경기지역의 종합교통망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총 길이 127km 중 1단계
인 ‘퇴계원~판교~안양~일산 구간 91.0km는 1993~2001년에 개통하였으며, 2단계인
‘일산~퇴계원 구간 36.0km’는 1996~2006년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었다. 사패산 구간
의 건설에 따른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대민원은 2단계 공사 기간 중에 발생하였다.
사패산 통과구간은 2단계 일산~퇴계원의 사업구간에 포함되어 있으며, 북한산 국 립공원의 북쪽 끝부분에 위치한 사패산을 통과하는 노선이다.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가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방식으로 건설하여 준공 시 소 유권은 국가에 귀속되고 민자회사에서 30년간 운영하는 방식으로 건설되고 있었다.
<표 11> 사패산 통과구간 노선개요
구 분 내 용
사업자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LG건설 등 9개사)
사업기간 2001.6~2006.6(변경전)
노선거리 4.6km(터널 4.0km, 왕복 8차로),
일산~의정부~퇴계원 36km
추진방식 BTO(준공시 소유권 국가귀속, 30년간 운영)
② 사업경과
서울외곽순환도로 사업은 1989년 서울시에서 기본설계 및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시 작되었다. 사패산이 포함된 2단계 구간은 1989~1991년 동안 기본설계와 타당성 조사가 이루어졌고, 1996년 3월에 민자유치 대상사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1996년 4월~1998년
6월에 실시설계가 이루어졌으며, 2001년 6월에 공사가 착공되었다. 그러나 공사 착공이
후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건설반대 운동으로 2001년 11월 29일에 공사가 중단되었고,
2003년 12월에 노무현 대통령의 불교계 대표의 면담이후 공사재개가 이루어졌다.
<표 12> 연도별 사업추진 연혁
∙ ’89. 9~’91. 3 : 외곽순환도로 기본설계 및 타당성 조사(서울시)
∙ ’96. 3. 2 : 민자유치대상사업 지정(재정경제부)
∙ ’96. 4~’98. 6 : 실시설계(한국도로공사)
∙ ’98. 4. 16 : 북한산 국립공원 통과노선 관련 공청회(세종문화회관)
∙ ’98. 4~’01. 7 : 국립공원지역 환경영향평가 협의(건교부) - 9개 노선대안 검토결과 현 노선으로 확정
- 국립공원 구간 4.6Km는 터널(연장 4.0Km)로 통과키로 확정
∙ ’01. 6. 30 : 공사착공
∙ ’01. 7. 11 :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통과
∙ ’01. 7. 16 : 환경부 장관 면담
∙ ’01. 8~11 : 불교계 서명운동, 건설반대홍보, 기자회견, 불교대책위 출범, 천막농성, 산신기도 등
∙ ’01. 11. 29 :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서 제출 및 공사중단
∙ ’02. 8. 14 : 국립공원 통과구간 노선조사위원회 구성
∙ ’02.10~’02.12 : 노선조사위원회 조사 활동
∙ ’02. 12. 4 : 대통령 후보 노선백지화 및 대안노선검토 공약
∙ ’02.12~’03. 2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검토
∙ ’03. 4. 14 : 수락산, 불암산 터널 공사 중지(불교계 요구수용)
∙ ’03. 4~’03. 6 : 노선재검토 위원회 재검토 활동
3) 공사 진행 과정에 따른 갈등의 전개
① 설계기간 중의 갈등
경유지역이 구체적으로 결정되는 실시설계의 기간 중(1997년 11월~1998년 9월)에 북한산도로저지·시민연대 등은 5차례에 걸쳐 북한산국립공원 구간의 통과노선을 의 정부 구간으로 우회해 달라는 민원을 청구하였다. 한편,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 서 환경부는 환경단체의 노선변경 요구활동과 관련하여 2001년 5월~6월 환경부, 한 국도로공사, 환경단체(우이령보존회 등 6개 단체)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하고 대안노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다. 그 결과 실시설계노선이 최적의 대안 임을 인정하고 2001년 7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 결과를 회신하였다.
② 공사착공 후의 갈등
2001년 6월에 공사가 착공되면서 의정부시 호원동에 위치한 홍법사가 도로부지
에 편입되게 되자 이를 이유로 불교계가 이 현안에 개입하게 되었다. 그 후 불교계 는 ‘북한산국립공원 통과반대 성명서(2001년 8월 25일)’를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반 대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2001년 11월,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사패산입구-구간의 공 사를 위해 벌목작업을 시작하자 환경단체와 의정부사암연합회가 공사추진을 저지 하기 위해 농성, 천막설치 등을 하며 본격적인 반대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시공 주체인 서울고속도로(주)는 2001년 12월 11일 환경단체를 상대로 공사방해금지 등 가처분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2002년 1월 30일 ‘위반 시 회당 100만 원씩 지급’ 이라 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환경단체는 벌채현장에서 철수하게 된다.
그러나 불교계는 2002년 2월 13일 송추농성현장을 북한산 회룡사 제2선원으로 선 포하고 북한산 살리기 1,000일 정진 등 반대운동을 계속 전개하였다. 불교계의 공사 현장 점거로 공사재개가 어렵게 되자, 시공사는 2002년 2월 18일 현장 확보를 이유 로 농성장에 진입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비구니 스님 3인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북한산 외곽순환도로 관련 갈등현안에 조계종 전 종단이 참여하게 되고, 범불교도 결의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규모가 확대되었다.
4) 내용에 따른 갈등의 분류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구간의 갈등은 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자연환경훼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