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지속위의 첫 번째 임무: 한탄강댐 건설 관련 갈등을 조정하라
한탄강 댐의 건설문제를 둘러싸고 1997년부터 지역 주민들 사이에, 그리고 환경 단체와 건교부 사이에 지속적인 의견대립이 있었다. 주민들은 그들의 거주지가 상 류지역(철원)인가, 아니면 중류지역(연천, 포천), 그리고 하류지역(파주, 문산)인가에 따라서 서로 다른 의견들을 갖고 있었다. 지역 언론들은 대체로 한탄강 댐 반대 운 동을 하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도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매우 복잡한 갈등관계 가 형성되었다.
한탄강 댐 건설 계획은 임진강의 잦은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되었 다. 거의 해마다 발생한 파주, 문산 지역의 홍수는 임진강의 범람이 직접적인 원인 인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파주, 문산 지역의 수해방지를 위해서는 임진강에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대부분 북한에 포함되어 있는 임진강 수계에 댐을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다. 이에 정부는 홍수 피 해를 막기 위한 차선의 대책으로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한탄강에 댐을 건설하는 방
안을 98년부터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한탄강 네트워크 등 주민단체에서는 만약 댐건설이 필요하면 남북관계를 개선시켜서 임진강에 해야 하며, “한탄강은 그대로 놔두라!”고 요구해 왔다.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와 포천군 창수면 신흥리 사이에 건설될 예정인 한탄강 댐 은 길이 705m, 높이 85m, 저수량 3.11억 톤 규모의 홍수조절용 댐으로서 총 9,753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댐 건설을 추진한 건교부는 “해마다 반복되는 파주, 문산 지역의 홍수를 막기 위해서는 임진강의 가장 큰 지류인 한탄강에 댐을 건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였다. 건교부는 또한 한탄강댐 건설 과정에서 생 태계 파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1년 중 350일 이상 수문을 개방하여 평 소와 다름없이 물고기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고, 안개의 발생도 최소화하며, 물을 댐
한편,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1년 중 15일 정도만 홍수방지를 위해 댐 에 물을 담고, 나머지 기간은 평상시 강의 흐름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림 6> 임진강유역과 한탄강댐 건설 예정지역
한탄강댐 예정지 한탄강댐 예정지 한탄강댐 예정지 한탄강댐 예정지
나. 지속위 한탄강댐 갈등조정소위의 활동 경과
(1) 갈등조정소위원회의 구성
한탄강댐 건설관련 갈등을 갈등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은
2004년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 갈등 조정 역할을 부여하였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임무는 갈등의 당사자들을 설득하여 ‘조정((Mediation)’, ‘중재(Arbitration)’ 등에 참여하게 하고, 이러한 절차를 활용하여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었다. 실제로 이 갈 등 조정의 역할은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위촉한 ‘갈등조정소위원회’에 부여되었 다.7)
7) 이선우 등, 한탄강댐 갈등조정과정 분석을 통한 공공갈등해결모델 개발에 관한 연구(지속가능
(2) 갈등조정 경과8)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2004년 2월 10일 한탄강댐 건설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 결하기 위하여 한탄강댐갈등관리준비단을 설치하였다. 한탄강댐갈등관리준비단은 갈등의 원인과 주요 내용을 규명하고, 한탄강댐갈등조정위원회의 의제를 설정하며, 잠재적인 이해당사자를 파악하고 이들을 조정에 참여토록 유도하는 등 ‘한탄강댐갈 등조정위원회’의 업무를 준비하고 기획하는 것이었다.
한탄강댐갈등관리준비단은 ①임진강유역 홍수의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에 대한 이견, ②한탄강댐 건설로 인해 혜택을 받는 주민과 피해를 받는 주민간의 이 해관계의 상충, ③미래의 물 관리 또는 홍수관리 방향의 지향성과 자연생태계에 대 한 존중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신념과 가치관의 차이, ④댐 건설과 관련된 절차상의 문제, ⑤정부의 정책에 대한 지역주민의 신뢰성 부족 등을 갈등의 원인으로 파악하 고, 댐 건설 찬성지역 주민과 반대지역 주민․환경시민단체․정부를 이해당사자로 확 정한 뒤 이들을 한탄강댐갈등조정위원회의 당사자회의에 참여할 것을 확인하였으
며 2004년 5월 18일 ‘한탄강댐갈등조정을위한관련당사자회의(이하 한탄강댐조정회
의)’가 출범하면서 해체되었다.
한탄강댐조정회의는 한탄강댐 문제에 대하여 관련당사자들이 해결의 주체가 되 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조정위원들은 중립적 위치에서 그 논의의 소통과 절차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중립적 제3자에 의한 갈등 관리라고 하는 새로운 방식이 적용된 것이다.
한탄강댐조정회의는 계획된 조정프로세스에 기초해 다음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① ‘사전약속’ 정하기(2004.6.2~6.9, 1~2차 조정회의)
이는 조정회의의 첫 시작으로서 조정회의를 원활히 운영해나가기 위해 조정회의 운영의 원칙, 합의의 방식, 당사자간 신뢰 형성을 위한 조치 등에 대한 내용을 논의 하고 합의하였다.
② 당사자간 인식공유 및 쟁점분야, 논의 순서 합의(2004.6.12, 6.23, 제3~4차 조정회의)
한탄강댐 갈등의 원인에 대해 관련 당사자별 대표자 발언을 통해 인식을 공유하 였으며, 조정회의에서 논의할 쟁점분야와 논의의 순서를 ‘한탄강댐 건설사업 추진 절차, 홍수량 산정 및 홍수조절 효과, 한탄강댐의 경제성, 한탄강댐의 환경영향, 한 탄강댐의 주민영향, 최종적인 대안검토’로 합의하였다.
③ 쟁점 논의(2004.6.23~8.4, 제4~10차 조정회의)
쟁점 논의에서는 제4차 조정회의에서 합의된 대로 한탄강댐 건설사업 추진절차 의 타당성, 경기북부지역의 홍수량 산정 및 한탄강댐의 홍수조절효과, 한탄강댐의 경제성, 한탄강댐의 환경성, 한탄강댐의 문화재․주민영향 등의 순서로 논의하였다.
④ 대안 모색 및 검토(2004.8.5~8.23, 제11~13차 조정회의)
제11차 조정회의에서는 임진강유역의 홍수조절을 위한 다양한 대안 도출과 이후
대안검토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였고, 제12차 조정회의에서는 현지답사 결과를 토대로 대안에 대한 검토를 논의하였으며, 제13차 조정회의에서는 대안의 타당성 검증방안을 논의하였다.
⑤ 관련당사자간 합의 도출(2004.8.25~8.27, 제14~16차 조정회의)
제14~15차 조정회의에서는 임진강 유역 수해대책의 다양한 방법과 문제해결 방
법을 논의하여 “관련당사자 대표는 조정소위에게 한탄강댐 문제해결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위임하고 조정소위는 한탄강댐조정회의 해체 후 1개월 내외의 기간에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데 합의하였으며, 이후 개최된 제16차 조정회의(2004.8.27)에서 최 종합의문을 작성하고 참가자 전원이 서명함으로써 ‘조정적 중재’라는 국면으로 전 환된다.
조정적 중재란 조정인들에게 갈등사안에 대한 해결방안 마련을 의뢰하고 갈등당 사자들이 그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합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탄강댐건설 관련 갈등의 조정적 중재는 갈등당사자 집단 대표들에 의하여 “조정소위원회의 결
않는다”라는 최종합의가 조정과정에서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조정소위원회의 결정은 자연스럽게 조정적 중재로서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갈등조정소위원회는 중립적인 전문가를 선정하여 2004.9.6~10.3까지 7차례의 자 문회의를 거쳐 ‘제방안(제1안), 제방안(제2안), 분수로와 제방안(제3안), 한탄강댐안
(제4안), 한탄강댐과 천변저류안(제5안), 전문가가 제시하는 기타 대안(제6안)’ 등에
대하여 ‘사회적 수용성, 홍수조절효과, 건설비용(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기타 필요 한 사항’ 등을 확인한 뒤 최종 조정결정문에서 기존의 건설예정인 한탄강댐은 취소 하고 새로운 홍수조절용 댐 건설과 2개의 천변저류지 설치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리 고 공동협의회를 구성하여 댐의 규모 등과 저류지 건설 방안을 재검토하고 다목적 댐으로 용도 변경 시 철원군민의 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였다.
다. 이해 당사자들에 의해 거부된 조정안
한탄강댐 갈등조정소위는 “관련당사자 대표는 조정소위에게 한탄강댐 문제해결 에 대한 최종결정을 위임한다”는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조정적 중재의 국면에 접어 들게 되고 최종적으로 ‘홍수조절댐 건설+2개의 천변저류지 설치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댐 건설 반대측(철원군, 환경단체)에서는 ‘댐 건설 반대’라는 자신들의 주장 이 최종 결정문에 반영되지 않자 최종 결정문에 대하여 참여자의 대표성, 조정위원 의 한계, 중립성, 결정문의 논리적 모순 등을 들어 공동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댐 건설은 진척되지 못하였고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운영소위는 합의 에 의한 공동협의회 구성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한탄강댐 관련 갈등조정업무를 국무 조정실로 이관하였다. 한편, 국무조정실에서는 2005년 8월 ‘임진강유역홍수방지대책 특별위원회’와 전문가검증평가단을 구성하여 아무 전제조건 없이 기존계획의 적정 성 및 가능한 대안을 검토한 후 2006년 8월 22일 특별위원회 이름으로 ‘홍수조절용
댐+천변저류지안’을 최종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