Ⅶ1. 한반도 통일과 아·태지역 경제협력
2. 아·태지역 경제협력의 현황
아시아·태평양은 전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지난 50년간 동아시아 지역은 수출주도 산업화를 통해 유래 없는 경제 성장을 달성했다. 처음에는 한국, 대만, 싱가폴, 홍콩 등 신흥공업국이 역내 경제성장을 주도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동 남아 국가들이 고도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함께 교육 과 보건 상황의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은 빈곤 퇴치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최근 20년 동안 아·태지 역의 인구가 약 9억 명 정도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절대빈곤
인구는 1990년의 16억 명에서 2011년 7억5천명으로 감소했다.111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무역, 투자(FDI)와 생 산네트워크(production network), 그리고 교통물류 인프라의 연계성
(connectivity) 확대를 기반으로 지역 내 경제협력의 활성화 및 이에
따른 경제적 역동성의 유지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개별국가 내에서 뿐만 아니라 역내국가 간 교통물류, 에너지 및 통신 분야의 인 프라 네트워크의 확대는 역내 국가들이 보다 많은 자원과 시장에 대해
111_UN ESCAP(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Statistical Yearbook for Asia and the Pacific 2013 (Bangkok: UN ESCAP, 2013).
접근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역내 경제협력의 활성화 와 이에 따른 경제적 생산성 및 소득의 향상을 가능하게 하였다.112
그림 Ⅶ-1 아·태지역 FTA 증가 추세
출처: UN ESCAP, Economic and Social Survey of Asia and the Pacific 2014:
Regional Connectivity For Shared Prosperity (Bangkok: UN ESCAP, 2014), p. 130, Figure 4.1.
동아시아 지역의 역내 무역량은 2000년 이후 급속히 증가해왔는데 그 주요한 원인은 정부 간 정치적 협상을 통한 시장통합 즉, 역내 FTA 의 폭발적인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크다. 1997∼1998년 동아시아 금융위 기를 계기로 동아시아 국가들은 지역 내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 였고 ASEAN+3 차원의 지역협력체를 출범시키고 다양한 지역경제협 력을 추진해왔다. 특히, ASEAN과 동북아 지역의 한국, 중국, 일본과 의 양자 FTA를 통한 지역경제통합 노력이 경쟁적으로 확대되어 왔고, 이를 통해서 역내 무역자유화가 매우 급속하게 진전되었다.
2014년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에는 약 149개의 양자 및 다
112_UN ESCAP, Economic and Social Survey of Asia and the Pacific 2014: Regional Connectivity For Shared Prosperity (Bangkok: UN ESCAP, 2014), p.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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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간 FTA가 체결되었으며, 약 73개의 FTA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
이다. 아·태지역 경제통합의 구도(architecture)는 최근까지 미국이 주
도하는 TPP와 중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Partnership, RCEP)의 경쟁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 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향후 아·태지
역의 경제통합의 틀(framework)로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 of the Asia-Pacific, FTAAP)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면서 아·태지역의 향후 경제통합의 국제정치적 지형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 어들고 있다. 중국은 2014년 APEC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FTAAP의 실질적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구축하고자 하였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 었다. ‘베이징 로드맵’으로 불리는 ‘FTAAP 구축 로드맵’이 이번 회의 를 계기로 정식으로 채택되었고 FTAAP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협력 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하였다.
FTAAP는 1994년 보고르 선언 이후 APEC 차원의 경제통합을 위해
미국이 가장 주도적으로 제시해 온 개념이다. 가장 최근으로는 2006년 베트남 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 주도로 FTAAP를 APEC의 장기과 제로 설정하기도 하였다. FTAAP의 조기실현을 주창하던 미국은 TPP 협상으로 방향을 선회하였고, 초기에 FTAAP에 별 관심을 나타 내지 않던 중국이 미국이 주창해오던 FTAAP 구상을 적극적으로 지 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FTAAP 구상의 실현에 대한 적극적 태도 에 대해 미국은 미온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TPP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중국은 ‘TPP의 등장은 동 아시아 통합에 대한 중대한 장애요소’로서 TPP와 경쟁하기 위해 형성 된 다른 소규모의 여러 FTA를 양산하는 메기효과(catfish effect)를
야기하였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113 즉, TPP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경쟁적 자유화(competitive liberalization)의 논리에 따라 TPP의 등장 에 불안을 느끼는 아·태지역의 국가들이 TPP에 대항하는 FTA 형성 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한중 FTA, RCEP, 그리고 한중일 FTA가 그것 이다. 이에 따라 아·태지역은 역동적 경제발전에 따라 경제통합의 정 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진전되었으나, 수많은 양자 및 다자 FTA로 인 해 이전에 비해 더 분절적(fragmented)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 의하면 TPP는 서비스 산업과 IPR 보호 등 주로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에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이익을 확대할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아·태지역의 신흥국의 경제적 이해와 일치하지 않는다. 선진국의 필요에 부합하는 TPP 협정은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추구하고 있어서, 그 성격이 폐쇄적이고 투 명성이 낮으며 유연성과 편안함을 결여하고 있다. 이에 반해서 중국이 참여하고 있는 RCEP은 APEC의 개방적 지역주의와 협력정신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RCEP은 개방성, 유연성, 점진주의의 특징을 가지며 참 여하는 모든 당사국들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협상이 추진되고 있으며, 아·태지역의 신흥국들이 필요로 하는 개발협력을 강조하고 있다.114
중국이 FTAAP를 주창하고 나선 것은 미국이 TPP를 통해 아·태지 역의 향후 무역규범과 경제통합 구도(architecture)를 주도하려는 것에 대한 대항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FTAAP 제안은 미 국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로의 전략적 재균형정책의
113_Tang Guoqiang and Wang Zhenyu, “Prospects for Asia Pacific Economic Integration,” China International Studies (March 2014), pp. 63~87.
114_Tang Guoqiang & Wang Zhenyu, “Pathways to Asia Pacific Regional Economic Integration,” China US Focus, March 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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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축(economic pillar)인 TPP에 대한 화답의 성격이 강하다. 즉, 중국의 FTAAP 제안은 TPP보다 지역적으로 보다 더 크고, 통합된 경 제통합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TPP의 정치적 모멘텀을 축소하고, 향 후 아·태지역 경제통합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을 희석시키려는 전략적 의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프로만(Mike Froman)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최근 FTAAP를 향한 경로는 APEC의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APEC의 외부, 즉 TPP, RCEP 및 다른 협상포럼에 있다고 언급하였듯이, 미국 은 APEC을 FTAAP 구상의 실현을 위한 기제(mechanism)로 활용하 자는 중국의 제안에 부정적이다. 월 스트릿트 저널(Wall Street Journal) 에 보도된 미국 Peterson Institute of International Economics(PIIE) 의 추정에 따르면, FTAAP는 중국과 미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무역 협정이다. PIIE는 FTAAP가 실현된다면 2025년까지 미국의 수출은
6,260억 달러가 증가하고, 중국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은 14조 달러
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TPP 협정하에서는 미 국은 이보다 훨씬 적은 1,910억 달러의 수출증대가 예상되고, 중국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중국의 TPP 회원국 시장에 대한 수출에 무역전환 효과가 발생하여 중국의 수출 손실이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 정된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FTAAP를 거부하고 TPP를 선택한다면, 이는 중국의 경제적 손실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115
물론 이러한 논리는 순수한 경제학적 가정에 근거한 단순 논리 이지만,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정책의 경제적 축으로 추진하고 있
115_“US Pressures China to Kill Asia-Pacific Free Trade Talks,” The Diplomat, November 4, 2014.
는 TPP에 대한 동력이 중국이 제기한 FTAAP 논의로 인해 희석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미국은 아·태지역의 다양한 국가들과 서로 상충되는 경제적 이해로 인해 그 실현 가능 성이 매우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FTAAP보다는 몇몇 핵심쟁점들 에 대한 이견만 해소되면 곧 협상의 타결이 임박한 TPP 협상에 집 중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중 FTA가 2014년 11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양국 정 상회담에서 타결됨으로써 한중일 FTA 및 RCEP의 추진동력에 새로 운 모멘텀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중 FTA의 타결을 계기로 단 기적으로는 RCEP과 TPP의 경쟁구도는 보다 선명해졌으며, 아울러
‘RCEP+α’의 장기비전으로 중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FTAAP
에 대한 논의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계기로 장기비 전으로서 FTAAP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경로로 TPP와 RCEP이 당분 간 가장 유효한 대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며, 향후 이 두 경쟁적 FTA 간의 수렴 또는 통합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보다 활발해질 것으 로 보인다.116 이에 따라 미국 주도의 TPP, 그리고 중국이 선호하는
RCEP를 중심으로 한 아·태지역의 시장통합노력 및 무역자유화의 추
세는 더욱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역내 무역자유화의 진전과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 및 산 업생산 공정의 글로벌화에 따라 역내 생산 네트워크(production
network)도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1990년대 말 이후 중국, 동남
아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에 FDI가 집중적으로
116_Peter A. Petri, Michael G. Plummer and Fan Zhai, “The TPP, China and the FTAAP: The Case for Convergence,” Peter A. Petri, Michael G. Plummer and Fan Zhai (eds.), Asia-Pacific Economic Integration (Honolulu: East-West Center, 2014), <http://ssrn.com/abstract=2438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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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들어갔고, 최근에는 베트남이 신흥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아시아 생산네트워크의 중심이 이동함으로써 2009년부터 지역 내 무역(intra-regional trade)량의 증가율이 전통적 수출시장인 북미와 유럽과의 지역 간 무역(inter-regional trade)량보 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2년의 경우, 한중일 등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 동남아 국가들 간 무역량은 아·태지역의 지역 내 무역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역내 생산 네트워크의 확대에 따른 중간 재(intermediate goods)의 교역 증가에 기인한 바 크다.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중국이 자리하고 있는데, 중국은 한국, 일본, 동 남아 등 역내 국가들과의 부품생산, 조립, 그리고 북미 및 유럽 소비시 장으로의 수출하는데 있어 핵심적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의 경우, 중국 중간재 수입의 50%가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로부터 유입 되었다.117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육상 및 해상 교통물류 인프라 네트워크의 확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아·태지역 국가 들은 총 30만km의 도로망을 확장하였으며, 철도망의 확장 및 업그레 이드가 진행되었다.118 트랜스-아시아 철도 네트워크는 143,000km의 도로, 고속도로 및 철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117,500km의 철도 수송로는 국제적 물류수송에서 매우 큰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트랜스-아시아 철도 네트워크의 상당 부분인 약 11,000km의 구간은
아직 연결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117_UN ESCAP, Economic and Social Survey of Asia and the Pacific 2014: Regional Connectivity For Shared Prosperity, p. 131.
118_UN ESCAP, Review of Developments in Transport in Asia and the Pacific 2013 (Bangkok: UN ESCAP,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