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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안보, 한반도의 평화: 한반도 국제정치의 중층성

1. 한반도 문제의 국제정치 축(軸)과 민족 축(軸)

주지하다시피 한반도는 ‘1민족 2개 국가’ 형태의 독특한 상황이 지난

5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또한 한반도 상황은 동북아 국제정치의

초점이 응축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반도 국제정치의 정치 적 좌표는 국제정치의 축과 남북한 관계의 민족내부 축이라는 두 개의 축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강대국들이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가 만들어내는 소위 ‘한반도 문제’ 해결방식이 국제정치의 축 이라면, 남북한 관계의 영역은 민족 축에 해당된다. 미-중간, 미-일간, 또는 주변 4대 강대국들 간 한반도 문제에 관한 의사 교환이나 합의가 국제정치 축이라면, 남북한 정상회담, 남북한 경제교류는 민족 축의 영 역이다. 전자가 이른바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로 표현되는 영역이라면

후자는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다. 냉전기간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한

반도 문제는 사실 국제정치 축이 주도적 요인으로 작동해 왔던 것도 사 실이다.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라는 주장을 둘러싸고 ‘완전 한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주장이 지배적 의견 으로 제시되어 왔던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6) 한반도 문제를 국제정치

6) ‘한반도통일의 한반도화와 관련한 논쟁에 관해서는 안병준, 탈냉전기의

국제정치와 한반도통일 (서울: 법문사, 1993), pp. 38-51.

의 축에서 봤을 때 지금까지 지배적 인식은 남북한 간 군사적 대립구도 에 기초하고 있다. 즉 한․미간 동맹체제나 억지전략, 이에 대응하는 북 한의 생존전략이 주도해 나가는 군사적 균형상황이 한반도 평화라고 간주된다.

한편, 남북한 관계의 변화를 통한 민족축 영역의 확대 또한 지난 1980 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특히 1997년 이후 김대중 정부는 민족 축의 범위를 급속히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른바 햇볕정책으 로 불리라는 대북 포용정책을 통한 남북한 교류협력의 확대와 이에 따 라 진행되었던 남북관계의 진전은 한반도 국제정치의 좌표 속에서 민족 축 영역의 확보를 의미했다. 이는 국제적 요인에 의한 한반도 문제의 일 방적 주도에 대한 일종의 대응적 의미를 가진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 한반도를 피동적 대상으로만 간주해 왔던 주변 강대 국들에게 상당히 익숙하지 않는 새로운 도전으로 비쳐졌다. 이에 따라 한반도 문제 처리 방식에서 국제정치적 영역을 확대하려는 강대국들의 시도 또한 어찌 보면 일종의 반응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봐야 할 것이 다. 한반도 문제의 민족축의 존재와 남북한 관계의 협력추진은 근본적 으로 신뢰구축의 추진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은 한반도 평화와 한국 의 안보 전략에 있어 기존의 군사중심의 안보전략에 대한 부분적 수정 을 전제로 한다. 이를테면 남북한 관계에서 적어도 ‘제한적 자위’를 통 한 안보의 평화구축전략의 선택과 이와 아울러 기존의 군사안보중심의 안보전략과의 병행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정치적 접근에 있어서도 공동안보, 협력적 안보 등의 개념에 입각한 ‘국제안보’를 통한 평화와 안보전략이 필수불가결하게 고려되어

야 함을 의미한다. 요컨대 한반도를 하나의 행위 단위로 두고 봤을 때, 한반도 평화의 구축은 동북아 국제질서라는 ‘밖’과 남북한 관계라는 ‘안’

의 문제가 행위자들의 관계 양식에 따라 중층적으로 겹치면서 결정되 는 구조다.

2. 제도적 중층성

한반도 문제를 보다 구조적으로 복잡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반도 위에서 전개되는 국제정치의 기상을 결정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국제정치의 영역에는 좁게는 남북한의 양자적 정치경제 관계이지만, 넓게는 세계적 차원의 국제정치 레짐의 영향을 받는 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행위자들도 다양한 층에 걸쳐 정체성을 가진다. 핵문제만 하더라도 1992년 남북한 기본합의서 를 구성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북․미관계의 개선의 최대쟁점이기도 하 고, 넓게는 비확산조약(NPT)이라는 국제 레짐과 국제원자력기구

(IAEA)라는 국제기구의 현안이기도 하다. 또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원칙’도 행위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이행과 관련하여 한국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남북한이지만, 북한에 있어서는 북․미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그러한 관계구도의 중층성을 보 여준다. 또한 양자적 관계가 다자적 틀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도 한반 도 국제정치 중층성의 한 단면이다.7)

7) 문정인, “김대중 정부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국가전략, 제5권 2호

3. 행위자 영역의 중층성

한반도 평화 구축의 과정과 구도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중층성은 행위자와 관련된 것이다. 안보는 국가 간 관계의 핵심적 사안이다. 안보 환경을 형성하는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정부의 공적 정책의 산물이 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와 평화에 있어 관련 국가들의 정부들만이 유일 한 행위자는 아니다. 세계화라는 추세로 인하여 국가의 기능이 크게 축 소되어 가는 가운데, 국내적으로는 다양한 집단들의 요구가 다양한 영 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구상과 관 련하여 정부기관 내에서도 국방부만이 유일한 행위자는 아니다. 안보정 책과 관련해서는 국방부는 물론 외교통상부, 국가정보원이 중요한 기능 을 하는 행위자로 간주되며, 더욱이 한반도 평화문제를 추진하는 것은 이들 행위자에 더하여 통일부 및 경제관련 부처도 주요행위자로 등장 한다. 이들 정부 행위자들의 평화안보에 대한 접근방식이 반드시 군사 안보중심의 안보론에 의해 통일되어 있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 다른 방 식, 이를테면 국제안보적 접근법을 선호할 수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 기관들의 다양성 뿐 아니다. 한국의 대북관계에 민가 기업과 민 간단체들도 깊숙이 관련되어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한반 도 평화구축과 이와 관련한 한국정부의 전략의 구상하고 추진해 나가 는 과정에 있어서도 관련 행위자가 비단 정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비 정부행위자들(NGOs)이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반 이후 한국의 민주화와 더불어 나타난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1999), pp. 163-165.

힘입어 한반도 평화 이슈와 관련된 한국 내 시민사회의 역할은 눈에 띄 게 증대되어 왔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노력들은 한국의 인터넷 보급의 확대와 더불어 빠른 속도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있다. 예를 들어 2002년 후반기 “대미 촛불시위”는 단순히 일시적인 반 미 정서의 표출만이 아니라 한반도 국제정치의 환경 속에서 향후 비폭 력 평화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한국 사회운동의 단초를 보여주었다 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이러한 촛불시위 의 의도가 급속히 전파되고 참여가 확산되었던 것은 네티즌의 적극적 호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티즌들의 대미 시위는 한국의 대미 주권 확보라는 차원에서 정책변화를 유도해 낼 정도로 지대한 영향력을 행 사하였다. 앞으로 한국 시민사회의 한반도 평화정착에 관한 요구가 동 북아 지역 다른 국가에서 활동하는 평화운동 NGO들과 연계될 때 한반 도 평화구축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수준의 평화질서 형성에 중요한 영 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들 평화관련 NGO들은 평화와 안보관련 접근법에 있어서도 기존 정부의 군사중심의 안보논리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의 평화 관련 NGO들의 인식은 “전쟁폐지”를 통한 평화 구축방법을 이상적 방 안으로 전제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군사적 대결중심이라는 국제정치 의 현실에 대해 대항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실현 가능성 여부는 상대적 으로 적지만 군사안보중심의 안보평화 논리를 변경해야 한다는 당위성 을 담고 있어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 향후 중요한 변수로 작동할 가 능성이 높다. 국민들의 안보의식이나 한반도 평화에 관한 인식을 고려 해야 하는 이유도 이처럼 변화되어 가는 한국사회의 특징 때문이다.

4. 한국사회의 인식적 중층성: 국가중심과 민족중심 시각

한반도 분단문제는 한국 사회가 피해갈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벽이 다. 어찌 보면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갈등적 쟁점들은 분단이라는 역사 적 과제에 포박되어 있는 형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민족 2국가 체제’라는 한반도의 독특한 정치현실은 한국적 정치상황을 매우 ‘독특 한’ 성격으로 변모시켰고, 그러한 점은 평화안보정책에도 지대한 영향 을 미쳐 왔던 요소다. 분단체제 때문에 북한변수를 때로는 ‘안’의 문제 의 하나로 보게 하는가 하면, 또는 사안에 따라 부정할 수 없는 ‘밖’의 문제로 보게 하는 이중성을 배태시켰다. 경우에 따라 한국의 정치영역 에서 북한 변수는 ‘안과 밖’ 중간지대의 어느 지점에 위치한 쟁점이기도 하다. 분단과 통일이라는 명제, 정치적 현실과 규범적 목표가 한국 현대 사의 좌표에 설정되어 있는 이상, 남북한 관계는 통일이전까지 ‘특수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현대사가 민족국 가체제 (nation-state)의 미경험이라는 ‘미완의 근대성’ 문제와도 직결되 어 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한국 사회 내에는 북한과 남북관계에 대한 두 가지 상이한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국가중심적(state-centric) 시각 이며, 다른 하나는 민족중심적(nation-centric) 시각이다.8) 각각의 시

8) Ki-Jung Kim and Duk-Ryong Yoon, “Beyond Mt. Kumkang: Social and Economic Implications,” Chung-in Moon and David I.

Steinberg, eds., Kim Dae-jung Government and Sunshine Policy (Seoul: Yonsei University Press, 1999), pp. 105-136; Ki-Jung Kim and Jaemin Park, “Paradox of Dismantling the Cold War Stru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