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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교육의 위상 및 교육과정-학사구조 선진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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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교육의 위상 및

교육과정-학사구조 선진화 방안

연구책임자 :정연교(경희대학교) 공동연구원 :김진해(경희대학교) 이기라(경희대학교) 채효정(경희대학교)

미우라히로키(경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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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교양의 개념과 역사, 국내외 유명 대학의 교양교육과정 조사 분석 및 학사구조와 운 영체제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상당히 심도 있고 체계적인 연구가 축적되어왔다. 급속하게 변화 하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교양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여전히 자신에게 적합한 교양교육과정을 어떻게 편성해야 하는지 고심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그간의 연구가 대부분 각 대학의 창학정신, 교육여건 및 국 내외 위상 등과 무관한 관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과 국내 대학들이 교양교육에 크게 신경 쓸 정도로 정치, 경제, 행정적으로 ‘여유’가 없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한국에서의 교양교육의 이념은 유럽으로부터 이식된 미국과 일본을 통해 다시 재수입되었고, 무비판적으로 이식되는 과정 속에서 매우 기형적인 형태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서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주체들도 서양 역사의 전통 속에서 각자 이해한 방식대로 각 시대로부터, 각각의 주장과 입장들로부터 교양의 개념을 도출하여 현실에 적용해 온 것이 지금까지 우리의 교양교육의 실정이다. 그러나 서양에서 태동한 교양의 개념과 역사 적 수용을 살펴볼 때, 그와 같은 교양의 이념은 각 시대의 상황과 각 사회마다의 현실 속에서 그에 맞게 발전하고 재정립되고 현실화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어떤 교양교육의 이념을 추구 하고 현실적 모델로 적용할 것이냐를 논하기 전에 이러한 이념의 역사와 구체적 맥락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교양교육의 위상 제고와 선진화를 위해서는 유일무이한 ‘정답’이 아니라 대학들이 원용 할 수 있는 교양교육의 ‘범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내적 정합성과 외적 원용성이 큰 교 양교육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는 피상적인 분류를 넘어 각각의 모델이 기반하고 있는 역사적 맥락과 교육이념 그리고 교육과정 전반을 아울러 검토하는 일을 의미한다. 특히 다양한 유형의 교양교육모델을 배태한 각국에서 교양이 어떤 의미를 가졌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교육과정으로 진화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교양의 개념 과 역사를 국가 별로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5개의 모델을 추출한 후, 이들 모델이 시사하는 바를 검토하였다. 특히 미국 고등교육체계로부터 ‘중핵’, ‘배분이수’ 및 ‘복합’ 모델을, 프랑스와 독일 등 구미에서는 ‘전공심화’ 모델을 추출해내었다. 그리고 이에 더해 최근 다시 두각을 나 타내기 시작한 ‘work-study college’ 모델도 추가로 발굴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의 대학들이 추구해야할 교양의 이념과 현실적 적용은 이 땅의 지금 현 실과 상황으로부터 정립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떤 교양교육의 모델을 채택하든, 그것 또한 한 국의 교육현실과 각 대학이 처한 구체적 상황과 현실을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또한 참된 의미에서 ‘교양’의 정신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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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핵 모델

(1) 중핵 모델이란?

중핵 모델이란 전공 학과나 단과대학에서 제공하지 않는 별도의 과목을 교양으로 제공하는 일체의 교과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소속 대학생 모두가 일정한 시기에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과목을 배치하여 운영한다. 중핵 모델은 공통의 교과 내용과 주제를 공유함으로써 전 공을 넘어서서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는 자율적 개인이자 공동체의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지적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중핵 모델은 시카고 대학 총장을 역임했던 허친스(R. M. Hutchins)에 의해 주창되었다. 허 친스는 취업과 같은 사회의 현실적 요구를 곧바로 수용하게 되면 대학이 실용적 직업교육을 위한 직업훈련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임을 비판하면서, 진리와 창조를 위한 대학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자유교양교육(liberal art) 또는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은 단순한 정보나 지식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는 포괄적인 개인의 능력, 도덕적이며 타 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기르기 위해 현대인이 배워야 할 필수적인 내용 을 중심으로 교육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위해 자유교양(liberal art)과 ‘위 대한 저서(great books)’를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자유교양은 교양인으 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 능력으로 읽기, 쓰기, 셈하기, 말하기, 듣기 등 타인과의 의사 소통능력을 말한다. 위대한 저서들은 고전을 의미하는데, 중핵 모델에서 고전을 강조하는 이 유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보편타당한 가치를 지니는 교육의 원천이 고전이라고 보기 때 문이다.

허친스의 교양교육 개편 노력은 시카고대뿐만 아니라, 컬럼비아, 하버드 등의 ‘중핵교육과정

(Core Curriculum)’ 수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 핵심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교양인으

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과 지적 능력, 사고 습관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핵교육과정은 일련의 고전에 정통하고, 일정량의 정보를 소화하며, 특정 분야의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중 요한 방법들을 가르치고자 한다. 컬럼비아대의 경우, 1919년 ‘현대문명’ 분야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라는 강좌로 핵심과정이 시작되었다. 그 후 ‘인문저술’과 ‘인문음악’, ‘인문미술’ 등을 포함 한 자유교양교육의 초석을 마련하고, 나중에 ‘과학’ 분야를 추가하여 통합적 형태의 교양교육 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하버드대의 경우, 1986년 중핵교육과정을 문학과 예술, 과학, 역사 연 구, 사회 분석, 외국 문화, 도덕 이론 등 6가지 영역으로 설계되었다. 2002년 개편에서는 외국 문화, 역사 연구, 문학과 예술, 윤리적 사고, 정량적 사고, 과학, 사회분석 등 7개 영역으로 확 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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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핵 모델의 특징

중핵 모델은 학과나 전공이 아닌 별도의 교양교육 전담기구를 수립하여 과목을 설계・운영 한다. 중핵 교과목들은 전문적인 전공 영역을 뛰어넘는 융복합적이고 학제적인 교과목들로 구 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핵 모델은 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핵심교육과정을 결정하여 운 영하고, 지식의 기본적 조직 원리를 가르칠 수 있는 광범위한 분야의 지식을 학제적으로 조직 하는 일이 핵심적인 과제이다.

중핵 모델에서 학생들은 관찰・분석・논쟁 능력과 상상에 의한 비교능력, 사상・차이・뉘앙스에 대한 존중감을 키워나간다. 그런 능력은 날로 변해가는 현대사회에서 학생들이 지혜로운 시민 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과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중핵 모델은 전공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자율적・독립적・학제적・융복합적으로 교과과정을 설계할 수 있다. 다만 교과목의 전문성과 지속성,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 주체의 거버넌스 수립, 교과과정과 교육 내용에 대한 합의와 공유의 노력과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3) 중핵 모델의 시사점

중핵 모델을 도입할 때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학별 교양교육 전담 기구를 설립하고 목표와 철학을 수립해야 한다. 독립적인 교양교육 전담 기구는 기존 전공학 과에서 제공하지 않는 특정 과목을 교양으로 제공함으로써 전공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 독 립적, 학제적, 융복합적 교과 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아울러 성공적인 중핵 모델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반드시 가르치고 배워야 할 교육 내용을 설정하는 것 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 대학의 현실상 전공과 독립된 중핵교과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과 목의 전문성・지속성・안정성・독립성 확보가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교양교육의 목표를 바탕으로 중핵교과에 포함되는 교과목들을 교육의 성격이나 목표에 따라 계층화할 필 요가 있다. 모든 학생들이 수강하는 핵심 공통 교과목, 글쓰기, 수학, 논리 등 의사소통 및 비 판적 사고를 위한 기초 과목, 공통이되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보장된 교과목 등 주제 영역 의 구획 및 교과목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다양한 교과구조 및 중핵프로그램 구 성을 시도함으로써 각 대학의 교육 목표 및 철학을 교양교육의 일반 목표를 성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여타의 교양교육 모델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공통의 텍스트를 읽고 이를 매개로 소통하는 것을 기본 틀로 하는 중핵 모델의 경우에는 교사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 어, 콜롬비아대의 중핵교육과정은 교수와 학생의 지적 상호작용이 긴밀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수강 인원수를 20명 남짓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중핵 모델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서는 대화와 토론을 중심으로 한 세미나 방식의 수업이 필요하다. 세미나에서 교사는 일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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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지식 전달자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사는 토론을 중재자이자 상호간의 지성적인 대화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텍스트는 대화와 토론이 물꼬를 트는 매개이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위한 기초자료이다. 이러한 수업 방식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한국 대학생들의 학습 방법 과 지적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질문의 구성, 수업의 방향에 대한 교수자들의 집단적인 연구 와 재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중핵 모델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교육 환경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교 양교육의 독립성 및 독자성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수 인력 및 적정 행정 인력을 확보 해야 한다. 미국의 자유교양대학의 경우 전체 학생 수가 2천 명 내외이고 교수의 숫자도 매우 많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수 인력의 경우 다양한 전공자들로 구성하고 이들의 학문 적 교류를 통한 학제적 교육 영역을 창조하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통 교과를 운영 하기 때문에 워크숍 등을 통한 교수자들에 대한 재교육 및 소통 공간을 마련해야 하며, 학생 들에게도 자발적 학습이 가능한 지원 체계를 수립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핵 모델은 서구의 자유교양(Liberal Art) 정신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서구의 고 전이나 문명사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다. 한국 대학이 이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변 용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이는 단순히 기존 서구 고전 중심의 커리큘럼에 동양서 몇 권을 집 어넣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중핵 모델이 서구 정신의 윤곽과 서구 전통의 복잡성에 접근 하기 위해 텍스트나 교과과정이 구성되었다면, 동양 정신의 윤곽이나 동양 전통의 복잡성은 무엇인지를 규명할 수 있는 교육을 고민해야 한다. 동양 문명과 정신을 관통하는 전통과 맥이 무엇인지, 동양은 인간이 처한 조건에 관해 어떤 진리를 탐색해 왔는지, 인간이 처한 곤경을 어떻게 타개하자고 제안했는지, 그것이 오늘을 사는 개인에게 어떻게 수렴될 수 있는지, 어떤 동양 텍스트가 인간적 보편성을 담지하고 있는지 등등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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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배분이수 모델

(1) 배분이수 모델이란?

배분이수 모델은 크게 두 가지를 염두에 둔 교양교육모델이다. 우선 대학 교육을 통해 지식 인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소양이나 능력이 있다고 보고, 대학 교육을 통해 그것을 집중 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판적 사고 능력과 같이 특정 지식과 무관하게 누구나 갖추어야 하는 일종의 사유 성향(mental disposition)을 말한다. 반면에 배분이수 모델은 그러 한 사유능력이 특정한 교과목을 수강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핵이나 복합모델과 다르다. 여기에서 특정 교과목은 그것이 다루는 내용이나 다루는 방법 모두에 있어 여타의 것과 다른 교과목을 말한다. 다시 말해, 배분이수 모델을 채택하는 사람 들은 시민교육과 같은 특별한 교과내용이나 초학제적 또는 융복합적 과목과 같은 특별한 교 육방법이 지닌 유효성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배분이수 모델도 다른 모델과 같이 일종의 전범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적용의 단계 에 이르러서는 무수히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예일 대학과 같이 인문예술, 사회 과학, 자연과학 분야에서 소정 과목을 고루 수강하도록 하는 교육과정으로부터 예전에 하버드 에서 운용했던 것과 같이 많게는 8개에서 11개 분야에서 일정 수를 수강하도록 하는 교육과 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배분이수 모델을 따르는 교양교육과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유는 모두가 특정 과목보다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두루 섭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 다는데 있다.

(2) 배분이수 모델의 특징

“도대체 누가, 왜 배분이수 모델을 주창하는가?” 가장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답은 이렇다.

“극도로 권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다시는 이념의 덧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물

론 이미 언급했듯이 배분이수 모델 역시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소양이나 능력 이 있다고 가정한다는 점에서는 전면적인 회의주의는 아니다. 그러나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능 력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권위나 전통도 부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반절대주의적 혹은 개념상 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종교, 국가, 이념 등 사람들이 몸담고 살아가는 공동체의 근 간을 이루는 기반에 대해서조차 회의하기를 장려한다는 점에서 매우 ‘자유주의적(liberal)’이다.

배분이수 모델이 지닌 가장 현저한 특징은 특정 이념이나 종교 혹은 역사를 특별히 강조하 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올바른 양식을 가진 시민이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교양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특정 지식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좀 더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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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면 그것을 누군가 규정하는 순간 ‘범세계적’ 교육에서 벗어나게 될 위험이 크다고 보는 입장이다.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비리그 대학교 대부분이 배분이수 모델을 고수하는 것은 이들이 미국에서도 가장 ‘개방적(liberal)’인 대학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모두 미국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청교도적 ‘양키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배분이수 모델의 핵심을 교육과정의 경제성이나 효율성에서 찾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학과 에서 제공하는 과목 이외에 교양교육과정을 위한 별도의 교과목을 설치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는 점에서 경제적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모델이 갖는 부수적인 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사실 경제성만 따지자면 오히려 몇 개의 교과목을 공통필수로 제정하는 것 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문제는 효율성이 아니라 교육 철학에 있다. 특히 교육제도를 이해하 는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아야 배분이수 모델,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교양교육 모델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미국에서도 전적으로 배분이수 모델만을 사용 해서 교양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대학이 그다지 많지 않는 것도 사실이나, 미국의 고등교육을 대표하는 아이비리그의 대학 대부분이 여전히 배분이수 모델을 원용하고 있다는 점은 함축하 는 바가 적지 않다.

(3) 배분이수 모델의 시사점

중핵모델과 배분이수모델은 대학의 이념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 은 현재 누가 무엇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며, 대학은 실재로 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를 직시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은 그 편제와 성격에 있어서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동일한 대학 내에서도 교육의 철학과 내용을 달리하는 상당히 이질적인 전공을 포 함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모든 대학에 적합한 “교양교육모델”을 운운하는 것은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문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과 연구중심대학이 동일한 교양교육모델을 채 택해야하는지도 의문이지만, 호텔관광대학생과 인문대학생이 유사한 교양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물론 대학과 전공의 다양성이 그 자체로 교양교육모델의 적합성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오히려 중등교육과정을 포함한 전 교육과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 러나 이 또한 생각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비록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이 유사한 중등교육 과정을 거치지만, 최근에는 각종 특성화 고등학교를 포함해서 다양한 형태의 “대안교육”이 가 능해진 것도 사실이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소득이 증대하면서 가정에서 담당하는 교육의 비중 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는 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하튼 경제 선진국일수록 대 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점점 더 균질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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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는 학생들의 몫이다. 날로 다변화되어가는 교육수요층을 감안할 때 극단적으로는 교양 과정 전체를 폐기하는 “전공심화모델”을 채택할 수도 있으나 그 이전 단계로서 고려할만한 것 이 배분이수모델이다. 특히 인문, 사회, 과학, 경영, 의과학, 예체능과 같이 매우 다양한 전공 을 갖고 있는 종합대학은 배분이수모델을 고려하기에 적합하다.

배분이수모델을 채택할 경우,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배분이수의 영역 또는 분야를 설정하 고 각각의 분야에 적합한 과목을 구성하는 것이다. 프린스턴과 예일대의 경우처럼 통상 순수 기초학문 분야를 두루 섭렵할 수 있도록 배분이수 영역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응용학문분야를 포함시킬 수도 있다. 이때 제일 중요한 고려요소는 각각의 대학이 처해있는 교육환경 또는 여건이다. 배분이수모델의 교육목 표인 사유능력의 배양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현실적 요건은 훌륭한 교강사의 확보에 있기 때문 이다. 만약 응용학문전공이 대종을 이루는 종합대학일 경우, 우수 교강사를 확보하기 어려움 에도 불구하고 순수학문분야만으로 배분이수 분야를 편성하는 것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가능 성이 적다.

순수학문학과나 전공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대학의 경우에도 배분이수 과목의 운영주체를 어떻게 설정하는 가에 따라 교육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전공과 교양을 연계할 수 있는 교차이수(cross listing) 제도나 전임교원이 교양과목을 담당할 유인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견 배분이수모델은 최소한의 재원을 활용하여 교양교육을 제 공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법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오해이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배 분이수모델을 교육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다. 배분이수 교육과정을 채 택할 경우에도 중핵모델에 버금가는 교육재정의 투여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투자 없 이 훌륭한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각각의 대학이 처한 교육여건에 대한 고려와 적절한 제도적 뒷받침을 전제할 경우, 배분이 수모델은 중핵모델이나 복합모델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배분이수모델이 자칫 교양교육 의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양교육의 관리 주체를 학과 중심으로 이전해 야 한다. 교양과목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교양전담 행정기구를 두는 것은 필요할 수 있지만, 학생들의 교육을 직접 지도하는 부처는 학과 또는 전공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언 제 어떤 과목을 수강할지 지도하고 결과를 평가, 심의하는 지도교수가 있어야 하며 대체로 전 공학과 교수가 그 역할을 맡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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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복합 모델

(1) 복합 모델이란?

교양교육 과정의 현실에 있어서는 중핵 모델이나 배분이수 모델 등 하나의 특정 모델을 도 입하는 것보다 각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목표나 특성화 방향, 주어진 환경적 조건 등에 따라 여러 모델을 동시에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러한 모델의 조합 패턴이란 무제한으로 다 양한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주요 모델의 조합 패턴으로 한정되고 있으며, 이수학점의 배분이나 이수학년의 조정 등 상이한 모델을 연계시키는 매개적 도구도 현실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즉, 교양교육의 실천에 있어서는 중핵 모델과 같은 ‘단일 모델’ 외에도 두 개 이상의 모델을 동시 에 사용하여 일정한 형식과 장단점 을 가지는 ‘복합 모델’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 부분의 대학에서는 복합적인 방법으로 교양교육 과정이 편성되고 있음으로 모델의 조합 패턴 이나 매개적 도구, 복합적 교육과정의 관리 등에 주목하는 것은 교양교육의 위상 제고라는 과 제에 있어서 중요한 관점일 것이다.

‘복합’이라는 관점은 교양교육 모델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전략, 금융정책, 복지정책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목표가 복잡하거나 쉽게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몇 가지 방법을 창의적으로 혼합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반대인 ‘이석일조(二石一 鳥)’의 전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양교육의 기존 단일 모델들이 교육과 관련된 독자적인 철학이나 이념을 각각 가지고 있다면 복합 모델은 복수의 모델을 상호 보완함으로써 ‘균형’,

‘유연성’, ‘창의성’과 같은 가치를 기조로 교육과정의 현실적 효과를 추구하는데 그 이념적 기

반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념이 중요시되는 배경으로서는 기존 교양교육 모델의 다양 성과 각각 어떤 면에서 장단점이 있다는 논쟁적 측면이나 불완전성, 그리고 철학적 모델을 현 실의 교육과정에서 실천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복잡성이나 한계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 한 상황에서는 ‘이석일조’의 관점으로 균형, 유연성, 창의성을 중요시한 현실적 방법이 유익한 대안이 된다.

(2) 복합 모델의 특징

복합 모델의 첫 번째 특징으로서 복수 모델의 혼합성, 즉 복합의 현실적 모습을 들 수 있 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복합 모델이란 기존의 교양교육 모델의 세부 성격이나 장단점에 기 인하는 개념적・이론적 모델임과 동시에 실제 교육과정의 운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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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모델을 조합하는 방법인 ‘졸업이수학점(또는 최저이수학점)의 배분’을 수 있다. 전공과정 과 별도로 지정된 교양과정의 총 이수학점에 대해 상이한 이수방식을 동시에 적용하는 방법 이다. 단순히 말해 예를 들어 총 48학점 이상의 이수가 필요한 교양과정의 경우 12학점을 모 든 학생이 공통 수강하는 중핵 방식으로, 24학점을 전공 혹은 학문영역별로 지정하는 배분이 수 방식으로, 나머지 12학점을 자유선택 방식으로 조합하는 형태로 배분이수 방식 중심인 복 합 모델이 구성된다. 이는 매우 단순하고 상식적인 수준의 교양교육의 모습일 수도 있으나 이 수학점의 배분 방식과 비중은 복합 모델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세 번째 특징으로 복수의 교양교육 모델을 조합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서 ‘이수학년이나 시 기의 조정’을 들 수 있다. 대학 저학년(주로 1-2학년)과 고학년(주로 3-4학년)과 같은 시기적 구분을 기준으로 교양과목의 이수방식이나 내용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교 양과목을 이수한 후 전공과목을 이수하도록 커리큘럼이 편성되어 있기 때문에 저학년 일수록 교양과목 이수학점은 증가한다. 교양과목과 전공과목의 이러한 시기적 관계는 교육과정의 설 계에 있어 매우 단순하고 상식적인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복합 모델의 세부적 성격에 영향 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대부분의 경우 대학 입학 후 1학년의 커리큘럼에서는 거의 모든 과목이 교양과목으로 지정되며, 2학년에 전공기초 또는 학문분야별 전공교양의 이수가 시작한 다. 일반적으로 졸업이수학점이 130점 전후, 그 중 교양과목의 비중이 약 30% 전후(39학점)이 기 때문에, 한 학기 당 20학점을 이수제한으로 본다면, 2학년 1학기 시점에서 교양과목의 이 수가 완료된다. 또한 이 시기에는 교양과목과 전공과목을 동시에 이수하게 된다. 최근 교양과 목의 강화하는 경향 속에서 일부에서 2학년 2학기까지의 커리큘럼을 교양과목 위주로 편성하

여 3학년부터 전공과목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이행시기에 주목할 때, 교양과목으로 배분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과목을 이수하는 중핵 모델 중심의 구성이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해당 교양과목을 충분히 이수한 후 선택교양과 전공교양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공을 중시하고 교양과정 자체를 단기간・소규모로 설정할 경 우에는 배분이수 모델이나 자유선택 모델 중심으로 구성된 북합 모델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교양과목과 전공과목의 효과적 연계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교양과정에서 전 공과정으로의 이행을 단순하게 이해한 것으로 과목의 내용이나 교수방법에 따라 모델의 효과 는 크게 좌우될 것이다. 또한 이수학년과 교양교육 모델의 관계를 보다 큰 관점에서 볼 경우 고교-대학-대학원으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의 전체적 틀을 어떻게 설계하는가라는 기본적인 교 육제도가 결국 단일이든 복합이든 모델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3) 복합 모델의 시사점

위에서 정리한 특징들은 복합 모델의 실천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가진다. 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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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이수학점의 배분과 관련하여 배분에 대한 미세한 차이를 효과적 및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교양교육 과정의 운용 주체가 결국 복합 모델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지 적할 수 있다. 많은 선행연구가 지적하고 있듯이 여러 방식을 동시에 적용할 경우, 교육과정 의 전체적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총괄하는 사령탑이 중요한 역할을 하 게 된다. 각 과목의 담당부처나 책임체계가 상당히 분산되며 상호간 협조가 부족한 상태에서 는 복합 모델의 운용이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통합적인 교양교육 전담기구를 설 치하거나 적어도 교양과목을 담당하는 여러 부처 간의 효과적인 협력이나 대학 거버넌스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된다. 실제로 최근에는 많은 대학에서 ‘교양교육원’이나 ‘기초교육원’과 같 은 이름을 가진 교양교육의 전담기구가 설치되고 있다. 전공의 일부로 교양학부를 설치하여 이를 대학 전체의 교양교육담당기구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 이 연장선상에서 복합 모델을 활용하여 교양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 대학 간의 교양교육 담당부처의 협력이나 국가 차원의 교양교육 담당기구 또는 지원기구의 운용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는 실제로 ‘한국교양교 육센터(대교협 부설기관)’의 활용 등 아이디어로 정부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1)

둘째, 이수학점의 배분이 복합 모델의 중요한 특징이지만 역시 교양과목으로 지정된 총 이 수학점 자체가 전공과목 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각 대학은 어떤 모델 을 적용할지에 관해서 약 30-40학점 수준의 총 교양이수학점을 두, 세 가지의 모델로 배분하 는데 고민한다. 즉, 각 모델에서 약 10학점 정도의 차이를 조정하는 것이 복합 모델을 기반으 로 한 교양교육 과정 편성의 핵심적 작업이 된다. 반면, 전공과목은 평균적으로 약 60학점 정 도, 현실적으로는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즉, 대부분의 대학에서 복합 모델을 시도하여 더 효과적인 조합체계의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학생은 전체 교육과정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전공과목의 이수에 쓰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교양교육 과정에 주목하여 그 운용 모델을 고민하는 것은 학점과 같은 숫자에 나타나지 않은 교양과목의 내용적 중요성 이나 효과 때문일 것이다. 복합 모델은 확실히 이수학점의 배분이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구성 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필수-선택, 일반교양-전공교양 등으로 구별되는 교양과목의 내용면에서의 연계성이 모델의 혼합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 된다.

복합 모델의 개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복합 모델이란 ‘두 가지 이상의 교양교육 모델을 조합하여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개선하는 모델’로 정의할 수 있다. 둘째, 이 모델의 중 요한 특징은 모델 혼합의 현실적 형태나 방법으로 나타난다. 특히 모델을 조합하는 매개적 도 구 혹은 메커니즘으로서 이수학점과 이수학년의 배분을 들 수 있다. 이를 적절하게 활용 혹은 조정함으로써 여러 모델의 동시 적용이 실제로 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이는 복합 모델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복합 모델의 장점으로는 교양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수요와 기존 모델의 다양성, 불완전성, 한계 등에 대해 유연성 있는 해결책으로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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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적으로 이를 개선해 나가는 유동적 모델이다. ‘필수냐 선택이냐’와 같은 양자택일적 문제 를 회피하여 대안적 모델을 포함한 여러 모델의 효과적 조합과 조화를 추구하는 모델이다. 넷 째, 복합 모델의 단점은 여러 모델의 동시적 진행에 기인하는 이수방식이나 관리의 번거로움 이다. 지나치게 복잡한 조합이나 과도한 커리큘럼 변경은 특히 학생의 수강 신청이나 대학의 교무행정에서 혼란을 야기할 원인이 된다. 교양교육의 순수한 실현을 목표로 삼아 이상적이고 효과적인 조합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명확하고 심플한 커리큘럼을 유지하는 것이 복합 모델의 실제적 효과와 깊이 관련된다.

4. Work-Study College 모델

(1) Work-study college 모델이란?

‘Work-study college’ 모델이란 쉽게 말해서 ‘일하면서 공부하는 대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하면서 배운다’라고 하는 말에서 사람들은 여러 종류의 노동과 병행한 학습 방식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첫째로 일종의 근로장학과 같은 유형을 연상할 수 있다. 도서관이나 구 내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노동과 학습이라는 다른 종류의 두 일을 단순히 ‘병행’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직업교육이나 전공교육의 연장선상 에서 전문성과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산학협동수업’이다. 이 경우는 전자와 달리 일과 학문이 단순히 ‘병행’되는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계’된다. 하지만 여기서의 노동 경험은 이론 수업을 보완하는 ‘실습’으로서의 의미, 직업적 진로와 연결된 현장경험으로서의

‘수단’적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세 번째로 지금 소개하려는 인문교양교육으로서의 work-study

college model은 일과 배움을 단순히 ‘병행’하거나 수단적으로 ‘연계’하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적

도야와 학문적 소양의 기초적 토대로서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따라서 ‘배움’ 자체를 ‘노동 활동’과의 전일적(hollistic) 결합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노동과 학문의 ‘통합’형 모델이다.

(2) Work-Study College 모델의 특징

노동학문 통합적 교육에서 기본이 되는 교육방법론의 모토는 ‘하면서 배우는 것 이상으로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하면서 배운다(learning by doing)’는 것은 지식을 수 동적으로 ‘획득(獲得)’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방법을 ‘체득(體得)’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앞의 학교들의 경우를 분석해보면 그와 같은 ‘몸으로 익히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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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교육방법 상의 특징들이 발견되는데 첫 째, 현장 수업, 둘째, 작은 규모, 셋째, 협동수업, 넷째 프로젝트 수업, 다섯째, 자치(self

governance)가 그것이다. 현장과 결합하여, 소규모의 팀 단위로 프로젝트 형태의 수업을 진행

하며 이 전 과정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계획과 추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학문 통합 모델에 있어서 중요한 교육의 목표는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할 줄 아는 사 람’이다. 직접 하면서 배우는 방법의 강조와 그것을 통해 획득한 앎은 사변적 활동을 통한 ‘스 콜라적 학자의 앎’ 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던 ‘장인의 앎’이자 ‘손으로 일하는 사람

들의 앎’인 ‘기술’의 의미와 중요성을 복원한다. 일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지식은 ‘개념적 지식’

이 아니라 ‘실천적 지식’이다. ‘실천적 지식’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데, 하나는 실천적으로만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시 실천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앎이란 것은 어떤 대상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는 것 즉 ‘할 줄 안다’라고 하는 ‘방법적 앎’이다. 그러한 앎을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변적 앎

인 ‘테오리아(theoria)’와 구분하여 ‘테크네(tēchne,τεχνη)’라고 불렀고, 고대 로마에선 ‘기

예’ 즉, ‘아르스(ars; art)’라고 했으며, 이 말에서 유래된 실천적 앎의 원형은 오늘까지도 ‘교양 학문(liberal arts)’이란 말 속에 남아 있다. 일을 통한 배움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아는 것(know-what)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방법(know-how)’을 아는 것이다. 노동-학문 통합 방식의 교육은 학생들이 다음과 같은 능력들을 배우고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노동-통합 교육을 통한 지식 능력>

① 총체적 이해 능력

② 실천 능력

③ 문제 해결 능력

④ 협력적 네트워크 조직 능력

⑤ 프로세스 조직 능력

⑥ 자치를 통한 민주주의의 능력

(3) Work-Study College 모델의 시사점

위에서 제시한 Work-Study College 모델의 교육내용을 자기주도 학습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한 대학(Beacon community college)의 아래 평가지표2)와 비교해보라. 이러한 평가지표는

‘자기주도적인 미래형 인재’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데, 노동-학문 통합 모델이

추구하는 목표는 이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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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적 학습능력 향상 Improved independent learning

• 타인과 일하는 능력 향상 Improved ability to work with others

• 자신감 향상 More confidence

• 사고능력 향상 Challenged to think

• 목표설정능력 향상 Setting goals

• 경청능력 향상 Improved listening skill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노동과 학문을 통합하는 ‘노동과 학문의 공동체’ 교육이 단지 유토피 아적 공상이나 극소수의 몇몇 대학에만 적용될 수 있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대학에 대한 시대적 요구라는 현실과도 부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학문 통합 모델은 현재의 학문 연구시스템이 기능적으로 분업화된 연구 체계 속에서 자신이 맡은 부분만을 충실하게 수행해 낼 뿐, 전체적 연관성과 도덕적 가치 또는 사회적 결과를 총체적으로 사유할 수 없는 ‘가슴 없는 전문가’나 분절적 지식노동자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면서, ‘머리-가슴-손’의 조 화로운 발달과 총체적 사유 능력 및 실천 능력을 갖춘 사람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 드너의 다중지능이론(the multiple intelligence hypothesis)에 따르면3), 인간은 언어, 논리적 지 성 외에도 다양한 지성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근대 과학은 그 중의 일부에 불과한 언어, 논리 적 지성만을 과도하게 인정하고, 편협하게 발달시켜왔다. 노동-학문 통합 모델은 그와 같은 근대 과학의 편협한 이성을 극복하고 지성의 조화로운 사용을 추구한다.

이는 최근 한국 대학에서 유행하고 있는 ‘융합’과 ‘통섭’의 경향과도 상당한 유사점을 보인 다. 새로운 교육적 인간상으로서의 ‘융합형 인재’는 오늘날 대학이 요구받고 있는 교육의 과제 이기도 한데, 현재 한국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융합교육개혁은 ‘학과간 통폐합을 통한 새로운 융복합 학과’나 ‘융ㆍ복합 과목’을 도입하는 등 형식 개혁에 집중되고 있다. 반면에 노 동-학문 통합 모델은 학제간 분리보다 노동과 학문의 분리가 더 근원적인 문제라고 보고 노동 과 학문을 통합하는 방식에 보다 집중한다. 즉 융복합 과목이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통섭적 능력을 가진 융합형 인간만이 융복합 분야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과목의 융복합’ 보다, 그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눈으로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고 만들

어낼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더 먼저이고, 그를 위해 필요한 교육의 방법과 목표를 교 육과정 속에 계속 도입하고 시도해야 한다. work-study college model은 그런 교육의 방법과 목표에 속하는 하나의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대학제도를 노동통합식으로 모두 바꾸거나 새로운 대학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교양교육 과정에서 통해 부분적으로 노동-학습 통합모델을 도 입해보는 것은, 현재로서도 충분히 가능하며,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다만 여기에

3) 1983년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에 의하여 등장한 다중지능이론은 인간의 지능이 언어ㆍ음악ㆍ논리수 학ㆍ공간ㆍ신체운동ㆍ인간친화ㆍ자기성찰ㆍ자연친화라는 독립된 8개의 지능과 1/2개의 종교적 실존지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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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노동활동’이 인간의 ‘좋은 삶’에 필수적이며, 인간의 내적 성장을 이루어내는, ‘인간교양’에 속한다는 데 대한 동의와 공감만이 필요할 뿐이다.

5. 전공심화모델

(1) 전공심화모델이란?

전공심화모델이란 고등교육과정에서 교양교육과정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전공교육에 집중하 는 교과형태를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서 교양교육을 하지 않는 고등교육 모델로서, 프랑스, 독 일 등 전형적인 유럽식 모델이며, 미국에서는 드물게 브라운 대학이 대표적으로 이 유형에 속 한다.

프랑스, 독일 등 전공심화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서 기초교육과 교양교육은 중 등교육과정에 집중되어 있으며,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éat), 독일의 아비투어(Abitur) 같은 중앙정부나 주정부가 관장하는 자격시험을 통해 수학능력을 평가한다. 이렇게 중등교육 과정을 마치고 자격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 및 전공영역을 확정하고 그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고등교육과정은 교양교육이 아니라 학생들 각자의 전공영역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짜여있다. 요컨대, 전공심화모델에 깔 려있는 기본적인 전제는 원칙적으로 교양교육은 중등교육과정에서 담당하는 것이므로 대학에 서 교양교육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 전공심화모델의 특징

20세기 내내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이 배분이수제나 중핵과정 같은 교양교육의 체계를 만들 어가는 동안,4) 이 모델을 채택한 국가나 대학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전적으로 한 가지 전공 의 심화에만 집중했을까? 교양교육이 없는 전공심화교육에 어떤 특징은 없을까? 그것은 학생 들이 기존 학문영역의 경계에만 갇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다 양한 분야의 전공영역을 복수로 이수하거나 인접학문분야와 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 는 교과과정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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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공심화모델의 시사점

전공심화모델의 장점은 학생들이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교양교육에 집중하게 하고, 그 이후 대학에서는 자율적으로 학생 각자의 전공에 집중하게 한다는 점이다.

교양교육이 가장 필요하고 효과적인 시기는 청소년기이며, 이 시기를 놓친다면 고등교육체제 에서의 교양교육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로는 우선, 연령상 이미 열아홉 또는 스 무 살이 된 대학생은 주체적인 사고를 하기 이전에 이미 은연중에 여러 경로들을 통해 편견 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래서 뒤늦은 교양교육 또는 시민교육으로 생각과 태도 를 변화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입시교육으로 인해 중등교육과정에서의 기초교양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대학 교양교육 현장에서 여러 교수자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을 보면, 기본적인 텍스트 독해능력과 글쓰기 능력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점에서부터 많 은 학생들이 교양교육의 필요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등 고등교육과정 수준의 교양교육이 이루어지는데 큰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현재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만 18세 전후부터 성인으로 인정하고 자기결정권과 투 표권 등을 부여하는 것은 청소년기에 중등교육과정의 교양교육을 통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시민적 주체’로서의 소양을 갖추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적정연령인구 대비

80% 정도가 대학에 입학하는 상황에서도, 그리고 모든 대학이 교양교육을 충실히 한다고 하 더라도 교양교육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더 구나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에서 사립대학과 사립전문대학이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전반적으로 일관된 방향성을 갖는 교양교육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교양교육이 전공 학습을 위한 기초교육으로서가 아니라 주체적이고 비판적 사유를 할 수 있는 공동체의 일원 을 길러내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중등교육과정의 원래 목표였던 만큼 어떻게 다시 중등 교육과정에서 이루어낼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대학생을 단순히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인 학습의 주체로 인정하고, 그 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스스로 그렇게 되어가도록 한다는 점이다. 사 실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소통능력, 공동체적 의식 함양 등 교양교육이 목표로 하는 내 용들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길러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으로 읽고, 쓰고, 말하고, 실천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등교육과정에서 기초교양교육에 집중 하고, 고등교육과정에서는 교양교육을 통해 얻은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자율 적이고 폭넓은 전공학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의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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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숙고하고 있는 교양교육은 대학교육의 일환이다. 따라서 전체 교육과정, 특히 그 대학이 어떤 취지에서 설립되어 어떤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를 감안한 상태에 서 설계되어야 한다. 현대와 같이 급속하게 다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이 같은 판단을 할 수 있는 궁극적 주체는 대학이어야 한다. 물론 선택에 따른 책임도 대학의 몫이다. 그러나 정부 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대학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다양한 교양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대학이 교양교육 개선방향에 대해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 일 중 하나이다.

본 연구에서 추출한 5개의 교양교육모델은 이미 다른 연구에서도 일부 거론된 적이 없지 않을 것이나 이들 모델을 역사적, 철학적, 교육학적 맥락을 모두 감안하여 거론한 사례는 거 의 없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의 고등교육체계에서 착안한 ‘전공심화모델’이나 최근의 경향을

반영한 ‘work-study college 모델’은 교양교육학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비록 각

각의 모델을 “정립”할 수 있을 정도로 충실한 연구가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단지 5개의 모 델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작업만으로도 그간의 ‘교양교육의 선진화’ 노력에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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