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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무고죄 양형기준으로서의 反坐律

2. 反坐의 의미와 근거

현행 형법의 경우 무고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의 벌금으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징역형을 선택할 것인지, 벌금형을 선택할 것인지, 선택한 刑種 내에서 구체적인 선고형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법관의 양형 재량에 달려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大明律≫의 절대적 법정형주의에 기하여 무고죄 또한 법정형이 특정되어 있었다. 무고죄의 절대적 법정형은 바로 反坐刑이다. 무고죄 의 절대적 법정형으로서 反坐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절대적 법정형주의에도 불구하고 반좌는 그 자체로 법정형이 바로 특정되는 형벌이 아니다. 反坐는 무고죄의 형벌을, 무고한 바의 죄에 해당하는 형벌로 정 하는 것이다. 무고한 행위 그 자체로 무고행위의 불법성을 평가하지 아니하고, 이를 피무고죄에 의존하여 평가하는 매우 기술적인 양형이다. 무고죄의 양형을 피무고죄의 법정형과 1:1로 대칭하여 정하는 점에서 무고하는 행위가 피무고죄 와 동일한 처벌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겠다.

그러면 反坐刑은 무고죄에 유일한 것이었는가? 唐律은 名例에서 反坐가 일반 8) 조선시대의 사면 제도에 관하여는 유성국, 「유교적 전통사회의 사면제도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 1996; 조윤선, 「조선시대 赦免・疏決의 운영과 법제적・정 치적 의의」, 朝鮮時代史學報 38(조선시대사학회, 2006); 이종길, 「조선초 사면제도에 관한 일고찰」, 법사학연구 제9호(한국법사학회, 1988) 참조.

9) 이종길, 앞의 논문, 218쪽.

적으로 쓰일 수 있는 양형의 방법인 것으로 규정하여,10) 무고죄 이외에도 反坐 刑을 도입하고 있다. 唐律의 拷囚不得過三度條에서는 獄囚에 대한 고문을 3회, 고문시 杖의 횟수를 200대로 제한하고 있는데 獄官이 이를 위반하여 200대를 초과한 杖을 때린 경우 초과된 부분만큼 反坐하도록 한다.11) 反坐는 아니지만

‘與同罪’라 하여 위반한 행위가 다른 죄에 상응할 경우 그만큼 위반자에게 형벌 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또한 위반한 행위와 연관된 동일한 죄책을 위 반자에게 연계시킨다는 점에서 反坐와 근본정신은 동일하다. 예컨대 唐律의 流 徒囚役限內亡條에서는 主守가 獄囚를 고의로 놓아준 경우 獄囚의 죄와 동일한 죄를 가하였다.12) ≪大明律≫에서는 오로지 무고죄에만 反坐刑을 규정하였을 뿐 다른 죄에는 反坐刑을 부과한 예가 없다. 그러나 법정형으로 反坐刑을 명시하지 는 아니하여도 唐律에서처럼 反坐 정신이 투영된 죄는 발견할 수 있는데, 官司 出入人罪13)가 그러하다. 이 죄에서는 反坐가 아닌 ‘全罪’로 처벌한다고 한다. ‘全 罪’란 것은 官司에서 고의로 다른 사람의 죄를 증감하여, 죄가 있는 사람을 무죄 로 하거나, 죄가 없는 사람을 유죄로 하거나, 경죄를 가중하여 무겁게 하거나, 중죄를 감경하여 가볍게 할 때 실제 죄와 달리 증감한 죄를 의미하는데, 법정형 은 그 관원이 증감한 만큼의 형벌로써 처벌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14) 이처 럼 官司出入人罪의 律文에서는 법정형을 反坐라고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

10) ≪唐律疏議≫ 제53조 名例【稱反坐罪之】[律文1] 諸稱反坐及罪之.坐之.與同罪者, 止坐 其罪. <死者, 止絞而已>.

11) ≪唐律疏議≫ 제477조 斷獄【拷囚不得過三度】[律文1] 諸拷囚不得過三度, 數總不得過 二百, 杖罪以下不得過所犯之數. 拷滿不承, 取保放之. [律文2] 若拷過三度及杖外以他法拷 掠者, 杖一百. 杖數過者, 反坐所剩. 以故致死者, 徒二年.

12) ≪唐律疏議≫ 제459조 捕亡【流徒囚役限內亡】[律文2] 主守不覺失囚, 減囚罪三等. 卽 不滿半年徒者, 一人笞三十, 三人加一等, 罪止杖一百. 監當官司, 又減三等. 故縱者, 各與 同罪.

13) 官司出入人罪의 해석과 의미에 관해서는 정긍식, 「대명률의 죄형법정주의 원칙」, 울대학교 법학 제49권 제1호(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2008), 128-137쪽 참조.

14) ≪大明律≫ 제433조 刑律 斷獄【官司出入人罪】[1] 凡官司故出入人罪 全出全入者 以 全罪論. <【註】謂官吏因受人財 及法外用刑, 將本應無罪之人 而故加以罪, 及應有罪之人 而故出脫之者 並坐官吏以全罪. 法外用刑, 如用火燒烙・鐵烙人, 或冬月用冷水澆淋身體之 類>. [2] 若增輕作重 減重作輕, 以所增減論, 至死者 坐以死罪. <【註】謂如其人犯罪 應 決一十 而增作二十之類, 謂之“增輕作重” 則坐以所增一十之罪. 其人應決五十 而減作三十 之類, 謂之“減重作輕” 則坐以所減二十之罪. 餘准此. 若增輕作重 入至徒罪者 每徒一等折 杖二十, 入至流罪者 每流一等折徒半年, 入至死罪已決者 坐以死罪. 若減重作輕者 亦如 之>.

大明律講解≫에서는 증감분을 정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증감분의 형량을 反坐 하는 것으로 언급하고 있다.15) 反坐刑은 위반자의 행위를 절대적으로 평가할 수 는 없지만 위반자 스스로 법질서에 위반한 정도껏 죄책을 부과하는 양형기준으 로서 탁월한 기능을 한다.16) 특히 무고죄와 같이 법질서 위반으로써 타인에 대 해서 가해하는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우 反坐는 더욱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양형기준으로서의 反坐의 법리는 무고한 사람에게 무고한 바의 죄에 해당하는 형벌로 되갚는 처벌, 즉 무고한 행위에 대하여 법률 평가를 통해 그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가하는 同害刑主義의 발로이다.17) 同害刑主義(talion)는 피해자가 받은 만큼 갚아준다는 것이나, 무고는 무고자가 피무고자를 직접 가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권을 이용하여 가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인 피무고 자로 하여금 자신이 무고당한 만큼 무고자에게 재차 무고하도록 보장하는 것은 사법질서의 혼란을 초래할 것임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개인이 아닌 국가 사법기 관이 무고자를 사법기관 스스로에게 무고함으로써 직접적으로 보복할 수도 없 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로든 무고한 행위를 법률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 무고한 행위를 법률적으로 평가한 기준이 바로 무고행위의 처벌가치와 피무고죄 의 처벌가치가 동일하다고 보는 ‘反坐’인 것이다.

‘反坐’가 효과로 설정되어 있는 誣告罪나 官司出入人罪의 모습을 살펴보면, 무 고죄는 무고자가 다른 사람에게 그가 원하지 않는 죄를 씌우는 것이고, 官司出 入人罪는 재판관이 피고인에게 그가 원하지 않는 죄를 더하는 것이다. 이는 모 두 ‘네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黃金律(regula aurea)을 위반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황금률의 不遵守에 대한 제재로서는 ‘만일에 네가 이에 위반하여 남이 네게 행하기 원치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였다면, 네가 그에

15) ≪大明律講解≫ 제433조 刑律 斷獄【官司出入人罪】[2] 【講曰】註云 “若增輕作重 入至徒罪者 每徒一等折杖二十” 謂如有人犯笞四十, 原問官增至杖一百徒三年, 通計折杖二 百, 除犯人已得笞四十, 餘杖一百六十, 反坐原問官杖八十徒二年.

≪法家裒集≫【法家秘訣】故出入人死罪放而不獲反坐而死罪收贖納米運炭 故出入人死罪 已決者反坐而絞罪不准收贖…

16) 김지수는 중국 전통법의 법조윤리의 차원에서 獄吏와 法官의 직무 위반에 대해서는 특별히 형평의 원리상 반좌 책임을 요구함을 강조하고 있다. 김지수, 「전통 시대의 법 조윤리와 현대적 귀감」, 법조 2012. 7(통권 670호)(법조협회, 2012), 202-210쪽.

17) 仁井田陞, 中國法制史硏究-刑法 (東京: 東京大學東洋文化硏究所, 1959), 147쪽; 김택 민, 중국고대형법-당제국의 형법 총칙- (아카넷, 2002), 201쪽.

게 행하기를 원치 않는 바를 그 역시 네게 행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공평하 지 못하다. 그러므로 너는 네가 그에게 행한 바를 그가 네게 행하는 것을 감내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同害報復이 역사상 가장 비근한 것이다.18)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변되는 이러한 同害刑主義 내지 同害報復論은 복 수의식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수의 한계를 피해와 동일시하 는 공평한 제재수단으로서 형법 발전의 한 시기를 점하여 왔다.19) 同害報復法 (lex talionis)은 고대법에서 주로 살인, 상해와 절도 등에 대한 형벌로 활용되었 는데, 신체에 대한 복수 형벌(eye-for-an-eye)에서 점차 同害的 가치 배상으 로 변화되어 갔다.20) 同害刑主義는 그야말로 형벌권이 발생하면서부터 형벌의 본질을 두고 고심, 논쟁하여 왔던 인류 공통의 문제인 것이다. 특히 무고죄에 대 하여 피무고죄의 형벌을 가하는 反坐的 同害刑은 함무라비법, 유대인의 성서법, 고대 이집트법 뿐 아니라 로마법에서도 시행되었으며, 중세 독일의 카롤리나 형 법전(Constitutio Criminalis Carolina), 1751년의 바이에른 형법전(Codex iuris Bavarici criminalis), 1794년 프로이센 일반란트법(Allgemeines Landrecht für die Preußischen Staaten, ALR)까지 지속되었다(제2장 III 참조).

전통 중국법에서는 무고죄에 대한 반좌가 당연시되었다. 誣告反坐律의 취지는 秦律에서도 찾을 수 있고, 唐律 이래로는 反坐刑이 무고죄의 확고한 형벌로 자 리잡았다(제2장 I 참조). 誣告反坐는 전통 중국법에 특유한 완전무결한 因果應 報의 복수형이다.21) 중국 고대의 형법에는 同害刑이 그다지 명료하게 나타나 있

18) 최병조, 「黃金律과 로마법」, 로마법연구(I)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5), 173-175쪽.

19) 仁井田陞, 앞의 책, 146쪽

20) 同害報復法은 고대 바빌로니아법(함무라비법전)에서 출발하여 성서법, 로마법, 이슬람 법에서도 나타났다. 고대 팔레스타인에서는 신체조건 차이로 정확한 同害報復이 어렵다 는 이유에서 가치를 배상받도록 하는 법을 시행했고, 신체상해 등 불법행위자가 배상해 야 하는 로마법의 delict는 同害報復法 정신 아래 징벌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同害報復 法은 중세 독일이나 17-18세기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이슬람법에서는 고 의로 타인을 살해하면 살인자와 피해자가 同性이고 같은 종교일 때 私的인 사형집행을 허용하는 qiṣᾱṣ(同害報復)가 허용되었는데 그 대신 배상(diya, blood money)을 받을 수 도 있었다. 同害報復法의 비교법적 역사에 관하여는 Stanley N. Katz(editor in chief), The Oxford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Legal History Vol.1・2・3(Oxford :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중 "Delict"(Vol.2, p.321), "Qiṣᾱṣ"(Vol.1, p.367, Vol.2. p.100, p.277, Vol.3. p.327) 참조. Britannica Encyclopedia (http://www.britannica.com)에서도 "talion" 또는 "delict"로 검색하여 찾을 수 있다.

21) 김지수, 傳統 中國法의 精神-情・理・法의 中庸調和-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1), 4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