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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무고죄의 '告' 요건의 확장

3. 특별한 형태의 ‘告’

무고죄로 처벌하는 고하는 행위는 상당히 포괄적이었지만 그 중 특별한 형태 의 告 행위에 대하여는 특별한 취급을 하고 있었다. 風憲官이 다른 관료를 규찰 하여 탄핵하는 행위, 고하는 자가 이름을 밝히지 아니하고 몰래 고하는 익명서 에 의한 신고행위, 태종대에 새로이 도입된 신문고에 의한 告 행위, 그리고 차례 를 뛰어넘어 신고하는 월소행위가 그러한 것이다.

(1) 탄핵

탄핵은 風憲官이 다른 관료를 규찰하여 국왕에게 그 잘못을 간하는 것으로, 풍헌관은 대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風’은 사대부가 사생활에서 응당 지녀야 할 태도, 公論에 맞는 태도를 의미하며, ‘憲’은 사대부들이 중심이 되는 정치가 지향 해야 하는 이상을 의미하므로 풍헌관, 즉 대간은 ‘사대부의 공론’(風)의 대변자 요, ‘성현의 법’(憲)의 수호자이다.79) 풍헌관으로 대변되는 대간 제도는 사대부 78) 그밖에 大赦 전 일을 신고하였으므로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촉구할 수 없는 사실을 신 고한 것에 해당하여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논이 있을 수 있으나, 이 사건의 경 우 피신고사실이 綱常에 관련되어 대사 전 일이라 하여 완전히 면죄되는 분위기는 아 니었고 심지어 심선의 종신불서용까지 고려하여야 한다는 데 조정의 중론이 모아졌다.

의 지배적 여론, 즉 公論을 국왕에게 전하는 언론 활동과 고위 관료의 비리와 잘못을 고하는 탄핵 활동을 통해 왕권이 전제화하는 것도, 신권이 비대화하는 것도 막음으로써 조선시대 권력 균형을 달성하는데 기여한 핵심 제도였다.80) 풍 헌관의 제도적 본질에 비추어 보면 풍헌관의 탄핵을 무고죄의 告에 해당하는 것 으로 보아 誣告로 처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大明律≫은 誣告條에서 풍헌관의 허위사실을 들어 탄핵한 경우 무고죄와 동 일하게 처벌하되 그 형이 上書詐不實罪보다 더 경미한 경우 上書詐不實罪의 형 에 따른다.81) 따라서 풍헌관의 탄핵이라 하더라도 허위의 사실을 고하면 무고죄 가 성립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즉 탄핵행위도 무고죄의 告에 해당함은 명 백하다. 다만 허위의 사실로써 탄핵하는 것은 타인을 무고하는 동시에 국왕에게 허위의 사실을 고하는 것이므로 무고죄와 上書詐不實罪가 경합하게 되어 양쪽의 처벌가치 모두 겸하게 되기 때문에 형벌이 무거운 죄에 의거함으로써 피고인이 법정형보다 약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82)

대간의 탄핵행위에 대하여는 ‘優容’, 즉 우대하여 용납하여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태종은 이를 해석하기를 대간에서 宮中의 일이나 貴戚大臣의 일 같은 것을 가지고 그 사실을 지적하여 곧게 말하면, 말은 비록 듣지 않더라도 죄를 주지 않지만, 남의 죄를 誣告하여 청하는 것을 참고서 죄주지 않는 것은 아니라 고 하였다.83) 優容의 원칙은 대간이 탄핵을 통해 곧게 지적하는 행위를 높게 사 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직언이 있었다 하더라도 대간에게 죄를 주지 않는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대간이 허위의 인 식 하에 공연히 허위사실을 고하는 것까지 면책되지는 않는다.

79) 정두희, 조선시대의 대간연구 (일조각, 1994), 118쪽.

80) 이성무, 조선의 부정부패 어떻게 막았을까 (청아출판사, 2000), 30-32쪽.

81) ≪大明律≫ 제359조 刑律 訴訟【誣告】[8] 若各衙門官進呈實封誣告人 及風憲官挾私 彈事有不實者 罪亦如之 若反坐及加罪 輕者 從上書詐不實論.

≪大明律≫ 제380조 刑律 詐僞【對制上書詐不以實】凡對制及奏事·上書詐不以實者杖一 百徒三年 非密而妄言有密者加一等.

82) 다만 ≪大明律直解≫에서는 “若反坐及加罪 輕者 從上書詐不實論” 부분을 직해하지 아 니하였는데, 이에 관한 실록의 논의가 없어 이 부분이 조선사회에서 그대로 적용되었는 지는 알 수 없다.

83) ≪太宗實錄≫ 23卷, 태종 12년(1412) 1월 16일(辛丑): 諫臣所謂優容者, 凡臺諫若以宮 中之事與貴戚大臣之事, 斥其實而直言, 則言雖不聽, 勿罪之謂也. 豈以誣請人罪, 而含忍不 罪之謂乎?

그런데 律文을 자세히 살펴보면 풍헌관의 誣告 탄핵의 경우 일반 무고죄와 달 리 구성요건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大明律≫ 誣告條는 ‘風 憲官挾私彈事有不實者’라고 하여 단순히 허위사실로 탄핵할 것만 규정하지 아니 하고 ‘挾私’ 즉 사사로움을 끼고 탄핵할 것을 요하고 있다. 탄핵의 목적이 私情, 私益의 추구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풍헌관에 대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려 면 ‘挾私’라는 새로운 주관적 구성요건이 필요하다. 이는 대간이 職分에 충실하 여 공정한 목적 하에 탄핵하면 허위사실을 고하더라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성종은 양성지를 풍문으로 탄핵한 대간 김제신의 피혐을 만류하면서 대간으로서는 사건을 듣고서 감히 말하지 아니할 수 없으니 탄핵하는 것도 그 職分인 것이라고 하였는데,84) 성종의 논리에는 이러한 취지가 잘 나타나 있다. 풍헌관의 무고죄 성립을 위해서는 직분을 벗어난 私益 추구의 목적이 告에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요건 요소가 쉽게 입증될 수 있을 것일까?

왕권 강화를 도모한 태종은 대간을 刑問하려는 의지까지 표하면서 무고 탄핵 을 이유로 대간을 거의 전부 외방에 부처한 적이 있었다.85) 사헌부에서는 李良 祐가 懷安君 이방간과 私通한 혐의로 탄핵하였는데, 죄증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태종이 친국하기까지 하였으나 이양우의 혐의가 밝혀지지 아니하였다. 오히려 탄핵에 결정적 증언을 제공하였던 홍의와 석구지가 사헌부에서 강제로 형을 써 서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토로하기에 이르자, 태종은 대간들이 허위 탄핵한 잘못 을 물어 自願安置시켰다. 태종은 결정적인 증거 없이 拷訊하여 참고인들의 허위 진술을 유도한 행위에서 탄핵의 挾私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風聞擧劾조차도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처지에(제4장 참조), 대간이 私 情을 위해 탄핵한 것인지, 직분에 충실하여 탄핵한 것인지 밝히기는 매우 어려 운 일이다. 특히 성종대에는 사림 세력의 성장과 함께 사대부의 公論을 등에 업 은 대간들이 풍문을 근거로 대신을 탄핵하는 風聞擧劾이 활발해지면서, 탄핵활 동이 대간의 직분에 따른 당연한 것임을 주장하면 무고 탄핵을 주장하는 피탄핵 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挾私한 것이라든가, 허위임을 확고히 인

84) ≪成宗實錄≫ 85卷, 성종 8년(1477) 10월 15일(己酉): 傳曰:“誠之之事, 不錄於史草, 而上箚發明是也. 爾亦聞事, 不敢不言, 是亦職也. 勿避.”

85) ≪太宗實錄≫ 28卷, 태종 14년(1414) 7월 8일(己卯).

식하고서 탄핵에 이른 것이라든가 하는 무고 탄핵의 주관적 고의를 명쾌히 입증 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결국 풍헌관의 탄핵도 무고죄 구성요건의 ‘告’의 범위에는 충분히 포함되었지 만,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告함에 있어서 挾私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함께 갖추 어져 있어야 하고, 나아가 확정적 고의에 준하는 허위(誣)의 고의까지 있어야 하는데(제4장 참조), 이러한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들은 성질상 입증하기 매우 쉽 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에 풍헌관의 무고 탄핵은 무고죄 구성요건으로서의 '告' 요건의 포괄성에도 불구하고 거의 처벌 범위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2) 익명서

告하는 행위 유형 중 특별한 형태로 들 수 있는 것이 익명 투서이다.86) 익명 으로 다른 사람을 신고하는 행위는 예나 지금이나 많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피 신고자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신분적 지위에 있거나 신고자가 조직관계상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경우 등 수사의 밀행적 성격상 범죄의 제보 가 은밀히 이루어져야 수사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특수한 경우에는 익명의 신고 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익명의 신고는 신고자 자 신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피신고자에게는 중한 타격을 주기 위해 무고의 수단으 로 활용될 때가 많다. 정정당당하게 신고사실을 밝히고 그에 관한 증거를 제시 하지 아니한 채 숨어서 다른 사람의 허물을 주장하는 경우 신고사실은 허위・과 장될 가능성이 농후하다.87) 따라서 ≪大明律≫은 刑律 訴訟 편에서 익명서에 의 한 신고를 중하게 처벌하는 특별 규정을 두고 있다.

86) 조선시대의 익명서 사건에 관하여는 한우근, 「조선시대의 익명서 연구」, 학술원논문 집: 인문‧사회과학편 제38집(대한민국학술원, 1999); 이상배, 「조선초기 익명서사건의 유형과 특징」, 조선시대사학보 17(조선시대사학회, 2001); 이상배, 「조선중기 익명서 사건의 특징과 정치사회상-연산군~명종대를 중심으로-」, 史林 제15호(首善史學會, 2001) 참조.

87) 현행 형법 해석론에 따르면 무고죄의 신고 요건으로는 반드시 자기 이름으로 신고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신고하는 경우는 물론 익명으로 한 경우도 포함된다. 이재상, 형법각론 , 793쪽. 신고자 명의를 표시하지 않더라도 범죄구성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신고하거나 익명으로 신고하더라도 실제 신고 인에 대하여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 편집대표 박재윤, 앞의 책, 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