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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도 古來로 악의적으로 타인을 모함하고 심판권력과 부정결탁하여 억 울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현상이 존재하였다.88) 따라서 誣告의 제재는 고대법에 도 여전히 필요하였는데, 고소가 진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를 범죄로 보아 피고소인이 받을 형벌로 무고를 다스린 예가 종종 발견된다.89)

88) 구약성서 열왕기上 제21장의 ‘나봇의 포도원’ 이야기를 예로 들 수 있다. 고대 북이스 라엘에서 아합왕으로부터 포도원의 매매 제의를 거절한 농부 나봇은 왕비 이세벨의 사 주를 받은 성읍의 원로와 귀족, 거짓 증인들에 의해 국가원수 모독죄와 신성 모독죄를 뒤집어쓰고 돌에 맞아 죽는 형벌을 받아 억울하게 죽었다. 서명수, 「나봇의 억울한 죽 음을 생각하며」, 기독교사상 46권 11호(대한기독교서회, 2002), 146-150쪽 참조.

89) 고대법에서의 무고죄(false accusation)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로는 Reuven Yaron,

현전하는 법전 중 最古의 것으로 알려진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 서는 다른 사람을 살인죄로 고소하고도 살인을 입증하지 못하였을 경우 고소인 을 사형에 처한다는 규정(제1조)과 고소 사건에서 위증하여 증언한 내용을 입증 하지 못하였을 때 인명에 관한 사건일 경우에는 위증한 사람을 죽이고 곡물이나 은에 관한 사건일 경우에는 그 고소사건의 형벌을 받게 한다는 규정(제3조, 제4 조) 등 誣告 관련 규정이 있는데, 법전 도입부부터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는 점 에서 무고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90)

성서법(Biblical law) 또한 同害報復의 反坐 관념에서 무고를 다루고 있다. 구 약성서 신명기(Deuteronomy) 제19장 제16절부터 제21절까지를 살펴보면 거짓 증거로써 다른 사람을 모함한 것이 밝혀질 경우 그에게 행하려고 꾀한 것과 똑 같이 모함하고자 한 사람에게 그대로 행하여 악을 제거할 것을 명하고 있다.91) 디오도로스의 《세계사》(Bibliotheca historica)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법에서도 동일한 취지에서 무고죄를 벌하기 위하여 同害報復의 형벌이 입안되었다 한 다.92)

함무라비 법전, 성서법, 이집트법 등에 나타나는 이러한 고대법의 법규정은 다

“Si Adorat Furto,” Tijdschrift voor Rechtsgeschiedenis/Legal History Review, Vol. 34, Issue 4 (1966), pp. 513-514 참조

90) Id., pp. 513-514.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과 원문 번역에 관하여는 한상수, 함무라비 법전: 인류 법문화의 원형 (인제대학교 출판부, 2008) 참조. 다만, 함무라비 법전 제1조 는 살인죄의 무고에 관한 조문이 아니라 고대사회의 특수한 범죄행위인 저주죄를 무고 한 데 대한 형벌을 규정하는 조문으로 읽히기도 한다. 악마의 저주를 받았다는 것은 신 들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될 만큼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저주죄 는 살인죄처럼 당연히 사형을 당하게 된다. 저주죄로 무고한 경우에는 상대방을 사형에 처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므로 살인죄로 무고한 경우와 다름이 없고, 무고자 자신도 사 형에 처해지게 된다. 결국 피무고죄의 형벌로 反坐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위의 책, 142-144쪽, 269쪽 참조.

91) 16: 만일 위증하는 자가 있어 어떤 사람이 악을 행하였다고 말하면 17: 그 논쟁하는 쌍방이 같이 하나님 앞에 나아가 그 당시의 제사장과 재판장 앞에 설 것이요 18: 재판 장은 자세히 조사하여 그 증인이 거짓 증거하여 그 형제를 거짓으로 모함한 것이 판명 되면 19: 그가 그의 형제에게 행하려고 꾀한 그대로 그에게 행하여 너희 중에서 악을 제하라 20: 그리하면 그 남은 자들이 듣고 두려워하여 다시는 그런 악을 너희 중에서 행하지 아니하리라 21: 네 눈이 긍휼히 여기지 말라 생명에는 생명으로, 눈에는 눈으 로, 이에는 이로, 손에는 손으로, 발에는 발로이니라. 대한성서공회, 성경전서 개역개정 판 (2005), 292쪽.

92) Diodorus Siculus, 1.77.4.; 디오도로스의 《세계사》를 영문번역한 C. H. Oldfather, Diodorus of Sicily : In Twelve Volumes I(Books I and II, 1-34) (Cambridge : Harvard University Press, 1933), pp. 264-265를 참조하였다.

양한 범죄에 대한 가혹한 형벌이 등장하고 재판이 매우 신속히 집행됨에 따라 사법이 개인의 사적인 원한을 해소할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이 증대하여, 同害報 復(talion)의 관념에서 허위의 고소를 제재하려는 것이었다.93) 이러한 법들은 다 른 사람을 모함하는 취지의 증거를 제출하거나 위증을 함으로써 죄에 빠뜨리려 고 한 경우 모함받는 사람이 받게 될 형벌을 모함하는 사람이 그대로 받게 한 점에서 誣告反坐律과 유사하다.

그러면 로마법94)에서는 어떠하였는가? 로마에서의 형사소추는 범죄행위를 고 소한 私人이 하는 私訴追였으므로 고소행위는 다른 사람을 형사소송의 피고인으 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였다. 公訴 제도나 경찰 제도가 없던 로마의 형사사법절 차에 있어서는 특히 고소 남용의 위험이 상존하였다.95) 따라서 다른 사람을 함 부로 고소하여 그의 법률적 안정성을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고소인의 誣告 (calumina), 談合告訴(praevaricatio), 告訴中止(tergiversatio) 등 恣意的 행동에 대하여는 처벌하고 있었다.96) 또한 고소인은 무고나 담합고소가 아니라는 선서 를 하여야 했다.97) 처벌받는 위 세 가지의 자의적 행동 중 무고죄는 거짓으로 고소하는 것을 의미하는데,98) 렘미우스법(lex Remmia)에서 정한 형벌에 따라 처벌되었다.99)

렘미우스법에 따르면 破廉恥效(infamia)가 통상적인 형사절차에서 무고자에게

93) Yaron, supra note 89, p. 513.

94) 로마법의 무고죄에 대하여는 Theodor Mommsen, Römisches Strafrecht (Darmstadt: Scientia Verlag Aalen, 1990), SS. 491-498; Ernst Levy, Von den römischen Anklägervergehen (Weimar : Hermann Böhlaus Nachfolger, 1933), SS.

151-177; O. F. Robinson, The Criminal Law of Ancient Rome (Baltimore: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95), pp. 99-103; 최병조, 로마법강의 (박영사, 1999), 565-567쪽 참조.

95) Robinson, supra note 94, p. 99.

96) D.48.16.1.pr. 학설휘찬(Digesta)의 개소 인용시 약호(D.)로 표기하였다;

97) George Mousourakis, A Legal History of Rome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007), p. 80 ; 무고가 아님을 다짐하는 이러한 선서는 교회법을 통해서 현대의 절차법에 많이 유입되어 있다. Robinson, supra note 94, p. 99.

98) D.48.16.1.1.

99) D.48.16.1.2.; 렘미우스법은 기원전 80년경에 제정되었으며 누구든지 상대방이 無辜하 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형사처벌을 받게할 목적으로 악의로 고소한 자를 처벌하였는데, 폐지된 바는 없으나 무고에 관한 勅法의 시행에 따라 실효성을 상실하여 자연히 폐기 되었다. 무고죄에 관한 형벌의 변화 내용에 관하여는 조규창, 로마형법 (고려대학교 출 판부, 1998), 378-380쪽 참조.

가하여진 주된 징벌이었다.100) 파렴치효란 부도덕한 행위를 하여 사회적으로 지 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사회가 인정하는 명예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보아 정 치적・사회적 제재와 불이익을 가하는 것으로서, 공화정 시대에는 자연적이고 자 발적인 의미를 가지는 사회적 통념으로 인식되었으나 후기 제정시대에는 법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법적 제재 수단으로 변화되었다.101)

또한 렘미우스법에 따르면 무고죄의 형벌로 이마에 ‘K’를 낙인찍다가 후에 이 러한 안면낙인형은 폐지되고 同害報復刑으로 대체된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102) 그러나 이러한 안면낙인형이 허구임을 주장하는 비판론도 존재한 다.103) 안면낙인형의 실존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초기 원수정 시대에 이르 러서는 파렴치효만으로 무고를 강력히 제재하기가 어려웠으므로 무고자에 대하 여는 그가 무죄인 사람을 죄에 빠뜨리려고 한 형벌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보다 일반화되었는데, 이러한 발전은 4세기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대에 절 정을 이루어 무고자에 대한 同害報復刑을 선포하는 일련의 勅法이 포고되었 다.104)

로마에서는 무고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고소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 고소 인이 바로 무고자로 취급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무고 여부의 수사는 고소 인의 의도와 고소인이 고소에 이르게 된 심리상태를 살피는 재판관의 재량에 위 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소인이 상당한 이유 있는 실수에 기반하여 허위고소를 하게 되었다면 재판관은 그를 면죄하였고, 악의적인 무고라고 판단 한다면 형벌을 부과하였다.105) 재판관이 선고시에 고소인에게 단순히 사건을 입 증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무고죄를 과죄하지 않지만 반대로 무고죄를 범했다고 선고하여 무고죄를 과죄할 수도 있다. 재판관이 무고죄에 관한 아무런 형벌을 제시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재판관은 사실관계의 결정에 관한 재량이 있을

100) Yaron, supra note 89, p. 515.

101) 장준철, 「중세교회법에서의 불명예효(infamia) 수용」, 역사와 경계 77(부산경남사학 회, 2010), 238-245쪽. 로마법에서의 파렴치효에 대하여는 A. H. J. Greenidge, Infamia : Its Place in Roman Public Law and Private Law (Darmstadt: Scientia Verlag Aalen, 1977) 참조.

102) Theodor Mommsen, supra note 94, S. 496; 최병조, 앞의 책, 565쪽 103) Levy, supra note 94, S. 154; Yaron, supra note 89, p. 515.

104) Yaron, supra note 89, p. 515.

105) D.48.16.1.3.

뿐 형벌의 부과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는 것은 아니므로 법률의 권위에 의하여 무고죄 형벌이 부과된다.106) 이와 관련하여 예컨대 재판관이 고소사건을 선고함 에 있어 “고소인이 경솔한 고소를 하였다”라고 판시한다면 무고죄가 성립함을 선고한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솔함은 용서될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성 급한 공격을 하였다는 것은 무고죄의 본질적인 잘못을 결여하게 되어 고소인은 무고죄로 처벌받지 않게 된다.107) 경솔한 고소를 무고죄의 성립 범위에서 제외 한 점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로마법에서는 소송절차를 악용하여 다른 사람을 형 사소송의 피고인으로 만들어 법률적 안정성을 해치고 형벌의 위험에 놓이게 하 려는 '악의(malice)'에서 무고죄의 본질을 찾았다.108) 즉 아무런 잘못없이 평온 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을 두고 마치 그 사람이 범죄행위를 한 것처럼 공동체 에 밝히게 되면, 그는 억울하게 공동체의 비난을 받고 더 나아가 형벌까지 받을 위기에 처하게 되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형벌에 의하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무고행위는 피무고자 개인의 명예, 인격과 생활의 법적 안정성이란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게 되므로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詐害意思에서 무 고죄 처벌의 필요성이 생겨난 것이다. 무고죄를 처벌의 이유를 이러한 惡意의 징계란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린 정도와 동일한 정도로 무고 죄를 징벌하는 同害報復的 형벌 설정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결국 서양에서 무고죄 처벌은 피무고자 개인이 부당하게 형벌을 받지 않을 법 적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볼 수 있고,109) 이러한 관점에서 피

106) D.48.16.1.4.

107) D.48.16.1.5.

108) Robinson은 로마법의 무고죄를 소송절차에 관한 죄(procedural offence)로 분류하 고 있는데 그에 대한 처벌의 근거는 단순한 실수나 경솔함이 아니라 물질적 욕심 등에 기반한 피고소인에 대한 악의(malice)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수사와 공소 제기를 전제 로, 공공의 절차 침해를 야기하는 현대적 의미의 사법 방해죄라기보다는 사법절차를 악 용한 개인의 권리 침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송절차에 관 한 죄 중, 피고소인에 대한 악의가 없어 무고적 요소가 없는 경우에도 공공도덕에 반한 다는 점에서 처벌의 근거를 찾는 경우도 있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노예의 주인에 대한 일반적인 고소(반역에 대한 고소는 제외)이다. Robinson, supra note 94, pp. 99-101 참조.

109) 국내의 형법교과서와 주석서에서도 구체적인 논거를 들고 있지는 아니하나, 대부분 서양에서 무고죄가 연혁적으로는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로 취급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 다. 편집대표 박재윤, 주석형법[각칙(2)] (제4판)(한국사법행정학회, 2006), 122쪽(강 일원 집필 부분); 이재상, 형법각론 , 7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