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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무고죄의 '告' 요건의 확장

4. 告하는 행위의 분담

무고죄에 있어서 告하는 행위는 다수에 의하여 이루어지기도 한다. 다수인이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나 무고행위에 있어서 빈번한 유형은 허 위 고소의 의사를 일으킨 사람과 고소장을 제출한 사람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 이다. 특히 한자를 사용하던 조선시대에 일반 백성이 범죄사실을 관아에 구두로 고하지 않고 서면을 작성하여 고하려면 한자를 쓸 수 있는 사람에 의존할 수밖 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訴狀은 형식을 따라야 하고 기술을 요하여 적어도 법률 이나 소송기술에 조예가 깊은 자만이 작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개 古老・유 생・아전에게 의뢰하여 代書를 받았다.104) 더욱이 사대부의 경우 직접 고하기보 다는 노비나 家人을 시켜서 고언하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었으므로105) 고소 의

지 않았다면 갑의 무고죄의 법정형은 장 100, 유 3천리이고 월소죄의 법정형은 장 100 인데 무고죄의 법정형이 중하므로 ≪大明律≫ 제355조 越訴條에서 규정한 대로 중한 형인 장 100, 유 3천리에 처해진다.

104) 박병호, 한국법제사 (민속원, 2012), 164쪽; 국왕에게 청원하는 上言, 국왕 행차시 징이나 북을 울리며 올리는 擊錚原情, 지방수령에게 올리는 소장인 所志 등 조선시대 문서의 형식과 용례를 소개한 책으로 ‘儒胥必知’가 전해지고 있다. 전경목 외 옮김, 胥必知 (사계절, 2006) 참조.

105) 왕족, 양반 혹은 노비를 가진 자는 자신이 직접 관청에 출두하는 것을 싫어하여, 아 들, 사위, 아우, 조카나 노비로 하여금 대신 소송하거나 타인을 고용하여 소송하는 代訟 의 관습이 있었다. 박병호, 위의 책, 152-153쪽; 박병호, 한국의 법 (제2판)(세종대왕 기념사업회, 1999), 84-85쪽.

≪大明律≫에서도 官吏의 詞訟은 집안사람이 제소하는 것을 공공연히 허락하고 있다.

≪大明律≫ 제365조 刑律 訴訟 【官吏詞訟家人訴】 凡官吏有爭論婚姻・錢債・田土等事 聽令家人告官理對 不許公文行移 違者笞四十.

≪欽欽新書≫ 經史要義2 誣賴反坐에도 金厚男이 崔南山을 자식의 살인범으로 圖賴 하면서 時丁을 시켜 최남산을 관에 고소하도록 한 사례가 있다. 김후남의 고소는 무고 죄에 해당함에도 정승 남구만은 김후남이 직접 고소장을 제출하지 아니하여 중하게 처 벌할 수 없으니 死罪를 무고하여 피무고자를 사형에 처하고자 했다는 점에 주목하여 謀殺人罪로 引律比附할 것을 주장하였는데, 다산 정약용은 남구만의 주장에 대하여 법 률의 적용을 잘못한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남구만의 주장은 圖賴와 무고죄의 共犯의 법리를 간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정민, 「≪흠흠신서≫의 圖賴 사례 고찰」, 다산학 제20호(다산학술문화재단, 2011), 132-133쪽 참조.

사를 주도한 사람과 실제 고소장을 작성한 사람, 고소장을 제출한 사람이 제각 각인 경우가 매우 많았다. 결국 무고죄에 있어서는 고소 의사를 주도한 사람과 실제 고소장을 제출한 사람의 죄책을 두고 공범의 취급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되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 형법학의 행위지배설106)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시켜서 허위의 고소장을 제출하게 한 경우, 고소 의사를 누가 형성하였고 고소장 제출이란 행위를 실질 적으로 지배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무고죄의 정범인지 공범인지 구별이 되 므로 고소장 제출행위라는 형식적인 표지에 구애되지 아니하고 실질적인 무고 의사의 발현과 지배에 따라 정범이 가려진다. 또한 무고의 범의를 발의한 사람 과 고소장을 직접 제출한 사람이 기능적으로 행위를 분담하여 사건진행을 공동 으로 장악하였다면 둘 다 정범이 될 수 있다.

반면, 唐律에서 비롯된 중국 전통법의 공범 처벌 법리는 首從區分의 원칙으로 설명된다. 여러 명이 가담한 범죄는 반드시 首犯과 從犯으로 구분하여 행위책임 을 구별하고 그에 따른 차등화된 형을 부과하였다. 현대 형법학에서는 여러 명 이 범행에 가담하였다 하더라도 행위지배에 따라 단독정범과 그에 대한 교사범, 종범이 성립할 수도 있고, 가담한 전원이 공동정범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唐律 의 공범 처벌 법리는 首從을 구분하여 한 명의 首犯에게 가장 중한 형벌을 가한 다.107)

106) 현대 한국의 형법학에서는 범죄를 스스로 실행하고 불법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와 객관적 요소를 충족한 자를 正犯이라고 하고, 두 사람 이상이 협력하여 실행하는 범죄 참가형태를 포괄적으로 共犯이라고 한다. 2인 이상이 공동하여 불법구성요건을 실행한 공동정범이나 타인을 도구로 이용하여 죄를 범한 간접정범은 본질상 정범에 해당하고, 고유한 의미의 공범은 敎唆犯과 從犯이 있을 뿐인데, 현행 형법은 교사범은 정범과 동 일한 형으로 처벌하고(형법 제31조 제1항), 종범에 대하여만 정범보다 형을 감경한다 (형법 제32조). 정범과 공범을 구별에 관하여는 구성요건적 행위의 실행을 기준으로 보 는 객관설, 범행의사나 목적을 기준으로 보는 주관설, 주관적 요소와 객관적 요소를 결 합하여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건진행의 장악 내지 사태의 핵심형상의 지배를 기준으 로 삼는 행위지배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객관적・주관적 표준을 종합한 행위지배설이 통 설이다. 이재상, 형법총론 , 423-426쪽.

107) 여러 명이 가담한 사안에서 首從區分을 통해 수범에게만 엄격한 개인책임을 부과하 는 것은 ≪欽欽新書≫나 ≪審理錄≫ 등 조선 후기의 판례집에 자주 등장하는 ‘一人常 命’의 정신, 즉 한 사람의 죽음에는 한 사람의 목숨으로만 처벌하여야 한다는 이념과도 상통한다.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경우 가장 주된 책임을 져야 하는 한 사람의 목숨으로 그 죄를 갚아야 한다는 것은 同害報復主義를 철저히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首從區分의 원칙에 응보형사상에 투영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서정민,

唐律의 首從區分의 기준은 造意 여부이다. 범의를 적극적・우선적으로 일으켰 는지가 가장 중요한 행위책임의 기준이 된다.108) 이러한 기준은 ≪大明律≫에도 그대로 승계되었다.109) 공범 처벌에 있어서 범행의사를 중시하는 唐律과 ≪大明 律≫의 태도는 漢代로부터 내려오던 ‘原心定罪’의 중국 전통 형벌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110)

唐律에서는 造意者에게 首犯의 책임을 지우던 犯意 중심의 首從區分의 원칙이 대체로 일관되면서도 개개의 범죄에 있어서 추가적인 공범 표지에 따라 수종구 별의 기준이 다양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살인죄에 있어서는 造意者가 수범이 됨 에는 변함이 없지만 종범의 현장 소재 및 가공 여부에 따라 처벌의 양형을 달리 하였고, 절도죄에 있어서는 아무리 범의를 주도하였더라도 현장에 가지도 않고 범죄수익도 없으면 首犯이 될 수 없었다. 이는 범죄의사만을 기준으로 범죄의 책임을 부여하는 일반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범죄행위의 지배 면으로 수종 구분 기준이 이동하고 있어 공범 구별 기준에 관한 이론이 현대의 공범・정범 기준과 유사하게 발전적으로 형성되는 면모를 보인다.111)

무고죄에 있어서도 造意 여부에 따른 수종구분의 기준을 벗어난 표지가 발견 되는데, 바로 다른 사람을 시켜서 고소장을 제출하게 한 경우에 관한 것이다. ≪ 唐律疏議≫ 鬪訟 제357조에는 이른바 敎令法이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다른 사 람을 시켜서 무고한 경우 敎令者, 즉 무고하도록 시킨 사람을 처벌하는 법으로 서, 직접 고소장을 접수시킨 사람을 首犯으로 보고 무고하도록 시킨 사람은 從 犯으로 보아 무고의 犯意 지배적 측면보다 고소・고발장 접수라는 행위 자체에 중한 가벌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112) 이에 관하여는 배후의 책략자가 처벌

「唐律의 공범처벌과 首從區分의 원칙」, 법사학연구 제39호(한국법사학회, 2009), 158-164쪽 참조.

108) ≪唐律疏議≫ 第42條 名例 42 共犯罪造意爲首 [律文1] 諸共犯罪者, 以造意爲首, 隨 從者減一等 …

109) ≪大明律≫ 제29조 名例律 【共犯罪分首從】 [1] 凡共犯罪者 以造意爲首 隨從者減 一等.

110) ‘原心定罪’란 ≪漢書≫에 등장하는 것으로 먼저 心을 정하여 罪를 정하는 것, 즉 범 죄를 저지른 마음, 구체적으로 그 마음의 善・惡이나 純・不純 등을 헤아려 죄를 정하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사상은 공자 당시부터 존재한 중국 전통의 주관적·유심주의 사법원 칙이다. 정병준, 「唐律의 정신-‘原心定罪’」, 동국사학 제30집(동국사학회, 1996), 489-490쪽; 서정민, 앞의 논문, 162쪽; 김지수, 傳統 中國法의 精神-情・理・法의 中庸 調和-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1), 322쪽.

111) 서정민, 앞의 논문, 165쪽.

받지 않는 것이 부당하여 입법적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도록 시킨 사람을 교사범 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113) 책략자 처벌을 위한 입법의 필요성이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처벌가치를 두고 본다면 무고의 범의를 적극적・우선적으로 일으킨 책략자가 造意者인데 고소장 제출 행위가 造 意보다 더욱 중하게 취급되어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구성요건적 행위를 직접적으로 하지 아니한 배후의 책략자를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면 그를 首犯으로 처벌하는 입법도 충분히 가능할 것인데 굳이 고소장 제출자만 首犯으 로 하고 책략자는 종범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취지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 다. 唐律에 따른다면 무고하는 사정을 아는 노비나 家人을 시켜서 무고하면 노 비나 家人만 수범으로 처벌받고 책략자는 종범으로 가볍게 처벌받을 수 있는 문 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大明律≫은 책략자를 종범으로 처벌하는 唐律의 敎令法을 폐지하고, 책략자 와 고소장 제출자로 분화되는 무고행위에 관하여 범죄가담자의 책임을 명쾌하게 정하는 아래의 명문의 규정을 두었다.

≪大明律≫ 제363조 刑律 訴訟 【敎唆詞訟】

凡敎唆詞訟 及爲人作詞狀 增減情罪誣告人者 與犯人同罪 若受雇誣告人者 與自誣告同 受財者 計贓以枉法從重論 其見人愚而不能伸寃 敎令得實 及 爲人書寫詞狀而罪無增減者 勿論

무릇 詞訟을 교사하거나 남을 위하여 소장을 작성함에 있어서, 사정과 죄상을 증감 하여 다른 사람을 무고하는 경우에는 범인과 죄가 같다. 만약 고용되어 남을 무고한 경우에는 스스로 무고한 것과 같다. 재물을 받은 경우에는 枉法으로 장물을 계산하 여, 무거운 쪽을 따라 논죄한다. 남이 어리석어 억울함을 풀지 못함을 보고서 실상 과 부합하게 가르쳐 주고 시키거나, 남을 위하여 (구술을 받아 적어) 소장을 써 주 었는데 죄에 증감이 없는 경우에는, 논죄하지 않는다.

위 규정에서는 첫째 고소장 제출자 배후에서 무고를 교사하거나 그를 위하여 허위의 고소장을 작성하여 주는 등 무고행위를 배후에서 책략한 경우, 둘째 배 112) 서정민, 앞의 논문, 157-158쪽.

113) 滋賀秀三, 「唐律における共犯」, 淸代中國の法と裁判 (東京: 創文社, 1984), 397-3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