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방공업은 중앙공업과 대비되는 범주로서 “지방의 원료원 천을 동원하여 주로 인민소비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조직되며 지방경제 기관들에 의하여 지도관리되는 사회주의 공업”으로 규정된다.143) 지방 기업소는 지방 행정기구에서 통제하는 기업소로, 규모 면에서는 100~
150명 규모의 4~5급 기업소와 50~100명 규모의 6~7급기업소가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는 노동자수나 설비 등을 기준으로 중앙기업 여 부가 정해지지만, 기업소 규모가 작아도 중요도가 큰 경우 중앙기업소 인 경우가 간혹 있고, 3급 기업소라도 지방공장인 경우가 있다. “지방산 업공장들은 자기 지방의 원료원천에 의거하여 지방적 수요를 충족시키 는 것을 사명”144)으로 한다. 전반적으로 지방공장·기업소는 일부 유형 을 제외하면 가동이 되지 못하거나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경제 난 이후에도 사정이 개선되지 못하였고, 김정은 시대 들어 이러한 상황 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기업소 운영 실태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국가에서 모범으 로 내세우는 지역이나 가동이 잘 되는 큰 기업소가 원료, 자재 등의 측면에서 지방공장에 연계효과를 제공하는 지역의 경우 상황이 조금 낫다. 예를 들어, 무산의 경우에는 지방공장도 “그런대로 돌아가고”
농장도 기본적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무산광산에 디젤유가 들어오기 때문에 그걸 “조절”해서 무산에 있는 지방공장들을 돌릴 수 있다. 전기 사정도 다른 곳보다는 좀 나은 편으로 가정집에도 하루에 두세 시간
143) 사회과학출판사(1970), 경제사전2, p. 578; 이석기, 북한의 기업관리체계 및 기업행동양식 변화 연구 (서울: 산업연구원, 2003), p. 172에서 재인용.
144) 윤창전, “지방경제부문의 자재공급사업을 종합적으로 조직지휘하는 것은 현시기 지방경제를 발전시키는데서 나서는 중요담보,” 경제연구, 2013년 1호 (2013), p. 14.
전기가 공급된다. 빈부격차가 심한 혜산이나 신의주에 비해 무산은
“골고루 사는” 편이다. 무산광산에서 배급과 노임을 주는데 세대별로 한두 명은 무산광산과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계유지에 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사례 5).
이 연구에서는 탈북자 증언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 던 몇 개 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지방공장 가동 실태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지방기업소의 실태를 유추해본다.
가. 지역별 지방공장 가동 실태
북한의 특정 산업 부문에 어떤 기업이 얼마나 존재하며, 이러한 기업 이 어떤 투자활동과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145) 노동신문 등 북한의 공식매체를 통해 국영기 업 운영 실태를 분석한 선행연구146)가 있지만, 공식매체에 등장하는 기업소들은 대부분 중앙기업소이기 때문에 지방공장 가동 실태를 북한 공식매체를 통해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탈북한 북한이탈주민들 중 지역의 지방기업소 상황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증언에 의존하여 몇 개 지역의 지방공장 가동 실태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현재 북한에서 가장 많은 주민들이 탈북하고 있는 도시 중의 하나는 양강도의 국경도시인 혜산이다. 따라서 혜산지역의 경우 지방공장 실 태에 관한 정량적인 분석은 불가능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풍부한 증언자료를 얻을 수 있다. 2012년 이후 노동신문에 게재된 혜
145) 이석기, “2000년대 북한 기업의 실태 및 산업 동향: 북한 공식매체 분석을 중심으 로,” KDI 북한경제리뷰, (한국개발연구원, 2014), p. 3.
146) 심완섭 외, 북한 공식매체를 통해 본 산업정책 및 주요 산업·기업 변화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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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 소재 공장 중 지방공장은 혜산신발공장과 혜산목제일용품공장 두 개뿐이다.147) 지방공장이 노동신문에 게재되었다는 것은 가동 상태 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탈주민들도 혜산 지역에 서 가동되는 지방공장으로 혜산신발공장을 가장 먼저 꼽는다. 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혜산신발공장은 200명 규모의 3급 기업소로, 만가동은 못 해도 “잘 되는” 공장이어서 노동자들이 매일 출근한다. 혜산신발공 장에 근무했던 한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에 의하면, 노동화, 운동화, 군 화 등 몇 가지 종류의 신발이 생산되는데, 계획의 60~70% 정도는 달성 되고 있다고 한다. 2013년과 2015년 각각 한 차례씩 노동신문에 게재 되었던 혜산목제일용공장도 가동되고 있음을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 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이외에도 식료공장, 들쭉가공주공장과 같은 기본식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어느 정도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혜산식료공장은 된장, 간장, 과자 등을 생산하는 4급 규모의 공장으로, 명절 공급을 앞두 고는 만가동되며, 평균적으로 한 달에 2주 정도는 가동된다고 한다. 들쭉 가공주공장과 맥주공장은 간부층이나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일부 수요가 있어 부분적으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혜산제지공장은 특수 지를 생산했던 공장인데, 2000년도 초까지 일 년에 몇 달 정도 생산이 이루어졌으나, 자재와 전기 부족으로 인해 현재는 특수지 생산은 중단되 고, 일 년에 한 달 정도 폐지를 활용한 일반종이 생산만 이루어진다고 한다.148) 4급 규모의 철제일용 공장은 칼이나 알루미늄그릇과 같은 제품
147) 로동신문, 2013.9.17., 2013.12.3., 2015.1.16., 2015.12.1.
148) 한 북한이탈주민은 혜산제지공장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하니깐 그때 는(2000년 이전) 그래도 가성소다도 좀 공급되고 그래서 좀 돌아갔는데. 이제는 나무가 걸리고 전기가 걸리고, 크지(크래프트지) 공장은 주파수가 변하고 전압변동 이 심하면 힘들어요. 제 있을 때까지 해도 그래도 전기가 좀 나았으니깐 전압변동 이 심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전기사정이 안 좋으니깐. 로가 정상 가동하기 힘들어
을 조금씩 생산했으나 2012년부터 거의 가동이 안 되는 상황이다.149)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소식에 근거하여, 양강도 지 역의 전력난으로 인해 최근 혜산신발공장과 혜산식료공장의 가동이 거의 중단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150) 특히 혜산신발공장의 경우, ‘새 경제관리체계’에 따른 ‘독자경영체제’를 양강도에서 처음으로 받아들 였는데, 2014년 5월에 삼수발전소 정비문제로 전력공급이 중단되면서
요. 그러니깐 세 가지 조건에 의해서 북한경제가 움직이지 못해요. (저희가 일반적 으로 알기로는 고난의 행군 때 굉장히 힘들고 그거 지나서 2000년대부터는 좀 더 나아졌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게 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히려 공장기업 소가 돌아가는 건, 제가 95년대부터 98년대까지 고난의 행군으로 보는데, 그때는 그래도 공장이 돌아갔어요. 전기 사정은 그 후에 힘들어졌어요.”(사례 11)
149) 혜산시 지방 공장의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는 한 북한이탈주민은 철제일용 품공장 실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거기서도 생산이 불가능합니다. 설비 자체도 망가지고, 탄을 많이 써서 해야 할 작업인데 칼 만드는 기계까지 돌리지 못하고. 내 올 때까지 중국에서 마당을 좀 사서 나무를 좀 쌓아서. 거기서 마당세를 받아서 공장 좀 살아가자면 마당에다 토장 만들어서 중국 사람들 차가오면 실어 보내는 작업. 지배인들이나 초급당비서가 그런 조직을 한 거예요. 우리 공장이 세 관이 가까우니까 여기다 나무를 쌓게 되면 나무를 싣는데 까지는 해줄 수 있다.
그건 공장 직장장 활력에 따라서 노동자 몇 명을 살릴 수 있다는 걸로 해서. 8·3이 죠. 그런 식으로 마당을 운영해서 살아요. (아까 칼 같은 거는 조금 나온다고?) 나오 던 거 자재도 없고 그거 만들어서 노동자들 생활을 할 수가 없는 거고. 그러니까 안 나가죠. (그럼 완전히 멈췄다고 봐야 돼요?) 그렇죠. (언제부터 멈췄어요?) 12년 도부터 멈췄어요. (12년 이전에는 돌아갔어요?) 조금씩 돌아갔어요. 지금 현재는 공무 같은 데는 조금씩 일해요. 북한에서는 차가 많이 돌아다니고 길도 나쁘고 하 다보니까 고장이 많아요. 용접이나 전기 그런 거 할 때는 거기 가서 해요. 거기다 돈을 주구서 하는 일이 있었단 말입니다. (그럼 2012년까지 조금씩 칼 같은 거 나왔나요?) 칼 같은 건 나왔습니다. 늄 제품 식기도 조금 나왔는데 그것마저도 안 나와요. (김정은 시기에 더 안 되는 거네요. 왜 그러죠?) 자재가 딸리죠. 늄은 있지 만 탄이 없어서 로를 살려서 압연을 하지 못해요. 철판을 밀어서 늄식기나 버킷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고. 자재가 딸려서. (공무직장만 살아 있고 나머지 는 다 8·3하는 거네요?) 네. 나머지 사람들은 지배인이나 비서들은 업무 보는 사람 들은 출근했다가 헤어지고 하는 형편이죠.”(사례 9)
150) “북 혜산시 전력난으로 공장들 멈춰,” 『자유아시아방송』, 2014.6.6., <http://www.
rfa.org/korean/in_focus/ne-ms-06062014100501.html?searchterm:utf8:
ustring=%EC%96%91%EA%B0%95%EB%8F%84+%EC%A0%84%EB%A0%A5%E B%82%9C+%ED%98%9C%EC%82%B0%EC%8B%A0%EB%B0%9C%EA%B3%B 5%EC%9E%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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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매체는 보도하였다.
평안남도 평성시도 혜산시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평성시에서 가동되고 있는 지방공장은 식료공장, 피복공장, 철제일용공장, 목제일 용공장 정도이다. 기본적으로 기초식품과 선물을 생산하는 백성종합식 료공장(3급 규모), 평성장공장(6~7급 규모), 봉학식료공장(6~7급 규 모), 평성식료공장(콩우유, 쑥술 생산), 평성술공장(7급 규모, 평성소주 생산) 등 식료공장의 가동률이 높은 편이다. 평성피복공장, 평성남자옷 공장, 평성여자옷공장은 모두 4급 규모의 공장으로 대부분 당 산하 낙원총국이나 경공업성 산하 은하총국에서 하청을 받아서 생산을 유지 한다. 이 이외에 목제일용공장, 철제일용공장, 염화비닐가공공장은 모 두 30~40명 규모의 작은 공장으로 공장설비와 폐자재 등을 활용하여 부분적으로 가동하여 액상계획을 일부 달성하고 있다. 이 이외에 독공 장, 토기공장들은 가동중단으로 폐쇄된 상태라고 한다.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가동률이 높은 공장은 담배공장과 곡산공장인 데, 이 중 곡산공장은 군부로 운영권이 넘어갔다고 한다. 회령시에서도 된장, 간장, 술, 선물생산을 하는 식료공장은 가동률이 높은 편이다.
은하피복공장 분소에서는 학생 교복 생산과 중국에서 하청을 받은 작 업복 생산이 이루어진다. 낮에는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서 밤에 출근해 서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기가 들어오면 생산을 진행하 곤 한다고 한다. 신발공장도 전기 사정으로 생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 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나. 가동되는 지방공장의 유형
이상의 몇 개 지역의 지방공장 가동 실태를 기초로 하여, 가동되는 지방공장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