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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인도-태평양 지역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이 벌이는 경쟁 속에서 중견국 호주가 전개해온 외교전략의 사례를 복합 네트워크 이론의 시각에서 분석하였다. 중국의 세력 팽창과 이를 억제하 려는 미국이 벌여온 경쟁과 갈등은 인도-태평양이라는 새로운 전략 공 간을 만들어냈고, 그러한 전략경쟁은 지정학적 차원을 넘어 사이버 공간 에서도 전개되어왔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미국의 오랜 동맹국으로서 미 중 양자택일의 압박과 중국의 세력 팽창 그리고 미국의 자국우선주의가 빚어내는 총체적 안보위기에 직면하게 된 호주는 2016년과 2017년 국방 백서, 국가사이버안보전략, 외교백서 등을 발표하여 인도-태평양 지역의 부상 속에서 자국이 직면한 안보위협에 주목하는 한편, 지역 규칙기반 질서 안정화를 핵심 국익으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위협, 국익, 역할에 대 한 인식을 토대로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 내에서 양자·다자협력을 강화하 고 나아가 자국의 영향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투사될 수 있는 동남아 및 남태평양 지역에서도 다자협력 구축을 추동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호주의 이러한 외교전략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사이버 공간을 배 경으로 하여 먼저 추진되어왔다. 지역 질서의 주도권을 두고 벌이는 미 중 간 전략경쟁이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확대되어 가는 상황에서 자국을 겨냥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및 내정간섭 위협이 급증하자 호주는 인도- 태평양 지역 내 유사입장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규칙기반의 사이버 질 서를 확립하고자 파이브 아이즈 정보동맹, 아세안, 태평양도서국포럼 국 가들을 포섭하는 전략을 전개하였다. 이는 두 가지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고 볼 수 있다. 먼저, 호주는 지역 차원의 다자적 안보협력을 추동하여 규범, 규칙, 제도에 기초한 사이버 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자국을 겨냥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내정간섭을 차단함과 동시에 미중 간 사이버 전략 경쟁을 완화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사이버 공간의 안정을 추구하는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규범 확산국으로서 자국의 중개적 영향력 증대 하고, 이를 바탕으로 역내 유사입장 국가들의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궁극 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가 재편되어가는 국제관계의 구조 속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길 원하였다.

호주의 사이버 안보 분야 중견국 외교전략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지역적 상호이익의 차원에서 호주는 일차 적으로 중국의 사이버 공격, 간첩행위, 내정간섭을 지역 안정에 대한 위

협으로 보는 인식이 역내 국가 간에 간주관적으로 공유되게끔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사이버 안보 위협에 역내 국가들이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 성과 당위성을 높이는 데 성공함으로써 규칙기반 사이버 질서를 요구하 는 역내 국가들의 노력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러 한 성과는 사이버 질서 형성구조에서 규범 선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또는 중국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규칙과 규범 그리고 제도에 대한 지역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배타적 국익의 차원에서도 역시 호주는 자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과 내정간섭의 가해국으로 지목된 중국을 압박하는 데 역내 유사입장 국 가들의 참여와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나아가 사이버 규범 확산국의 입지를 강화함으로써 좁게는 파이즈 아이즈 동맹 내부적으로 자국의 영 향력을 키우고, 넓게는 지역 사이버 질서 형성구조의 네트워크에서 핵심 적인 중개자의 위치를 장악하였으며, 그보다 더 넓게는 인도-태평양 지 역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규칙기반 질서 옹호자로서의 명성을 활용 해 자국의 의도와 역량에 대한 여타 국가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계 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호주의 주도로 도출된 시드니 선언과 보에 선언은 각각 동남 아와 남태평양 지역에 국한된 선언이며, 파이브 아이즈 정보동맹을 통해 도출된 종단 간 암호화 및 공공안전 성명 역시 역내 주요 민주주의 국가 들의 참여로만 얻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호주의 중견국 외교가 앞으로 얼 마나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미중 전략 경쟁이 여전히 진행되어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그러 나 이미 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 내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동남아 및 남태평양 지역에서 규범 확산국으로서 사이버 국제규범에 대한 역내 국 가들의 협력을 주도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위치와 능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호주 외교전략의 향후 성과 역시 기대해볼 만하다.

이 사례를 복합네트워크 이론의 시각에서 분석한 본 논문이 가지 는 함의는 비강대국, 특히 중견국의 외교가 그 국가의 자원이나 속성 그 리고 세력분포에 의한 국제정치 구조에 무조건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낸 데 있다. 본 논문은 물질적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의 측면에 서 강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비강대국일지라도 특 정 이슈를 중심으로 여러 행위자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관계적 구

도를 전략적으로 파악하고, 거기서 발견되는 공백이나 틈새 혹은 관계의 단절을 메우거나 잇는 중개자가 된다면 물질적 국력의 한계를 극복해 영 향력을 키워나갈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하였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상황 에 놓여 있는 유사입장 국가들의 위협인식과 이해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이들 국가와 공유할 수 있는 상호이익에 자신의 배타적 국익을 접목시켜 함께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인 중견국 외교의 핵심이라는 점을 조명하였 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 논문이 다룬 사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영민한 외교를 요구받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와 마 찬가지로 한국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며, 동시에 중국과 밀접한 지정 학·지경학적 관계에 놓여 있다. 그리고 최근 미중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 면서 자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지켜내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양자택일을 겨우 피해왔지만, 이러한 외교정책은 미중 양 쪽을 다 잃는 외교적 참패를 낳을 수 있다. 미중 간 양자택일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져 가는 상황에서 한국이 핵심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선 무엇 보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비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보호해줄 수 있는 규칙기반 질서 보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규칙기반 질서 보호를 위한 다 자협력의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부상은 중견국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키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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