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안보 영역에서도 역시 규칙과 규범에 기초한 질서 형성을 지향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동맹과 안보협력 관 계를 강화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자리 에서 그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중국과 달리) 지배가 아닌 파트너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대한 노골적 인 경계심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88)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지역 사이버 공간의 국제규범과 국제제도를 설정하는 문제, 달리 말해 사이버 질서를 구축하는 게임에서 전략적 우 위를 장악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발표된 국 가사이버전략에서 미국은 전략 구축의 핵심 원칙 중 하나로 사이버 공간 에서 미국의 영향력 증대를 꼽으며, 이를 위해 국가 중심의 인터넷 거버 넌스에 반대하는 ‘다중이해당사자 모델(multi-stakeholder model)’을 내세 웠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 대표되는 비서방·비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이 지향하는 국가중심적 사이버 안보 거버넌스와 상충하는 모델로 서 그 이면에는 단연 중국에 대한 견제가 존재한다. 즉, 미국은 인도-태 평양 지역 사이버 공간에 다중이해당사자주의에 기초한 안보 거버넌스를 구축함으로써 지정학적 차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역 사이버 질서를 구성 하는 경쟁에서도 중국을 따돌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국가중심적 사이버 거버넌스를 추구하는 국가들, 특히 중국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우며 안정된 역내 사이버 공간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와해한다는 인식을 가져왔다. 그러한 인식을 토대로 미국은 중국이 배타적 국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후원함으로써 역내 사이버 안보 환경을 어지럽힘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한다는 ‘중국 해커 위협론’을 펼 쳤다. 미국은 2007년 중국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들 이 미국 국방부 전산망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2015년에는 미 국 연방 공무원 신상자료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사이버 절도 사건이 있 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89) 이와 관련하여 당시 미국 재무장관은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 고위 관리들에게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국가 주
88) Nirmal Ghosh, “Mike Pompeo announces $154m in US initiatives for Indo-Pacific,” The Straits Times, July 31 2018.
https://www.straitstimes.com/world/united-states/pompeo-announces-154m-in-u s-initiatives-for-indo-pacific (검색일: 2019.7.5.)
89) 성연철, “중국, 미국 공무원 400만명 자료 해킹,” 『한겨레』 June 5 2015.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china/694516.html (검색일: 2019.5.26.)
도적 대규모 사이버 절도에 대한 우려를 노골적으로 표하기도 하였다.
물론 중국은 미국의 중국 해커 위협론이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주 장하면서 일련의 해킹 사건과 중국 정부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해왔다.
더 나아가 중국이야말로 외부적인 사이버 공격의 피해국임을 주장해왔는 데, 특히 인터넷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술패권을 장악해온 미 국이 중국의 기술발전과 정보주권을 위협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미국의 담론적 공격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이버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전략에서도 중국은 다중이해당사자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미국과 반대로 국가중심적 시각에서 국가사이버안보전략을 수립하고 “정보콘텐츠의 정 치안전과 인터넷에 대한 검열과 규제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 정책적 권 리”를 보장하는 사이버 거버넌스를 구축하고자 노력해왔다.90) 즉, 사이버 공간을 새로운 주권 영역으로 인식하고 거기에서 자국의 국가 지배력과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사이버 공간의 국제질서를 두고 갈등해왔다. 양국은 국제안보적 차원에서의 사이버 안보를 증진하 기 위해 구성된 유엔의 ‘국제안보 맥락에서의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에 관한 정부전문가그룹(UNGGE: Group of Governmental Experts on Developments in the Field of Information and Telecommunications in the Context of International Security)’의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사이버 안보의 개념, 논의의 범위, 위협, 국제규범’ 등에 대한 시각과 입장의 차 이를 드러내며 갈등해왔다.91)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책임행위에 대한 국제규범을 확립하는 데에 있어 미중은 첨예하게 대립해왔는데, 미 국이 사이버 공간에 기존 국제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과 반대 로 중국은 새로운 국제규범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양국 간의 이러한 갈등은 사이버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미국 주도의 진영과 중국·러시아 주도의 진영 간 대립에 따라 분열되는 결과로 이어져 UNGGE를 통한 글로벌 차원의 합의와 협력을 어렵게 만들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사이버 안보 영역 의 국제규범과 국제제도 형성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미중이 벌이는
90) 김상배, 2017.
91) 유엔의 ‘국제안보 맥락에서의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에 관한 정부전문가그룹’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 행위에 대한 각국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목적하에 1998년 러시아가 최초로 제안한 것을 계기로 2002년에 구성된 유엔의 정부전문가그룹이 다. 호주는 2013년 UNGGE의 의장국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고할 것: 장 규현, 임종인, “국제 사이버보안 협력 현황과 함의: 국제안보와 UN GGE 권고안 을 중심으로,” 『정보통신방송정책』제26권 5호 (2014), pp. 30-38.
경쟁,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안보화 담론경쟁과 사이버 공격-방어 는 경쟁 당사국은 물론이고 나머지 역내 국가들의 안보 역시 위협해왔 다. 특히 미국과 동맹 또는 우호 관계에 있는 역내 국가들에 대한 중국 발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였다. 예로 한국은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보복이 거셌던 2017년 중국발로 의심되는 사이버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은 바 있으며92), 같은 해 싱가포르 총리의 개인신상정보를 겨냥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있었고 전문가들은 그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하였다.93) 심지어 2018년에는 중국 정부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 그룹이 친중 국가로 알려진 캄보디아의 총선에 개입하고자 정부기 관, 언론, 비정부기구 등을 공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하였다.94)
인도-태평양 지역 내 사이버 공격의 최대 피해국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자 최근 자국 5세대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기업을 전격 퇴출한 호주다. 2016년 호주 연방정부가 발표한 국가사이버안보전략에 따르면, 악의적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호주의 경제적 손해는 매년 약 170억 호주 달러에 육박하며, 그 외에도 중요 정보를 빼내기 위해 정부 기관을 공격 하는 사이버 스파이 행위 역시 국가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되고 있다.
2018년 다국적 정보기술 보안업체 CISCO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호주는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이버 공격을 받는 국가 로 지목된 바 있다.95)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호주는 자국에 대한 중국발 사이버 공격행위 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2017년 말 턴불 총리는 호주에 대한 외국의 내정간섭을 방지하기 위한 ‘외국영향투명성제도법안(Foreign Influence Transparency Scheme Act 2018)’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정보 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지난 10년간 호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 인 내정간섭 및 간첩행위가 있어 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96) 또한 2019년
92) 박성제, “WSJ ‘한국에 사드 보복하는 중국…비밀 병기는 해커,” 『연합뉴스』.
April 21 2017. https://www.yna.co.kr/view/AKR20170421188100072 (검색일:
2019.9.8.)
93) Justina Lee, “Suspected China cyberhack on Singapore is a wake-up call for
Asia,” Nikkei Asian Review, August 21 2018.
https://asia.nikkei.com/Spotlight/Asia-Insight/Suspected-China-cyberhack-on-Si ngapore-is-a-wake-up-call-for-Asia (검색일: 2019.9.2.)
94) 민영규, “캄보디아 ‘총선 앞둔 중국의 해킹 공격 조사,” 『연합뉴스』 July 16 2018. https://www.yna.co.kr/view/AKR20180716153500084 (검색일: 2019.9.10.) 95) Cisco, Cisco 2018 Asia Pacific Security Capabilities Benchmark Study, Cisco,
2018.
96) Christopher Knaus and Tom Phillips, “Turnbull says Australia will ‘stand up’
2월 모리슨 호주 총리는 최근 호주 연방의회 전산망이 ‘정교한 국가 행 위자(sophisticated state actor)’의 악의적 공격을 받았으며, 호주 주요 정당인 자유당과 노동당 그리고 국민당의 전산망 역시 비슷한 공격을 받 았다고 밝혔다.97) 당시 모리슨 총리는 그 악의적 국가 행위자가 어느 국 가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해 9월 호주 신호정보국(ASD: Australian Signals Directorate)은 해당 공격의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하였다.98)
호주는 자국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이 정부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과 교육기관을 대상으로도 이루어져 왔다고 주장해왔다. 최근까지 호주 사이버안보센터를 이끌어온 앨러스테어 맥기본(Alastair MacGibbon) 전 센터장은 수천 개의 호주 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중 국 국가안전부의 지시를 받는 해커 그룹 APT10으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99) 또한, 2018년 7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해커들이 호주국립대학교(ANU) 전산망에 침투하여 정 보를 탈취한 사건이 있었으며,100) 2019년 6월에는 약 20만 명에 달하는 이 대학 졸업생과 교원의 신상정보가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해커집단에 의해 유출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일련의 사건은 해킹 공격의 대상이 된 해당 대학이 연방정부, 국방부, 외교통상 부, 국가정보기관 등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심각 한 사회적 우려를 불러일으켰다.101) 전문가들은 유출된 졸업생 신상정보
to China as foreign influence row heats up,” The Guardian, December 9 2017.
https://www.theguardian.com/australia-news/2017/dec/09/china-says-turnbulls-r emarks-have-poisoned-the-atmosphere-of-relations (검색일: 2019.11.7.)
97) Andrew Tillett, “Chinese spies suspected in cyber attack on major parties,”
The Australian Financial Review, February 18 2019.
https://www.afr.com/politics/cyber-attack-on-major-parties-computer-systems- scott-morrison-reveals-20190218-h1bdzm (검색일: 2019.3.10.)
98) Colin Packham, 2019, “Exclusive: Australia concluded China was behind hack on parliament, political parties – sources,” Reuters, September 16 2019.
https://www.reuters.com/article/us-australia-china-cyber-exclusive/exclusive-au stralia-concluded-china-was-behind-hack-on-parliament-political-parties-sourc es-idUSKBN1W00VF (검색일:2019.7.19.)
99) John Kehoe, “Australia blasts China for hacking Australian companies,”
Australian Financial Review, December 21 2018.
https://www.afr.com/technology/australia-blasts-china-for-hacking-australian-c ompanies-20181221-h19d6h (검색일: 2019.5.14.)
100) Tom Westbrook, “Top-ranked Australian university hit by Chinese hackers:
media,” Reuters, July 6 2018.
https://www.reuters.com/article/us-australia-cyber/top-ranked-australian-univer sity-hit-by-chinese-hackers-media-idUSKBN1JW1KE (검색일: 2019.3.2.) 101) David Wroe, “China ‘behind’ huge ANU hack amid fears gover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