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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형성구조에서 영향력 확장의 성과

의도는 그가 바누아투 방문 연설 중 “우리 정부는 호주가 태평양 지역으 로 ‘나아갈 것’(step up)을 선언했다. (호주가 태평양 지역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눈에 띄어야 하며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발언한 데서 잘 나타난다.178) 모리슨 총리는 그보다 앞서 2018년에 인도네시아를 공식 방문하여 그 이듬해 양국 간 체결된 포괄적 경제협력조약의 토대를 마련 하는 등 이웃 국가들과의 양자적 관계개선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 였다.179) 2017년과 2018년에는 턴불 총리가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를 국빈방문하여 이들 국가와 호주 간 신뢰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특히 턴불 총리의 인도 방문은 양국이 단순히 전략적 차원을 넘어 경제 적, 문화적 차원에서도 매우 밀접한 이해관계와 관계 발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180)

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2018년 호주와 아세안 국가들이 이뤄낸 시드 니 선언, 태평양도서국포럼 회원국들이 이뤄낸 보에 선언 그리고 2020년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들을 비롯해 일본, 인도가 함께 도출해낸 ‘종단 간 암호화 및 공공안전 성명(International Statement: End-to-End Encryption and Public Safety)’은 호주가 규범적 사이버 질서의 표준이 제시되는 과정에서 핵심적 중개자로서 자국의 의지와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데 성공하였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시드니 선언과 보에 선언의 경우 각각 동남아와 남태평양 지역에 국한된 선언이며, 암호화 성명 역시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의 참여로만 도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호주가 지향하는 사이버 질서가 인도-태평양 지역 사 이버 공간 전체의 표준으로 자리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해당 선언 과 성명은 역내 사이버 질서 형성구조에서 호주가 중요한 위치를 장악했 다는 사실을 보여줌은 물론 호주의 규범 확산국으로서의 중개적 역할과 지위가 역내 유사입장 국가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2018년 호주의 주도로 열린 아세안-호주 특별 정상회의에서 호주 와 아세안 국가들은 포괄적 안보협력과 더불어 경제 인프라구축 협력을 약속하는 시드니 선언을 발표하였다. 이 선언의 핵심은 호주와 아세안이 규칙기반 지역 질서 유지에 뜻을 함께하며 국제법과 규칙기반 질서 원칙 에 따른 분쟁 해결을 지향하고 보호무역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시드니 선언은 인도-태평양 지역 사이버 공간의 규칙기반 질서 형성에도 긍정 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호주와 아세안은 시드니 선언을 통해 사이버 안보 위협을 지역적 다자협력이 필요한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설 정하고 당사국들이 공동대응해 나갈 것을 공표하였으며, 그 실천적 행동 으로서 매년 ‘아세안-호주 사이버 정책 대화(ASEAN-Australia Cyber Policy Dialogue)’를 실시하여 지역 사이버 환경이 규칙과 법규에 기초한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2018년 9월 호주는 싱가포르와 함께 사이버 정책 대화의 초대 공동 의장국 자격으로 1차 사 이버 정책 대화를 주최하였다. 이 정책 대화에는 호주,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과 더불어 대표적인 친중 국가 인 라오스와 캄보디아가 참석하여 인도-태평양 지역 사이버 공간의 규 범 확산과 신뢰 구축을 위한 다자협력에 힘을 더할 것을 약속하였다.181)

무엇보다 호주가 시드니 선언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인도- 태평양 지역 사이버 공간의 규칙기반 질서를 추구하는 역내 국가들 간의

181) Australian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2018a.

네트워크에서 핵심적인 중개적 위치를 장악하고 규범 확산국의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는 데에 있다. 미국의 전통적 군사동맹국이자 파이 브 아이즈 구성원인 호주는 자주 주변국들로부터 ‘미국의 추종국’으로 인 식되어 왔다. 특히 최근 미중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호주가 쿼드에 복귀하고 사이버 안보 영역에서 미국과 함께 중국에 강력히 대항하는 모 습은 이러한 주변 인식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시드니 선언을 계기로 호주는 자국에 대한 주변 인식을 ‘미국의 대리 보안관’에서 ‘규칙 기반 질서 보호에 앞장서는 국가’로 전환하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다.182) 특히, 이 선언을 통해 호주가 미국과의 동맹에만 매달리지 않 고 질서 안정화를 위해 역내 유사입장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변국들에 전달함으로써 규칙기반 사이버 질서 형성구조의 네트워크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호주 정부가 2018년 태평양도서국포럼을 통해 남 태평양 지역 도서국들과 함께 도출해낸 보에 선언 역시 인도-태평양 지 역의 규칙기반 질서 안정화를 위한 일종의 보편적인 행동규범을 제시했 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표준 세우기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실 호주는 2000년에도 남태평양 도서국들과 태평양도서국포럼을 통해 ‘비케타와 선 언(Biketawa Declaration)’을 채택함으로써 해당 지역 안보위기에 대처하 는 다자주의적 협력 제도를 구축한 바 있으며, 보에 선언 역시 이 비케 타와 선언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탄생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에 선 언과 비케타와 선언은 그 목적에서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먼저, 비케타 와 선언은 남태평양 도서국들의 내부적 안보위협, 즉 ‘종족 갈등이나 사 회·경제적 불평등, 굿 거버넌스의 결여, 토지 분쟁, 문화의 침식 등에 의 한 긴장이나 대립’ 등의 문제 해결에 호주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세워졌다.183) 따라서 여기에는 남태평양 지 역의 불안정을 완화하려는 호주의 의도가 다분히 반영되었다.

반면에 보에 선언은 남태평양 지역이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에 휘말리는 것을 막고, 나아가 이 지역의 지정학·탈지정학적 안정을 위해 규범과 원칙에 기초한 지역적 다자협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채택된

182) Richard Heydarian, “Australia right to huddle closer to Southeast Asia,”

Nikkei Asian Review, March 20 2018.

https://asia.nikkei.com/Politics/International-relations/Australia-right-to-huddle- closer-to-Southeast-Asia (검색일:2019.6.14.)

183) 박지은, “호주의 동티모르 다국적국 파병외교,”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 문, 2016.

선언이다. 이 선언에서 ‘태평양 지역 안보협력과 집단행동은 이 지역 국 가들의 의지와 이 지역 사람들의 목소리에 따라 강화되어야 한다’는 원 칙이 특히 강조된 것은 이 때문이다. 즉, 비케타와 선언이 남태평양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안보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라면, 보에 선언 은 외부로부터 발생하는 안보위협, 즉 강대국 경쟁과 갈등의 위협으로부 터 남태평양 지역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볼 수 있다.

보에 선언이 태평양 지역 사이버 질서 확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 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해당 선언이 ‘규칙기 반 질서’, ‘국제법’, ‘평화로운 분쟁 해결’ 등의 개념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보에 선언 당사국들은 외부적 압력에서 벗어나 태평양 지역의 평화, 화 합, 안보, 사회적 포섭 그리고 번영을 역내 국가들이 공동으로 지켜낸다 는 ‘태평양 지역주의 체제’와 ‘블루 퍼시픽(Blue Pacific)’ 정체성을 지지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둘째, 해당 선언에서 당사국들은 인간안보, 환경 및 자원안보, 초국적 범죄와 함께 사이버 안보를 지역 차원의 공동 대응을 요구하는 4대 안보 문제로 지정하였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시대 에 태평양 지역의 사회기반시설 및 지역민들의 보호와 기회를 최대화’하 기 위해 사이버 안보에 집중할 것을 선언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태평양 도서국들이 사이버 관련 기술 및 사회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 황에서 사이버 안보를 핵심 안보 사안으로 채택하였다는 것인데, 여기서 유추해볼 수 있는 점은 사이버 질서 확립에 대한 호주의 의지가 보에 선 언 구성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2020년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 일본, 인도 등 7개국이 함께 도출해 낸 종단 간 암호화 및 공공안전 성명은 인태 지역 사이버 질서 형성구조 에서 호주의 영향력이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이다. 2020년 10월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들과 일본 그리고 인도는 국제성명을 통해 한 목소리로 통신기술 기업들에 암호화 백도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였는데, 이들 7개국은 성명문에 “우리는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지적재산, 기업비 밀 그리고 사이버 안보를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강력한 암호화를 지지한다. 암호화는 2017년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에 명기된 바와 같이, 억압적인 국가 내에서 언론인들과 인권운동가들 그리고 취약 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필수적이다”라고 밝히면서도, “특정 암호화 기술 은 공공안전, 특별히 성착취 피해 아동과 같은 우리 사회의 극취약계층 구성원들의 공공안전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공공안전이 프라이버 시나 사이버 안보를 양보하지 않고선 보호될 수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다.184)

이 성명은 두 가지 측면에서 호주가 사이버 질서 형성구조에서 영 향력 확대를 이루어냈음을 보여준다. 첫째, 앞의 2절에서 서술한 바와 같 이, 민주주의 국가 중 처음으로 암호화법을 도입한 호주는 2017년 들어 파이브 아이즈 동맹 내부적으로 암호화 백도어 이슈를 주요 과제로 부각 시키고자 노력해왔고, 이러한 노력은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들이 2017년 5개국 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처음으로 암호화 문제를 주요 과제로 상정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둘째, 종단 간 암호화 및 공공안전 성명은 ‘공공 안전(public safety)’ 개념을 특히 강조하였는데, 이는 2017년 들어 호주 가 국내적 차원에서 지원및접근법안을 발의하고 대외적으로 파이브 아이 즈 동맹국들을 상대로 암호화 문제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과 정에서 주로 사용하였던 안보적 수사(security rhetoric)였다. 가장 두드 러진 예로, 2017년 6월 턴불 총리는 파이브 아이즈 회의를 약 2주 앞둔 시점에 지원및접근법안 발의를 위한 의회 연설에서 “테러리스트의 프라 이버시가 공공안전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암호화 관련 법 제정은) 산업계와의 협력 그리고 그들의 지원을 통해 공공안전을 추구하는 것”이 라며 공공안전, 공동체 안전(community safety) 등을 강조하였다. 따라 서 종단 간 암호화 및 공공안전 성명은 호주가 암호화 문제를 주도적으 로 이슈화하여 얻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호주의 목소리가 상당 부분 반영된 이 공동성명은 인도를 참여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강대국 간 협력의 틈새를 활용하는 호 주의 중개권력이 한층 증대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 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인도를 ‘주요 방위 협력국’으로 포 섭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인도 역시 자국의 경제적, 군사적 성장세에 맞 춰 영향력을 확장해오던 중 2017년 중국-인도-부탄 3개국 국경지대에서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모색해 왔다. 양국은 2017년 6월 정상회담을 거쳐 이듬해 9월 첫 번째 2+2 장관 회의를 가졌고, 2020년 10월엔 군사지리정보 공유를 위한 기본교류협력 협정(BECA: Basic Exchange and Cooperation Agreement)을 체결하였 다.185)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양국 간 안보협력은 그보다 좀 더 이른

184) US Department of Justice, “International Statement: End-To-End Encryption

and Public Safety,” October 11 2020.

https://www.justice.gov/opa/pr/international-statement-end-end-encryption-and -public-safety (검색일: 2020.11.1.)

185) US Department of State, “Joint Statement on the Third U.S.-India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