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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서로를 경쟁국으로 인식하고 갈등을 벌 이는 상황은 세 가지 측면에서 호주에 위기가 되어 왔다. 첫째는 미중 간 전략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호주를 향해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미중 양국의 기조가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적

29) Anton Tsvetov, “Will the Quad Mean the End of ASEAN Centrality?,” The

Diplomat, November 15 2017.

https://thediplomat.com/2017/11/will-the-quad-mean-the-end-of-asean-centralit y/ (검색일:2019.10.11.); Ravi Velloor, “Shaping the Indo-Pacific story: Asean's

turn,” The Straits Times, March 15 2019.

https://www.straitstimes.com/opinion/shaping-the-indo-pacific-story-aseans-tur n (검색일: 2020.10.11.); Amitav Acharya, “Why ASEAN’s Indo-Pacific outlook

matters,” East Asia Forum, August 11 2019.

https://www.eastasiaforum.org/2019/08/11/why-aseans-indo-pacific-outlook-mat ters/ (검색일: 2020.10.16.)

30) Dian Septiari, “Indonesia-Australia commanders meet up to intensify defense cooperation.” The Jakarta Post. July 28 2018.

https://www.thejakartapost.com/news/2018/07/28/indonesia-australia-commander s-meet-up-to-intensify-defense-cooperation.html (검색일: 2019.6.9.); Donald Weatherbee, “Indonesia, ASEAN, and the Indo-Pacific Cooperation Concept,”

Perspective 47 (2019), pp. 1-9.

31) 케빈 러드: 제26대 호주 총리. 진보 성향의 호주 노동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2007 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2013년 6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하 였다.

32) Rudd, 2019.

행보가 계속되면서 지금까지 호주의 안보와 경제를 지탱해준 기존 자유 주의 국제질서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중국의 영향력 확장 그 자체가 호주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는 이러한 위기상황 및 위협요인을 바라보는 자국의 관점을 최근 발 간한 국방백서, 외교백서, 국방전략갱신 등을 통해 명확히 나타낸 바 있 다.

먼저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바라보는 호주의 시각은 2016년 호주 정부가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잘 드러난다. 해당 백서에서 호주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국의 군사력을 빠르게 키워감에 따라 더 확장 된 영향력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며, 그로 인해 지금까지 호주의 번영과 안보를 지탱해준 자유주의 지역 질서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견 해를 드러냈다. 동시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미중 간 갈등과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호주의 앞마당 격인 동남아 해상과 남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였다.33) 이는 중국의 해상전력이 인도-태평양 지역 전역에 걸쳐 증대하는 현상 과 더불어 가까운 미래에 미국과 중국이 호주의 핵심이익이 걸린 지역에 서 군사적으로 충돌할 경우 호주가 직면할 위협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다만, 2016년 국방백서에서 호주는 중국을 직접적인 위협 또는 잠 재적 적성국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미국처럼 중국 봉쇄를 전략적 목표 로 설정하지도 않았다. 해당 문서에서 호주는 자국의 안보위기가 중국의 세력 팽창 그 자체보다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 다. 같은 맥락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개입과 강 력한 리더십이 지역 질서의 안정에 필수적임을 역설하기도 하였는데, 이 는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보호주의적 정책이 지역 규칙기반 질서를 위 태롭게 해오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34) 실제로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역내 동맹 및 우방국들의 참여를 강력히 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워 역내 동맹체제에 대한 부담을 부분적으로 내려놓으려는 모순된

33) Australian Department of Defence. 2016 Defence White Paper.

(Commonwealth of Australia, 2016).

34) Kim Beazley, “‘America First’ and Australia’s strategic future.” in Dean, P., Fruhling, S. and Taylor, B. (ed.), After American Primacy: Imagining the Future of Australia’s Defence. (Melbourne: Melbourne University Publishing, 2019).

모습을 보여왔다. 호주는 미국의 이러한 행보가 지역의 규칙기반 질서를 위태롭게 만든다고 여겨왔으며, 특히 호주가 오랫동안 대아시아-태평양 정책의 핵심축으로 여겨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의 일방 적인 탈퇴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면서 지역 질서의 존립에 대한 호주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물론 호주 역시 미국만큼이나 중국의 부상과 세력 팽창을 우려하 며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현상유지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백 서가 발표된 시점에 호주 정부는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과 더불어 최근 미국이 벌이는 자국우선주의적 정 책을 고려해 중국에 대한 적대적 입장표명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점에서 2016년 국방백서는 규칙기반 질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중국 의 군사력 증대나 세력 팽창을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규칙을 벗어나 배 타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강대국 간 경쟁’을 꼽았다.35)

2017년 발표된 외교백서 역시 중국의 세력 팽창과 공세적 군사 활 동이 갖는 안보위협을 강조하기보다는 강대국 간 세력 경쟁,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의한 반(反)세계화 움직임, 테러리즘, 북한 등 다양한 안 보문제들을 거론하였다. 중국과 관련하여 해당 백서는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이미 앞질렀고 군사력 역시 빠르게 현대화되어감에 따라 중국은 여타 강대국들과 마찬가지로 더 확장된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할 것이라 고 주장하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래 힘의 균형은 미중을 비롯한 역내 강대국들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명기했다. 이 맥락에서 미국의 리더 십과 지속적인 지역 개입을 요구하는 한편 지역 안보에 있어 중국의 역 할과 역량이 가지는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36)

따라서 호주 정부가 중국의 세력 팽창을 깊이 우려하면서도 2016 년 국방백서와 2017년 외교백서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이다. 호주가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영향력 확대에 분명한 안 보적 위기의식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적대적 입장표명을 자 제해온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호주 경제에 치명적인 손 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무역을 통한 지 하자원 수출이 호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상황에서 중국과

35) Australian Department of Defence, 2016, p. 40.

36) Australian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2017 Foreign Policy White Paper. (Commonwealth of Australia, 2017a) pp. 25-27.

의 무역 단절은 호주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호주뿐만 아니라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삼고 있는 모든 국가의 공통된 고민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전략적 방기에 대한 고질적인 두려움이다. ‘지리적으론 아시 아 국가이지만 문화·역사적으론 유럽국가’라는 국가적 특성을 가진 호주 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주권국가의 길을 걷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 언제나 ‘위대하고 강력한 우방국(great and powerful friends)’과의 동맹 을 자국 국방의 토대로 삼아왔다. 그러나 과거 호주는 국가안보가 위기 에 내몰린 상황에서 두 차례 굳게 믿었던 동맹국으로부터 버림받은 경험 을 한 바 있다. 1940년대 초 일본이 호주 북부를 침범했을 당시 호주는 어머니 국가 영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1960년대 말에는 미국 과 영국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자국의 군사력을 감축하면서 호주는 제 대로 된 국방력을 갖추지 못한 채 아시아에 덩그러니 남겨졌다.37) 이러 한 위기를 거치며 호주가 갖게 된 전략적 방기에 대한 고질적 두려움은 언젠가 미국이 아시아에서 발을 빼거나 군사적 개입을 줄일 경우를 대비 해 중국을 완전한 적국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전략적 사고가 호주 외 교에 뿌리 깊게 자리하는 데 이바지하였다.38)

그러나 2020년 7월 새롭게 발표된 ‘2020 국방전략갱신(2020 Defence Strategic Update)’에서 호주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이전 보다 한층 더 분명하게 드러냈다. 비록 중국을 호주의 주적 또는 안보위 협으로 묘사하지 않았으나 해당 문서는 국방백서가 발표된 2016년 이후 로 중국이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군사기지를 설립하는 등 공세적인 군사행동을 벌여왔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중국의 세력 팽창과 그로 인한 미중 전략경쟁이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호주의 인근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인도양 북동부, 동남아시아, 파푸아 뉴기니, 서남 태평양 지역의 안 정을 해칠 수 있다고 적었다.39) 이는 중국이 남태평양 도서국 바누아투

37) Andrew Carr and Christopher Roberts, “Security with Asia?” in Dean, P., Fruhling, S. and Taylor, B. (ed.), After American Primacy: Imagining the Future of Australia’s Defence. (Melbourne: Melbourne University Publishing, 2019), p. 40.

38) Anthony Burke, Fear of Security: Australia’s invasion anxiety (Cambridb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7); Stephan Frühling, “Wrestling with commitment: Geography, alliance institutions and the ANZUS treaty.” in Dean, P., Fruhling, S. and Taylor, B. (ed.), Australia’s American Alliance.

(Melbourne: Melbourne University Publishing, 2016)

39) Australian Department of Defence, 2020 Defence Strategic Update.

(Commonwealth of Australia, 2020), pp. 11-12.

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려는 시도를 벌이는 등 호주의 전통적인 세력권인 남태평양 지역에서 공세적 행보를 보여온 것에 대해 불만과 경계심을 표 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0년 국방전략갱신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호주가 중국을 비규범 적 행위를 일삼는 국가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해당 문서는 “근래 몇몇 국가들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간첩행위(espionage), 내정개입(interference), 경제적 압박 수단(economic levers)을 포함하는 강압적 행위를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라 경고함과 동시에 영토분쟁과 군 사기지 건설에서 비롯되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특히 남중국해에서 의 강압적인 준군사활동(paramilitary activities)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음 을 우려한다고 적었다.40) 물론 이러한 비규범적 행위들을 자행하는 국가 로 중국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호주가 중국 정부를 자국에 대한 간첩행위, 내정개입, 경제보복 가해국으로 규정해왔고 또 중국의 남 중국해 장악 시도를 엄중히 규탄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을 겨냥 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