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호
북한인권 정책환경 분석
북한인권정책 실행을 위한 국내 정책환경은 2016년 북한인권법 통과 (2016.3.2.) 이후 질적인 변화를 경험하였다. 무엇보다 처음 발의 이후, 11년 만에 북한인권정책 실행을 위한 최소한의 법제도적 기제로서 북한 인권법이 통과됨으로 한국사회 내 북한인권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불러 일으켰다.104)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북한인권법 통과 및 제정으 로 북한인권 사안에 대한 정부의 책무와 북한인권법의 보호대상, 접근방 법, 실천과제 등 다양한 사안들이 파생되었다. 북한인권법의 주요 의미 중 하나는 제2조(기본원칙 및 국가의 책무) 제2항에서 북한인권증진과 남북관계 발전 및 한반도 평화정착이 서로 연계되어 병행 추진되어야 함 을 명시한 것이다.105) 다시 말해 국가는 북한인권증진을 추진함에 있어 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정착 이슈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며, 동시에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과 같은 정치적 사안에서도 인 권의 요소가 배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남북관계발 전법 제9조 제1항에서는 인도적 사안에 대해 언급하며, “정부는 한반도 분단으로 인한 인도적 문제해결과 인권개선을 위하여 노력한다”고 명시 하였다. 북한인권을 최우선으로 다루는 북한인권법과 남북관계의 큰 틀 을 규정하는 남북관계발전법은 공히 북한인권 개선과 남북관계 발전 및 한반도 평화정착 사이의 상호연계성을 인지하고 또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북한인권 개선논의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COI)의 활동과 보고서를 중심으로 한 2014년을 기점으로 보다 확대되 었다면, 국내에서는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2016년을 중심으로 논의가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논의가 곧
104)북한인권법 통과 이후, 국내 정책환경에 대한 논의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한국의 북한인권정책 방향』 (제14차 KINU 통일포럼, 2016.05.26.) 참조.
105)북한인권법 제2조 제2항에서는 “국가는 북한인권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 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바로 국내적 논의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제사회의 북 한인권 개선논의는 북한인권 침해실태에 대한 단순한 모니터링을 넘어 국제형사법적 차원으로 진화했고, 유엔을 중심으로 한 대북제재 또한 북한 지도부에 대한 책임성 규명 사안과 여러모로 연결되는 데 반하여, 국내 논의는 전통적 차원의 자유권 대 사회권 논쟁에 머물러 있기 때문 이다.106)
그런데, 자유권과 사회권은 공히 침해에 대한 보호 및 즉각 중지 내지는 인권개선을 위한 존중, 보호, 증진 등 국가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국내 논의지형에서는 자유권은 북한체제에 대한 강한 비난을, 사회권은 인도적 지원 혹은 교류협력이라는 맥락에서만 이해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같은 인권의 양면으로서 자유권과 사회권 모두 일정 정도의 공세성을 담보하고, 사안과 접근법이 다를 뿐인데 국내에서는 북한인권 이라는 용어가 주로 시민·정치적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통용되며, 경제·
사회·문화적 권리는 대개 인도적 지원이나 양자 혹은 다자적 차원의 교류협력, 북한에 대한 기술협력 혹은 지원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북한인권 관련, 책임성 규명 사안을 논의하는 국제사회에서도 자유권 과 사회권 논쟁은 전통적 차원의 논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적 차원에서는 북한인권 사안의 정치화와 결부되어 각각 다른 정치적 성향 을 대표하는 방식으로 북한인권 사안이 프레임화되는 데 그 문제가 있다 고 본다. 이러한 복합적 국내 정책환경 속에서 현 정부가 제시하는 북한 인권 관련 기본적 정책방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 관련 정부의 기본적 정책방침은 우선 신(新)베를린 선언
106)하지만 국내 정책환경에서 북한인권 책임성 규명이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는 아 니다. 다만, 북한인권 핵심논쟁이 북한인권 사안 안보리 회부라든가 국제형사재판소 처벌 등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 대응 논의가 아니라 남북관계의 맥락에 서 북한인권증진을 위한 상이한 접근방식이 상호병행적 차원에서 평행선을 긋고 있 다는 의미이다.
(2017.7.6.)에서 잘 드러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시급한 인도적 문제해결, 평창 올림픽 북한 참가 독려, 군사분 계선 상호 적대행위 중단, 남북 간 대화 재개의 구체적 사안을 제안하였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기본적 정책방향은 ① 평화로운 한반도 ② 북한체제 안전보장과 한반도 비핵화 ③ 항구적 평화체제 ④ 한반도 신경제지도
⑤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의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新)베를린 선언에서 북한인권 사안 관련,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북한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분명한 목소 리를 낼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주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도적인 협력을 확대하겠습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이러한 명시적 발언에서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두 가지 접근법을 도출할 수 있다. 첫 번째 접근법은 북한인권 침해실태 에 대해 명확한 목소리를 내는 접근법으로 주창(advocacy) 정책에 해당 된다. 두 번째 접근법은 북한인권 침해실태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지원 을 통해 인권증진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관여(engagement) 정책에 해 당된다.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주창과 관여 정책을 병행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분명한 목 소리’를 내는 부분과 ‘인도적인 협력’을 확대하는 부분이 잘 조화되어 병 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정부 출범 1년이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정부가 직면한 북한인 권 정책환경을 진단하기 위해서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와 이에 내재된 기본적 구상을 중심으로 현실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 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기본적 북한인권정책에서는 자유권과 사회권의 통합이 제시되고 있다. 뒤이어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 추진이 강조되고 있다. 자유권과 사회권의 통합적 개선은 국제사회가 강조하는 자유권과 사회권의 불가분성, 상호의존성에 부합하는 사안이다. 동시에 현 정부의 강조점은 뒤이어 제시된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 추진 등 사회권 관련
분야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6차 핵실험(2017.9.3.)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이로 인해 악화된 동북아 국제정세 속 에서 정부가 구상하는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위한 적절한 환경이 조성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으로,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 등 남북 간 인도적 사안 역시 남북 간 관계개선을 통한 정책환경 개선 이후 실현 가능 한 사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 정부의 북한인권정책 수립 및 실행 전 과정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가 핵심적으로 연계된 것 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탈북민 자립·자활능력 제고 목표는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북한이탈주민 문제 가 남북관계의 동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보다 구체적이고도 실현가능한 정책적 대 안이 요청된다. 각각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처한 경제·문화·심리적 어려 움을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종합하면, 정부의 북한인권정책 수립 및 추진을 위한 국내 정책환경은 현재 악화되는 국제정세와 북한이 야기하는 지속적인 동북아 안보위기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입장에서 제 재와 관여의 조화, 인권 정책의 효율성 증대, 북한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선제적 제안 등 다양한 정책적 상상력이 요청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인권 정책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국내적 요 소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혹은 동북아 정세의 부침과는 별개로 정부 혹은 민간 차원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준비해야 할 다양한 분야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지속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이하에서는 북한인권정책 국내 정책환경 분석을 위해 분야별 북한 인권활동 추진 실태를 각각 ① 북한인권 실태조
사 및 연구, ② 인도적 지원, ③ 북한과의 교류·협력 확대 및 북한인권 역 량증진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