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여러 채널이 가동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시험발사, 6차 핵실험, 김 정은 체제의 통제 강화 등 남북협력을 저해하는 수많은 부정적 요소들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남북 교류협력 확대를 추진하고자 하는 한국정부 의 의지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남북 교류협력 확대는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인도적 사안의 진전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향후 북한인권정책 수립 및 실행을 위한 내부 환경조성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 할 것으로 예상된다.135)
한편, 북한인권 역량 증진분야는 북한인권정책 분야 중 크게 관여 (engagement) 정책에 해당된다. 남북관계가 활성화되고 북한과 국제 사회와의 협력이 강화되는 경우, 관여정책의 효용성이 커지게 된다. 인 권역량 증진은 사회권을 중심으로 유엔을 위시한 국제기구와의 강력한 협조체제 구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대북제재 국면에서는 관여정책의 실효성이 떨어 지게 되고, 그 결과 북한인권 역량 증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은 민간 차 원이든 정부 간 차원이든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 과 핵실험이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어떠한 형태의 협력관계도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지원(technical assistance)과 역량 구축(capacity-building) 등 기술협력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열어 두 고 대화와 접촉면을 늘리려는 노력이 요청된다.136) 실제로 현 정부는
135)남북관계를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남북관계의 다양한 변화에 따라 인도적 지원 혹은 남북 간 인도적 사안의 강화 혹은 진전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남북관계 전반 에 대한 역사적 분석으로 김형기, 『남북관계 변천사』 (서울: 연세대학교 출판부, 2010) 참조.
136)국제사회 및 개별국가의 기술협력 논의 및 실행에 대한 연구로 한동호·도경옥·이성훈,
『인권개선을 위한 기술협력』 (서울: 통일연구원, 2015) 참조.
2017년 8월 29일 정부 차원에서 남북 교류·협력 지평을 넓히기 위한 노 력의 일환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을 임명하였다.
물론 이러한 한국정부의 노력과 상관없이 북한은 계속되는 도발을 통해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을 지속시키고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와 동북아 국 제정세는 한국정부가 단계적 차원에서 남북 교류협력 및 인권 역량증진 분야를 확대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 노력이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적 방식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직접적 방식으로 구분될 수 있다면, 교류협력 및 역량증진 분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직접적 방식은 물론이거니와 국제 기구를 통한 간접적 방식도 현재와 같은 제재국면에서는 용이한 일이 아 니다. 일례로 정부가 대북 기술협력 차원에서 수행한 ‘북한인력양성프로 그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북한인력양성프로그램’은 북한인력양성을 목표로 2006년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남한 정부가 지원하고 유엔 ESCAP(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in the Asia Pacific)을 통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200명 가량의 북한인원을 중국, 베트남 등지로 파견하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구체적 분야로는 환경, 에 너지, 지역협력,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한 정부, 북한 정부, 국제기 구의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을 통해 가능할 수 있었다.137) 하지만, 2016 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이 사업 도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비정치적 분야의 기술협력이긴 하지만 정치안 보적 영향에서 한없이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제재 국면에서, 한국정부가 남북관계의 양자관계에서 지원 및 교류협력 확대를 추진하기에는 국내외적 부담이 따른다고 볼 수 있다.
137)북한 내 파견 인력으로는 주로 기술관료 계층이 선정되었다. 200여 명의 북한 내 인력 은 북한 국토관리성 등 부서의 과장급이었으며, 주로 남성이 많았다고 한다.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협력을 통해 남한과 북한 모두 혜택을 경험하게 된 사례로 볼 수 있다. 관 련 분야 현지 자문회의(2017.09.20., UN ESCAP, Thailand).
따라서,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적 협력틀을 활용한 접근법이 가장 합리적 으로 제시될 수 있다. 다만 국제기구를 활용한 남북한 간접적 방식의 교 류협력과 북한인권 역량증진을 위한 기술협력의 가능성은 북한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악화되는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138) 북한 또한 남북관계의 측면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차원의 외교적 이득을 추구하고 있고, 현재 북미 간의 대결국면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직접적 방식이든,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적 방식이 든 교류협력 및 인권 역량증진 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정책환경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139)
민간 분야에서는 북한 내 사업가, 교육자 등 다양한 인적 교류를 실현 하고자 하는 기술지원 사업을 들 수 있다. 주로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교 류가 많은데, 북한과의 교류를 실현하는 조선교류(Chosun Exchange)를 한 예로 들 수 있다. 조선교류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로 2000 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다양한 인력을 싱가포르를 위시한 동남아시아 지 역에 유치하여 이들을 교육한 후 북한에 들여보내는 일을 한다. 비정치적 영역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140)
138)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악화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북한의 6차 핵 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레짐이 보다 강화되면서 유엔 내에서도 북한에 대해 우호 적 입장을 취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사이의 간격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일례로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 대사 추방 움직임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미 몇몇 국가 가 동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향후 보다 강화될 경우,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및 교류협력, 역량강화 프로그램 운영도 점차 어려워질 가능성 이 크다.
139)국제사회의 제재국면에 대해 북한당국도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북한은 유엔을 비롯 한 다자무대에서 다양한 비정치적 분야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인권 분야 또한 북한 이 적극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제재 혹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 책 때문에 북한 내 아동인권이 증진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유엔 환경회의 등 에서도 유엔 제재 때문에 북한 내 환경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관련 분야 현지 자문회의(2017.09.20., UN ESCAP, Thailand).
140)교류협력 비정부기구(NGO)의 일반적 기능과 역할 관련하여 Geoffrey K. See and Andray Abrahamian, “Making Training More Effective for North Koreans by Separating Ideation from Capacity-Building,” International Journal of Korean
국내적으로도 여러 시민단체들이 북한에 대한 지원 혹은 교류협력 사 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으며, 지속적으로 추진을 계획한다. 시민사회의 중요성은 정부의 미진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메워 주고 나아가 정부 차원 에서 용이하지 않은 부분들을 선도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역동성에 있다.
더불어 이러한 역동성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단체 간 통합 및 연계성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141)
대표적인 예로 개신교계의 지원운동인 (사)남북나눔운동을 들 수 있다.
남북나눔운동은 1993년에 설립된 한국 최초의 대북지원 민간단체로, 종교계를 중심으로 대북지원 영역에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적 모델을 제시하였다고 평가된다. 또한, 남북나눔운동은 북한의 조선그리 스도교연맹,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 북한의 기구와도 협조하여 물자를 지원하고, 방북을 통한 모니터링 방식을 채택하였다.142)
교류협력 및 인력양성 분야에서 민간의 역할은 때로 정부를 능가한다.
정부의 역할이 큰 틀에서의 정치적 합의 혹은 협상의 타결을 통한 교류협력 인프라 구축이라고 한다면, 민간의 역할은 정부가 들어갈 수 없는 다소 민 감한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창의적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예로, 2012년 11월 3일부터 약 2년간
Unification Studies, vol. 23, no. 1 (2014), pp. 25~48.
141)한국의 통일·대북정책에서 각종 비정부기구(NGO)를 비롯한 시민단체 일반의 역할 에 대해 Jihwan Hwang, “The Paradox of South Korea’s Unification Diplomacy:
Moving beyond a State-Centric Approach,” International Journal of Korean Unification Studies, vol. 23, no. 1 (2014), pp. 49~72 참조.
142)이 외에도 남북나눔운동은 농촌주택 개량사업 및 시범마을 조성사업과 같은 북한지역 농촌마을 재건사업을 통해 황해북도 봉산군 천덕리 여러 시설을 건립하였고 특히, 남 측 민간단체로는 최초로 리 관리사무소를 세워 주었다. 이 지역에 살림집 300채를 건 설한 이후, 병원, 문화회관, 편의시설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기술지원 및 역 량지원 측면에서도 선도적 사례를 제공하였다고 평가된다.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사 업을 통해 농업생산성, 출산장려, 산림녹화, 의료보건, 교육환경 개선, 영양 등 여러 분야의 교류협력 사업의 통합적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인다. 통일연구원 주관 실무자 자문회의 (2017.09.13.).
북한에 억류된 경험이 있는 케네스 배(Kenneth Bae)는 북한 내 관광상 품을 개발하여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북한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후 억류되기 전까지 17번의 방문교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적 절한 환경이 조성·지속될 경우 민간 차원에서 비정치적 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