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근골격계 질환은 일반 근골격계 질환과 구별되는 특이 증상이나 병리소견 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고, 직업적 요인과 비직업적 요인이나 일상생활 요인(가사노 동, 육아, 스포츠 등)이 혼재되어 있으며, 대부분 오랜 기간 동안 발병요인에 노출되 어 누적되어야 발병한다. 게다가 똑같은 신체 부담 작업을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체격, 체력 등 감수성에 따라 질병 발생 여부 및 정도가 큰 차이가 있어 판 단의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기존 질병이 있는 경우, 업무와 질병간의 인과관계를 판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191).
(1) 고용노동부 고시
근골격계 부담작업이라는 개념이 지난 2003년 제정된 ‘근골격계 부담작업의 범 위’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2017. 7. 24. 개정된 고용노동부 고시 제 2017-41호가 적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앞서 살펴본 ‘뇌혈관 또는 심장 질병 및
189) “추간판 탈출증 환자의 진단 및 치료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상소견이 아니라 환자의 과거력 및 진 찰소견이다”라고 명시한 바와 같이, 주치의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진단을 내리는 것으로 마땅 히 존중되어야 한다. 이환모ㆍ박문수,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의 분류 및 영상진단”, 『대한척추외과 학회지』 제8권, 2001, 315쪽 참고.
190) 환자의 적절한 치료방법을 판단할 때 주치의의 임상적 소견과 이를 뒷받침해 주는 신체감정촉탁의 사의 소견을 공단 자문의사협의회나 자문의사의 소견보다 우선적으로 존중해 제4-5요추간에 대해 서도 척추고정술을 시행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한 사례이다. 부산지법 2007.1.10. 선고, 2005구단1811 판결.
191)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병은 급격한 외상과는 관련이 없이 퇴행성 변화의 범주에 포함된다.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 고시 제 2017-117호, 2017.12.29. 일부개정)’에서는 근골격계 질병이란 ‘2. 근골격계에 발 생한 질병’ 가목에서 “특정 신체 부위에 부담을 주는 업무로 그 업무와 관련이 있는 근육, 인대, 힘줄, 추간판, 연골, 뼈 또는 이와 관련된 신경 및 혈관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어 통증이나 기능 저하가 초래되는 급성 또는 만성질환”이라고 정의 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고시 제2017-117호, 2017.12.29. 일부개정 ]
나. 가목 1)에 따른 근골격계 질병을 판단할 때에는 해당 질병에 대한 증상, 이학적 소견, 검사 소견, 진단명 등을 확인하여 판단한다.
라.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근골격계 질병
1) 신체부담업무를 수행한 작업력이 있는 근로자에게 업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나타나는 근골격계 질병은 업무상 질병의 판단 절차에 따른다. 다만, 신체에 가해진 외력의 정도와 그에 따른 신체손상(골절, 인대손상, 연부조직 손상, 열상, 타 박상 등)이 그 근로자의 직업력과 관계없이 사고로 발생한 것으로 의학적으로 인정 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사고의 판단 절차에 따른다.
2) 1)에서 “업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란 업무수행 중에 통상의 동작 또는 다른 동 작에 의해 관절 부위에 급격한 힘이 돌발적으로 가해져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급격한 힘이 돌발적으로 가해져 발생한 경우”를 판단할 때에는 신체부담업무 에 따른 신체의 영향과 급격한 힘의 작용에 따른 신체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 여 업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한다.
추정의 원칙이 도입된 이후 ‘근골격계 부담작업의 범위 및 유해요인조사 방법에 관한 고시(2018.2.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8-13호)’가 새로 개정되었지만 사실상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 고시에서 근골격계 부담작업의 정 의가 너무도 추상적인데다가 고시 규정 문언을 그대로 적용한다면(거의 일상생활의 모든 동작을 비롯하여), 모든 직종의 작업이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해당하는 모순을 초래하여 실무상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192).
‘근골격계 부담작업의 범위’를 규정한 고용노동부 고시 제1조 정의를 보면,
“하루에 4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자료입력 등 키보드 또는 마우스를 조작하는 작 업”, “하루 총 2시간 이상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또는 손을 사용하여 같은 동작 을 반복하는 작업”,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머리 위에 손이 있거나, 팔꿈치가 어 깨위에 있거나, 팔꿈치를 몸통으로부터 들거나, 팔꿈치를 몸통 뒤쪽에 위치하도록 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등이 근골격계 부담작업이라고 보고 있어 우리 주변에서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게 더 어렵다.
예컨대,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이루어 지는 작업”이 근골격계부담작업이라고 정의하고 있기에 현대중공업 용접공 또는
192) 고용노동부, 제2018-13호 앞의 고시.
취부공193)은 모두가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슬 관절 질환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서 모두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받지는 못하기 때문 에, 위 고용노동부 고시는 추정의 원칙이 도입되기 이전이나 그 이후에도 당해 고 시 자체로서 업무상 질병판정에 큰 의의가 없는 것이다.
다만, 신체부담업무의 업무관련성 판단은 “신체부담정도, 직업력, 간헐적 작업 유무, 비공정작업 유무, 종사기간, 질병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 야 하고, 신체부담정도는 재해조사 내용을 토대로 인간공학전문가, 산업위생전문가, 산업의학 전문의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평가하되 필요한 경우 관련 전문가 와 함께 재해조사를 하여 판단”194)하도록 규정된 부분이 실무상 적용원칙으로 활 용될 여지가 있다.
(2) 근로복지공단 실무지침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실무지침으로 ‘근골격계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 (2013.12.24. 개정, 제2013-45호)’이 활용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반복 동작이 많은 업무, 무리한 힘을 가해야 하는 업무, 부적절한 자세를 유지하는 업무, 진동 작업, 그 밖에 특정 신체 부위에 부담되는 상태에서 하는 업무’를 신체부담업무로 규정하고 있었다.
근로복지공단, 근골격계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 (2013.12.24 개정, 제2013-45호)
○ 이러한 신체부담업무로 인하여 기존질병이 악화되었음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 이러한 신체부담업무로 인하여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경과적 변화가 더욱 빠 르게 진행된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 신체부담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급격한 힘의 작용으로 근골격 계 질병이 발병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문제는 이러한 근골격계 질환은 퇴행성 질병이 동반되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업 무상 질병의 판정시 산재법 시행령 제34조 제4항에 따라 “그 근로자의 성별, 연령, 건강 정도 및 체질 등을 고려”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실무상 피재근로자와 유사한 연령대의 일반인 퇴행성 변화를 고려하여 판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근골격계 질환은 대부분 외상과 관련이 없이 퇴행성 변화의 범주에 속하 는 것이고, 신체부담업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연령 및 건강상태에 따른 자연경과적 인 변화보다 퇴행성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의학 통설이다.
193) 취부란 선박 조립과정에서 작은 부품들을 용접 전에 위치를 잡아 가용접을 해두는 것을 말하며, 제 조공정상 취부공이 가용접 한 부위를 용접사가 용접을 하는 순서로 작업이 이뤄진다. 취부공은 이 러한 용접작업 직전에 준비작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직무를 말하며, 업무성질상 좁은 공간에 웅 크리거나 불편한 자세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슬관절 부담작업이 대부분이다.
194) 고용노동부, 제2017-117호 앞의 고시.
즉, (당해 근로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 자체를 별론으로 차치하더라도) 퇴행성 변화가 너무 심하다고 불승인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더 나아가 이 를 판정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위원의 대부분이 의사이고, 의학적 소견을 묻는 자문의도 같은 의사 면허를 가진 자이므로, 자칫 의사들이 일반 환자를 처치 한 임상적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일반 환자(비근로자)보다 고된 신체부담업무를 수행하는 피재근로자의 퇴행성 변화가 더 심한 것이 자연스러 운 것인데, 이러한 점이 피재근로자의 연령대 일반 환자195)에 비해 퇴행성 변화가 심하다는 이유로, 업무상 질병에 대한 긍정적 요소가 아니라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 는 오류를 낳는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산재법 시행령 제34조 및 위 고용노동부 고시 어디에도 규정되 어 있지 않은 자의적인 판단에 지나지 않는다.
즉, 근골격계 질환 특성상 퇴행성 변화를 수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퇴 행성 질병이란 이유만으로 신청 상병을 불승인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철저히 업무 관련성에 대한 판단을 하여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정해야 한다.196)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추정의 원칙이 도입된 이후, 지난 2019.3.15. ‘6대 근골격계 상병의 업무관련성 특별진찰기간 치료 인정범위 추가 확 대’라는 내부 지침197)을 만들었다. 위 지침의 제목만 보면, 특별진찰에 대한 추가 확대를 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정작 안의 내용은 추정의 원칙에 관한 것이다.
즉, 업무 부담요인이 “매우 높음”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업무관련성이 명확한 경우에는 산재심의기간 중에도 일단 특별진찰 비용 등을 인정하겠다는 것이고, 업 무부담 요인 매우 높아 업무관련성이 명확한 경우로 볼 수 있는 경우로서, 6대 근 골격 상병마다 별도로 직종 상세설명과 근무기간, 유효기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다198). 여기서 유효기간은 “신청인이 신체부담작업을 중단한 다음날부터 최초 상병 진단일까지의 기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6대 근골격계 상병 업무관련성 추정의 원칙 적용기준’을 정하여 실무 상 적용하겠다는 것은 특정 질병마다 발병율이 높은 직업을 선정하고, 그 직업마다
195) 환자 중에는 육체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임금을 받는 신체부담작업자가 아닌 일반 근로자도 있을 수 있고, 근로자 자체가 아닌 일반인이 포함되어 있어(대부분이 신체부담작업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 인정법리를 숙지하지 못한 의사의 선입견을 기준으로 업무기인성(인과관 계)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인 것이다.
196) 근로복지공단 실무지침에도 동일하게 “근골격계질병은 퇴행성 변화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퇴 행성 질병이란 이유만으로 불승인 판단을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업무관련성에 대한 판단을 하여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정”하도록 되어 있고, “퇴행성 근골격계질병에 대해 불승인 또는 승인 판단 을 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의학적 근거 내지는 업무관련성에 대한 판단 등을 제시”하도록 규정하 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근골격계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2013.12.24 개정, 제2013-45 호).
197) 근로복지공단, ‘6대 근골격계 상병의 업무관련성 특별진찰기간 치료 인정범위 추가 확대’ 지침, 2019.03.15.
198) 근로복지공단, ‘산재결정 전 특별진찰 기간 중에도 치료비용 지급-특별진찰기간 중 증상악화 예방 을 위한 조치-, 2018.08.10.자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