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증명책임의 전환을 인정한다고 가정하면, 산 재법 제37조는 피재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에 걸린 것을 주장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보험급여 부지급의 근거(상당인과관계 부정요소)를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산재법 제37조 제1항을 증명책임 전환규정으로 볼 경우, 피재근로자는 재해가 발생된 사실만 주장하면 족하고 상당인과관계, 즉 업무기인성에 대한 입증이 필요 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이 업무기인성이 없음을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다.97)
반면에 시행령에서는 업무상 질병에서 피재근로자가 유해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고, 유해요인 취급 또는 노출시간 등이 업무환경이 직업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 그 유해요인 취급 또는 노출 등이 원인이 되어 질병이 발병된 것이 의 학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을 모두 근로자가 입증해야 한다.
산재법 제37조 제1항을 증명책임 전환규정으로 볼 경우 (바로 여기서 모순이 발 생하는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질병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 되어야 하는데, 이미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인과관계 입증이 필요치 않게 되어) 업무 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안에서 다시 근로복지공단이 인과관계를 부정하도록 한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피재근로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 행정을 수행하는 기관이지 피재근로자 복지를 저지하는 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이 미 근로자가 모든 인과관계를 입증한 상태(인과관계 입증이 필요치 않게 된 상태)이 므로 달리 근로복지공단은 반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별표 3의 구체 적 인정기준에 따르면, 적극적 요건은 피재근로자가 소극적 요건은 근로복지공단이 증명책임을 분담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조문간의 해석이 충돌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제37조 제1항을 증명책임의 분배를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98)
현저히 증가(6~8배)하여 1993년 산재법 제개정을 통해 법률상 추정을 폐지한 사례를 들며 증명책임 전환은 예측불가능한 산재 인정 사례의 범람을 초래할 뿐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 있다. 박지순, 앞 의 논문, 35쪽.
96) 김재희, “일본에서의 업무상재해의 상당인과관계 증명책임에 관한 고찰”, 『법학논총』 제32권, 2020.02. 538쪽.
97) 박지순ㆍ이주원, 앞의 논문, 62쪽.
하지만, 이미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처럼 증명책임을 전환한 사례가 있고, 근 로자측의 도덕적 해이는 조사과정에 전문성을 높이면 해결가능한 일이며, 재정악화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최근 출퇴근 재해를 도입하기 전에도 그러한 우려는 많았으 나, 현재 출퇴근 재해 도입 이후 우려했던 재정파탄은 발생되지 아니하였던 점과 오히려 증명책임 전환으로 피재근로자 보호라는 산재법 고유 목적을 달성할 수 있 다는 점에서 지금의 혼란스러운 법체계를 정비하여 빠른 시일 내 입법적으로‘증명 책임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여기서‘추정의 원칙’도입이 증명책임의 전환 및 증명책임의 완화 를 가져온 것인지에 대한 의문99)이 발생하는데, 관련된 부분은 다음 장에서 구체적 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98) 조재호,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완화 판례에 대한 검토(대법원 2017,8,29. 선고, 2015두 3867 판결)”, 『사회보장법연구』 제7권 제2호, 2018, 182쪽.
99) 사실 추정의 원칙 역시 민법의 불법행위 분야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결국 과실책임이 전제가 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다. 과실책임주의가 요구되지 않는 분야에서는 애초에 과실을 증 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사실 추정의 원칙도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따라서 무과실책임 주의에서는 사실추정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인데, 산재 법리에서 추정의 원칙이 타당한가 라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점도 추정이 아닌 간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고, 증명책임의 전환이 더 타당하다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제3장 추정의 원칙
제1절 도입배경과 의의
고용노동부 주장에 따르면, ‘추정의 원칙’ 도입은 2017년 9월경 산재보험 관련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시작되었고, 주된 내용은 피재근로자의 증명책임 부 담을 완화하여 피재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07년 법 개정이 잘못되어, 업무 상질병판정위원회의 섣부른 도입과 잘못된 운영으로 말미암아 산재 불승인율이 급 증하였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산재 불승인율은 2007년 54.6%에서 2010년 63.9%로 9.3%P 증가하였고, 특히 뇌심혈관 질환의 불승인율은 2007년 59.8%
에서 2010년 85.6%로 25.8%P 급증하였다.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도 2007년 44.7%에 서 2010년 52.3%로 7.6%P 증가하였다.100)
산재 불승인율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2007년 개정의 실수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 겠으나, 그 중 가장 큰 것은 업무상 질병에 대한 재해조사 과정에서부터 업무관련 성 판단에 대한 근로자의 증명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것이다. 특히 업무와 재 해 사이의 인과관계(업무기인성)의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근로자측이 증명에 실패할 경우, 보험급여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현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직업성 암에 관해서는 미국 국립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암 중 2~8% 정도는 직업성 암으로 2007년 경 이미 추정한 바101) 있는데, 이에 따르 면 같은 시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암 환자 총 161,920명 중 3,238~12,954명이 직 업성 암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산재로 승인된 직업성 암은 단 7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102)
이러한 비판은‘2012.5.17.자 국가인권위원회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개선 권고 결 정’에 자세히 기재되어 있는데, 주된 내용은 “업무상 질병의 입증책임과 관련하 여, 주장된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피해 근로자가 아닌 상 대방이 증명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 법령을 개정할 것”, 아울러
“2003년 이후 갱신되지 않은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인정기준을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추가ㆍ보완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100) 국가인권위원회, 2012.5.17자 결정[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개선권고], 『국가인권위원회 공보』 제10 권 제4호, 2012.8.15. 616쪽.
101) 특히 폐암은 10%, 방광암은 21~27%, 악성중피종은 100%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정보센터, “2009 발암물질진단사업보고서”, 2010, 3쪽 ; 미국 독립산 업안전보건연구원은 전체 암의 4%가 직업적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발생하고, 특히 폐암은 10%가 직업에 기인하여 발생한다고 추정하였다. 안연순, “업무상질병으로 승인된 폐암의 특성”, 『대한직업 환경의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2009,11. 619쪽.
102) 국가인권위원회, 위의 2012.5.17자 결정.
아울러,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백혈병 산재 첫 인정사건으로서 사회적 이슈가 된
‘삼성전자 반도체 사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2011.6.23. 선고, 2010구합1149판결’
이 논의의 시초가 되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