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성 암에 있어서는 산재법 시행령 별표 3 개정 또는 고용노동부 고시 변경 등 이 선행되고 나서 근로복지공단의 실무지침 변경이 이뤄지던 앞 사례와 달리, 근로 복지공단이 실무지침을 먼저 변경하고 이후 산재법 시행령 별표 3의 구체적 인정기 준을 변경하여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자 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7월 9일‘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종사자 직업성 암 입증 책임 개선’을 주된 내용으로 직업성암 등 업무상 질병 판정절차 개선방안을 실무 지침으로 제정하였다.
해당 지침의 주된 내용은‘대법원 2017.8.29. 선고, 2015두3867 판결’이후 직업성 암 등 업무상 질병에 대한 판정과정상 최근 판례에서 확인한 판단기준을 반영하고 자 한 것이다. 실제 지침에서도 추진배경을 “직업성암 등 희귀질환에 대한 대법원 의 최근 판결 등 공신력 있는 판단기준을 활용하여 판정에 반영하는 방안 추진”이 라고 밝히고 있다.
‘추정의 원칙’이 피재근로자의 증명책임 완화를 통해 신속ㆍ공정한 피해보상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때, 위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종사자 직업성 암 입증책임 개선’지침에서는 “이미 업무관련성이 확정된 사안과 동일ㆍ유사한 경우 전문가의 평가 절차를 거쳐 업무관련성 전문조사(개별 역학조사) 생략”한다는 것이다.
실무상 산업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짧아도 1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에서, 너무 장기간 동안 피재근로자의 불안정한 지위가 문제가 되고 있었다. 특히, 백혈병 등의 직업병은 산재 처리가 지연되어 제때 치료비 지원조차 못 받고 사망하는 경우가 빈 번하여,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산재보험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 한 것이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종사자 직업성 암 입증책임 개선’지침에서는 반도체 ㆍ디스플레이 산업종사자에서 발생한 8개 상병(백혈병, 다발성경화증, 재생불량성 빈혈, 난소암, 뇌종양, 악성림프종, 유방암, 폐암)에 한해서 역학조사를 생략할 수 있 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보도자료208) 역시, “그간 역학조사는 종사자의 작업환경에 대한 조 사, 유해물질 노출 여부나 노출강도 등 확인을 통하여 산재신청인 발생과 사업장 유해요인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원인규명을 목적으로 운영되어 재해자의 업무관련성 판단 시에도 중요한 논거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일련의 조사과정에서 통상 6개 월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어 산재보상 결정이 늦어진다는 문제제기와 획일적인 역 학조사 실시 등 불필요한 절차로 인해 신청인에게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제기 되어 왔다”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역학조사를 생략한다는 것은 이미 판례를 통해서 특정 직업성 암 등의 상
208) 고용노동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종사자, 산재인정 처리절차 개선-노동자의 과중한 입증부담 해 소와 산재보호 확대지원-’, 2018.08.07자 보도자료.
병에 있어서는, 축적된 판례를 통해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고, 판례에서 다룬 첨단산 업(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종사자)과 동일 또는 유사한 공정이냐 아니냐만 판단하 여, 유사한 경우에는 별도 역학조사를 하지 않고 업무관련성을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즉, 법원의 직업성 암 판단기준 역시 당연인정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 정한 것과 다름없다. 이는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법 시행령 별표 3에 노출수준ㆍ노출기간이 상세히 규정된 경우만을 ‘당연인정기준’으로 규정한 것과 상반된 부분인데, 생각건대 당연인정기준의 범주를 산재법 시행령 별표 3에 규정하 는 것은 종국적인 목표인 것이고, 그 정립과정상 역학연구결과 및 축적된 판례를 통한 기준 역시 당연히 ‘당연인정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10월 23일(시행은 2018.11.01.)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 요령’을 제정하였다. 업무관련성 판단원칙과 세부 판단요령을 적시하여
“관련 법령에 따른 직업성 암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공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재해조사 방법과 판단요령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당연인정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부족 함이 많은 상태였다. 즉,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 요령’ 지침은 산재법 시행 령 별표 3을 개정하여 당연인정기준을 정립하기 이전에 개발단계, 과도기 규정이라 고 보인다.
근로복지공단의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 요령’지침의 세부내용(이하 필요 한 내용을 발췌해서 검토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가. 석면에 의한 직업성 암’은 당연인정기준으로 바로 적용가능한 정도 이며,
○ ‘나. 벤젠에 의한 직업성 암 등’은 “최근 대법원 판례 등을 감안할 때 현재 노출에 대한 명백한 증가가 없다고 하더라도 과거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 되는 경우로서, 가족력이나 개인적 질환으로 인한 2차 발생 등 다른 요인에 의한 발생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역시 당연인정기준으로 활용가능한 수준이다.
○ ‘다. 도장작업에 의한 직업성 암’의 경우는 개별적으로 업무관련성을 판 단할 것을 규정한 것을 볼 때, 아직 당연인정기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 다만, ‘라. 트리클로로에틸렌(TCE)에 의한 직업성 암’은 산재법 시행령 별표 3의 13호의 내용으로 도출된 것이다.
13.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발병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질병이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즉 제1호에서 12호까지 목록에 없는 질병이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 구체적인 업무상 질병인정기준을 고려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업무상 질병 판정과
정상 절차를 간소화할 정도로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가 업무관련성을 판정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당연인정기준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이와 유사한 경우는 ‘바.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근무와 유방암’, ‘카. 고무 제품 생산작업에서 발생한 직업성 암’이 있다.
○ ‘마. 전리방사선에 의한 직업성 암’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이 충분한 근거 를 제시하고 있어 당연인정기준으로 인정 가능할 것으로 보여 진다.
- (인과확률(Probability of Causation) 고려한 업무관련성 판단) 인과확률의 95%
신뢰 상한값이 50%를 넘는 경우, 직업성 암으로 볼 수 있음.
단, 이 조건에 미흡하더라도 다른 발암요인에 동시에 노출된 경우에는 복합 영 향을 고려함
- 방사선 업무와 관련된 암 발생에 인과확률(PC)을 적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 가들에서는 그 값이 50%를 초과하면 발생한 암이 방사선 피폭에 기인된 것 으로 간주함
※ PC 50% 기준은 “more likely than not”의 원론적 개념에 근거를 둠. 인과확률은 추정 과 관련된 통계적 불확실성 및 선량-선량률 효과, 모집단의 전이 오차 등 여러 형태의 불확실성을 감안한 것이기는 하나,
모든 요인이 통제된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제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의 경우처 럼 인과확률이 불확실성 분포를 고려한 PC 신뢰상한(95%)을 적용하여 업무관련성을 평 가함
※ 인과확률 계산을 위해 현재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는 2004년에 한국수력원 자력(주)에서 개발한 RHRI-PEPC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 하여 사용 중임.
이 프로그램에서 고려한 암종별 최소 잠재기간은 백혈병 1년, 갑상선암 2년, 나머지 고형암의 경우는 4년이었음
○ ‘사. 결정형 유리규산 노출에 의한 직업성 암’에 있어서는 “1형((1/0) 이 상의 규폐증이 확인되는 경우, 업무관련성이 매우 높음”이라고 하여, 일부 당연 인정기준으로 보아도 무방하지만, 복합노출의 경우에서는 개별적인 확인이 필요 하다는 점에서 과도기 규정이라 보인다.
※ 인과확률은 방사선에 피폭된 사람의 전체 암 위험도에 대해 방사선 피폭에 의 해 증가된 암 위험도의 비율
BasRisk는 방사선에 피폭되지 않은 일반 인구집단의 기저 암 위험도, RadRisk는 방서선 피폭에 의해 증가된 암 위험도
즉,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 요령’지침은 법원의 판단기준과 더불어 그간 국내외 연구 자료를 참조하여 도출된 역학연구결과를 당연인정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위 지침상 모든 직업병에 대한 당연인정기준을 정립한 상태는 아니며, 열거된 직업병에 있어서도 그 중 일부에서만 당연인정기준 으로 인정할 수 있는 상태로 보인다.
위와 같이 실무상 적용되는 근로복지공단 지침을 개정한 뒤, 2018년 12월 11일 산재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관련 별표 3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직업성 암 업무상 질병 업무처리요령’에 근로복지공단 지침과 산재법 시행령 별표 3이 불 일치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209).
법제처에 등록된 2018.11.12. 시행 산재법 시행령 개정이유를 보면 “석면 노출로 인하여 발병할 수 있는 질병의 직업성 암 인정기준을 노출기간, 잠복기간 및 동반 질환과의 연관관계에 따라 체계적으로 구분하고, 벤젠의 경우 노출기준을 현행 1피 피엠에서 0.5피피엠으로 낮추며, 벤젠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질병에 비호지킨림프 종210)을 추가하는 등 직업성 암 발병요인 중 과학적으로 연관성이 밝혀진 유해물질 을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반영하여 재해근로자 보호를 강화함”이라고 밝히고 있 다211).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 요령’의 후속조치로, ‘직
209) <부록 3. 산재법 시행령 별표 3 ‘10. 직업성 암’ 개정 전후 비교>를 참고.
210) 림프조직 세포가 악성으로 전환되어 과다증식하며 생기는 종양을 말하며, 악성림프종에는 호지킨림 프종과 비호지킨림프종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검색어 : 비호지킨림프종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646480&cid=60406&categoryId=60406 (검색시점 : 2020.12.06.)
211) 법제처, 산재법 시행령 개정이유, (대통령령 제29354호, 2018.12.11. 일부개정)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Seq=205707&ancYd=20181211&ancNo=29354&efY d=20181211&nwJoYnInfo=N&efGubun=Y&chrClsCd=010202&ancYnChk=0#0000
이와 유사한 경우로서 ‘파. B형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 노출에 의한 직업성 암’에서 보건의료업에 종사하는 자가 “근무 중 시술과정에서 날카로운 의료기 구에 자상을 입은 것이 확인되고, 이로 인해 HBV 및 HCV 바이러스가 혈청검사 로 확인되고 만성감염 상태에 있다고 진단이 된 후 간세포암이 확진”된 경우에 는 당연인정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그 외 경우에는 아직까지 직업성 암을 유발할만한 노출수준이나 노출빈도에 대한 노출 근거가 아직 정립되지 못한 상 태라서 당연인정기준으로 볼 수 없다.
○ ‘아. 6가 크롬 노출에 의한 직업성 암’, ‘자. 포름알데히드 노출에 의한 직업성 암’, ‘차. 다환방향족탄화수소에 의한 직업성 암’,
‘타. 산화에틸렌 노출에 의한 직업성 암’의 경우, 역시 아직은 당연인정기준으로서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